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5.금요일
Samuelseong
본 기자, 마흔 좀 넘게 살면서 해외에서 떠돈게 10년이 넘는다. 부러워하지 마라. 다 먹고 살려고 돌아다닌 거고, 남들처럼 여행 다닌 것은 다 합쳐봐야 한 달 안 넘는다. 보통 나가면 6개월이었으니 입맛도 무국적 상태다. 현지 음식 먹고, 현지 신문보면서 일했던 넘이 여행자들 가이드 지침을 쓴다는게 쬐끔 웃기긴 하다. 하지만 어떤 일들이 어떻게 수습되는지에 대해선 남들보단 조금 더 안다. 그래서 쓴다. 쩝.
무엇보다... 최근에 한국인 여행자들이 외국에 나갔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들이 많이 발생했다. 본지에서도 언급한 한지수씨 사건이라든가, 본인이 폭행을 당하고도 살인미수혐의를 받고 있는 최진호씨, 그리고 사이판에서 총격사건을 당하고 현지 관계자들의 미숙한 일처리로 거의 죽을뻔 했던 박재형씨. 그리고 지난달엔 인도에서 두 분이 사망하고 여섯 명이 중상을 입은 분들에 이르기까지.
위의 사건들에서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 공통점, 조금 냉정하게 말하면 피해자들이 하나같이 좀 순진했다는거다. 이 글은 그래서 일반적인 대처요령인 1. 한인회나 한국교회에 도움을 청하고, 2. 현지 공관에 연락하며, 3. 인터넷에 알린다는 것보다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드려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도움드리기 위해 썼다. 혹시 친지분들 중에 해외 여행 처음 나가시는 분들이 있다면 프린트 해드리시길 바란다. 아참, 본 메뉴얼은 '사고를 당한 경우'이지, '사고를 친 경우'엔 전혀 해당사항 없다. '사고를 치면' 그냥 현지법에 따라 처벌되는 걸로 끝난다.
1. 현지 공관 상대하는 법
10여년간 남의 나라 떠돌면서 우짜다가 만나본 다른 나라 외교관들은 하나같이 '당해 국가를 홀랑 벗겨먹기 위해 파견된 국가공무원'들이었다. 우리나라는...? 극히 최근까지도 이 분들의 제 1 목표가 조금 형이상학적인 것이었다는게 문제다. '한반도 내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대한민국을 인정하도록 하는 일.'이었거든. 그러다보니 외교통상부의 산하 법인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가 현지 상황에 대해 공관원들보다 능통한 황당한 사태들이 벌어졌다. 얘들은 현지인을 상대하거든.
일단 KOICA단원은 출국전부터 현지어를 공부하고 가서 꽤 상당한 수준의 현지어를 구사하는 상태까지 올라가서 돌아온다. 반면 현지 공관원은 현지 직접 채용 인력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지어는 고사하고 영어도 좀 안습인 경우가 많다.
본 기자의 짧은 소견으론 이거 이해가 상당히 안가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에 파견된 다른 나라의 외교원들 상당수가 우리말을 한다. 이들은 영자지 외에도 본지 같은 매체들까지 섭렵하며 우리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제된 정보들을 자국민들에게 제공하는데... 수출로 먹고 사는 이 넘의 나라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최근에 KOTRA가 좀 말이 되는 보고서들을 내놓고 있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실제로 참여정부시절에 대통령이 외국으로 나갈 경우, 그 나라에서 만나야 할 사람들을 정리하고 섭외한 곳은 현지 공관이 아니라 KOICA였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현지 공관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그리고 그거 크다. 그런데, 공관의 도움을 받으려면 절차가 필요하다. 별루 도움이 안되는 절차지만, 나중에 책임추궁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절차되겠다.
뭐냐고? 요즘 휴대전화 들고 외국으로 나가면 도착하자마자 무조건 문자 메시지가 하나 들어오게 되어 있다. 영사콜서비스 안내 문자다. 무슨 사고를 당했건간에 일단 사고를 당하면 일단 영사콜부터 전화를 해야 한다. 이게 기록에 남기 때문에 나중에 이 분들 발뺌할 틈을 안 주기 때문이다. 많은 기대를 가질 필요는 없다. 이 분들 하는 일이 현지 공관 전화번호 알려주는 것에서 종료하거든. 하지만 뒤에서 진행되는 중요한 사실은 '외교통상부'가 이 사실을 '인지'한다는 것이다. 현지 공관이 씹는 일은 최소한 없다는 야그.
여튼, 영사콜을 한 다음 얻은 현지 공관에 전화를 걸어서 피해자가 요청할 수 있는 것. 바로 비행기 탑승권이다. 비행기의 좌석은 우리가 흔히 알듯, 일등석, 비즈니스 석, 이코노미석 요 셋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좌석수만큼의 종류가 다양한데... 그 중에 하나가 Emergency Seat라는게 있다. 보통 비행기마다 6석 정도 배정되며, 대사관에서 항공사에게 공문 날리면 이 자리를 받을 수 있다. 사이판에서 총격 사고를 당하신 분이나, 인도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셨던 분들은 받을 수 있었던 이 권리를 '몰라서 놓친 것'이다. 물론 비행기표 값은 내야 하지만, 의료기관이 메롱인 동네에서 치료 같지도 않은 치료를 받느니 빨리 들어와서 제대로된 치료를 받는게 더 현명한 선택 아닌가?
