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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만 제국은 1299년부터 1922년까지 60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해 왔어. 그 제국의 전성기를 연 것은 다름 아닌 제7대 술탄 메메드 2세였어. 그는 아버지 술탄과 노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어. 7개 언어에 능통했고 문화와 예술에도 조예가 깊었어. 정복자라 불리는 술탄 메메드2세는 오늘날 터키인들에게 우리의 이순신 장군 같은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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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메드 2세 

 

그런 그가 산적해 있던 내외부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타킷으로 삼은 것은 비잔틴 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이었어. 이때 그의 나이 불과 20세였어.

 

“이제 기독교의 수호신, 천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할 것이다. 이것은 상징적 의미뿐만 아니라 우리가 제국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1453년 4월 6일. 콘스탄티노플 앞에 오스만 제국의 9만 병력이 전투태세를 갖추고 그의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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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티누스 11세 (왼) / 콘스탄티누스 1세 (오)

 

한편, 50을 바라보는 콘스탄티누스 11세는 겨우 7천 명의 병력으로 이들과 맞서야 했어. 콘스탄티노플은 로마에 기독교를 공인시킨 콘스탄티누스 1세가 330년에 제2의 수도로 세운 도시야. 이곳에 대한 그의 애착이 얼마나 강했는지 자신의 이름을 따서 도시 이름을 정했을 정도야. 

 

도시의 지정학적 측면을 살짝 들춰보면 삼면이 바다이고 절벽 위에 도시가 위치하여 그야말로 천혜의 요새야. 여기에 더해 도시를 둘러싼 3중 성벽 앞에는 수심이 깊은 해자까지 있었으니 적은 병력으로도 외세의 침입을 용이하게 막을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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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 성벽으로 둘러쌓인 콘스탄티노플

 

오스만 제국과 비교하여 압도적인 병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콘스탄티누스 1세는 믿는 구석이 있었어. 바로 ‘그리스의 불’이라는 신묘한 폭탄이었어. 물에서도 꺼지지 않는 이 액체 폭탄은 화약이 없던 당대에 적에게 엄청난 물리적 피해와 정신적 충격을 주었어.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천사가 황제에게 제조법을 전수 하였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어. 그리스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거로 추정되는 이 폭탄의 제조법은 오늘날까지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해. 그리스 불의 유일한 단점은 위력이 너무 대단해서 아군에게도 피해가 간다는 점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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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불

 

한편 술탄은 압도적인 군사력에 그의 최정예 부대인 예니체리 + 우르반 대포까지 보유하였기에 자신감이 넘쳤어.

 

“헝가리 무기상 우르반이 6개월 넘게 제작한 이 대포만 있다면, 난공불락의 요새라는 콘스탄티노플도 오래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8미터 길이의 우르반 대포는 수 백 킬로의 돌덩이를 무려 1킬로 넘게 날려 보낼 수 있는 당시 기준 첨단 하이테크놀리지 무기였어. 적에게 줄 타격도 엄청났지만, 소리 또한 대단했다고 해. 

 

이 대포의 성능 테스트 도중 20킬로 밖의 산모가 대포 소리에 놀라 유산을 했다나 머래나. 대단한 위력에 비례한 무게 때문에 이 대포를 콘스탄티노플까지 이동시키는데 황소 60마리와 400여 명의 인력이 필요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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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반 대포

 

사실 헝가리 무기상 우르반은 대포 도면을 들고 콘스탄티누스 11세를 먼저 찾아갔었다고 해.

 

“거.. 제작비가 너무 비싸!. 같은 유럽인끼리 좀 싸게 해주면 안되겠나?”

 

무기상 우르반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오스만 제국을 찾았고, 술탄은 우르반이 제시한 가격의 4배를 배팅했다고 해.

 

“술탄께서 제 무기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봐 주시는군요. 철옹성이라는 콘스탄티노플을 가루로 만들 수 있게 최고의 대포로 만들겠습니다.”

 

자 이제 양 진영의 전력을 살펴봤으니 본 게임을 살펴보자고. 

 

술탄은 성을 향해 우르반 대포를 쏜 후, 무너진 성벽 사이로 병력을 침투시키는 1차 공격을 감행했어. 대포의 위력은 여지없이 발휘되었고 콘스탄티노플 성의 곳곳이 허물어지기 시작했어.

 

“그렇지! 역시 R&D에 막대한 투자를 한 보람이 있구나. 뭣들 하느냐? 우르반 대포를 쉬지 말고 계속 쏘거라.”

 

“저기…술탄님! 이 대포가 아시다시피 성능은 끝내주는데,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여기 계약서 하단에 작은 글씨로 명시가 되어있는데요. 재장전에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하루에 총 7회 만 발사가 가능합니다.”

 

“뭐야? 1시간에 7회가 아니고 1일 7회라고? 하여튼 깨알 같은 글씨로 약관 적는 것들은 다 조심해야 한다니까.”

 

콘스탄티노플 수비대는 우르반 대포가 재장전을 하는 동안 성벽을 메우며 전열을 가다듬었어. 그리고, 성을 오르려는 오스만 군사들을 상대로 그리스의 불과 이를 능가하는 정신력으로 맞서 싸우며 버텼어.

