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5.금요일
파토
피디수첩 팀에 우원이 처음 접촉했던 것은 김은희 작가의 이메일 폭로 사건 때였다. 당시 검찰의 출두요청에 불응하고 있던 상황인데 자초지종과 더불어 김작가의 심정이 몹시 궁금했다. 실은 우원도 공중파에서 다큐 작가를 했었기 때문에 작가로서의 동질감 같은 게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작가는 이너뷰를 고사했고(당시 상황에서 당연한 건지도), 그래서 이번 무죄 선고가 나온 후 다시 연락을 했다. 첫날은 축하문자의 홍수 속에 묻혀버리지 싶어 그 담날 점심때쯤 젊잖게 ‘축하합니다’ 하면서 넌지시 이너뷰 의사를 타진하는 술수를 동원. 첨엔 할말이 가슴 속에서 터져 나온다고 이너뷰 하고싶다고 하더니 다음날이 되자 아무래도 쩜 부담스러운지 이춘근 PD를 소개해 준다.
그래서 이 양반에 대해 좀 알아봤더니 우원보다 쪼매 젊은 나이라 이너뷰 하기도 편할 것 같고, 또 고등학교 때부터 날리던 괴짜란다. 퀸의 보헤미안 랩소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중간 오페라 코러스 부분까지 혼자서 완창을 한다는데 허리케인 블루 이후 이런 사람은 처음 들어보는 거다. 와중에 20대 초반부터 심심풀이로 한시(漢詩)를 짓는다지 않나.
재밌겠다.
우원과 신짱이 출동한 이 즐거웠던 그러나 deadly 진지했던 이너뷰는 그렇게 이뤄졌다. 여의도 MBC 본관 노조 사무실. 자그마하지만 아늑하고 어딘가 딴지의 향취마저 느껴지던 공간에서.
파토(이하 파): 일단 축하 드린다는 말씀부터…
이춘근(이하 이): 뭐, 축하 받을 일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뭐 아내하고 기념으로 한잔 하기는 했습니다.
파: 다른 분들한테도 연락 많이 받으셨죠?
이: 제가 1월 20일 무죄판결 받고나서요 굉장히 일단 기뻤구요 그 이후 지금 한 일주일, 8일정도 됐는데 세가지가 늘었습니다. 문자가 너무 많이 와서요, 제가 문자 치는 속도가 늘었구요. 매일 술을 먹다 보니 술이 늘었고, 술이 늘다 보니 몸무게가 늘었습니다. 지금.
파: 그러게요, 전에 TV에서 봤을 때보다 조금 부으신 것 같은…
이: 네. 원래 투사는 좀 뚱뚱하면 안 되는데 제가 좀 역행하는... 예외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는 거죠.
- 나도...
- 나두...(편집자 주)
파: 저는 원래 김은희작가님이랑 연락을 했었어요. 그 이메일 사건 일어난 직후에 연락을 드렸었는데 그때는 좀 불편해하셨고 이번에도 무죄판결 나고 나서 연락을 드렸더니 처음엔 하신다고 하다가. 머 작가의 위치라던가 뭐 그런 게 있으니까...
이: 사실은 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도, 저희는 다섯 명이지 않습니까. 기소되었을 때 순서는 다섯 명 중에 4등이었었는데 구형부터 제가 5등으로 밀리더라구요. 조능희 피디, 김보슬 피디, 김은희작가까지 다 3년 구형 받았는데 아 송일준 MC랑 같이 저는 2년밖에 구형을 못 받았고..
파: 소외감 같은 게 좀 드셨겠습니다(웃음)
이: 그렇죠. 사실 전 되게 화가 난 게 어차피 이거 무죄 나올 건데 같이 3년 쓰지, 제가 보기에는 검찰에서 지능적으로 팀간 내분을 만들기 위해서 차별을 두지 않았나
파: (웃음)그거 땜에 내부적으로 어떤 갈등이라던가 이런 부분도 있었구요?
이: 아니 그렇진 않고 저 혼자 섭섭했죠. 그리고 심지어 1월 21일날 무죄선고 다음날, 한겨레 1면에서는 제가 가린 사진이 나왔습니다. 밑에 캡션도 네 명만 나오고 저는 빠져서, 상당히 실의에 빠져있습니다.
파: 저희 인터뷰를 통해서 다시 재조명해 드리겠습니다.
이: 예. 저 여기서 한번 부활 좀 시켜 주십시오(웃음).
이춘근 PD를 실의에 빠지게 한 한겨레의 만행
반면, 이춘근 PD의 영웅적 투쟁을 기어이 찾아내는 데 성공한 본지
파: 암튼 김은희 작가님 하시는 말씀이 이춘근 피디님이 딴지와 코드가 맞을 거라고 하셔서 큰 기대를 갖고 왔는데 지금 말씀하는 분위기를 보니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시는 것 같아 기쁩니다.
저도 공중파 다큐 작가였습니다. 그래서 번역도 많이 시켜봤고 직접 하기도 했고 나아가 제 아내가 방송번역가이기도 했고. 그래서 지금 큰 쟁점인 번역 문제, 방송 번역가들의 실태도 잘 압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개인적 관심도 많은데 암튼 그 부분은 또 있다가 얘기를 드리고...
김대중 노무현 시대 이후 다들 좀 순진했던 것 같아요. 촛불 초기만 해도 이렇게 문제제기 하면 결국 통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오히려 탄압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촛불 관련된 사람들도 잡혀갔고, 그 이후에는 계속 이런 식이거든요.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MB한테 ‘사과해달라’고 읍소도 하고... 지금은 그래서 될게 아니라는 건 다 눈치채고 있지만.
말이 다른 쪽으로 새는데 재판 이야기를 좀 하죠. 일단은 형사소송 걸렸던 건 명예훼손하고 업무방해죠? 그리고 지금 민사 같은 경우에는 보수 변호사들 쪽에서.
이: 그걸 좀 정리해서 말씀 드리면, 사실 저희가 지금 소송이 다섯 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저희 말고는 잘 모르실 거예요.
