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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5.금요일


화성



요즘 나라 안팎으로 슬프고 착잡한 일들만 벌어지는데다 이곳 딴지에도 저를 비롯하여 몇몇 분들이 우울해하는 것같아서, '이 한몸 희생하여 작은 웃음이라도 드릴 수 있다면' 하는 심정으로 예전 비뇨기과에 갔던 일에 대해 몇자 적습니다. 
  
이미 눈치를 챈 분도 계시겠지만, 제가 여자를 별로 안 좋아하는터라, '응응응'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욕하지 마세요. 진짭니다. -_-;)

하튼 그렇다보니, 직업여성과 접촉할 일도 거의 없었고, 따라서 성병이나 뭐 그런 지저분한 병에 걸린 적은 단 한번도 없었죠. 맹세코, 제가 운이 좋았던게 아닙니다. 쿨~럭...


 


그런 제가 쪽팔림을 무릅쓰고 비뇨기과 문을 두드린게 딱 두번 있었는데, 오늘은 시간 관계상 그 첫번째 얘기만 할까 합니다.(반응이 좋으면 나중에 두번째 얘기도 쓰겠습니다.)

그러니까 십몇 년 전쯤, 졸업하고 사회에 처음 나온, 그야말로 '혈기왕떡' 할 때였습니다. 그때 들어간 직장이 광고회사 였는데, 제가 입사하기 며칠 전에 중요 PT를 앞둔 담당자가 사라지는 바람에 첫날부터 보름 가량 야근과 철야를 해야했고, 다행히 잘 끝난 PT 덕분에 팀원 전체가 3일간의 특별 휴가를 받았습니다.

당연히 그때 사귀던 여친과는 밤에 잠깐 만나서 밥이나 한끼 먹고 헤어질 수 밖에 없었으니, 팔팔하던 '아랫동생놈'이 얼마나 굶주림에 헐떡거렸겠습니까?

당시 사귄지 세달 정도 됐었는데, 취업 전엔 둘이 매일 붙어 있다가 상황이 그렇게되니,밥공기도 여친 가슴으로 보이고, 같이 일하던 동료 여직원의 다리만 봐도 이상한 곳에 피가 몰리게 되더군요.  

여친도 마찬가지 였는지... 첫휴가를 나온 군바리처럼 서둘러 회사를 나갔는데 여친이 회사 앞에까지 와서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배도 출출하고 저녁 먹을 시간이 된 것 같아서 


 

'뭐 좀 먹으러 갈까?' 라고 했더니 

'우리 시켜 먹을까'로 화답을 하더군요. 허걱...

시.켜.먹.자. 라는... 그 말의 뜻을 뇌가 이해하기도 전에 아랫동생넘이 먼저 반응을 하더군요.(하튼 그런쪽으론 주인보다 늘 빠릅니다.) 묵직해진 바지 앞섬을 은근슬쩍 감추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회사와는 좀 떨어진 모텔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모텔 방에서 특별 휴가의 전부, 그러니까 2박3일을 보냈습니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하루에 한끼나 두끼 정도만 시켜 먹었고, 침대시트를 갈아준다는 모텔 주인의 전화도 정중히 사양을 했습니다.

'아, 됐습니다. 뭐 잠만 잤더니 아직, 깨끗하네요.' -_-;;

'예, 그럼 수건이라도 몇 장...'

'아뇨, 너무 피곤해서 씻지도 못해서... 괜찮다구요. 거참 귀찮게시리, 찰칵.'


 

(그때 그 모텔 주인님 괜히 화내고 끊어서 죄송합니다.)

자다가 하고, 일어나서 하고, 밥먹고 하고, TV 보다 하고,샤워하다 하고, 샤워 끝나고 하고... 몇 번을 했는지는 기억도 안납니다. 그저 잠에 든 몇 시간, 밥 먹은 시간 정도만 빼고 계속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정말 대단했다는 생각이... (니가 무슨 변강쇠냐, 구라치지 마라... 등의 악플을 달기 전에 당시는 '20대' 였다는 걸 다시 한번 상기해주기 바람)


무려 보름간 계속됐던 야근과 철야, 합숙으로 인해 그렇게 피곤한 몸으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는지, 아마 그게 진짜 '떡'이었다면, 아마 이 글을 읽는 모든 분께 한 접시씩 돌리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당시엔 요즘처럼 국산 야동이 흔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웬간한 모텔에선 서양 노루표를 틀어줬던지라, 거기에서 나온 체위는 거의 다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동서양의 신체적 차이와 유연성 부족 등으로 인한 몇가지는 제외하고...

