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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9.화요일


딴지 네덜란드 특파원으로 무단 임명된


CZT*


 


 



"석현준"


 


축구팬이라면 최근 이 이름을 들어보셨을 것이다. 네덜란드 리그(에레디비지)에 혜성처럼 등장한 한국 소년. 그런데 과연 혜성인가? 얼마나 잘 하는 친구인가. 과연 현지에선 얼마나 주목을 받고 있나. 궁금한 독자들 많을 것이다. 기사 내놓는 거 보면, 국내 찌라시들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본지는 다르다. 


 


이 기사는 석현준 선수의 현 상황에 대한 국내최초의 심층 분석이자, 데뷔전 현장출동 보고서다.(편집부)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정말로 시작이 반씩이나 될지에 대해서는 나는 조금 의문이기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시작이 좋으면 끝도 좋을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떤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을 좋아하고, 또 기대하고 있는 누군가가 어떤 일을 어떻게 시작하였는지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미래를 전혀 알 수 없는 한 인간으로써, 그나마 결말을 가장 비슷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시작이 어땠는지를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에서 내가 직접 목격한 한가지 시작에 대하여 서술하려고 한다. 그 결말을 지금부터 미리 예상하는 것은 너무나도 요원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 시작은 나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훌륭한 결말을 원하는 그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작지만 위대한 이 시작의 주인공에는 한 대한민국의 청년이 있다.

바로 석현준 선수.

아직 성년식도 지나지 않고, 청년이라고 하기에도 아직 앳되기만 한 이 대한민국의 청년이 바로 대한민국 축구사의 새로운 한 장을 열었던 그 시작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그 시작을 같이 나누어 보고자 한다.

- 아약스





필독님의 축구 문화사 네덜란드편을 통하여 이미 많은 독자들이 네덜란드 축구가 세계에 미친 영향과 그 핵심에 서 있는 아약스라는 팀에 대하여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국제 축구 역사 협회 (IFFHS)에 따르면 아약스는 20세기 가장 성공적인 유럽 축구 클럽 7개 중 하나이고, 꿈의 무대라 일컬어지는 UEFA Chapion's league 컵을 보유하고 있는 5개 클럽 중 하나이다. (지금은 룰이 조금 달라졌지만 당시의 룰은 3년 연속 우승하거나 5회 우승한 팀에게만 이 권한이 주어졌으니, 이 컵을 수여받아 보관한다는 것은 보통 팀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아약스는 축구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중요한 팀일 뿐만 아니라 선수 발굴과 육성을 위한 남다른 프로그램이 있기로 유명한 팀인데, 이는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네덜란드의 국가적 특성과도 관련이있다고 본다. (기회가 있으면 나중에 한번 이 주제에 대해도 파 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로지 빅 3 리그만을 메인으로 치는 경향이 있다보니 (정작 K-league는 세계 50위권을 전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어 리그 꼴찌를 달리는 팀보다도 아약스가 상대적으로 과소평가 받는 경향이 강한데 아약스라는 팀은 그렇게 무시할만한 팀이 아니다.

아약스가 발굴하여 육성해낸 플레이어들의 이름 몇개만 읊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 요한 크라우프 : 더 말 할 필요도 없다. 필독님 글 봐라.




ArenA에 입장 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경기장 들어가기 전에 나오는 작은 만남의 광장 이름이 요한 크라우프 광장이다. ArenA 곳곳은 이렇게 요한 크라우프의 사진들과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 반 바스텐 : 90년대 유럽 축구의 사각지대였던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그의 플레이는 당대 최고였다. 이후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감독, 아약스 감독을 역임하게 되지만 그의 명성은 최고의 스트라이커로서 더 크게 남아있다.




얼마 전에 공항에서 봤었는데 사인 못받은게 한이었다.




- 야리 리트마넨 : 핀란드 역사상 최고의 축구선수로 꼽혔으며, 90년대 중반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꼽혔다. 이 글 아래에서 언급할 몇가지 사항들을 위하여 이 선수 이름은 일단 외워놓고 보자.