첫째로, 형사가 하나가 있습니다. 너무나 잘 아시는 정운천, 민동석씨의 명예를 훼손하고 미국 쇠고기 수입업자의 업무를 방해했다라고 기소된 형사사건이고, 민사는 네 개가 있는데 성격이 좀 다릅니다. 첫번째로, 왜 언론중재 위원회에 가잖습니까. 언론중재 위원회에서 중재가 되면 거기서 끝인데 중재가 안되면 자연스럽게 그게 민사재판으로 넘어가지 않습니까. 그래서 정정반론보도에 대한 민사재판이 있고요. 심재철 의원, 얼마 전에 났었죠, 그러니까 광우병 걸린 소라도 SRM만 제거하면 안전하다, 그 발언에 대해서 방송한 거에 대해서 심재철 의원이 걸었던 거죠. 그리고 나머지 두 개가 시변(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에서 소위 애국시민들을 모아서 했다고 하는, 그런 건이 두개 있어서 지금 다섯 개가 같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파: 그 외 김은희 작가가 고소를 한 건도 있죠.
이: 그렇죠. 저희가 고소를 한 건도 있는데, 그게 벌써 작년 6월 이후에 7, 8월 경에 저희가 그 메일 사건 관련해서 피의사실 유포라던지 사생활... 전혀 상관이 없는 부분들을 사실 공개했으니까요.. 그거에 대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는데 아직까지 전혀 반응이 없는 그런 상태지요.
파: 아, 그럼 수사가 의뢰되었고 또 소송이 들어가 있는데 아무것도 진행이 안된?
이: 지금 진행을 안 시키고 있죠. 보시면 아시잖습니까?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되고 나서 검사들이 기를 쓰고 어떻게 해서든지 빨리 진행을 시키는 사건은, 저희 같은 사건이나 촛불, 그러니까 정권에 비판의 목소리, 잘못한 걸 잘못했다고 하는 사람들은 다 잡아가고 지금 잘못한 게 너무나도 명백한 데도 자기편들인 것 같은 사람들에 대한 재판은 지금 진행되고 있지 않지요.
그리고 저는 작년 말에 되게 화가 났던데 이건희 회장이 단독 사면을 받았습니다. 아 이게 역시 우리나라는 다 필요 없구나, 같은 이씨인데 왜 나는 계속 재판받고 그 분하고 저하고 다른 게 있다면 역시 재력의 차이가 아닌가. 나머지는 비슷한 거 같은데. 그래서 좀 그런 부분들이. 재판이 워낙에 많이 몰려 있으니까.
사실은 저희들이 일단 자의는 아니었지만 재작년에 이런 일이 있고 나서 피디수첩을 다 떠나게 되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좀 감사한 일이기도 합니다. 저희로서는. 왜냐하면 시사교양국 안에서도 거기는 정말 3D직업 직종, 3D 프로그램이다 해서… 일단 오면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하는데 먼저 가겠다고 지원은 별로 안 하거든요. 그런데 인제 감사한 일인데 어쨌든 자의가 아니게 나오고 나서 보니까 그것도 일단 굉장히 기분이 나빴고요
좀 안타까운 건 이런 소송이 여섯 개가 되어있다 보니까 사실 피디수첩에도 지금 아마 시청자들 보시기에 아, 피디수첩도 예전 같지 않아 이렇게 좀 이상하다는 그런 느낌 받으시는 분도 있을 거예요. 근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이번에 4대강 관련해서 심의 결과도 보셨겠지만 사실 그 프로그램이 도대체 그것보다 어떻게 더 만들어야지 객관적이고 공정한 겁니까. 도대체 누가 그것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만들 수 있습니까. 불가능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고가 내려왔거든요. 그러니까 피디수첩 동료들도 굉장히 노력하고 있는데 지금 이 현실에 있어서 계속 제재를 받다 보면 나중에 결국 재허가 때 MBC가 허가를 못 받을 수도 있게 되는… 뭐 비현실적인 얘기처럼 들리지만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거든요. 사실 YTN도 뭐 노종면 위원장 구속되고 했을 때 그런 얘기들로 공개적으로 말하면서 협박을 했었구요.
- MBC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을 하는 거다. 지금.
그러니까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지금 무죄를 일단 받았지만 이게 무죄를 받았다고 원상 회복을 된 것은 전혀 아니다, 동료들의 위축효과가 있으면서 다른 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피디수첩도 사실은 지금 예전처럼 못하고 있으니까요.
근데 저는 처음에 2008,9년에는 되게 미안해 했어요. 동료들에게. 아 내가 그 때 번역 조금만 잘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걸.. 하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까 아무리 번역 잘하고 아무리 프로그램에 흠이 안 잡히게 만든다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라도 흠을 잡아냈을 것 같더라는... 결국 이건 구조의 문제가 될 수 밖에 없고, 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시간만이 약인가 싶습니다.
파: 정권이 빨리...
이: 머 걍 시간이 약이라는 말씀(웃음).
파: 그럼 지금 맡고 계신 프로그램은?
이: 지금은 ‘세계와 나 W’ 라고 하고 있고요, 금요일 밤 12에 방송되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는 시베리아 가서 겨울기행… 시베리아 겨울기행이라고 몇 주 전에 방송을 했었는데 오래간만에 시청률이 굉장히 잘나왔습니다. 보통 한 8, 9%에서 왔다갔다했는데 12.6% 시청률이 나왔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좀 고무적이었는데…
신짱: 딴지랑 잘 맞는 거 같아요. 자기자랑을 얼굴도 안 변하고 막...
파: 바로 그 캐릭터시네. 뻔뻔함(웃음)
이: 그런가요? 그런데 좀 안타까운 것은 보통 시청률이 10%가 넘는다면은, 뭐 작가님이셨으니까, 고품격 시사 세계 시사 프로그램, 국제 시사 W... 저 생긴 것만 저품격이고 나머지는 고품격입니다 저희가.
근데 인제 프로그램 성격도 좋고 시청률도 계속 거의 10%에 가깝게 나오다가 얼마 전에 12%가 나왔는데 광고가 지금 하나밖에 안 붙습니다.
파: 통틀어서 하나라는 말씀?
