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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8.월요일


뚱딴지


 


1983년


그분께서 현대건설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계시었을 때, 댐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경기 북부 연천군 전곡면 신답리와 청산면 궁평리에 걸쳐 있는 이 댐은, 임진강 지류인 한탄강에 건설된 수력발전용 댐으로, 그 지명을 따 연천댐이라 불렀다. 콘크리트 토사혼합물로 축조되었으며, 총길이 243.5m, 수문 7개가 있다.


 


 




 


이때 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저항이 줄기차게 이어지자 그분께서는 다음과 같은 기상천외한 해법을 내어 놓으시었다.


 


 



 


그리고 저 각서를 무기로 과감히 밀어 붙이시어, 1983년 6월에 착공해 1985년 5월부터 상업가동에 들어갔고 1986년 11월에 준공하였다. 이후 강수량에 따라 연간 2,600만~2,800만kWh의 전력을 생산해 전량 한국전력에 납품하고 갈수기에는 전곡읍을 포함한 연천군 일대의 농업용수 및 상수원 확보에 한 몫을 감당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하늘이 그분의 능력과 과감성을 질투하시었는지 만 10년도 넘기지 못하고 사고가 터진다. 1996년 7월 국지적인 집중강우로 만수위 이상의 홍수가 발생하면서 댐의 일부가 유실됐고, 이어 1999년 8월에는 댐 좌측 40m가 유실되는 2차 붕괴가 일어나 2000년 6월 결국 완전 철거되고 말았던 것이다. 




원인은 설계 및 시공의 기초가 된 계획홍수량 및 통수능력이 잘못 산정됐지만 그분께서 각서까지 쓰신 프로젝트인 만큼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하고 공사를 강행, 결국에는 붕괴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이 사고로 피해를 입은 수많은 주민들 중 일부인 연천군 백의리 주민 36명은 경기도 및 연천군, 현대건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때 이미 그분은 현대를 떠나 국회의원 배지도 달고 서울시장을 준비하는 등 정치인이 되어 있었다. 각서의 장본인이 없어서였을까, 법정공방은 길게 이어졌다. 2006년 서울중앙지법이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현대건설은 항소를 제기했고 결국 서울고등법원에서 최종판결이 난 것은 붕괴사고로부터 10년이 지난 뒤, 서울시장을 찍으시고 가카가 되신 그분께서 촛불을 탄압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던 2008년 9월 24일이었다.


 


 



 


 


원고 승소.


부실공사로 인한 사고이므로 현대건설이 주민들의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각서에 대해 가카가 되신 그분께서 어떤 책임을 지셨는지, 또 그 판결에 대하 어떤 말씀을 하시었는지는 기록에 남아있지 않다.




아무튼 이제 그분은 다시 수십, 아니 수백만 장의 각서를 준비하고 계신다. 가카가 되셨으니 건설사 사장처럼 쩨쩨하게 댐 하나 수준이 아닌, 전 국토를 아우르는 거대한 부실공사를 밀어붙이시려는 것이다. 반대가 아무리 거세도 끄떡도 아니하시는 이유는 오직 하나, 저 각서의 효력을 믿으시기 때문이시리라.




이번 각서는 먼저와는 그 수준도 다를 것이다. 위에 보아 잘 모르시다시피 연천댐 때는 타자기로 쳐 상당히 조악한 각서였으나 이번엔 분명 깔끔한 한글2005정도로 작성, 다음과 같이 알아보기 쉽게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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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서


 


가카가 귀하에게 제출한 4대강 건설을 위한 하천공작물(보)설치허가 신청과 관련하여, 가카가 본 설치허가를 받을 경우 여하한 경우에도 아래 사항을 반드시 준수할 것임을 이에 각서를 제출합니다.

- 아 래 -

1. 건설지구내 피해보상목록 및 수량을 작성, 00년 0월 00일까지 귀하에게 제출하고 이에 대한 보상액을 산정하여 책임 보상하겠으며, 해당 이해관계인의 동의를 받겠음.

2. 보 시설 후 만수위 이상으로 홍수피해가 발생하였을 경우 동 피해에 대한 보상을 하겠음.

3. 4대강 보 설치로 인한 환경영향 평가서를 작성하여 환경청으로부터 동의를 득 하겠음.

4. 보 설치 후 일일 필요 수량을 책임 방류하겠으며 이해관계인의 동의를 득 하겠음.

5. 가배수로를 홍수 시 비상여수로를 활용계획 하겠음.

6. 기타 본건과 관련하여 추후 귀하에게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으며 4대강 시설 후 동 시설로 인하여 야기되는 민원사항은 즉각 해결하고 동 해결사항을 귀하에게 통보한다.

대한민국 청와대 쥔장이며 위대하신 가카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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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4대강이 붕괴되고 그 피해가 전 국토를 휩쓸고 지나갈 때쯤이면, 이미 그분께서는 더욱 높은 어딘가에 가서 다른 각서를 준비하고 계시리라.


 


아마 요단강에 보를 쌓기 위해 야훼와 맞짱을 뜨고 계실지도.


혹은 은하수에 다리를 놓겠다며 삽 한 자루 둘러메고 하늘로 오르고 계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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