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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포스터로 논란이 된 중앙청년위원회 소속 위원들을 면직 처분했다. 이 사건은 국민의힘당 (영 어색하다)의 극우정당으로서 정체성과 함께 국힘당의 근본적이고 고칠 수 없는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기자들은 이것을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축소시켜 다루고 있지만, 이 사건은 해프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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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 페이스북>

 

해프닝은 사건이 우발적으로 혹은 우연이 겹쳐 한두 번 벌어질 때나 쓰는 말이다. 우연히 벌어진 것도 아니고 실수도 아니며 어쩌다 한두 번 벌어진 일도 아닌 이 사건은 국힘당에서 그동안 수없이 벌어진 사건 중 하나이며, 극우정당들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사건은, 국힘당이 가지고 있는 근본주의와 자신들만 옳다는 독선적인 태도, 국민 대다수와 전혀 교감하지 못하는 불통 구조, 극우정당들에서 항상 나타나는 약자에 대한 혐오와 멸시와 조롱, 자정작용이 일어날 수 없는 폐쇄적, 수직적, 권위적 당내 문화, 약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문제 해결 방식 때문에 불거졌다. 그래서 이 사건은, 국민의힘이 총체적으로 문제가 가득한 정당 일뿐 아니라 이 문제점들이 절대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 사실은, 모두들 알고 있었다. 공론화되지 않았을 뿐.

 

그들만의 유우머

 

국민의힘 청년위원 면직 사건은 두 개의 층위로 나눠서 보아야 한다. 사건의 발단이 된 포스터와 그 안에 담긴 문장들이 드러내는 문제, 일이 터지자마자 즉각 2명의 청년위원을 면직하고 1명의 위원을 내정 취소하는 방식으로 일을 해결하려 했던 조치에 관한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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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 페이스북>

 

우선 포스터와 문장들이 지닌 문제점을 살펴보자. 제일 처음 눈에 띄는 문제점이자 가장 큰 문제점은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 포스터를 만든 이들은 ‘발랄하고 유쾌한 청년세대의 출사표’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발랄하지도 유쾌하지도 않다. 어디서 재미를 느껴야 할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불쾌하다.

 

이게 처음 있는 일인가 하면 아니다.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환생경제라는 연극이 있었다. 참여정부 때 한나라당의 초선 의원들이 공연한 연극이다. 나경원, 주호영 등 한나라당 인사들이 모여 참여정부의 실정을 유머러스하게 비판한답시고 공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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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경제 감상을 한마디로 하면 역겹다. 당시 YTN의 돌발영상을 통해 연극의 일부가 공개되자 노무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이들도 불쾌함을 토로했다. 이장 노가리가 어떻게 둘째 아들 경제를 죽였는지에 대해 다루는 내용인데 재미는 흔적도 찾기 어렵고 대체 이게 뭔가 싶은 생각이 들어 어안이 벙벙해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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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경제를 공연할 당시 관객석에는 파안대소하는 박근혜를 비롯해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연극을 보는 한나라당 인사들이 있다. 그들이 얼마나 대중들과 괴리되어 자신들만의 세계에 갇혀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수준 이하의 연극과 웃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저게 왜 재미있는 거지 갸우뚱하다가 이런 자들이 우리나라의 주류로서 해방 이후 계속 권력을 휘둘러 왔다는데 생각이 미치면 등골이 오싹하고 으스스 해진다.

