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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편을 쓴 이후, 8편을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쓰지 못했다. 그사이 먼저 다뤄야 할 이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7편의 도입부에 얘기했던 대로 이제 부동산 이슈는 다른 이슈들에 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겐 부동산 문제보다 군 휴가 문제가 더 중요한 사안인가

부동산 3법에 반대했던 이들이 주장했던 대로라면 민주당이 통과시킨 부동산 3법이 시행된 지금,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고, 서민들의 삶은 무너지고 있을 테니 그들은 목숨을 걸고 투쟁에 나섰어야 한다. 길거리로 나와 삭발을 하고 단식투쟁을 하고 있어야 한다.


황교안 삭발.jpg

▲지난해 9월 16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발하며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을 첨부하고 내용을 첨언하며 깜짝 놀란 것은 불과 1년 전인데, 미래통합당이 아닌 자유한국당이었다. 1년 새 당명이 꽤 많이 바뀌었다.
 

실제로 미래통합당 시절에 그들은 국회 밖에 나와 삭발과 단식(?)을 했었다. 부동산 문제는 다른 이슈와 달리 국민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 이보다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문제는 없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부동산 가격은 하향 안정되기 시작했고, 부동산 문제를 레버리지 삼아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던 자들은 추미애 장관의 아들 휴가 문제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세상에 없다는 듯 열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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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JTBC>
 

제일 재밌는 건 검찰은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이슈만 있으면 쇼핑하듯 압수수색을 한다는 사실이다. 조금 있으면 아들이 게임을 했다는 PC방도 압수수색할 기세다. 압수수색 버킷리스트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수구정당과 언론과 검찰은 국민의 삶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에 가장 적절한 이슈를 골라 공격의 수단으로 삼고 있을 뿐이고, 검찰은 기소독점권과 수사지휘권이라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데 가진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7편에서 예측한 대로 고래들이 다 탈출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얘기하지 않아서인지 기자들은 부동산 이슈를 이전처럼 비중을 두어 다루지 않고 있다. 고래들이 탈출했건 남아있건 간에 우리 삶에 있어서 집이란 필수 불가결하고 가장 중요한 재화다. 여전히 주거의 문제는 우리에게 영원히 중요한 문제다.



정책의 의도가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년이 지났다. 3년이 지났다는 의미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의도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는 시점이란 뜻이다. 180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통과시킨 부동산 3법도 시행되었다.

부동산 정책이 바뀌어도 이전의 정책 효과가 2-3년은 지속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2년 후 정권이 국민의힘으로 넘어가도 최소 4-5년간은 부동산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4-5년간은 아파트로 돈 벌 생각 하지 말란 얘기다.

물론 어딘가에는 가격이 오르는 곳도 있긴 하겠지만 말이다(코로나로 주식 시장이 폭락할 때도 오르는 종목은 있었다). 시장의 전체적인 추세가 중요한데 상승 추세는 꺾일 수밖에 없다. 아니 이미 꺾였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앞으로 전셋값이 오르고 전세물건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려는 자들과 부동산 투기꾼들은 이 지점을 집중 공략해 여론을 악화시키려 들 것이다.

 

서울경제 전세대란.JPG

출처-<서울경제>
 

 

임대인의 두 가지 선택안

지난 기사에서 얘기했듯이 전세는 임대인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이며, 임대인이 전세를 통해 기대하는 건 오로지 시세차익 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지 않을 거라 예측하는 임대인의 선택지두 가지다.
 

집을 팔든지 아니면 월세로 돌리든지.
 

무식하거나 악의적인 윤희숙 의원은 전세 제도가 당장 사라질 거라 말했지만, 사실상 임차인에 의한 대출인 전세금이 500조에 달하는데 집주인들이 일시에 전세금을 돌려주고 월세로 돌리는 상황은 벌어질 수가 없다. 실제로 깡통 전세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용어설명
깡통 전세: 집주인의 주택 담보 대출 금액과 전세금 합계가 집값에 육박해 시장 침체 때 집값이 떨어지면서 세입자가 전세금을 떼일 우려가 있는 주택을 가리키는 말로, 주택 시장에서 속어처럼 쓰이는 말


깡통 전세 연합뉴스.JPG

출처-<연합뉴스>
 

임대인들이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집값 대비 전세금 비율은 오르고 당장은 아니라도 전세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세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난 것도 물량이 줄어드는 데 영향을 미친다.

