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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재산이 어마어마한 만석꾼 집안이 있었다. 항상 적당한 벼슬도 하면서 지역에서 덕망도 높아 뭐 하나 남 부러울 것이 없는 행복한 집안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큰 걱정이 있었으니 대대로 집안 식구들의 건강이 좋지 않았고 특히 하나밖에 없는 외동아들은 5대 독자였다. 그래서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는 열 살도 채 안 된 아들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무예를 가르치기로 결심했다.


“그래, 우리 정도의 재산이면 공부도, 벼슬도, 다 필요 없어. 건강한 것이 최고야! 아들놈을 반드시 아주 건강하게 키워서 다음 세대부터는 자식을 열씩은 낳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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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단단히 작정하고 그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무림 고수에게 아들을 보냈다. 한때 무림 최고의 고수로 명성을 떨치다 이제는 은퇴하여 산속 깊은 곳에서 도를 닦고 있는 당대 최고의 고수에게 거금을 주면서 무예 수련을 부탁했다. 무예 수련이 완성될 때까지는 집에 올 생각도 말라며, 가슴은 아프지만 냉정하게 아들을 산속으로 보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10년이 지났다.


입산하여 무예를 연마한 지 10년이 된 아들이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와 달리 키는 훤칠했고, 체격은 단단했다. 누가 봐도 무예의 고수이자 건강하고 늠름한 사나이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아버지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동네 뒷산 언덕에 있는 멋진 정자에다가 갖가지 음식을 준비하여 놓고 마을 잔치를 벌였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늠름하게 잘 성장한 아들을 보며 축하해 주었다. 아버지는 대단히 만족스럽고 자랑스러워 연신 웃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말했다.

 

“어르신, 이렇게 잘 성장한 아드님이 그동안 수련한 무공을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네. 사실 나도 무척 궁금하거든!”

 

아버지는 아들을 불러 동네 사람들에게 다 들리도록 큰 소리로 얘기했다.
 

“아들아, 마을 사람들이 너의 성공적인 귀향을 축하해 주러 이렇게 다 모였으니 답례   차원에서 10년 동안 익힌 무예를 한 번 보여드려야 하지 않겠느냐?!”

“네!”

 

아들은 흔쾌히 수락하며 앞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정자가 있는 절벽 끝 가장 높은 위치에 올라 멋진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우아하고 당당해 보이는지라 마을 사람들 입에서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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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노미진


“와~~~ 멋있다, 멋있어!”
 

마을 사람들은 감탄하며 다음 동작을 기대했다. 그런데 아들은 처음에 취한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며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씩 흘러가자 마을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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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노미진


“저게 뭐야? 저게 다란 말인가?”
 
아버지는 당황하여 급하게 아들에게 다가갔다.
 
“아들아, 뭘 하고 있느냐? 다른 것도 보여 드려야지!”
 
그러자 아들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제가 10년 동안 배운 무예는 이게 전부입니다.”
 
순간, 아버지는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마을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비웃기 시작했다. 10년 동안 어마어마한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수련을 시켰건만 고작 이 한 동작 밖에 안 배웠다는 아들의 대답에 화가 치밀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가족이 마을의 조롱거리가 된 것 같은 기분에 그만 극도로 흥분해 버렸다.
 
“에이, 못난 놈. 이 바보 같은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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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노미진


아버지는 화가 치밀어 오른 나머지 분을 참지 못 하고 발로 아들을 세게 밀어버렸다. 그런데 그곳은 절벽의 끝이 아니었던가!? 아들은 뒤로 밀려나며 그만 수십 미터가 넘는 절벽 밑으로 추락해 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놀란 마을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와 아버지를 붙잡으며 말했다.
 
“아이고 어르신,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래도 5대 독자인데.....”
 
그제야 퍼뜩 제정신을 차린 아버지는 소리쳤다.
 
“아니,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아이고 내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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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노미진

 

아버지는 아들의 시체라도 건져야겠다는 생각으로 혼비백산한 채 급히 절벽 옆으로 난 샛길을 통해 아래로 내려갔다. 마을 사람들도 걱정이 되어 우르르 다 같이 절벽 밑으로 따라 내려갔다.

혹시라도 죽지 않고 숨이라도 붙어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절벽 밑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도착하고 보니, 죽지는 않았더라도 당연히 시체처럼 완전히 뻗어 있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아들은 위에서 했던 자세와 똑같은 멋진 모습으로 의연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하고 선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버님, 놀라셨죠? 저는 멀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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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노미진


이 이야기도 무가(武家)에서 오랜전부터 내려온 이야기다. 옛날이야기여서 과장된 부분은 있지만, 무예 수련자에게 주는 교훈은 아주 크다.


한 우물의 가치

바로 하나에 정통하면 극(極)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기술이라도 열심히 수련하여 그 이치를 깨달으면 전반적인 이해의 수준이 높아지고 덩달아 다른 것들도 쉽게 통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공이산
(愚公移山:우공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남들은 어리석게 여기나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이나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와 같은 말도 있지 않은가?!

이것 조금, 저것 조금 하면서 여러 가지를 하다 보면 무엇 하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그것이 지니고 있는 참된 가치와 깊이를 깨닫지 못하게 된다. 대신 하나에 매진하여 오랫동안 꾸준히 수련하면 그것이 가지고 있는 깊은 원리와 이치를 깨닫게 되고, 그렇게 내공이 깊어진 사람에게는 다른 것들의 가치도 보이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도
(刀: 칼날이 하나인 칼)를 오랜 시간 수련하여 도의 길을 터득하면, 검(劍: 칼날이 양날인 칼)이나 창(槍) 등 다른 무기술의 원리도 쉽게 이해하게 된다. 태권도를 오래 수련하여 태권도의 참된 깊이를 이해하게 되면 다른 권법의 가치도 알게 된다. 그래서 진정한 무림 고수들은 다른 무술들을 폄하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을 바친 자신의 수련에서 오는 이해의 깊이가 다른 무예의 깊이도 느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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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은하캠핑> 캡처. 유튜버 이상사클라스가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 특수부대끼리의 비교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는 장면이다. 이상사클라스는 707특임대 출신 예비역 상사이다.


"많은 분들이 댓글을 보면, 타 부대와의 경쟁을 유도하는데... 그런 싸움은 이겨도 이긴 게 아니게 되고, 서로 승자가 없는 게임으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대한민국의 군인입니다. 그 어떤 부대, 그 어떤 군인들 그 모두가 대한민국의 군인이고 그리고 뛰어난 부대 그리고 수준이 떨어지는 부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서로가 자존심을 가지고, 자긍심을 가지고 그렇게 해서 서로의 임무에 충실한다면 저는 그것만큼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요즘 세태는 한 가지 일에 오래 전념하지 못하는 경향이다. 인내심이 부족하여 쉽고 재미있고 자극적인 것만 추구하다 보니 이것저것 조금씩 맛만 보는 셈이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주워 담은 얄팍한 지식이 있는 자가 함부로 남을 평가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무림의 세계는 넓어 고수가 많기 때문에 무예 좀 익혔다고 함부로 까불면 큰코다치듯이, 얄팍한 지식으로 세상을 얕잡아 보고 설치다 보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올바른 무예의 수련 자세는 하나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용맹정진해야 하는 것처럼 세상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좀 더 깊이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다음 편, 예고 : 최고가 아닌 최대


자신에게 맞는 무예를 선택하고 그것에 정진하여 열심히 수련하면 누구나 무림 최고의 고수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