 

이번 청년위원 면직 사건에서 드러난 국힘당 구성원들의 멘탈리티는 환생경제 때와 완전히 동일하다. 국힘당 사람들은 오만하고 변하지 않으며 일반 국민들의 정서를 전혀 이해 못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되면 국민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감각에서 그들은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자신들이 욕을 먹자 탄핵 결의가 노무현이 파놓은 함정이었다는 소리를 하는 편리한 멘탈리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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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의대협 페이스북>

 

청년위원이라는 자들의 포스터를 통해 보게 되는 건 의사들의 ‘덕분이라며’ 캠페인이나 전교 1등 한 의사와 공공의대 의사 문제 풀이에서 봤던 것과 동일한 멘탈리티다. 포스터와 캠페인은 외부와 소통할 생각이 없는 권위주의적인 집단이 대중을 상대하려고 들 때 어떤 식으로 폭주하는가를 알 수 있는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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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보 양보해서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이 대중들의 일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봐준다 쳐도, 국힘당은 경우가 다르다. 극우정당이라는 그들의 실제 정체성과는 별개로, 겉으로는 대중정당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한심하다.

 

국힘당은 이런 문제점을 고칠 수 없다. 고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이런 식으로 하다 그냥 망했으면 좋겠다. 우상호 의원의 표현을 빌자면 ‘저렇게 하니까 망하지’ 아니 저렇게 하니까 망해야지.

 

이런 의미에서 국힘당 면직 사건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그들이 이 문제점을 고쳐서 발전하기를 바라서가 아니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인식해서 국힘당을 더욱 싫어하고 그 결과 저들이 망해서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중립을 가장하지만 절대 민주당에는 표를 주지 않는 합리적 보수-이른바 보리수들은 어떤 식으로든 국힘당을 포장할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민주 진영이 제일 나쁘다는 스탠스를 바꾸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에 보리수들이 보라고 쓴 글은 더욱 아니다. 진중권도 아는데 보리수들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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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진중권 페이스북>

 

물론 보리수들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과 멘탈리티가 동일한 극우정당을 지지하는 행위는 이해 가능하지만, 극우정당 지지자 주제에 자신들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어이없는 짓은 그만두라고 말해주고 싶다. 국힘당 지지자가 아니라고? 양심이 있으면 지난 총선이나 지선 대선 때 표를 준 정치인이 지금 어느 정당 소속인지나 한번 생각해보고 얘기해라. 말할 필요도 없지만 국힘당과 마찬가지로 보리수들이 자신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어이없음도 절대 바뀌지 않을 거라는 것 또한 잘 안다.

 

잘못 배운 조롱

 

환생경제와 청년위원 포스터에서 드러나는 동일한 문제점 중 하나는 국힘당 사람들이 극우정당 인사들답게 조롱과 풍자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조롱은 자신보다 약자를 향한 것이고, 조롱으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거의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비열한 행동이다. 반면 풍자는 강자를 향한 것이고, 그 언행으로 인해 자신이 입을 수도 있는 피해를 감수하는 용기 있는 행위라는 점에서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포스터도 환생경제도 잔뜩 힘주고 유머랍시고 했는데 안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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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 페이스북>

 

이번에 가장 문제가 된 곱버스 타다 한강으로 간다는 말이나 땅개알 포병같은 말은 권력자나 기득권이 아닌 사회적 약자인 청년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해서 쓰는 자조적인 말이다. 청년들이 술자리에서 자기들 끼리나 쓸 말이란 의미다. 포스터의 주인공들이 무려 ‘청년위원’들임을 감안하면 이걸 쓸까 말까 고민할 수준의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당당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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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 페이스북>

 

이회창이 빠순이란 말이 가진 뉘앙스를 이해 못하고 사용한 것에 대해 이회창이 그 세대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해 줄 수도 있지만, 이 포스터의 경우는 청년위원들이 직접 청년세대를 조롱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국힘당에선 청년위원들이란 사람들조차 대한민국 보통 청년들이 가진 문제나 고민에 대해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한다는 것은 더욱 충격받을 일이 아닌지도 모르지만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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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 페이스북>

 

포스터의 거의 모든 문장에서 이런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낸다. ‘야 너두 정치할 수 있어’라는 문장에선 국힘당 구성원들이 정치 참여를 특권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청년들에게 정치에 참여하는 기회가 부여되는 것을 시혜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이 묻어있다. 우리 말로 써도 될 문장을 굳이 ‘History is not made by those who do nothing’이라며 영어로 사용한 것은 이들의 사대적인 정신상태를 보여주는 일이다.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나라’까지 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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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 페이스북>

