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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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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카운트다운 직후, 파리의 개선문


예년과 마찬가지로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서는 새해맞이 행사가 있었다. 파리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두 손에 샴페인 잔과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개선문 앞에서 2016년을 맞았다. 11월 테러 이후 아직 국가 비상사태에 있어 경찰의 삼엄한 경계가 있었으나 화려한 행사와 현장의 들뜬 마음은 그 경계를 넘어 퍼져 나갔다. 그날의 분위기가 궁금하다면 링크를 클릭하시라.


한국의 새해맞이가 해돋이로 대표된다면, 프랑스의 새해맞이는 전년도의 마지막 날 밤부터 이어지는 파티인 듯하다. 밤새 마시고 춤추고 떠들고 새벽에 집에 기어 들어간 후, 늦잠으로 시작하는 새해. 오후에 어슬렁 기어 나와 즐기는 여유로운 산책과 커피 한 잔도 나쁘지만은 않더라. 단, 올해에는 집회 취재로 새해맞이를 대신했지만 오히려 마음은 더 따뜻해진 듯도 하고.


2016년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프랑스는 지금>. 사실 프랑스 사회에 대해 한국의 누가, 얼마만큼이나 관심을 가질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14주 동안 연속으로 기사를 써 오면서 적어도 필자 스스로 느끼는 점은, 한 사회의 매커니즘은 다르면서도 비슷하고, 그런 이유로 한국과 프랑스를 얕은 수준에서나마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조금은 의미 있는 것 같다는 점이랄까.



1. 프랑스 헌법 개정 문제 : 테러 행동 이중국적자의 프랑스 국적 박탈 건


11월 테러 이후 프랑스는 여전히 국가 비상사태에 있으며, 테러 방지 및 근절을 위해 프랑스 정부는 여러 가지 방책을 내어놓고 있다. 그 중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테러 관련 활동을 한 이중국적자의 프랑스 국적 박탈 건’을 헌법에 명시할 것인가 여부. 12월 23일, 헌법 개정에 대한 검토 프로젝트가 장관회의에서 발표된 이후 논란은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


이 건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바로 프랑스 사회를 이분화시킨다는 점에 있다. 조금 더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이 법안이 헌법에 명시되면 프랑스 사회는 테러의 원인을 프랑스 국적과 기타 국가의 국적을 함께 지니고 있는 이중국적자에서 찾고 있음을 뜻하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건에 반대하는 이들은 프랑스인을 프랑스 국적만을 지니고 있는 ‘온전한’ 프랑스인과, 그렇지 못한 ‘반쪽짜리’ 이중국적자로 나누고, 테러가 후자로부터 발생한다는 시각을 프랑스 사회가 공식적으로 공유하게 된다는 점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마치 극우 국민전선(FN)이 프랑스 사회를 ‘진짜 프랑스인’과 서류만 가진 ‘가짜 프랑스인’으로 나누고, 프랑스 사회의 온갖 문제를 ‘가짜 프랑스인’으로부터 오는 것처럼 보는 시각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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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 엡도> 제1223호 표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새해 담화에서 "Francaises, Francais, binationaux

(프랑스 여성, 프랑스 남성, 이중국적자)"라며 국민을 호명하고 있다.

프랑스 단일국적자와 이중국적자를 나누는 현 정부를 비판하는 캐리커쳐


<르 피가로(Le Figaro)> 지의 요청으로 12월 28일, 29일 양일간 1,17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5%의 프랑스인이 이중국적자의 국적 박탈 건을 헌법에 명시하는 데에 찬성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급진좌파 지지자의 64%, 좌파 지지자의 80%, 우파 지지자의 93%, 극우파 지지자의 96%가 찬성 의견을 밝혔다. 조사 대상의 5%만이 ‘절대 반대’ 의견을 밝혔으며, 18-24세의 경우 반대 의견을 밝힌 이가 1%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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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국적자의 프랑스 국적 박탈 건으로 현재 프랑스의 사회당은

반대파, 찬성파, 침묵파로 3분되어 있다.

