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8.월요일
태
앨범을 발표하자마자 각종 음원과 음반 차트 1위를 휩쓸고, 대형 방송사들의 가요 프로그램의 마지막 순서를 차지하고, 팬들이 적극적으로 불법 MP3 유출을 신고하며, 한 시간이 멀다하고 기사가 쏟아진다.
서태지가 아니다. 혹은 이효리도 아니다. 소녀시대 이야기다. 이 9명의 소녀들은 거의 명실상부하게 ‘현상’의 자리에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1월 말 그녀들이 발표한 Oh!는 거의 모든 차트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 뮤직비디오의 조횟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럼 일단 감상하시라.
[가사]
전에 알던 내가 아냐 Brand new sound
새로워진 나와 함께 One more round
Dance Dance Dance till we run this town
오빠 오빠 I'll be I'll be down down down down
(Talk> "I like the way you smile, like the way you talk, whenever you're ready, wanna be.... something new, oh!")
Hey 오빠 나 좀 봐 나를 좀 바라봐 (처음이야 이런 내 말투 ha!)
머리도 하고 화장도 했는데 (왜 너만 너만 모르니)
두근 두근 가슴이 떨려와요 자꾸 자꾸 상상만 하는걸요
어떻게 하나 콧대 높던 내가 말하고 싶어
Oh! Oh! Oh! 오빠를 사랑해 Ah! Ah! Ah! Ah! 많이 많이 해
수줍으니 제발 웃지마요 진심이니 놀리지도 말아요 또 바보 같은 말뿐야 Oh~
전에 알던 내가 아냐 Brand new sound
새로워진 나와 함께 One more round
Dance Dance Dance till we run this town
오빠 오빠 I'll be I'll be down down down down
오빠 잠깐만 잠깐만 들어봐 (자꾸 딴 얘기는 말고)
동생으로만 생각하진 말아 (1년 뒤면 후회할 걸)
몰라 몰라 내 맘을 전혀 몰라 눈치 없게 장난만 치는걸요
어떻게 하나 이 철없는 사람아 들어봐 정말
Oh! Oh! Oh! 오빠를 사랑해 Ah! Ah! Ah! Ah! 많이 많이 해
수줍으니 제발 웃지마요 진심이니 놀리지도 말아요 또 그러면 나 울지도 몰라 Oh~
전에 알던 내가 아냐 Brand new sound
뭔가 다른 오늘만은 뜨거운 마음
다음 다음 미루지 마 화만 나
오빠 오빠 이대로는 No! No! No! No!
Tell me, boy, boy. Love it? it, it, it, it, it, it, Ah!
Oh! Oh! Oh! 오빠를 사랑해 Ah! Ah! Ah! Ah! 많이 많이 해
Oh! Oh! Oh! Oh! Oh! Oh! Oh! 오빠를 사랑해
Ah! Ah! Ah! Ah! Ah! Ah! Ah! Ah! 많이 많이 해
또 바보 같은 말뿐야 Oh~
Oh! Oh! Oh! Oh! Ah! Ah! Ah! Ah!
Oh! Oh! Oh! Oh! Oh! Oh! Oh! 오빠를 사랑해
Ah! Ah! Ah! Ah! Ah! Ah! Ah! Ah! 많이 많이 해
Oh! Oh! Oh! Oh! Oh! Oh! Oh! 오빠를 사랑해
Ah! Ah! Ah! Ah! Ah! Ah! Ah! Ah! 많이 많이 Oh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 놀랐다. 첫 번째로 소녀들의 목소리를 모두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 나도 이런 경지(?)에 오르게 되었구나. 두 번째로 가사에 놀랐다. 매우 노골적이었기 때문이다.
가요계에서 소녀시대의 위치를 격상시키고 공고히 했다고 할만한 ‘Gee’나 ‘소원을 말해봐’의 가사는, 소녀시대가 연모하는 누군가를 설정하기는 하지만 ‘그대’나 ‘너’라고 호명한다. 그런데 이번 가사는 ‘오빠’라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한다. 훨씬 직접적이다. 그리하여 소녀시대는 듣는 대상을 오빠의 자리로 소환한다. (소녀시대의 이 오빠는 소녀시대가 자신을 사모하는 줄을 모른다. 게다가 왜 좋아하는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유없는 사랑.) 듣는 대상이 오빠가 아니라면, 소녀시대 자신들과 동일화하기를 요구한다.
오빠는 나이 차가 많지 않고 친밀감 있는 남성을 여성이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한국 남자들이 가끔씩 동갑이거나 연상인 애인에게서조차 오빠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이유는 그것이 친밀함의 표현일 뿐만 아니라 그렇게 훈련되어서 그렇다. 말하자면 가장 혹은 상징적 아버지의 자리에 자신이 있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애인이 가부장적 질서로 편입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물론 가부장적 제도가 남자들에게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론과 습속의 차원에서 또 미디어와 문화를 통해 한국 남자들은 훈련받아왔다. 훈련받은 것의 익숙함. 애인을 자신보다 아래에 놓을 때 느껴지는 편안함. 거기에 더해지는 자신이 다 컸다는 묘한 뿌듯함.
그리하여 소녀시대는 가사를 통해 듣는 대상보다 자신을 어리고 더 약한 존재, 보호해야 하고 지켜줘야 할 존재로 만든다. 그리고 그것은 뮤직비디오나 안무를 통해서 강화되고 확장된다.