FC 바르셀로나 시절의 리트마넨. 맨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다.



- 데니스 베르캄프 : 나는 게임 FIFA 2002 할때 베르캄프 때문에 아스날을 선택해서 플레이했다. 소위 말하는 사기 유닛. 그 또한 아약스가 발굴하여 키워낸 선수이다.



베르캄프는 말이 필요 없다. 그냥 동영상으로 감상하자. 슬로우 모션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발로 공을 받는 장면은 가히 예술의 경지다. 역대 월드컵 역사상 위대한 슛을 꼽으라면 10위 안에는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방으로 날려준 50m짜리 패스를 해 준 사람은 위의 리트만넨 사진에 등을 보이고 있는 Frank de Boer이다. 그 또한 아약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하였다.


요즘 뛰고 있는 선수들은,

- 스네이더 : 아약스에서 발굴해서 레알 마드리드 이후 현재 인터밀란에서 뛰고있다. 인터밀란 무리뉴 감독이 핸드폰 문자메세지 보내서 레알에서 데리고 왔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스네이더가 카리스마 무리뉴 감독을 기특하다는 듯이 쓰다듬어주고 있다.
작년 이적 시장에서 가장 알짜배기를 챙긴 것은 무리뉴 감독이었던 듯..


- 이브라히모비치 : 요새 FC 바르셀로나에서 펄펄 날고 있다. 지금도 아약스 TV 틀면 아주 순진해보이는 얼굴로 네덜란드 노래 부르는 장면 나온다.




그 노래부르는 동영상 정말 보여주고 싶은데 찾을 수가 없다.
스웨덴의 탈락으로 이번 월드컵에서는 그를 볼 수가 없다는게 아쉽다.



- 반데사르 : 맨유의 주전 붙박이 골키퍼. 비교적 늦은 나이에 반갈 감독(현 바이에른 뮌헨)이 아약스 감독하던 시절 눈에 발견되어 아약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축구 잘 모르는 사람도 박지성의 경기를 한두번 봤으면 알만한 선수인 반데사르. (오른쪽 사람)
스타 선수가 많기로 유명한 네덜란드에서도 거의 국민적 영웅이며, 가정적이기로 소문났다.
(갑자기 존 테리가 떠오른다..)



대충 몇개만 읊어도 이 정도다.

그런데,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을 수립하고 3년이 지난 해부터 공을 차기 시작한 이 팀의 110년의 역사동안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이 바로 지난 2월 3일 일어나게 된다.




1900년 3월 18일부터 암스테르담의 축구팀이었다고 쓰여 있다.



바로 동양인 최초의 1군 무대 데뷔가 그것이다. 석현준 선수 개인으로는 인생 최초의 프로 데뷔를 바로 아약스에서 한 것이다. 그 역사적 순간을 동영상으로 나누어보고자 한다. 삼각대 없이 촬영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더래서 흔들림이 있는 영상들에 대하여 양해 부탁한다.

(장소는 아약스의 홈 구장이자 가끔은 거대한 나이트클럽으로 변신하기도 하는 Bijlmermeer ArenA. 상대팀은 Roda JC라는 네덜란드 리그(에레디비지) 중위권의 팀이다. 사실 석현준 선수의 첫 데뷔는 지난주에 있었던 NEC와의 경기일 것이다라고 모두들 예상했었는데, 그 경기에서 Ajax가 졸전을 거듭하는 끝에 상대팀 두명을 퇴장 시키고 연장전까지 가서야 간신히 이기는 바람에 출전 기회가 조금 미뤄졌다.)

동영상을 본격적으로 보기 전에....
아약스의 현주소에 대해서 잠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겠다.

감독 마틴 욜




양복보다 삼선 추리닝이 더 잘 어울리는 마틴 욜 감독
언제 한번 국민 쓰레빠인 삼선 쓰레빠를 선물해 주고 싶다.