이: 네. 통틀어서. W 통틀어서. 그러니까 그것도 문제죠. 금요일밤 12시라서 아마 부담 없이 보실 분들도 많이 있고. 또 그거 보는 분들이 돈 없고 광고주들이 싫어하는 애들 아니냐 하는데 사실상 저희는 40,50대 여성분들이 굉장히 많이 보는 프로그램이거든요.
그러면 이걸 미디어적으로 어떻게 분석을 해봐도 광고가 하나밖에 안 들어온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데. 그러니까 경제적인 논리만으로는 설명이 안될 거 같습니다. 뭔가가 더 있을 것 같은데… 그건 3년 후에 제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시리즈를 사실 기획하고 있는데요, 그때 뭐 한번 또 풀어봐야죠(웃음).
- 보통 프로그램 광고는 앞과 뒤로 나눠서 이야기한다. W는 현재 앞뒤 통틀어서 유료 광고가 하나라는 소리다. 3년 후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에 대한 이야기는 이너뷰 끝나고 술자리 2차까지 계속 나왔는데, 딴지와 MBC 공동 작업을 약속한 상태. 단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빨리 정권교체를 해야지 아니면 8년 후라는...
파: 이제 좀 구체적인 얘기로 들어가겠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사실 광우병 자체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CJD고, fCJD, sCJD, vCJD… 이런 부분들. 그러니까 사실 크로이츠펠트-야콥병(Creutzfeldt-Jakob Disease)이라고 이름 붙은 질환의 종류가 많은데 여기에 대한 구분이 잘 안되거든요. 근데 이게 지금 쟁점이었지 않습니까. 번역 관련해서도.
핵심기소 내용 중에 정지민씨가 주장해 온 게 MRI 결과 그냥 CJD였다, 즉 일반적인 CJD였는데 방송에서는 피디수첩 제작진에 의해 소에 의해 전염되는 인간 광우병 즉 vCJD로 변조돼서 나갔다는 부분이었고, 자기는 그냥 CJD로 번역을 했었다 이렇게 얘기를 했던 거 아닙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 여러 CJD들의 차이들 하고 그 다음에 번역 관련된 내용들 좀 이야기해 주시죠.
이: 인터넷에서 찾으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질병 관리 본부에서 CJD 관련해서 만든 지침서같은 서적이 있습니다. 매년 그게 발간됐던 걸로 알고 있는데 사실 저희가 방송을 만들면서 참조할 수 있는 공식자료는 많은 경우가 정부의 공식 문서입니다.
2008년 저희가 방송했을 때 2008년 자료가 어떻게 되어 있었냐… 질병관리본부라고 정부가 만든 공식 문서입니다. 여기에 그냥 전통적인 의미의 CJD.. 그걸 sCJD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iCJD , 수술로 인해서 감염되는 경우, fCJD 가족력이 있는 거, 이건 유전자를 통해서 내려오겠죠.
그리고 가장 최근에 발견된 vCJD. 아시다시피 인간 광우병입니다. 그러니까 CJD가 있는데 거기에는 카테고리가 네 개가 있다. 그래서 각각의 증상에 따라서 설명을 해놓고 어떻게 대응하고 뭐 그런 것들이 나와있는 서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 문서를 보고 전문가들에게 얘기를 들었죠.
질병관리본부에서 나온 게 있다. 보니까 CJD에는 이렇게 네 종류가 있구나, 그리고 그 중에 인간 광우병(vCJD)이 있고 증상들이 비슷한 거구나. 저희는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근거해서 방송을 만들었죠. 그런데 잠시 후 다시 설명 드리겠지만, 이게 이러고 나서 문제가 터지고 나니까 정부에서 2009년에 만든 자료는 vCJD만 쏙 빼내서 아예 다른 질병인 것처럼 책자를 따로 만듭니다. 2008년과 2009년이 그렇게 바뀌었습니다.
- 약간 정리를 해 드리자. 인간이 걸리는 병인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은 프리온 인자를 통해 감염된다. 이 프리온 인자의 감염에는 여러 경로가 있으며 광우병에 걸린 소의 부산물을 섭취해 발생하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 바로 vCJD, 즉 인간 광우병인 거다.
한편 소가 걸리는 광우병 역시 프리온 인자가 원인인데, BSE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라고 하며 1996년 영국 보건부장관이 이 병의 프리온 구조가 인간의 질병인 CJD의 원인 물질과 유사하다는 연구결과를 인정하면서, BSE에 걸린 소의 섭취를 통해 사람 또한 그 병에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결과 이런 경로로 발생한 CJD를 vCJD, 즉 인간 광우병으로 부르게 된 거다.
재미있는 건 뭐냐면, 이번 검찰이 기소하면서 저희들하고 비교했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KBS의 이강택 피디가 만들었던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이란 프론데 굉장히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잘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저희 프로그램과 대비해서 너무나도 공정하고 잘 만들었다.
그러면서 저한테 취조한 게 그거였습니다. KBS 얼굴없는 공포 광우병 보셨습니까. 김경수검사가 물어 보더라구요. 사실 저 못 봤거든요. 그래서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그랬죠. 사실은 좀 찔리더라고. 못 봤는데 뭐 이런 걸 물어보고 그래. 못 봤다면 민망한데... 그래서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아, 묵비권이란게 있구나 했는데...
