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3.수요일
화성
올 겨울은 유난히 춥습니다.
삼한사온도 없이 춥고 또 추운날의 연속입니다. 새해 벽두부터 100년 만의 폭설이 내렸고, 내린 눈 만큼의 중국산 염화칼슘도 같이 뿌려졌습니다. 덕분에 내린 눈은 녹은지 오래지만 국민들 마음 속에 쌓인 눈은 아직도 그대로입니다.
4대강 삽질을 한다고 강바닥을 파헤치며 쌓아놓은 눈, 미디어법 날치기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놓은 눈, 세종시 수정안으로 신뢰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까지도 틀어막아버린 눈, 실업에 대한 공포, 치솟는 물가와 등록금 걱정에 밤잠을 설치게 하는 눈...
이렇게 국민들 마음 속에 차곡히 쌓인 눈은 시간이 지날수록 녹기는 커녕 단단히 굳어서 얼음이 되어갑니다. 아무리 염화칼슘을 뿌려도, 최고급 제설기를 굴려봐도 소용이 없습니다. 쌓인 눈을 마음에 지고있는 사람들이 도대체가 치울 엄두조차 못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마음에 쌓인 눈이 왜 녹지를 않을까요. 뜨거운 심장이 팔딱팔딱 뛰고 있는 근처에 마음이 있는 게 분명할텐데, 왜 저절로 녹아야 할 눈들이 저절로 얼음이 되어 가는 걸까요.
혹시, 눈을 안고있는 국민들도 이미 온기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요. 심장은 뛰어도 몸 안엔 이미 차가운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래서 날카로운 지성만 남고 뜨거운 가슴은 사라져버린지 오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요.
새삼스레 국민들 마음에 폭설이란 짐을 안긴 '그들'에 대한 원망이나 탓 같은 건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들이 할 줄 아는 거라곤 눈 앞에서 사진 찍는거 외엔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까.
다가오는 지방 선거를 앞두고 말들이 참 많습니다. 그들에 맞서기 위한 연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방식과 절차에 대해선 제각기 입장이 다릅니다.
민주당은 제1 야당이라는 '같잖은' 프리미엄을 내세워 자기가 고만고만한 야권을 한입에 품고 싶은 모양입니다만, 그 전에 풀어야 할 집안 내부의 숙제도 만만치 않아보입니다. 정동영계, 친노무현계등으로 나뉘어진 계파들간의 입장 차이가 다른 당의 그것 보다도 더 커보이니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참여당은 참여당대로 연대를 통한 선거 승리를 말하고 있지만, 아직 신설 정당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기대만큼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있어 아직까지는 연대의 주도권을 잡고 있지 못합니다. 게다가 유시민을 제외하고는 선거에 내세울 파급력 있는 인사도 별로 보이지 않고, 한명숙 전총리를 비롯하여 민주당과 참여당 사이에 '끼어있는' 인사들에 대한 입장정리도 시급해 보입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사정이 더 복잡합니다. 엄밀히 말해 이 두 정당은 연대없이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를만한 능력이 없습니다. 참기름이나 고춧가루는 뿌릴 수 있을지 몰라도 선거에 나와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낼만한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아니면 둘의 특별한 관계 때문인지 이들은 연대를 뛰어넘는 재통합 얘기까지도 나오고 있지만, 사실은 어떻게 보면 상식적인 '협조'조차 기대하기 힘든게 이 두 정당의 관계일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서로를 너무도 잘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모르는부분이 있다면 나중에 몰라서 그랬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겠지만 서로의 젓가락 갯수까지 꿰고있는 마당에 그럴수도 없고, 그렇다고 연대나 통합에 반대하자니 필패할 것이 분명한데다 그걸 국민들이 결코 용납하지도 않을 것 같고... 아마 모르긴 몰라도 지금쯤 그누구보다 속앓이를 하고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일 것입니다.