사진 출처 : <르 파리지앵> 2015년 12월 29일 자 (링크)


현재 이 안건은 사회당(PS) 분열의 주요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는 중이다. 이중국적자의 프랑스 국적 박탈 건 관련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사회당 정치인 중에는 올랑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들도 대거 포함되어 있다. 카데르 아리프(Kader Arif) 전 정무차관, 브누아 하몽(Benoît Hamon) 전 교육부 장관, 쥘리앙 드래(Julien Dray) 에손(Essone) 지역 하원의원, 장 마크 애로(Jean-Marc Ayrault) 전 국무총리가 대표적. 이들은 현재 프랑스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으며, 이를 지키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연대’이지 사회를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릴(Lille) 시장 마르틴 오브리(Martine Aubry)와 파리 시장 안 히달고(Anne Hidalgo) 역시 이미 이 건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카데르 아리프 전 정무차관은 올랑드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동지. 아리프는 <르 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건과 관련한 헌법 개정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다. 그에 따르면 테러 활동과 관련 있는 이중국적자의 국적 박탈 건에 해당하는 이들은 아주 극소수에 해당하며, 이 안건은 대 테러 정책에 있어 그 어떠한 탁월한 효과도 가지고 오지 못하는, 그저 보여주기식 정치에 불과하다. 또한 아리프는 현재 프랑스 정치계가 2015년 일련의 사태로 얻은 불명예와 치욕을 이중국적자에 덧씌움으로써 책임을 회피하고자 한다고 본다. 그에 따르면 이미 프랑스는 오래전부터 사회의 혼란을 ‘아랍’의 이름에 덧씌워 왔다. 그러나 온갖 문제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이 ‘아랍’ 역시 프랑스 시민이다. 프랑스 영토에서 태어나 프랑스인으로 자란 이들을 위하여 사회가 해야 할 것은, 이들을 또다시 이중국적의 이름으로 나누고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증가하는 온갖 차별에 함께 맞서는 것이다.


마뉘엘 발스 국무총리는 반대파들을 두고 "가치의 이름으로 길을 잃은 이들"이라고 비판했다. 테러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앞에 두고 이상적인 가치나 논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발스 총리로 대표되는 찬성 집단은 이중국적자 국적 박탈 건의 헌법 명시가 보다 효과적인 결과를 가지고 올 것으로 본다. 국가 차원의 보다 엄정한 대응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프랑스 사회에서 테러 위협을 보다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것.


문제는, 그 효용성이라는 것을 그 누구도 명확하게 예상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또한 테러와 같은 국가를 상대로 한 엄정한 범죄를 저지른 이중국적자의 프랑스 국적 박탈은 굳이 헌법에 명시하지 않다 하더라도 실시할 수 있다. 이미 2015년 1월,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프랑스령에서 태어난 이중국적자와 이후에 프랑스 국적을 획득한 이중국적자 모두 국적 박탈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하며, 모로코 카사블랑카 테러에 참여한 5인의 프랑스 이중국적자 테러리스트들의 국적을 박탈한 바 있다. 즉, 해당 건의 헌법 명시에 대해 반대하는 쪽은 해당 정책의 효용성을 미비할 것으로 보고, 오히려 이것이 불러올 사회 분열을 우려하며, 찬성 측에서는 헌법에까지 해당 건을 명시함으로써 그 누구도 프랑스를 얕보지 못하게 하겠다는 계산.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헌법 개정 건에 대한 논쟁은 12월 23일 상정되었으며, 오는 2월 3일부터 국회에서 검토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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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9년 프랑스 인권 선언의 서문에는

"인권에 대한 무지, 망각 그리고 멸시는 대중의 불행과 정부의 부패를 가지고 올 것이다"

라고 명시되어 있다.



2. 코르시카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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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구글맵>


코르시카가 뜨겁다. 코르시카 섬은 프랑스의 지역(Région) 중 한 곳으로 아작시오(Ajaccio)를 중심 도시로 한다. 코르시카는 나폴레옹 1세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지만 그 지리적 배경으로 인하여 역사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프랑스 본토와는 다른 특성을 지닌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은 다음 기회로 일단 미루기로 한다. 어쨌든 본토에 사는 프랑스인들에게 있어 코르시카 섬은 꽤나 괜찮은 여름 휴양지 이미지, 마피아로 인한 혼돈의 땅, 인종차별주의자 정도로 존재한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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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시카’ 하면 본토의 프랑스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릴 법한 이미지들


지난 12월 지역 선거에서 마린 르펜(Marine Le Pen)에 밀려 자세하게 다루지 못하였으나, 코르시카에서는 민족주의 연합이 승리를 거두는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35.34%의 지지. 지역 의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것은 아니지만, 어찌 되었든 코르시카 민족주의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수순. 코르시카 민족주의는 코르시카의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한다. 실제로 12월 19일, 코르시카 의회 대표 장 기 탈라모니(Jean-Guy Talamoni)는 <BFMTV>와의 인터뷰에서 "내 나라는 코르시카"이며, "코르시카의 공식 언어는 (프랑스어가 아닌) 코르시카어"라고 발언하여 적지 않은 물의를 일으켰다.