제가 나중에 석방되고 나서 봤습니다만, 그 때 김경수 검사가 계속 얘기했던 게 너무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잘 만들었다, 피디수첩은 이걸 참고했을 텐데 왜 이렇게 만들지 못했느냐 이런 얘기를 하더라구요. 그런데 나와서 제가 그 프로그램을 보고 놀랬던 게, 그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검사들이 칭송했던 프로그램에서도 CJD라고 해놓고 인간 광우병이라고 해서 자막을 냈습니다. 그 프로그램 보십시오. 분명히 그렇게 나와있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강택 프로그램의 CJD 인간 광우병은 의도적인 왜곡이 아니고 저희 피디수첩만 왜곡인 겁니까? 그건 일관성이 없는 거죠. 만약에 이강택 피디의 프로그램을 증거자료로 제시하지 않았다면 그래도 납득해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그 속기록과 방송분 시디를 다 첨부를 하면서 KBS는 잘못하지 않고 MBC만 잘못됐다, 이것은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런 걸 봤을 때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었고 그리고 저희가 얼마 전 방송에서도 다시 공개를 했었지만 죽은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와 다시 했던 인터뷰에서는 자기가 CJD라고 말한 것은 다 vCJD들을 의미했다고 했거든요. 딸의 사인과 관련해서 다. 뭐 상갓집 가서 친구 아버님 무슨 병이셨대 하면 암으로 돌아가셨대 하지, 뭐 갑상선에 무슨 세포 조직에 그런 자세한 얘기 안 하지 않습니까, 상피세포암 몇 기였는데 뭐 갑자기 돌아가셨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파: 글쵸. 지금 이 문구가 실제로 테입에도 a variant of CJD라는 거였는데 정지민씨가 번역을 하면서, 이게 사실은 vCJD라는 말인데 variant 빼먹고는 CJD라고 스스로 오역을 한 거죠. 그리고 보통 번역가가 영문장을 따로 쓰는 게 아니고 그냥 청취하면서 바로 한글로 바꿔서 그 한글 번역본만 제출하지 않습니까. 정지민씨도 그렇게 하셨나요.
이: 네. 영문으로 된 서류는 없는 상태였고 그냥 한글로 했습니다.
파: 저도 방송번역을 했고 아내도 했지만, 그러면서 이게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사실은 영어 원문은 문서상으로는 없는 상태니까. 그러면 당연히 작가나 피디는 한글로 된 번역문만 보는 것이고 원문에 variant라는 단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인 거잖습니까.
이: 저희도 검찰이 저희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던 이전까지는 원문을 찾아보지 않았죠. 거기에서는 그렇게 나와있구나 하고 생각을 했던 것이고. 그 부분이 만약에 방송에 들어갔다면 감수과정에서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일차 번역을 하고 그 부분은 방송에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그 부분이 a variant of CJD 였는지는 저희도 몰랐죠. 검찰에서 인제 괴롭히기 시작하면서 도대체 이게 뭘까 하고 다시 봤을 때, 그 때 나중에서야 저희도 알게 됐죠.
파: 정지민씨 본인도 그냥 CJD라고 쓴 거는 a variant of CJD의 의미를 잘 몰랐던 것...
이: 음... 놓쳤다고 봐야 되겠죠.
파: 뭐 번역가의 실상이 전문용어들 잘 모르는 거고...
이: 그렇습니다. 사실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게 저희가 방송에서 다루는 주제들이 일상다반사만 다루는 게 아니잖습니까. 특히 이 광우병이라던지 인간 광우병같이 굉장히 의학적이고 아직까지 규명이 되지 않은 걸 다룰 때는 영어를 아무리 잘하고, 뭐 원어민이라고 하더라도 알 수 없는 거지요.
그리고 정지민씨는 자기가 영어를 우리보다, 제작진보다 훨씬 잘 한다라고 말씀하시지만, 사실은 저희는 전문가들로부터 이게 어떤 것이라는 걸 배웠는데… 글쎄요. 정지민씨는 자기가 이미 번역했을 때 전문가라고 하는데, 본인 책에 보면 되게 재밌는 내용이 있어요. 영국에 아버지가 가면서 어렸을 때 따라갔는데 가서 현대영어를 다 떼고 중세영어, 고대영어까지 하고 나서 희랍어, 라틴어를 하고….
파: 아니 전공이 어떻게 되시길래 그런 걸 다...?
이: 그때는 전공이 아니라 초등학생 때 가서 대학 오면서 우리나라에 왔는데 그 동안 그렇게 공부를 하셨다고.
파: 고등학교 때까지 중세영어 고대영어 희랍어 라틴어까지 다.
이: 다 하고 이제 독일어 프랑스어까지 하고 나니까 영어의 새로운 경지가 보였다라고 말씀을 하시거든요.
파: 그건… 완전 천재 아니면 말하는 분이 좀 비정상적인 상태(웃음)…
이: 근데 전 짚고 싶은 게 크로이츠펠트-야콥(Creutzfeldt-Jakob)이라고 하는 건 독일어지 않습니까. 독일어까지 완벽하게 하신 분이라는데 번역하신 걸 보면 ‘쿱스펠트 야커’병이라고 적었어요. 이거는 영어, 독어, 이걸 떠나서...
파: 재밌다.
이: 그런 부분이 굉장히 놀랍고. 또 하나, 저는 그 책을 정말 사지 말라고 추천 드리고 싶은데 저는 다 읽었으니까 재밌는 부분만 발췌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일 재밌었던 표현 중에 하나는 본인은 영국에 가서 당시 영어가 미숙했던 영국 학생들과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라고 되어있습니다. 본인이 미숙하신 게 아니라 영국 초등학생들이 미숙했다고...
파: 좀 전여옥이 떠오르는 캐릭터 같기도 하고…
이: 글쎄요. 좀... 멀진 않은 거 같습니다. 그래서 도대체 이 분은 와.... 저는 좀 이해가 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좀 잘못된 조기 유학에 사춘기를 불행하게 보내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좀 그런 생각이 듭니다.
파: 나이가 얼마나 되신 분이죠?
이: 저는 듣기로 이십 대 후반.
파: 보통 번역하시는 분들이 그런 또래가 많죠
이: 그렇죠. 저희가 보통 대학 다니면서 어렸을 때 외국 살다 왔던가, 완전 원어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구사하는 분들을 쓰니까요. 그리고 제일 안타까운 것은 사실 이 사건 나자마자 딱 바꾸자고 한 건 두 개거든요. 아웃소싱하지 말자. 비정규직의 문제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방송번역을 하시는 분들이, 영어 같은 경우 워낙 영어를 하시는 분들이 요즘 많으니까 단가가 아무래도 다른 언어보다는 좀 싸죠. 그런데 더 안타까운 건 뭐냐면 MBC가 방송 3사중에 번역단가가 제일 쌉니다.