이명박 정부 때 우리는 이미 한차례 경험한 바 있다. 미국 부동산발 금융위기로 인해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반전세, 월세 물량이 늘어났었다. 전세 물량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건 초이노믹스와 박덕흠, 주호영 등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 주도로 통과시킨 재건축 특혜법 이후의 일이다.


미디어스 국민의힘 고소.JPG

출처-<미디어스> / 국민의힘은 박근혜 정부 당시 <재건축 특혜법>에 대해 보도한 MBC<스트레이트> 기자들을 고소했다.  
 

이로 인해 갭투자라는 말도 생겼다. 물론 갭투자는 그럴싸한 이름과는 달리 100% 투기다.

이때부터 올해 초까지 꿀을 빨았던 부동산 투기꾼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문재인 정부를 맹렬히 비난했다. 어처구니 없는 건 언론에 등장하는 그들의 비난이 주로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한 비난이었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목숨을 건 자들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걸 우려하며 정부를 비난하는데,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났다. 노비제를 폐지하려는 사람들을 노비들이 비난하는 구한말을 보는 듯했다.

이 어처구니없는 현상은 언론들의 호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손혜원, 김의겸주호영, 박덕흠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문제 대부분은 언론과 관련된 문제들이며 부동산 또한 그렇다. 이 문제는 부동산 묵시록
(제발!) 마지막 편이 될 9편에서 집중적으로 다뤄보도록 하겠다.
 


전세는 임차인에게 불리한 제도이다
 

전세는 임차인에게 불리한 제도라는 이야기를 했다. 목돈이긴 하지만 맡긴 돈을 그대로 돌려받게 되는데 임차인에게 왜 손해가 되는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전세제도를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세제도는 집값 상승을 통한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임대인의 기대에 의해서만 유지된다. 이 말은 임대인이 집값이 오를 거라고 기대하지 않을 경우 전세는 사라진다는 의미이며, 전세가 존재한다는 건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임대인이 있다는 뜻이다.


집값 상승.jpg


그들은 왜 집값이 오를 거라 생각했을까? 부동산 불패라는 신화를 믿고? 투기꾼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집값 상승에 베팅할 때는 승산이 최소한 70% 이상이라고 계산하고 하는 거다.

투기꾼들이 전세라는 레버리지를 써가며 집값 상승에 자신 있게 베팅한 이유는 뭘까? 전세는 기본적으로 레버리지를 쓰는 행위다.

1억을 가지고 집을 사서 집값이 20% 오르면 2천만 원을 벌 수 있지만, 1억을 가지고 전세금 1억이 들어간 2억짜리 집을 사서 20% 오르면 4천만 원을 벌 수 있다.

 

-내 돈 1억 X 20% = 2천만 원 수익
-(내 돈 1억+전세금 1억)
X 20% = 4천만 원 수익
 

레버리지를 얼마나 지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100% 레버리지를 쓰면 수익도 100%가 된다. 1억으로 20% 수익이 아니라 40%의 수익을 얻는다. 수익률이 두 배다. 게다가 전세금은 대출금과는 달리 이자를 줄 필요가 없다.

무슨 수를 써서든 돈을 벌겠다는 사람이 집값이 오를 거라는 확신만 있다면 갭투기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보유세가 극단적으로 낮다.

(많은 기사에서 잘못된 자료를 인용하며 절반도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만 OECD 평균의 1/3도 되지 않는다. <부동산 묵시록 5: 그들에게 서민을 위한 눈물은 없다>(링크)에서 말했듯이, 첨부자료로 쓸 만한 국제비교 그래프를 찾아봤지만, 조금씩 실제와는 틀린 부분이 부분이 있어, 사용하지 않았다)

레버리지에 필요한 이자 비용이 들어가지 않고 보유세도 적은데 집값이 오를 거라고 생각한다면, 갭투기를 하지 않는 건 투기꾼들 입장에서 보면 바보 같은 짓이다. 박근혜 정부는 의도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조장했다. 그 의도가 경기 부양에 있는지 자신들의 돈벌이에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부동산 투기꾼들을 법과 제도로 후원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박근혜와 최경환 때문이라고 하면 또 지난 정부 탓한다는 소리를 하는데 그런 자들이야말로 무식하거나 부동산 투기로 돈 벌려는 자들이다. 박근혜 정권의 정책 방향과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인과 관계가 명확한 사안이다.