덕분에 신이 난 건 그들입니다. 겉으로야 그들도 세종시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양측 다 기세가 등등합니다. 세종시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나던간에 어차피 떡은 그들의 몫이 될 테니까요.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수도권과 강원도쪽은 친이계쪽이, 충청권과 경상권은 친박계가 '접수'할 거라 생각으로 내심 자신만만한 모양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선거철이 되어도 그들의 눈에 국민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국가의 안보가 걸린 남북정상회담 발언을 지 맘대로 축소발표한 청와대 대변인을 앗 나의 실수,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유임을 시키더니, 어제는 또 반값 등록금을 공약했던 가카가 아예 대놓고 '등록금이 너무 싸면 질이 떨어진다'며 등록금 인상을 부채질하고 나섰습니다.
'그래봐야 니들이 뭘 어쩌겠어.' 한마디로 '만만해' 보인다는 것이죠.
사실, 그들이 이렇게 국민들을 업신여기게 만든 건 우리 국민들의 책임이 큽니다. 뉴타운에 대한 욕심에, 일자리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 경제를 살린다는 그 거짓말에 속아 그들이 사기꾼인 걸 뻔히 알면서도 한 눈 지긋이 감으며 양심을 팔아 그들에게 표를 주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국민들의 마음에 얼음장처럼 굳어가는 눈덩이를 쌓아놓은 이는 가카도, 야권도 아닌 바로 내자신이었다는 자각과 함께, 그래서 그 눈덩이를 치워줄 사람 역시 스스로일 수 밖에 없다는 깨달음도 함께 가져야 합니다. 그 사실을 망각한 채 '저들'이나 '그들' 탓만 하고 있다보면 결국 마음 속에 쌓인 눈은 영원히 녹지 않는 응어리로 남게 될 테니까요.
선거는 이미 시작되었고 다행히 아직은 늦지 않았습니다. 다가오는 설에는 고향에도 가고 친척들과 이웃들도 만나게 되겠지요. 누구는 가카와 딴나라당의 골수 팬이라는 생각으로 미리 포기해서도, 또 누구는 말 안해도 알겠지라는 생각으로 안심해서도 안 됩니다.
단 한명이라도 설득하고 또 설득해서 그들이 부릅 뜬 눈으로 올바른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야권의 연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대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그칠 게 아니라, 직접 나서서 그들이 연대를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어느 당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라면 당원의 자격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유권자의 자격으로 그들이 연대의 큰틀에 동참하게끔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게시판에 의견도 남기고, 전화도 걸고, 필요하면 보다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서라도 그들이 움직이도록 해야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매번 다른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았었나, 하는 반성을 해봅니다. 정작 자기집 앞에 쌓인 눈도 치우지 않으면서 매번 눈 때문에 길이 막힌다는 불평만 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하는 질책도 해봅니다.
비판하고 비난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실천하는 건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그 어려운 실천을 지금은 해야 할 때입니다. 스스로의 체온만으로 각자의 마음에 쌓인 녹일 수 없다면, 서로가 서로를 안아서 녹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안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고 어미닭이 알을 품듯, 그렇게 정성스레 서로를 품어서 얼음이 된 눈을 녹여야 합니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그 '입장 차이'라는 것은 100년이 지나도 그대로일테니 그 차이라는 것은 땅 속 깊이 묻어두는 편이 나을듯 합니다. 물론 '묻지마 연대'에 반대하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씨알도 안 먹힐 소리라는 걸 알지만,
지금은 꼬치꼬치 서로의 과오를 밝힐 때가 아니라, 반성이 먼저고 나머지는 그 다음이라는 순서를 매길 때가 아니라 '묻지마 연대'라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때로는 다 알고있는 사실이라 할지라도 모르는 척해주는 게 서로를 위해 좋을 때가 있는데, 제 아무리 뻘짓과 삘짓을 일삼아도 가카의 지지율이 50%를 넘나드는 지금이야말로 바로 그런 때이기 때문입니다.
내일이 입춘입니다. 입춘 추위가 김장독 깬다는 말처럼 그 어느때보다도 더 추운 날씨지만, 우리가 서로를 품에 안고 나선다면 이 매서운 한파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국민을 이기는 정권이 없듯이 봄을 이기는 겨울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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