MBC에서 번역하시는 분들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라 시장경제의 논리상 방송 번역하시는 분들 중에서 가끔 이렇게 미흡하신 분들이 오시는 것 같습니다. 이건 개인 신상에 관한 것 같아서 그 동안 참았지만 딴지라서 제가 하나 까겠습니다. 뭐냐면, 저희가 사실 협상이 일주일만에 타결될 거라고 아무도 생각 못했지 않습니까. 그렇게까지 국민들이 다 반대하는데 하지 않을거다 했는데 급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취재를 급하게 따라가게 됐죠.
그래서 짧은 시간 안에 굉장히 많은 테잎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보통은 이게 전문적인 내용이라 번역을 한 명이 하면 그 사람이 번역을 하면서 내용을 좀 알게 되고 일관성이 생기는데, 시간이 워낙 없으니까 여러 명을 불러서 하게 됐어요. 근데 정지민씨가 하필 시간이 제일 많아서, 제일 많은 부분을 하게 된 거죠.
물론 양이 많았다고 모두 핵심을 했던 건 아닙니다. 어머니 인터뷰 테입 네 개중에 하나만 하셨는데 나중에 제가 지금 하고 있는 W팀에 물어봤더니 피디하고 팀장하고 작가들 사이에서는 다시는 쓰지 말자고 했던 번역가였더라고요. 그 정지민씨가.
근데 인제 그게 그 팀 안에서만 공유가 되고 다른 팀에서는 안되었던 거죠. 이거 혹시라도 거짓말로 생각되시면은 W팀 피디들과 정지민씨가 번역했던 부분들 다 증인으로 세워서 할 수 있습니다. 혹시 재판하고 싶으면 하시라는.
파: 제가 일했던 모 본부에는 교양국 번역가들 리스트가 있고 거기에 등급을 매겨놨어요. 그래서 그걸 보고 정말 급하지 않을 때는 좋은 사람 골라서 쓴다, 이런 게 있거든요. 그런데 그게 되게 중요하더라구요. 왜냐면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이게 한글로만 제출이 되니까 번역이 잘되었는지 아닌지 검증하기가 힘들거든요. 다시 들어보고 감수를 받기 전에는.
아까 전문성 부분을 말씀하셨는데, 제 아내가 뭘 번역했냐면 S본부에서 한참 밀었던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그거를 번역한 몇 명중에 한 사람인데, 이게 무시무시했던 게 전문용어의 남발이거든요. 특히 러시아의 소유즈 센터에 가서 장비들 배우고 트레이닝 하는 장면들. 러시아 교관들이 러시아 액센트 들어있는 영어로 우주선의 온갖 전문용어들을 남발하는...
이: 아무도 안 맡으려고 하는 번역이죠.
파: 아, 그건 정말 어려웠고, 제가 결국은 ISS 우주정거장 영문 매뉴얼 몇백 페이지짜리까지 찾아 다운로드 받아서 단어 찾아주고 해서 겨우 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오류가 있었을 거고. 근데 의학이든 과학이든 이런 부분들은 뭐가 오류인지도 번역가들도 잘 모르고, 바빠서 잘 찾아보지도 않구요 사실은. 그러다 보면 대충대충 해 가지고 넘기는데 그게 나중에 문제가 되면 자기는 거기서 어떻게든 빠져 나오려고 하게 마련이죠. 암튼 이런 면에서는 피디수첩이 좀 운이 나쁘지 않았나.
이: 뭐, 그렇습니다. 근데 뭐 일이 이렇게 까지 되려고 하니까 그랬겠죠 뭐.
파: 근데 혹시 아시는지 모르지만 지금 우익 쪽의 사람들이 재판 이후에 a variant of, the variant of, 대문자 Variant 등등 해서 이게 다른 뜻이다, 빈슨 어머니가 이야기한 a variant of CJD는 그냥 a type of CJD, 즉 ‘CJD의 한 종류’라는 문구에 불과하고 vCJD라는 말이 아니다.. 이런 분석을 많이 내놓고 있거든요.
이: 네, 뭐 그거 알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뭐 영문법의 전문가는 아니고, 그런데 도대체 문법이 얼마나 여기서 중요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광우병으로 가장 저명한 서울대의 우희종 교수님이 a variant of CJD가 국제 학회에서 vCJD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고. 저는 그러면 더 이상 문법에 있어서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그것은 우희종 선생님 뿐 아니라 그 포럼을 같이 하셨던 다른 외국의 교수님들도 a variant of CJD가 vCJD지, 그럼 a type of CJD란 소리냐... 전문가들, 의학자들이 수의학자들이 그렇게 얘기를 하는데.
아무리 영문법을 공부했다고 한들, 여기에 type이 됐을 때, the가 됐을 때 어떻게 다르다, 그게 과연 필요한 논란인가요? 저는 그게 정지민씨가 지금까지 해왔던 대응하고 똑같다고 보거든요. 본인이 잘못했다고 지적하면 그 핵심을 피해가면서 다른 걸 괜히 끌고와서 이거가 맞느니, 저거가 맞느니 가지를 칩니다. 근데 본질은 그게 아니거든요. 핵심은 이미 여기에 다 있는데 거기에서 핵심을 뒤집을 수가 없으니까 다른 걸 곁가지를 가지고 오는 거지요.
저는 대한민국이 교육수준이 참 높다고 생각하는 게, 사실은 황우석 때도 그랬구요, 이번 정지민 광우병 문제에 대해서 그렇고, 어느 나라에 가서 이 내용들을 얘기했을 때 다 이렇게 이해하고 따라올까요. 못 따라올 겁니다, 근데 이게 국민적인 여론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따라오기 때문인데 사실은 보세요, 딸이 죽었다고, 정말 희귀병으로 죽었다고 하는 어머님도, 우리나라 같으면 정말 인간 광우병입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심지어 기자들도 다 틀리게 쓰더라구요. 아니 틀리게 쓰는 게 아니죠. 그냥 CJD라고 하는 게 vCJD를 의미하는 게 일반적으로 영어에서 맞으니까 기자들도 기사에서 그렇게 쓰는 거죠. 근데 우리 나라에서는 그걸 굉장히 엄밀한 잣대로 들이댔습니다. 야, CJD랑 vCJD가 다른데? 그럼 우리 나라 국민들은 공부를 해 본거죠. 아, CJD랑 vCJD가 다른 개념이구나. 그러면서 이걸 자연스레 구분을 하시는 거죠. a variant of CJD는 VCJD. 그게 맞는데 the가 붙고 이게 그냥 type 의 의미면 달라질 수도 있나. 한번 더 고민을 하시는 거예요.