아약스의 현재 감독은 이영표의 감독으로도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마틴 욜 감독이다. 매번 추리닝에 가끔 캡을 쓰고 나오는 것이 트레이드 마크이고, 최고의 팀을 맡아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하위권 팀을 중위권으로 올리거나, 혹은 중위권 팀을 중상위권으로 올리는데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마틴 욜 감독은 지난해 여름 아약스와 계약하였다.


 


부임하자마자 "아약스는 윙백이 부실하다."라는 뻐꾸기들을 날려서, 독일가서 고생하고 있는 이영표를 영입해 오는 것은 아닐까.. 라고 나의 마음을 잠시 두근거리게 했지만 결국 없던 일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마틴 욜 감독의 아약스 부임은 시기적으로 석현준 선수가 아약스와 계약할 수 있는 우연치고는 너무나도 대단한 행운이었다고 생각된다. (역시 "운"이라는 것이 따라주는 사람은 분명히 있는것 같다.) 이것에 대해서는 글 말미에 좀 더 이야기 해 볼까 한다.

루이스 수아레즈




얼굴 잘 봐 둬라. 이번 월드컵때 큰 일 한번 낼 가능성 있는 얼굴이다.




1987년생 우루과이 출신인 루이스 수아레즈는 현재 아약스의 대표 공격수로서 아약스의 거의 모든 득점이 그의 발 끝에서 나온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골 결정력을 가지고 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보다는 좌측 공격수로 뛰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데, 사실상 모든 공격 포지션을 다 소화할 수 있는것 같다. 약간 살집도 있고 좀 어슬렁거리는것 같아 보이는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공만 잡으면 빨라지고 안들어갈 것 같은게 들어가는것 보면 상당히 신기하다.


 


실제로 이번 경기에서도 페널티킥을 포함하여 팀의 모든 득점인 4점을 혼자서 모두 만들었으며, 2월 4일 현재 총 22득점으로써 2위와는 무려 7골 차이로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약스 친구들이 공 돌리다가 좀 안풀린다 싶으면 그냥 수아레즈에게 주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현지에서는 앞으로 짧으면 6개월, 길어봐야 1년 안에 빅 리그로 진출할 것으로 거의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현재 관심을 보이고 있는 클럽은 영국의 리버풀과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로 알려져 있다. 이 친구는 아약스 이전에 네덜란드 북쪽의 도시인 FC Groningen에서 약 2년간 선수 생활을 하였으며, 유창한 네덜란드어를 구사하여 TV 광고에도 나와서 간단한 연기(?)를 하는 등 네덜란드 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참고로 아약스는 훌륭한 축구 선수 육성 시스템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훌륭한 네덜란드어 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한데, 실제로 석현준 선수 또한 축구 연습에 할애하는 것과 거의 동등한 시간을 네덜란드어 공부에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물론 네덜란드어의 교육을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해당 선수의 팬 확보를 위해서도 매우 현명한 시스템이라고 생각된다. 지네딘 지단이 FC 서울에 와서 선수로 뛰면서 인터뷰를 능숙한 한국말로 한다면 그를 좋아하지 않을 한국사람이 있을까? 아마 상대편 팀 서포터들도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것이다.)

마르코 판텔리치




조금은 부담스런(?) 외모와는 달리 핑크 하트를 사랑하는 구석도 있다.



세르비아 출신의 이 친구는 전방 공격을 담당하고 있다. 부상으로 잠시 결장하였으나 최근 복귀하여 나쁘지 않은 활약을 하고 있으며 석현준 선수와는 치열한 포지션 경쟁을 해야 하는 상대이다. 실제로 이번 경기에서도 판텔리치의 교체 멤버로 석현준 선수가 그라운드를 밟게 되었다. 골 결정력은 수아레즈급은 아니지만 크로스 올라오는 공을 헤딩으로 받아 기회를 만드는 역할을 잘 하고 주워먹기에도 능하다.

데니스 롬메달




약간은 우수에 가득찬.. 자기는 네덜란드가 좋단다.
와이프도 네덜란드 사람이고 아마 네덜란드에 뼈를 묻을것 같다.