집값 하락.jpg

 

하지만 집값이 떨어지면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 20% 손해를 보면 손해가 두 배가 된다.

2억짜리 집을 전세 1억을 끼고 사서 집값이 반토막 나면 내 돈은 사라져버린다. 깡통전세가 발생한다.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레버리지는 돈을 두 배, 세 배로 벌 수 있게도 해주지만, 깡통을 차게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레버리지를 행사하는 사람은 굉장히 신중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 전세를 놓는 임대인이 많을 때는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가 된다.



모든 이익은 임대인에게, 손해는 임차인에게

세입자도 1억을 부담했고 임대인도 1억을 부담했지만, 오르는 집값에 대한 이익은 모두 집주인이 가져간다. 즉, 집값이 오른 만큼 전세입자는 월세를 낸 셈이다.

집값 대비 전세가율이 오르면 세입자는 집주인보다 더 큰 부담을 지면서도 상승에 따른 이익은 하나도 보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생긴다. 그렇다고 세입자에게 위험부담이 없지도 않다. 전세가보다 집값이 떨어져 깡통 전세가 되면, 그 손해가 세입자에게도 고스란히 돌아온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생긴 제도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이다.


≫용어설명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전세가격하락으로 전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기관에서 대신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상품이다.


당장 세입자 입장에서 볼 때, 내 주머니에서 돈이 안 가니 이익인 거 같지만 실제로는 손해를 본 것이다. 2억인 집이 2년 만에 2억 5천만 원이 되면 세입자는 2천5백만 원을 2년간 월세로 낸 것이나 다름없다.

이뿐이 아니다. 2억5천으로 오른 집은 전세금도 그만큼 올라가게 된다. 2년 전에 1억이었던 전세금이 1억2천으로 오르면, 집주인은 전세금 2천을 더 받아 사실상 집에 8천만 원만 투자한 격이 되고 시세차익을 7천만 원 거둔 셈이 되지만 세입자의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거기서 또 2년이 지나 집값이 3억이 되면 어떻게 될까? 전세금은 1억5천쯤으로 오를 테니 임대인은 5천만 원을 투자해 시세차익 1억을 거두게 된다. 임차인은 시세 차익은커녕 부담하는 돈만 늘어났다. 부담하는 돈은 4년 만에 5천만 원이 늘어났고, 시세차익을 거두지 못한 돈도 5천만 원이 됐다.


월세.jpg


즉, 4년 동안 5천만 원 이상을 월세로 낸 셈이 된다. 거기서 또 2년이 지나 집값이 오르면 어떻게 될까? 임대인의 이익은 점점 커지고, 임차인의 손해는 점점 늘어난다.

집값이 떨어지면 세입자가 이익을 보는 거 아니냐고? 그럼 임대인은 전세를 놓지 않고 월세를 놓거나 집을 팔아버려 세입자가 이익을 보는 상황은 없다고 해도 좋다. 애초에 세입자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이익을 보는 선택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전세 유지를 바라더라도, 최소한 메커니즘은 알자

인간은 눈에 보이는 비용에는 민감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손해에는 둔감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전세가 세입자에게 이익이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전세제도가 계속 유지된다는 의미는 집값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세입자들이 당장 나가는 돈을 아끼려고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훨씬 더 많이 지불하고 있다는 뜻이다.

당장 한 푼이 아쉬운 처지에 월세가 아까워 전세 제도 유지를 원하는 마음은 시리도록 이해가 가지만 최소한 이런 메커니즘은 이해를 하고 전세 제도 유지를 바래도 바래야 한다. 안 그러면 윤희숙 의원의 주장과 같은 함정에 빠져 웅담에 빨대 꽂힌 곰 신세로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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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부동산 임대 제도가 임대인과 투기꾼을 위주로 만들어져 있는 현 상황에서 전세 계약 기간을 사실상 4년으로 늘리고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크게 늘린 부동산 3법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부동산 3법은 서민 주거를 안정시키고 부동산 투기를 막고 집값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를 놓았다.

부동산 묵시록 9편에선 부동산 3법의 의미와 언론들이 어떤 식으로 부동산 투기꾼을 응원하고 투기를 조장했는지에 대해
(제발 다음 편이 마지막 편이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며) 다뤄보도록 하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