그니까 이게 어떻게 보면은 이 상황을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정말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이 정말 남의 얘기가 아니고 우리 거구나 까지 받아들이는 거는 교육열이 굉장히 큰 역할을 했는데 그 이상 가면서는 또 이게 이렇게 오용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파: 저도 사실 영어권에 6년 살았고 흑인 분들 영어 쓰시는 스타일도 잘 알고... 그런 관점에서 생각하면 구어에서는 variant 라는 단어를 거의 쓰지 않죠. 그냥 a type of, a kind of 이런 말이 나오는 거지... 오히려 이런 게 상식적인 건데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문법을 하나하나, 정관사 부정관사 따져서 들어가더라고요.
이: 사실 kind of 라고도 하지 않고 카인더(kinda) 하지 않겠어요.
파: 그렇죠 거기서 끝나는 거죠. 그런데 평소 전형적인 흑인 구어를 쓰시는 분이 이 부분에서만 이 variant 라는 어려운 문어체 단어를 끌고 나와서 썼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거거든요 사실은. 저는 그렇게 결론을 지었습니다.
이: 그것도 굉장히 좋은 논박인데요.
파: 인제 vCJD 번역 문제는 대략 설명이 된 거 같네요. 그런데 지금 중앙일보에 게재 되었었고 검찰에서 얘기했던 것 중에 하나가 빈슨 소송에서, 아레사 빈슨이 죽은 다음에 부모가 병원을 상대로 건 소송에서 vCJD가 언급이 안됐었다는 주장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실제로는 소장에 그 내용이 있었던 거지요?
이: 그렇지요. 소장도 저희가 보여드릴 수 있구요. 그런데 모르겠습니다. 왜 도대체 그렇게...
파: 그럼 검찰은 왜 이렇게 얘기를 한 거죠?
이: 그러니까, 모르겠습니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게, 글쎄요, 저희가 아마 미국 소장을 입수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할 거 같은데요. 왜냐하면 사실 미국이라는 사회는 이런 의료라던지 법률적인 문제 같은 경우는 굉장히 공개를 좀 안 하는 그런 부분들이 있잖습니까. 근데 사실은 의료는 개인자료기 때문에 그렇지만, 법률자료는 미국에 있는 지인을 통해서 입수를 했습니다.
일단은 거짓말이지요. 중앙일보의 박유미 기자가 쓴 기사였구요. 실명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검찰 익명의 사람이 했다… 근데 뭐 다른 수사팀이 아닌, 다른 검사가 했을 리는 없고, 어차피 수사팀에 있는 검사들 중 한 명이 했을 거고, 그럼 일단 둘 중에 한 명이(검사 or 박유미 기자) 거짓말을 한 겁니다. 아니면 둘이 같이 공모를 했을 수도 있을 거구요. 왜 그랬을까.
그 기사 나온 게 저희 기소를 발표하기 이틀인가 삼일 전입니다. 중앙지검에 있는 검사들, 우리나라 검사 중에서 상위 몇 프로 안에 드는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정말 법률적인 내용을 몰라서, 이게 기소 감이 안 된다는 걸 몰라서 기소를 한 건 아니겠지요. 전 배후가 있었다고 생각을 하구요, 그때 당시 정확한 설문조사는 아니었지만 검찰 내부에서도 저희 사건을 기소하는 건 한 삼분의 이 정도는 부정적인 반응이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법률 전문가, 국민들의 의견은 말할 것도 없이, 검찰 내부에서도 삼분의 이가 부정적인 반응이었는데, 기소를 하는데 있어서 왜 기소를 하는지 그걸 보여줘야 돼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차용해 온 게 두 개, 김은희 작가의 개인 이메일, 전혀 이 사건과 상관이 없는 이메일, 그리고 피디수첩이 해왔던 주장을 뒤집을 수 있다고 보여지는 빈슨 부모가 냈던 소장에 vCJD가 없다, 이걸 끌어왔다고 보죠.
두 개 다 결국에는 무리수지만 저는 두 번째건, 소장 관련은 범죄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본인들이 입수를 했는데도 허위로 주장을 한 겁니다. 소장에 읽어보면 두 군데가 나옵니다. 검찰이 vCJD를 모르는 걸까요. 중앙일보 박유미 기자는 그거 해석 못할 기자일까요. 저는 둘 다 아니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면 결국 무리와 범죄적인 행위까지 동원하지 않고서는 이 기소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본인들도 그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파: 검사가 법정에서 이런 말까지 했다더라고요. ‘우리가 그 자료 검토 안 한 줄 아느냐.’
이: 그렇죠. 그 얘기가 어디서 나왔냐면 법정에서 저희가 그 소장 자료를 정지민씨가 증인으로 나왔을 때 제시를 했습니다. 자, 여기 나와있지 않느냐. 번역해 보라고 했더니 어, 여기 인간 광우병이라고 돼있네? 전 이거 처음 봤습니다... 이러는 겁니다. 그런데 정지민씨가 그것도 책에 썼거든요. 검찰이 입수한 미국 소장에는 vCJD라는 말이 전혀 없다. 그러면 정지민, 중앙일보, 검찰 셋 모두 거짓말을 했다는 겁니다.
정지민 뭐 이해해 줄 수도 있습니다. 뭐 어차피 개인의. 잘못된 의견이지만 의견이라고 볼 수도 있고, 조중동은 저는 뭐 이미 언론이라고 생각 안하기 때문에 그런 거짓말 써도 괜찮죠. 어차피 그건 뭐 신문지니까요, 신문이 아니라. 조중동까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는 검찰은, 공익을 대변하는 검찰은 거기에 거짓말해서는 안되었던 거지요. 그래서 검찰은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파: 이거 같은 경우는, 허위사실로 공소한 부분에 대해서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는 없나요.