마뉘엘 발스 국무총리에 따르면 프랑스는 코르시카의 특성, 즉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역사, 문화 및 언어 등을 존중한다. 하지만 코르시카는 프랑스의 한 지역일 뿐이며, 이는 절대로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에서는 매년 9백만 유로가 코르시카어 교육에 할당되어, 공립학교에서는 코르시카어 수업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공식언어는 단 하나로, 프랑스어가 유일하다는 것. 해당 논란은 일단 잠잠해진 듯하나, 앞으로 코르시카에서 민족주의가 더욱 득세할 것은 자명한 일. 코르시카의 행보 역시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하다 하겠다.


문제의 ‘코르시카 사태’는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촉발되었다. 아작시오 시는 부유층과 빈곤층이 사는 지역으로 양분되어 있다. 또한 빈곤층에 해당하는 이들은 프랑스 본토와 마찬가지로 무슬림이 대부분이라고. 사건의 시작은 아작시오의 대표적 빈민가 ‘아작시오 황제의 정원(Jardins de l'Empereur d'Ajacci)’ 지역. 본래도 이곳은 평소에도 경찰 등 공권력과 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종종 빚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날은 달랐다.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빈민가의 젊은이들이 차 여러 대를 불태운다. 그리고 화재를 진압하러 온 소방대원을 기다렸다가 공격했다. 계획적으로 숨어 있다가 출동한 소방대원을 폭행한 것. 이 사건으로 두 명의 소방대원이 중태에 빠졌다.


다음날. 크리스마스 오후, 3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소방대원 공격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그 중 십 여 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우리는 우리 집에 있어!", "아랍은 꺼져!" 등 인종혐오 발언을 서슴없이 외치며 행진을 이어갔다. 이 사이에 갈등이 번져 간 것은 자명한 일. 이들은 이슬람 사원을 습격하여 코란을 불태우고 케밥집을 공격하는 등 폭력성을 보였다. 집회 주최 측에서는 집회를 하다 보면 폭력성을 보이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며, 집회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주최 측이 책임을 질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렇게 격화되어 가는 집회 양상에 아작시오 시청은 모든 종류의 집회를 금지하였으나 인종차별적 슬로건을 내건 집회는 그 다음 날 26일에도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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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에 대한 공격을 규탄하는 집회는 코르시카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이들이 내걸고 있는 깃발은 이른바 '코르시카 기'로 불리며, 무어인이 흰색 두건을 두르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깃발은 코르시카 공화국(1755-1769)의 국기로, 1768년 코르시카가 프랑스에 편입된 이후에도

코르시카의 정체성을 상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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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실시된 집회가 격화되면서 일어난 참상.

아작시오 시의 이슬람 사원은 집회 참가자들에 의하여 공격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이슬람 경전인 코란이 불에 탔다.


12월 27일 일요일에는 자동차 방화 및 소방대원 폭행 용의자 두 남성이 체포되었다. 마뉘엘 발스 국무총리는 그로부터 이틀 후, 29일이 되어서야 <르 파리지앵>과의 인터뷰를 통하여 ‘코르시카 사태’에 대해 입을 열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Bernard Cazeneuve) 내무부 장관은 30일 아침 아작시오 시를 방문하여, 소방대원과 무슬림 커뮤니티 대표, 지역 의원 및 지역 주민 등을 만났다. 사실, 프랑스 본토 내에서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정부 인사가 그곳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코르시카 사태’의 경우, 발발한 24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다음에야 내무부 장관이 해당 지역을 방문했다. 이례적이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프랑스 정부는 절대 코르시카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 밝히며 코르시카 폭력 사태에 엄정히 대처할 것을 밝힘과 동시에, ‘코르시카 국가’의 존재를 강하게 부인했다. 또한 자신은 12월 선거에서 국민전선(FN)이 승리하지 못하도록 모든 것을 다 했다며, 이는 즉 프랑스에서 조금의 인종차별주의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라 밝혔다. 여기서 프랑스는 물론 코르시카를 포함한다. 즉 세 가지 메세지를 담고 있다고 해석된다. (1) 코르시카의 특수성은 인정하지만 (2) 코르시카는 프랑스의 한 지역에 불과하며, (3) 코르시카에서의 인종차별문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


그런데 위의 세 가지 메세지는 또한 이번 지역 선거를 통해 코르시카 지역을 차지한 코르시카 민족주의자들을 향한 하나의 메세지로 압축된다. 해당 민족주의자들이 코르시카 주민을 ‘코르시카인’과 ‘비 코르시카인’으로 양분하여 바라보기 때문이다. 사실, 코르시카 지역이 ‘코르시카 정체성’을 앞세우고 독립을 목표로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아와 타자의 구분이다. ‘나’의 존재는 ‘남’의 존재를 상정할 때에 비로소 인식된다. 그리고 ‘코르시카 국가’의 정체성에서 무슬림 등의 이민자 출신은 배제된다. 그 곳에서부터 ‘코르시카 국가’가 출발한다.