그리고 현재까지 현지의 대한민국 공관이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참고로 옆나라 일본은 사고 당하면 헬기뜨고 긴급수송편이 편성되는 것은 물론이고... 여행자들이 주로 가는 모든 곳에 상황발생시 대처법이 도배되어 있다. 우리는? 한국인들 자주가는 숙소에 아무도 보지 못할 곳에 경고문 하나 붙는다. 더군다나 인도에서의 사고는 해외에서의 국민 안전을 위해 '긴급대응팀' 등이 만들어지고 나서 벌어진 일이다. 왜 이러냐고? 몰라서 물어보시나?
2. 여행사 족치는 법
사고를 당하면 큰 여행사의 경우에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임원이 오는 경우도 있고, 작은 여행사의 경우엔 사장이 날아오는 경우도 있다. 이 분들이 사고를 당한 분들을 찾는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사고 덮기, 사고 수습이 아니다.
저가 출혈 경쟁에 시달리는 여행사들, 여행자 보험도 가장 싼 걸로 들며, 계약서 쓴거 자세히 읽어보면 천재지변 등의 사고에는 여행사는 책임이 없다는 조항이 항상 들어가 있다. 그리고 이 천재지변에는 현지에서 폭동 등이 났을 경우는 물론, 위의 총격사고와 교통사고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런데 왜 날아오는거냐고? 일단 피해자들을 진정시켜야 말이 퍼져나가지 않거든. 인터넷으로 불매운동이 심하게 벌어져 나간다...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여행사 조뙈는 거란 말이다. 그러기에 대형 사고의 경우엔 임원 급들이 날아가서 피해자들 진정시키는 작업부터 하게 되는 것이다. 안가면 바로 시끄러워지니까.
그리고... 이 포인트에서 대부분 당한다. 순전히 말로 심심한 사과... 블라블라가 이어지지만, 여론이 급속도로 안 좋아지는 수준까지 가지 않는 한, 얘네들이 피해보상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 생각보다 순진해서 말로 한 약속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말은 말일 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문서화 시키지 않으면, 얘네들 바로 쌩깐다.
법적 의무는 없다고 하더라도 문서화된게 단 하나라도 있다면, 나중에 민사라도 걸어볼 수 있다. 그거 없으면 말짱 황이라는 말씀. 종이 쪼가리 하나의 존재 유무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뀐다는 것. 반드시 명심하시라.
여행업에 종사하고 있는 지인들이 꽤 많음에도 이 사실을 흘리는 이유. 사이판 사건의 해당 여행사와 인도 사건의 여행사가 했던 짓이 괘씸하기 때문이다. 한 곳은 대놓고 사기를 쳤고, 또 한 곳은 사람들을 완전히 방치했두만.
3. 출국전에 최소한의 정보를 챙기시라.
최소한 가이드북 정도는 정독하고 가시라는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Do/Don't 부분은 거의 외우는 수준이 되셔야 한다. 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치안 상태가 대단히 좋은 국가군에 들어간다. 새벽에 여자가 술 먹고 비틀거리면서 돌아다녀도 되는 나라, 지구상에 흔치 않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우리만큼의 치안이 잡혀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한국에서처럼 행동하다가 황당한 사태 당하는 사람들, 졸 많다. 더군다나 우리, 좀 사는 나라군에 들어간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부자 나라의 여행자는 삥 뜯어낼 아주 훌륭한 호구되겠다.
그래도 쫌 산다는 나라인 태국만 하더라도 그렇다. 관광객들이 스킨 스쿠버등을 하기 위해 자주 찾는 코사무이. 섬이 꽤 큰데도 대중교통수단이 없고, 버스라고 부르는 짐차는 전화해야 오기 때문에 이용 요금도 꽤 비싸다. 그래서 일반적인 여행자들은 섬을 좀 더 즐겨들보겠다고 스쿠터를 임대해서 돌아다니는데... 섬의 도로망이 포장 안된게 절반이다. 포장된 길도 웅덩이들이 심심찮게 있는데... 현지 분들, 이거 절대로 안 치운다. 왜냐고? 스쿠터가 자빠지면 그 스쿠터 값에 해당하는 수준의 수리비를 물릴 수 있기 때문.
인도의 경우에도 '여자가 청바지 입으면 날 강간해달라는 소리'라고 이해하는 놈들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훌쩍 상회하는 곳이다. 그런 나라에서 나시 팔랑팔랑 입고 돌아다녀보시라. 현지 애들이 어떻게 나올지. 거기다 채식주의자에게 고기 먹이는 장난질 치는 분들, 나이 드신 분들이 주로 이런 장난 자주 치시는데... 인도라는 나라, 종교 때문에 매년 수 천명이 쌈박질하다가 죽어나가는 곳이고, 100명 단위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수준의 폭탄테러가 아니면 중앙지에 실리지도 않는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그런 장난 잘못 치시다간 다음 날 강가에서 시체로 발견되시는 수 있다.
가이드북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꽤나 시시콜콜한 부분들까지 따져서 집어넣는다. 상당수의 가이드북 필자들이 여행 동호회에 터줏대감 출신들이라 사고 소식들을 구체적으로 접하기 때문에 개정판 낼때마다 이 부분들을 언급하게 되기 때문이다. 기본 백만원 단위가 넘어가는 여행을 가면서 최소한의 정보조차 챙기지 않는다는건, 그냥 가이드에게 모든 것을 맡기겠다고 선언하시는 것과 다를바 없다. 이거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 판단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사실, 명심하셔야 한다.
최소한... 이 세 가지만이라도 꼭 챙기시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글쓰면 국내에도 좋은 곳 많은데, 왜 많은 돈 쓰면서 외국 가냐고 하시는 분들이 꼭 있더라.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우리나라는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다. 아무리 놀러간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나라들에 대한 집단적인 이해도는 눈꼽 위의 먼지만큼은 올라간다.
다치신 분들이 빨리 회복되시길 바라며.
twitter: @ravenclaw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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