이: 저희도 그걸 변호사하고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사실 이게 저희가 알기로는 초유의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될 지, 근데 저희가 이걸 갖고 허위사실이라고 다시 건다고 하면은 같은 검사들이 또 조사를 한다는 얘기가 있더라구요. 그렇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는 것 같고 결국은 3심이 끝난 다음에 다른 방식으로 정리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당황스러웠던 게, 저희가 정지민씨 나왔을 때 그걸 번역해 보라고 했고 아레사 빈슨 부모가 냈던 소송자료에 분명히 vCJD라고 두 군데가 언급되어 있었는데 왜 책에는 그렇게 적었느냐라고 했더니, 자기가 이건 처음 봤다고 얘기를 한 거죠. 또 검찰은 저희 김형태 변호사가 이게 미국 법원의 자료라고 하니까 ‘그게 무슨 법원자료입니까, 변호사들이 낸 자료지, 저희도 그걸 다 검토해봤습니다’ 라고 얘기를 하는 겁니다.
그러면 최소한 본인들도 검토하면서 vCJD가 있었다는 걸 알았다는 얘기 아닙니까. 그 얘기는 바꿔 얘기하면 중앙일보 박유미 기자가 허위사실을 쓴 거죠. 검찰이 하지 않은 얘기를 했다고 한 거죠. 그러면 6월 이후, 정지민씨가 법정에 나온 게 10월이니까 넉 달 동안 허위기사를 썼던 중앙일보에 대해서, 정말 치명적인 검찰의 명예를 훼손했는데 왜 아무 일도 하지 않았을까요.
파: 하긴 검찰이 중앙일보를 고소해야 할 판이죠(웃음).
이: 그러니까요. 저는 참 납득이 되질 않습니다. 도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파: 되게 재밌네요. 어쨌든 이런 어이없는 일들이 지금 벌어진 거고, 결국은 다행히도 재판부에서 그런 부분들을 캐치하고 무죄판결을 내린 건 정말 다행입니다. 근데 사실 지금 이 일뿐만 아니고 여러 가지 사안에서 검찰하고 재판부하고 계속 줄다리기가 있는데, 지금 이 판결들 이후에 여당쪽에서 나온 얘기가 단독판사들을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사람들로 교체해야 한다는 등 여러 얘기가 있습니다. 이 문성관 판사는 젊은 판사신가요?
이: 아닙니다. 제가 알기로, 뭐 저도 사실은 되게 궁금했죠. 일단 문성관 판사 얘기 들었을 때 어떤 사람일지 인간적으로 당연히 호기심이 들지 않겠습니까. 사실 저도 학연, 지연 그런 거 따지는 거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알아보지 않으려 했지만 사실은 알아 봤습니다(웃음).
알아봤는데 지금 한나라당과 청와대 그리고 뉴라이트가 공격하는 것처럼 우리법 연구회에 가입한 적도 없는 분이구요, 단독판사 그러니까 판사 경력도 이미 10년 이상 되신 분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검찰에서 그 보수 측, 전 보수도 아닌 것 같아요, 뭐라고 얘기해야 되나... 수구 꼴통 세력들이 문제 삼는 조건은 이미 다 충족하고 계신 분이에요. 근데 도대체 뭘 더 어쩌라는 겁니까. 그러면 정말 문성관 판사가 잘못 판결을 내렸다면 우리법 연구회가 아니라 사법부를 해체하라고 해야 하는 거고..
파: 우리법 연구회와 관련이 없으니까 결국 사법부 전체 책임.
이: 관련이 없으니까요. 그럼 사법부를 해체하라는 얘기고. 문성관 판사는 10년 이상 했는데 그럼 15년 하던지 20년 하던지 주장을 해야 되지, 말이 안 되는 주장 아닙니까. 그러니까 결국은 공격을 하기 위한 공격이지.
파: 이걸 빌미로 해서 우리법 연구회하고 젊은 소장판사들을 공격하려는 거겠죠.
이: 그렇죠. 지금 사법부 개혁 얘기를 하는데 아니 방금도 말씀 드렸지만 자기들이 입수한 자료에 대해서 거의 범죄행위에 가까운 거짓말을 한, 그런 행위를 한 검찰과 헌법적 가치에 따라서 법리적으로 판결을 내린 판사와, 도대체 어느 쪽이 개혁의 대상인 겁니다.
정말 너무나도 이거, 되지도 않는 재판을 걸어서 이미 정권이 원한 걸 다 얻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동료 언론인들 위축 효과는 위축효과대로 다 되었고 이제 무죄가 나왔으니까 이 무죄 가지고 또 공격하면서 사법부에 대해서 법원에 대해서 공격의 빌미로 삼고.. 참, 이거 일타몇피라고 해야 될 지 모르겠습니다. 무죄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얻으려고 했던 건 다 얻은 거죠.
파: 그리고 사법부 개혁 얘기가 나올 때 참 어이없는 게, 삼권 분립이 확연한 이 나라에서 정권과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딴모당이 판사들을 상대로 개혁을 하겠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이런 초헌법적 발상이 지금 일부 진보 언론을 제외하면 별로 문제를 제기하는 쪽도 없는 것 같고, 국민들은 아, 그럼 개혁을 해야 되나 보다 하고 어리둥절하고 있는 상황이 참 무섭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러면 검찰이 소장에 vCJD 내용이 사실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계속 밀어붙인 건 그렇게 해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걸까요, 아니면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지더라도 얻는 것들이 있다는 그런 계산이.
이: 재판 자체를 통해서 얻을 수가 있다고 보는 거겠죠. 저는 1월 20일날 저희 무죄판결이 났을 때 검사들이 되게 부끄러워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검찰 창설 이후 연인원 열명이 붙은 사건이 있었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제가 과문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특검에서도 검사만 열명이 붙은 사건은 없거든요. 그러니 수사관은 몇 명이 붙었겠습니까.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소자체, 기소 때부터도 말이 안 되는 기소를 했고,
자, 좋습니다. 기소까지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공판하면서 공소사실들이 하나 둘씩 다 깨졌는데, 제일 중요한 공소사실 뭐였습니까. 다우너소는 광우병 의심소가 아니다. 그리고 아레사 빈슨은 광우병 의심병 환자가 아니었다. 이거 농식품부사무관이 나와서 검사가 물어봤어요. 자 다우너 증상, 광우병 소의 주된 증상입니까 물어봤더니 한참 뜸들이다가, 검찰 측 증인이잖아요, 네 맞습니다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이렇게 물어본 거죠. 기침이 감기의 주된 증상입니까 하는데 그걸 갖다가 아닙니다라고 대답하기에는... 차마 말을 못하는 거죠. 수의사로서 양심이 있는 건데. 검찰 측 증인이 이걸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또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 의심환자였다는 거 미국 소장자료, 정지민 오역 등을 통해서 다 나왔습니다.