2002년도 월드컵을 관심있게 본 사람이라면 축구팬이 아니라도 한번쯤은 기억하고 있을만한 이름이다. 덴마크의 국가대표 공격수로서 약 2년간 프리미어리그로 잠시 갔던 것을 제외하면 네덜란드에 뼈를 묻을것 같은 기세로 줄기차게 에레디비지 팀만 왔다갔다 했다. 가장 오랜 경력은 PSV 아인트호벤이며, 덕분에 경기 끝나고 박지성, 이영표와도 같이 샤워한 적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아약스에서 우측 전방을 맡고 있으며 가끔 맨체스터의 긱스를 연상시키는 플레이를 하기도 한다. 실제로 보면 눈도 서글서글하니 잘생긴 편이다. 약간 주드 로를 닮은것 같기도 하고.


다른 선수들도 쟁쟁하기 그지 없지만 우선 경기 보는데 필요한 정도만 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그럼 경기장으로 떠나가보도록 하자.

매 경기 시작 전에, 당일 경기의 엔트리를 담은 찌라시를 나눠준다. 감격스럽게도 석현준 선수의 이름이 적혀있다.




내가 선수 아버지였다면 이 찌라시는 평생 가보로 간직할 것 같다.



경기장 분위기는 대충 이렇다.




돔구장이고 난방이 달려있기는 한데 그래도 워낙에 규모가 크다보니 춥다.



빨간색 사각형은 원정경기 응원 온 상대편 서포터들인데 Roda JC가 그리 크지 않은 팀이다보니 조금 초라하긴 하다. 빨간 부분을 확대하면 다음과 같다.




전반적으로 뭔가 덕후의 포스가 느껴지는 가운데,
자세히 살펴보면 옷까지 맞춰입고 나온 아가씨 둘을 발견할 수 있다.
(군계이학!)




이런 작은 팀에도 존재하는 강력한 서포터 문화가 네덜란드 축구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일 것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별로 그런 일은 없지만 서포터들간의 불미스러운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원정 응원단은 안전요원들이 둘러싸서 보호하고(형광색 옷 사람들) 홈 서포터들이 모두 경기장을 빠져나갈때까지 원정 응원단은 경기장을 나가지 않는다.


경기 시작 전 당일 선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17초쯤 부근에서 장내 아나운서가 "현준 석"이라고 외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Suk이라고 쓴 이름 덕분에 네덜란드에서는 "숙" 또는 "수키"라고 불린다. 잘 들어보면 다른 선수들때는 조용하다가 석현준 선수 발표하니까 사람들이 함성을 지른다.



아약스 노래와 경기장 분위기. 네덜란드 가요들도 전반적으로 이런 분위기다. 왠지 맥주 땡기는 노래다.



게임은 시작되었고... 전반전은 별 소득 없이 종료되었다.

그리고 후반전..

수아레즈가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골키퍼가 방향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슛이었다. 쟤는 항상 빠른데 느려보이는 신기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석현준 선수가 몸을 풀기 시작한다. 몸을 풀며 관중석으로 향하자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커진다. (경기 때문이 아니라 석현준 선수 때문이었다.) 같이 뛰는 대머리 아저씨는 터키 출신 스웨덴 국가대표인 케네디 바키치오글루. 나이는 비교적 많은 편인데, 젊었을때부터 지금과 같은 머리 숱과 헤어스타일을 고수해 오고 있다.



몸 좀 푼다 싶었는데 다시 자리에 앉힌다. 감질나게시리..... 경기 내용이 현재의 1점 리드를 지키기 조금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차칫 잘못하면 이번에도 데뷔 못할뻔 했던 위험한 상황.



그러던 와중, 두번째 페널티킥이 아약스에 주어진다. Roda JC 감독은 이에 격렬히 항의하고, 주심은 감독의 퇴장을 명령한다. 그리고 아약스 팬들은 퇴장하는 감독에게 친절하게 손을 흔들어준다. 내가 보기에는 페널티감은 아니었던것 같은데, 암튼 덕분에 석현준 선수는 데뷔할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이 조성된다. 수아레즈 땡큐...



