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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링크)

 

명절을 앞두고 매일경제가 조온나 기가 막힌 기사 하나를 냈다. 기사의 메시지는 명징하다.

 

 "서울 부동산 보유세가 미국 부자동네보다도 엄청 높다!"

 

내가 박수를 보내고 싶은 건, 이러한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매일경제 박윤예 기자님의 노력은 정말이지 눈물겹기 때문이다. 집요함과 간절함의 흔적이 곳곳에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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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비교의 대상이 된 한국 주택의 가격을 보자. 무려 35억이다.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1채의 시세라고 한다. 서울에 하고많은 아파트 중에, 하필이면 왜 아크로리버파크를 골랐을까. 그리고 왜 굳이 똑같은 집을 두 집이나 샀다고 가정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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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뉴스핌 [세법개정] 조정대상지역 종부세·양도세 대폭 인상…1주택자 세부담은 낮춰 (기사링크

 

그 비밀은 위 기사의 차트에 나와 있다. 이번에 인상된 종합부동산세율에서, 가장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된 사례를 끌어오고 싶었던 것이다. 위 차트에서 보듯이, 50억 이상을 부동산으로 보유하는 다주택자가 내게 되는 종합부동산세율은 5%다. 기존 2.5%에서 5%로, 종합부동산세율이 많이 오르긴 했다. 5%라는 세율은, 미국과 비교했을 때 높은 세금인 것도 맞다.

 

하지만 이는, 수십억이 넘는 고가의 부동산을, 그것도 두 채 이상 보유 중인 특수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세율이다. 1주택만 보유했을 때 내게 되는 종합부동산세율은 최대 3%이고, 반대로 12억 미만의 주택을 보유 시 내게 되는 세율은 2.2%다. 애초에 보유한 아파트의 '공시지가' (실제 매매에 적용되는 시가인 공시지가)가 9억 또는 다주택자의 경우 6억 미만이면, 종합부동산세 자체를 낼 일이 없다. 매일경제 박윤예 기자님은 이러한 일반적인 상황은 덮어두고, '한국 종합부동산세율이 존나 높다'라는 결론을 위해, 전국에서 평당 가격이 제일 비싼 아파트의 사례를 끌어온 것이다.

 

만약 여기까지만 했으면, 사실 이 기사는 그렇게 흥하지 못했을 것이다. '부동산 부자 걱정해주기'기사는  이미 선배 기레기들이 많이 우려먹은 흔한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박윤예 기자님의 이번 기사가 이전의 것들보다 탁월했던 점은, 세계적인 부촌 이미지를 갖고 있는 베벌리힐스와 서울을 직접 비교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건 예상 못 했다. 서울과 LA를 비교한 것도 아니고, 서초구와 베벌리힐스를 비교한 것도 아니고, 서울과 베벌리힐스를 비교할 줄이야! 신박하다 신박해.

 

뿐만 아니다. 매일경제 박윤예 기자님이 미국의 비교 대상으로 베벌리힐스를 택한 것이 단지 부촌 이미지 때문이라서라고 생각한다면 경기도 오산이다. 우리 박기자님은 그렇게 타성에 젖어서 일 대충 하시는 분이 아니다.

 

주가 재정을 꾸리는 방식이 다른 미국은 주마다 주택보유세가 다르다. 베벌리힐스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의 주택 보유세는 1%로 미만으로 미국 내에서도 낮은 편이다. 캘리포니아의 최대 주 소득세율은 무려 12.3%로, 미국에서 제일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소득세로 뜯어가는 게 많으니 보유세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다. 반면, 텍사스 같은 경우 주 소득세가 아예 없기 때문에, 부가세와 보유세를 높게 매긴다. 실제 주택 보유세가 2%에 육박하는 텍사스, 코네티컷 그리고 2%를 넘는 뉴저지 사례를 사용했다면, 기사의 감동은 반감되었을 것이다. 우리 박기자님의 기사 디테일은 봉준호도 울고 갈 수준이라는 말이다.

 

참고로, 주 소득세는 연방정부에다가 내는 소득세에 추가되는 세금이다. 캘리포니아에서 15만 불 정도 버는 싱글이라면, 연방소득세 최대 24% + FICA 1.45% + 주소득세 최대 9.3%를 차례로 뜯기게 된다. 손에 쥐는 소득이 채 10만 불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맥락들을 거세한 상태에서 직접 비교를 하니, 베벌리힐스의 세금은 왠지 싸고 서울에는 세금폭탄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 외로도, 과세의 기준이 되는 미국공시지가가 얼마나 높은지(내가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는 집은 공시지가가 내가 작년에 지불한 금액보다 1억이나 높다), 단독주택유지에 얼마나 많은 추가적인 비용이 드는지를 얘기하자면 끝도 없을 것이지만, 다 때려치우자. 매일경제 박윤예 기자님이 명절을 앞두고 때린 이번 기획기사가 얼마나 신박하고 탁월한지 혀를 내두르는 동어반복일 뿐이다.

 

근데 말이다. 기자의 테크닉에 현혹된 나머지, 기사에서 우리가 놓친 사실이 하나 있다. 미국에 대표적인 부촌이라는 베벌리힐스의 저택이나, 서울에 성냥갑처럼 세워진 아파트나 가격차이가 별로 안 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의 가구당 소득 중위값은 무려 7만 8천 불이다. 거진 1억에 육박한다. 그리고 베벌리힐스의 가구당 소득 중위값은 아예 10만 불이 넘는다. 이렇게 돈을 많이 버는 동네에서도, 모두가 선망하는 곳이 바로 베벌리힐스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가구당 소득 중위값은 5천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중위소득 5천의 서울과 1억 2천의 베벌리힐스의 집값은 별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왜 미친 집값은 가만 냅두고, 그 미친 집값 잡아보겠다고 내놓은 대책이 얼마나 세금을 많이 뜯어가는지 졸라 까대는 건가. 이런 미친 집값 때문에 주택 마련이 좌절된 다수가 아니라, 부동산을 70억 갖고 있는 소수의 부자의 세 부담을 걱정해 줘야 되는 건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어릴 적 헐리우드 영화에서 묘사된 베벌리힐스의 저택을 보면, 엄청난 이질감과 동겸심을 동시에 갖곤 했었는데, 내 아이는 굳이 캘리포니아까지 갈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서울의 평범한 아파트를 보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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