뮤직비디오에서 그녀들은 치어리더로 나오는 것 같다. 럭비 선수들의 치어리더. 말하자면 우리에게는 실제로는 접하지 않는 문화가 여기서 등장한다. 미국 고등학교의 문화. 덩치 크고 힘 좋은 럭비 선수들이 등장하고, 춤 잘 추고 예쁜 여자애들이 군무로 그들을 응원한다. 그런데 소녀시대의 이 뮤비와 컨셉이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것은 이미 우리가 이런 뮤비와 컨셉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건 소녀들과 비슷한 쥬얼리와 카라, 원더걸스 등의 ‘걸그룹’들이 언젠가 한 번씩은 했었기 때문이다. 영화 <브링 잇 온>등으로 익숙해진 이 치어리더들을 걸그룹들이 맡아 하려는 이유는 사실 뻔하다.
왜? 야하기 때문이다.
치어리더는 사실 필드의 선수들이 아닌 관객을 위한 존재다. 그녀들이 춤을 추는 시간에 그들은 감독에게서 지시를 받고 있으며, 경기장에서 뛰고 있을 때 그녀들이 외치는 ‘VICTORY'는 사실 들리지도 않는다. 물론 춤추고 있는 제이미를 꼬실 생각이 톰의 스포츠 능력 향상에 미치는 영향까지 생각하면 좀 달라지는 이야기지만, 어쨌든 치어리더는 사실 관객을 위한 존재다. 그렇다면 관객의 무엇을 위해? 눈요깃거리를 위해! 그들의 안무가 화려하고 동적인 이유는 그것이다. 그들이 노출이 있는 옷을 입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생각해보라. 럭비는 거칠고 남성적인 스포츠다. 덩치 큰 남자들이 어깨를 맞부딪히며 싸우고 난 뒤 휴식을 취할 때 필드에는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들의 춤이 이어진다. 이것은 전통적 남녀의 대비상이다. 힘을 겨루는 남성과 (선택받기 위하여) 미모를 겨루는 여성. 소녀시대는 기꺼이 자신을 가부장적 질서 안으로 편입시킨다. 그리고 럭비선수들을 응원한다.
물론 이 편입은 단순히 남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소녀시대는 여성들에게 그 자리에 가면 자신도 환호받고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부여한다. 말하자면 여성들에게 소녀가 되길 권유한다.
그리하여 미국에서 만들어진 이 대중적인 리비도 해소는 소녀들의 뮤직비디오에 자리 잡는다. 물론 럭비가 별로 인기 없는 한국에서 그 의미는 많이 탈색된다. 그래도 괜찮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치어리더 컨셉이기 때문에. 리비도를 자극하는 지점은 그녀들의 배꼽티와 짧은 치마다.
소녀시대는 짧은 치마와 배꼽티를 입을 권리, 즉 성적으로 보일 권리를 대중에게서 치어리더라는 컨셉을 통해 허락받는다. 그것은 소녀시대를 성적으로 즐기면 안 된다는 대중적인 무의식의 합의를 깨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들에 대한 섹슈얼리티는 본인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고 내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보고 싶지만 보고 싶다고 생각해서도 안 되는 어떤 것. 아니면 하고 싶지만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어떤 것. 말하자면 근친상간. 그 때 Oh!의 가사의 대상, 즉 ‘오빠’는 친오빠로 변주된다. 다시 가사를 보면 좀 의미심장하다.
‘전에 알던 내가 아’니며 ‘새로워진 나’. ‘자꾸 자꾸 상상만’ 한단다. 그런데 뭘 상상해?
‘Oh! Oh! Oh! 오빠를 사랑해 Ah! Ah! Ah! Ah! 많이 많이 해’. 사랑해 많이 많이 (사랑)해인가? 사랑해 (그러니까) 많이 많이 해인가? 라임을 굳이 이렇게 중의적으로 처리해야 했을까?
‘동생으로만 생각하진 말아’달라더니 '뜨거운 마음'이 든다며 ‘다음 다음 미루지’ 말란다. ‘화만 나’니까. 뭘 미루는데? 응?!
소녀시대가 사랑하는 오빠라는 달콤한 가사에 응낙하여 소환된 욕망의 자리는 근친상간의 자리이다. 그리하여 소녀시대를 원하여 보고 듣지만, 동시에 금기는 그녀들을 원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리고 욕망은 해소되지 않으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 쳇바퀴가 오빠들로 하여금 그녀들을 소비하게 만든다.
물론 파토님처럼 나도 소녀시대를 내 리비도와 연관시키지 않는다. 아니, 사실 연관시켜지지 않는다는 표현이 적합할 듯 싶다. 하지만 내가 소녀시대를 받아들이는 입장과는 별개로 그녀들은 미니스커트나 핫팬츠를 입고 출연하며 카메라는 그녀들의 날씬한 다리를 현란하게 담는다. 그런 상황에서 소녀시대가 성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개인의 소감을 말하는 것은 아무도 요구하지 않은 변명이다. 내가 느끼는 것과는 상관없이 소녀들은 성적으로 팔린다. 그러니 나처럼 대부분 자신은 소녀시대를 성적으로 소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들은 성적으로 팔린다.
그리고 이것이 소녀시대의 인기비결인지 모른다. 모두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생각하지만 은밀하고 내밀하며 강력한 욕망을, 아닌 척 불러일으키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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