그러면 이거 쪽팔려하고 접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도 열명이 붙었어도 유죄판결 못 얻어냈는데 항소이유서도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바로 항소를 하겠답니다. 오늘 저희 집에 중앙지법에서 날아왔더라구요. 검찰이 항소했다고. 이유가 사실오인이랍니다. 도대체 누가 뭘 오인한건지. 그럼 판사와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다 잘못 이해했고 검사들의 주장이 맞다고 여전히 여기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검찰 총장은 그날 바로 국민들이 불안해한다고 하시는데 뭐 불안해 하는 건 맞죠. 근데 막상 그 대상이 법원과 저희가 아니라 검찰인 것뿐이죠.
파: 병 얘기를 조금 하자면요, 결국 이 아레사 빈슨의 사인은 베르니케 뇌병증인가요? 그걸로 밝혀진 건가요.
이: 아직 공식발표는 없습니다. 미국 CDC에서 아직까지도 공식발표는 하지 않았습니다.
파: 아직 모르고 있는 건가요, 아니면…
이: 글쎄요. 그건 미국에 있는 기자들이 좀 파헤쳐 줬으면 좋겠는데 미국 기자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지...
파: 그럼 이 베르니케 뇌병증이라는 말은 어디서 나온 얘깁니까? 지금 그런 얘기가 떠돌고 있는 건?
이: 그런 얘기가 떠도는 거는요, 이거는 제가 사실 관련해서 다시 한번 봐야 되는데 일단 기억나는 대로 말씀드릴께요. 제가 가서 인터뷰했던 질병관리본부의 권준욱 팀장이 있었습니다. 뭐 요즘 신종플루 때문에 되게 많이 나왔었는데, 이종구 질병관리본부 본부장 있죠, 그 본부장하고 같이 미국에 갔는데 그 때 미국 쪽 CDC쪽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아레사 빈슨 얘기가 오가다가 베르니케 뇌병증이라는 말을 듣고 근데 아차 하면서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베르니케 뇌병증으로 알고 있다...
파: 그게 근거로 나온 겁니까?
이: 네. 제가 알기론 그렇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미국 CDC에서 아직 공식 발표를 못했습니다. 근데 누가 그거를 알 수 있겠습니까.
파: 비공식 루트로 이렇게...
이: 네. 비공식 루트로 자기가 이렇게 들었다라는 검찰진술을 했고 그걸 가지고 지금 얘기를 하고 있지요.
파: 그럼 아직도 vCJD에 의한 죽음일 가능성이 충분히 남아있는...?
이: 아니요. 그렇진 않습니다. vCJD에 의한 죽음은 아니다라고 발표는 했습니다. 그게 2008년 5월경이었던 것 같고, 어차피 저희 방송 이후였죠. 그래서 그 부분은 저희가 후속방송에서도 방송을 했습니다. ‘아레사 빈슨 사인에 대해서 발표가 있었는데 아직 확정사인은 나지 않았지만 미국 CDC에서 인간 광우병에 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발표를 했습니다’라는 후속방송을 냈었죠.
파: 처음에 만들 때는 당연히 그걸 아는 상황이 아니었고..
이: 그렇죠. 4월 29일 저희 방송 때까지만 해도 알려지지 않은 거죠. 정지민씨는 도대체 타임머신을 타고 어디에 갔다 오신 건지 모르겠는데, 그러면 단 하나만 내놔보십시오. 베르니케 뇌병증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한 미국 언론 혹은 공식적인 문서가 있으면 그거 한 장만 내놓으시면 저희가 그거 못 본 불찰에 대해서 사과를 하겠습니다.
파: 정지민씨 같은 경우는 그런 얘기가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하지 않았나요
이: 그러니까 정지민씨도 그 얘기를 주장한 거는 2008년 6월 이후입니다. 본인 카페에서 주장을 하게 되는데, 글쎄 누구한테 들었을까요, 본인이 직접 가서 CDC 사람들을 만난 건 아닐 테고 이메일로 질의를 했어도 그거는 공식적인 경로가 아니니까 알려주지 않았을 테고. 본인은 지금 민동석씨나 권준욱씨하고 관계 없이 움직인다고 하는데...
글쎄, 저는 본인이 쓴 책이 결국은 나중에 본인의 발목을 잡는 데 돌아올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카페에 썼던 글들이나 신문기사들, 그리고 책의 내용, 다른 사람들의 진술조서들을 비춰보면은 그 시기들이 굉장히 맞아떨어집니다. 그러니까 아직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고 권준욱씨가 출장 가서 들었다는 시기 말이죠. 정지민씨는 그런 얘기들을 많이 알고 있더라구요. 정부측 주장들을.
<MBC 관련 속보>
1편이 올라간 후 얼마 안되어 이춘근 피디에서 전화가 왔다. 방문진이 8일 월요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엄기영 사장의 임원추천권을 무시한 채 독단으로 임원선임을 강행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엄기영 사장의 실권을 무시하고 퇴임으로 내모는 조치이며 방문진이 직접 MBC를 통치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현재 공석중인 임원은 보도, 제작, 편성본부장으로 프로그램 제작의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리다.
이에 대해 엄기영 사장은 월요일 이사회 참석을 거부한다는 입장이며 MBC 노조 역시 강하게 반발하면서 현재 방문진과 MBC간의 정면대결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MBC마저 저들의 치하에 들어가고 나면 이제 남는 것은 정말로 본지 밖에 없다. 우리끼리 농담삼아 해 오던 말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는 거다...
이춘근 피디와 만나면서도 실시간으로 소식 전해드렸던 트위터: pato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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