 

이 포스터들은 아이디어가 채택되어 만들어지고 대중에 공개되기까지, 국힘당에 몸담은 수많은 사람이 보았을 테고 그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을 것이며, 의사 결정권자들의 선택 과정도 있었을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과정에서 어떤 사람도 이 포스터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거나 느꼈다 해도 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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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인 감각도, 조직 내 소통도 없고, 의사결정 과정도 전부 엉망이다. 자신들은 재치 있고 웃기다고 생각했겠지만, 이걸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처구니없다고 느꼈다. 모든 게 잘못됐다.

 

비겁한 몸통, 웃자란 가지

 

더 심각한 문제는 그 후에 벌어진 일이다. 포스터가 세상에 공개되고 국민들의 비난이 쇄도하자 국힘당에서는 특히 문제가 된 청년위원들을 면직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일이 잘못되자 모든 책임을 힘없는 청년위원들에게 떠넘긴 것이다. 이 또한 국힘당이 오랫동안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사고가 터지면 말단에 있는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는 이들은 언제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모른 척한다. 면피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청년위원 자리를 만들어 임명한 취지를 생각하면 이런 행동은 더욱 어이가 없다. 나이 든 세대에게 부와 권력이 집중되어 소외된 청년들을 챙기겠다는 의도로 임명한 청년위원을 문제가 생기자마자 잘라내 버렸다. 이 과정에서 포스터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했을 누군가는 드러나지도 않았으며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

 

기자들은 이런 문제를 지적하기는커녕 ‘뻔함을 피하려다 논란이 되었다’는 식으로 포장해주기 급급하다. 이게 어디가 뻔함을 피하려다 논란을 일으킨 문제인가? 대중적인 감각이 전혀 없는 권위주의 정당의 의사결정 과정과 문제 수습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낸 심각한 문제들이다. 국힘당의 이런 문제는 이번에 처음 드러난 문제도 아니며 계속 반복되고 있다. 고치지도 않았고 고칠 생각도 없다.

 

국힘당은 민생이나 서민(당연히 그 서민이 아니다)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단 한 번도 서민을 위한 정책을 낸 적이 없다. 청년과 공정이란 말을 반복했지만 청년문제도 공정 문제도 아무 관심이 없는 극우 정당에 불과하다. 심지어 청년 구성원들조차 나이만 비슷할 뿐 보통 청년들과는 전혀 다른 극우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음이 이번에 명백하게 드러났다. 극우정당 국힘당이 말하는 청년이나 서민은 고이즈미 신지로가 말하는 펀쿨섹처럼 공허한 구호라는 게 이번 면직 사태를 통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이들은 답이 없다.

 

덧 : 보건복지부에서 만든 추석포스터를 가지고 국힘당 포스터와 같은 층위에 놓고 혹은 더 나쁘다는 식으로 비판하는데 보건복지부 포스터의 경우 세금을 사용해 이런 수준 낮은 포스터나 만들어야 하냐는 비판은 가능하겠으나 그것은 미적 감각이나 수준의 문제다. 국힘당 포스터의 경우 자신들이 대표하고자 하는 사회적 약자를 희화화했다는 점에서 같은 층위에서 비판할 수 없고 훨씬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포스터를 목소리 높여 비판하는 이들 중에 바로 며칠 전에 타격왕 관진같은 펀하고 쿨하고 섹시한 포스터나 만들며 자신을 대단한 군인처럼 포장하려 했지만 실은 댓글부대나 돌렸던 정치군인 김관진을, 참군인이고 북한이 제일 무서워한다며 그립단 소리나 했던 이들이 많이 포함되어 것까지 생각하면 보건복지부 포스터 비판은 더욱 설득력이 없으니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