 

콘스탄티노플이 의외로 선전을 거듭하자 술탄은 수군의 공격을 명령했어. 그런데 문제는 길이 약 7킬로 미터 최대 폭 700미터의 ‘골든 혼’ 또는 금각만이라고 불리는 만에 설치된 쇠사슬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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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님! 이놈들이 우리 수군이 골든 혼을 지나지 못하게 만의 양쪽을 쇠사슬로 봉쇄를 하였습니다. 배가 골든 혼의 쇠사슬만 넘는다면 저 들은 병력을 분산시켜야 할 것이고, 보급로까지 차단할 수 있기에 승리는 시간문제입니다.”

 

“흠… 콘스탄니누스 11세가 차분히 준비를 잘하였구나! 그래 우리의 대책은 무엇이냐?”

 

“현재 상황으로는 우리 배가 쇠사슬 위로 점프를 하거나 그 아래로 잠수를 하는 방법밖에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데 말이야. 가만! 배가 꼭 물로만 다니라는 법이 있느냐? 우리 수군의 배를 육지로 이동 시켜 골든혼의 쇠사슬을 우회하도록 하라!”

 

“그 무슨? 사공이 많은 것도 아닌데 배가 왜 산으로 갑니까? 술탄님께서 왕 회장님도 아닌데”

 

다음 날부터 오스만의 군인들은 배를 육지로 이동시키기 위해 2킬로의 나무 길을 만들었고, 그 길에 기름을 발랐어. 이제 사람이 배를 옮기기만 하면 되는데 난리가 났어. 나무 길이 잘 닦인 고속도로도 아니잖아! 오르막을 오르다 배가 미끄러져 병사들이 깔려 죽기도 하고 부상자가 속출하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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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 배를 옮기는 메메드 2세

 

그러나 술탄은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며 이 작전을 밀어붙였고 마침내 오스만의 수군이 골든혼에 진입하여 콘스탄티노플 성을 육지와 바다에서 협공 할 수 있게 되었어. 비록 오스만 육군과 해군의 공격에도 콘스탄티노플은 버텼지만, 그들은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어.

 

“대!단!하!다. 콘스탄티노플 인정! 그래도 틈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땅속으로 공격한다! 일어나라. 아니 기어가라! 위대한 오스만 제국의 두더지 전사들이여!”

 

술탄은 뚫리지 않는 성을 공격하는 대신에 땅 아래로 무려 14개의 굴을 파기 시작했어. 그런데 성안에는 각종 전문가가 많았나 봐. 땅 아래 지도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귀신같이 땅굴을 찾아 그리스의 불도 던지고, 수맥을 돌려 수공을 펼치기도 했어. 결국 땅굴 작전은 실패!

 

한편 황제는 교황을 비롯한 유럽 곳곳에 지원병력을 요청하였으나 정치적 종교적 견해 차이로 인하여 좌절하고 말았어.

 

“이렇게 천년 제국이 무너지고 만단 말이냐?”

 

황제는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하고 있었고 술탄은 최후의 카운터 펀치를 준비하고 있었어.

 

“콘스탄티노플이 유럽의 자존심을 걸고 버티고 있고 나의 몇몇 작전이 실패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내 눈에는 저들이 서서히 무너지는 것이 보인다. 자 이제 나의 최종병기 예니체리를 출격시켜라.”

 

술탄의 근위부대인 예니체리는 흡사 신라의 화랑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 소년 시절부터 최강의 전사로 만들기 위해 막대한 지원을 했다고 해. 체계적인 군사훈련은 물론 결혼과 경제 활동도 금지 하면서 전쟁 기계로 양성된 부대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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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를 탄 술탄 메메드 2세가 총공격을 명령하고 있다. 대신과 학자, 장군들 모습도 보인다. 술탄의 좌우로 예니체리 호위병들이 각종 병기로 무장한 채 적진을 노려보고 있다.

 

전투가 50일이 넘어가자 콘스탄티노플의 병사들은 잠도 거의 자지 못해 육체적 한계에 다다랐어. 그리고 계속되는 우르반 대포와 해군의 공격에 더해 최강전사들인 예니체리의 출격은 결정타가 되고 말았어.

 

1453년 5월 29일 로마 제국의 상징인 콘스탄티노플 성에 오스만 제국의 깃발이 꽂혔어. 

 

“지금부터 콘스탄티노플은 역사의 지도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우리는 이곳을 이스탄불이라고 부를 것이다.”

 

≫잠깐 설명

콘스탄티노플은 현재의 이스탄불이다. 그리스의 공항을 가보면 아직도 이스탄불을 콘스탄티노플이라 명명한다. 

 

이로써 동로마 제국은 오스만 제국에 의해서 문을 닫았고, 유럽은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갈림길에 서게 되었어.

 


 

 

편집부 주

 

 필자의 책 "찌라시 한국사"에 이어

드디어 "찌라시 세계사"도 출간됐다.

 

필자의 본업과 사연에 대해선

아래의 기사를 참고하시라.

 

 43년 차 좌천된 추심원과 4년 차 작가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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