군대 다녀온지 얼마 안되는 20대의 젊은 남자와 이제 막 붕가붕가의 맛을 알아가던 20대 여자가 만나서 타의에 의해 보름간을 굶었으니 뭐 그럴수도 있으려니 하고 이해할 수 있겠으나,

정작, 이해못할 일은 다음날 일어났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소변을 보는데 거기가 조금 아픈겁니다. 뭐 좀 무리해서 그러려니 하고 별 신경 안쓰고 있었는데, 팀장이 불러서 예, 하고 일어나려다 갑자기 저도 모르게 비명소릴 지른 겁니다.

'으 악 ~ '

'왜그래 화성씨. PT 준비 한다고 처음부터 너무 무리 한거 아냐?'

'아, 예.. 그냥 다리가 좀...'

그러고서 곧장 화장실 가서 바지를 내리고 정밀 검사에 들어갔는데, 아 글씨, 완소(완전소중) 곧휴의 몸통 중간부분-사실 뭐 작아서 굳이 분간도 안되지만-이 검푸르게 변해 있는 겁니다.




 

이런 써글, 조땠네... 라는 생각과 함께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아니 이게 말로만 듣던 그 성병이란 건가?'

'아니 이뇬이 그새를 못 참고 딴 넘이랑... 그래서 옮은건가?'

'아냐, 그럴리가 없어. 그 모텔에서 우리가 너무 더럽게(?)해서 그런 걸꺼야'

정말 미치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긴장,초조,불안,공포...

요즘처럼 네이놈(양성평등을 추구하는 의미에서 자주 쓰던 네이년을 버리고 네이놈이라고 썼음. 이점 꼭 주지하기 바람) 지식인에다 질문을 할 수가 있나, 이제 갓 들어간 신삥이 회사 선배들을 붙잡고 물어볼 수가 있나, 삐삐도 없던 시절에 회사전화로 친구들한테 전화할 수가 있나...

글타고, 계속되는 회사일로 집에 못 들어 온 줄로만 알고계시는 부모님께

'철야를 너무 했더니 곧휴가 이상해요' 라고 할 수가 있나...

거의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난 다음날, 더 심해진 증상을 확인하고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그래, 예전 무슨 잡지에서 보니, 성병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영영 못 쓰게 될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럴수야 없지, 이제 시작인 것을...

회사에단 머리가 아프다는 핑계를(진짜로 머리가 아팠으므로 죄책감은 없었음)를 대고 회사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비뇨기과를 찾았습니다. 혹시라도 아는 사람이 있을까봐  무슨무슨 피부과와 붙어있는 곳을 골라서 조심조심 어렵게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조금 나이든 간호사가 반갑게 맞아주더군요.

'어서오세요. 어디가 아프셔서 오셨죠?'

'예, 그, 그게... 의사 선생님께...'

'아 예, 의자에 앉아서 잠깐만 기다리세요'

대답도 제대로 안 했는데 간호사는 안봐도 다 안다는 듯이 썩소를 날리고...20분쯤을 기다려 어렵게 의사를 만났습니다.

'바지부터 벗으시구요... 예, 당근 팬티도 내리셔야죠...'

'최근 성경험은 언제 하셨나요?' 유심히 곧휴를 쳐다보던 의사가 물었습니다.

'그, 그저께 했습니다.'

'누구랑 하셨나요? 혹시, 사창가 같은데 갔다 오셨나요?'

'예? 아, 저 그런게 아니고요. 그냥 애인이랑...'

'예, 그럼 혹시 소변 볼 때 아프거나, 고름 같은게 나오진 않던가요?'

'아뇨, 고름 같은 건 없는데... 소변 볼 때만이 아니고 평상시에도 좀아파요.'

'흐음......'

판결을 기다리는 재판정의 피고처럼, 그의 입에서 제발 무죄, 아니 성병이 아니라는 진단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잠시 침묵의 시간이 지나가고...

잠시 후, 의사 왈,

'저 , 그럼 혹시... 애인분하고 좀 무리하게. 그러니까 거칠게 하셨나요?'

'예, 그게, 음 좀 그랬습니다'(머리를 긁으며...)

 


'어디 모서리나 그런 곳에 부딪힌 적도 없으시고요?


 


'예'



그리고 또 잠시 후 의사 왈,

'제가 의사 생활 10 년만에 선생님 같은 분은 처음 봅니다.'




 




 


 

 

'이거 타박상 비슷한건데... 한마디로 멍든 겁니다.

 

집에 안티프라민 있죠? 그거 잘 발라주세요.그리고 당분간은 잠자리 자제해 주시고요.'

휴~

전 그날 저녁 곧휴에 안티프라민을 바르고(그 쓰라림을참고) 성병이 아니라는 안도감에 정말이지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답니다.

성병 걱정없는 명랑한 '응응응'을 생활화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