아작시오 교구의 신부 가스통 피에트리(Gaston Piétri)는 <라 크루아(La Croix)>와의 인터뷰에서, 코르시카 지역 의회장 질 시메오니(Gilles SImeoni)가 "인종차별주의적 행동은 우리가 원하는 코르시카의 미래에 전적으로 반대되는 것"이라고 했으나, 민족주의 추종자들은 이 발언을 코르시카 민족주의 식으로, 또한 배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본다. 또한 피에트리 신부에 따르면 민족주의자들이 코르시카 지역의 카톨릭적 정체성을 타 종교에 대한 배타주의로 이용하고 있으며, 이는 IS 집단이 보여주는 행태와 그리 다르지 않다.


일단의 사태는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프랑스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의 사회학자 리자 테라조니(Liza Terrazzoni)는 이번 ‘코르시카 사태’를 코르시카 지역만의 특수한 사건으로 지나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즉, 해당 지역에서 나타난 일면 극단적인 인종차별주의는 코르시카 지역 특유의 폭력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프랑스 전역의 문제를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는 것. 실제로 국가 정체성의 문제, 이민자에 대한 불안한 시선, 이슬람 문제 등은 최근 몇 년 사이 프랑스 사회를 혼란케 만드는 대표적인 사회 문제들이다.



나가며


며칠 전 이민자 문제에 대해서 짧게나마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대화는 곧 토론으로 이어졌다. 나와 토론을 하게 된 그는 한국에서 모든 종류의 이민자들을 추방시키는 것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취해야 할 조치라고 믿고 있었다. 그는 프랑스 사회 역시 대부분의 문제가 흑인과 아랍인으로부터 촉발된다고 보았다. 내가 놀랐던 지점은 그 역시도 프랑스 사회에서는 이방인이자 외국인의 지위로 살아가고 있다는 데에 있다.


그에게 말했다. 프랑스가 흑인과 아랍인을 제거할 수 있다면, 아시아계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그가 대답했다. 우리는 착하지 않냐고. 다시 대답했다. 프랑스 사회에서 아시아계 역시 그저 이방인에 불과하며, 우리는 그저 프랑스 이민자 출신 집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흑인과 아랍계에 가려 보이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드라마와 웹툰 <송곳>에서 말한 바와 같이, 내가 서 있는 위치가 달라지면 세상을 보는 시선 역시 달라진다. 하지만 원칙은 상황에 따라 모습을 조금씩 바꾸어 적용될지언정 그 자체가 달라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프랑스 사회의 원칙은 ‘인권’에 있다. 원칙이 정해져 있는 사회에서도 이러한 혼란들이 생기고, 점차 퍼져 나가고 있으며, 그에 대해 무수히 많은 시각들이 공존하고 있다. 하물며 프랑스가 이러할진대, 아주 짧은 민주주의 역사로 인하여 아직 그 원칙에 대한 합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한국 사회에서는 앞으로 어떤 일들이 전개될지, 새해 벽두부터 조금은 우울해진다.




덧붙임. 2016년 첫째 주 TOP25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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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랑스는 지금> 연재 기사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읽힌 인터넷 기사 매일 5건, 한 주에 총 25건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사로, 동시대의 프랑스 사회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 프랑스어로 된 매체의 기사들을 모두 프랑스인들만 읽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전세계 프랑스어 사용자의 대부분이 프랑스 본토에 분포하고 있음을 감안하여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기사 검색 시간은 프랑스 시간으로 매일 오전 8-9시 사이입니다.  프랑스 현지 시간에 따라서 기사를 수집하여 오류를 최대한 좁히려 하였습니다.


3. 본 연재물에서는 프랑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혹은 프랑스 매체에서 다루는 모든 기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는 않는 관계로 그저 수박 겉 핥기 식으로 프랑스 사회의 모습을 보여줄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4. ‘인권의 나라’라던가 ‘낭만의 나라’ 정도로 알려져 있는 프랑스의 민낯은 어떤지, 한국의 모습과는 어떻게 닮고, 또 다른지를 전할 수 있다면 제 목표는 충분히 전달한 것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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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 현재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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