그리고 수아레즈가 또 다시 두번째 페널티킥을 성공시킨다...
허공에 주먹질 하는 아저씨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다시 몸을 푸는 석현준 선수와 케네디... 관중들에게서 박수를 리드하는 매너도 보인다. (5만명이 운집한 구장에서 처음으로 프로 데뷔하는 선수 맞나 싶다. ㅎㅎ)




그리고 기회는 찾아오고...



그 사이 수아레즈가 한 골을 더 넣어 마틴 욜 감독의 마음을 더욱 가볍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판텔리치와 교체되어 처음으로 그라운드를 밟는 석현준 선수..



참고로 판텔리치와 석현준 선수는 띠동갑이 넘는 나이차이다.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갈때 관중들이 외치는 그 소리 "숙... 숙... 숙... 숙..."
정말 말 그대로 감동의 물결이었다. 5만여명이 경기장이 떠나가라 일제히 질러대는 그 소리의 감동은 잊을 수 없을것이다.

(네덜란드에서의 석현준 선수에 대한 기대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 배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글 말미에 좀 설명해볼까 한다.)

약 15분간의 경기 내용은 인터넷에 잘 편집된 동영상들이 있기 때문에 생략한다.

단, 한가지 잊지 못할 장면...



차칫하면 데뷔전을 옐로카드로 장식할 수도 있었던 태클. 하지만 다행이 심판은 경기 속행을 선언했다. 심판도 신인 선수의 기를 살려주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중앙선까지 내려와 공을 따낸 장면은 인상적이라 할 수 있겠다.

게임은 그대로 종료되고 석현준 선수는 몇번의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후 자기 인생 최초의 프로 데뷔전을 아약스 아레나에서 마무리 한다. (아약스 유소년을 거치지 않은 선수로서, 이보다 더 좋은 데뷔가 있을까 싶다.)

퇴장하면서 몇몇 팬들과 같이 사진 촬영도 진행하고. 관중들은 석현준 선수가 자기 앞에 올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가(모든 선수들 중 맨 마지막으로 저곳을 돌았다.) 첫 데뷔를 멋지게 한 석현준 선수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석현준 선수에 대한 관심은 한국보다 네덜란드가 유별나다. 심지어 이번 경기에서 처음 데뷔하는 선수를 위한 노래까지 미리 준비해 놓고 있었다. 짜짜라짜짜 짜짜짜 짜파게티와 비슷한 박자에 짜파게티 대신 쑥!쑥! 거리는게 석현준 선수 노래이다. (담에 녹음해 오겠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석현준 선수가 뛰는 동안 관중들은 모두 "Alle ballen op SUK (공은 다 "석"에게 줘!) 라고 한 목소리로 외쳤던 것이다. 5만명이 동시에 "석에게 공 줘!"라고 계속해서 외치는 소리를 직접 듣는 그 느낌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이러한 목소리는 공중파를 타고 전 네덜란드로 방송되었다. 현장에 있던 나는 그야말로 온몸에 전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주관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네덜란드에서는 이렇게 대단한 관심의 대상인데 한국에서는 별 관심이 없는게 사실 좀 신기하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우선 한국에서 관심이 적은 이유들은, 우선 한국 언론이 워낙 영어 뉴스만 받아적다보니 네덜란드 소식에 느린 원인도 있고(이와 관련하여 아주 재미있는 기사를 하나 글 말미에 알려줄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3대 빅리그만이 유럽축구의 대명사인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보니 그런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번 경기에서 석현준 선수의 득점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반면 네덜란드에서의 높은 관심의 원인은 매우 여러가지가 있는데,

- 가장 우선적으로 소설과도 같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석현준 선수의 입단 과정에도 있고(이 입단 과정은 다음에 한번 깊이 있게 써 보겠다.)

- 아약스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에 대한 기대감

- 그리고 히딩크가 심어 놓은 네덜란드 축구가 한국 유소년 축구 교육에서 어떻게 꽃피웠는지에 대한 관심

- 수아레즈가 거의 대부분의 득점을 담당하고 있는 현 아약스의 상황에서 언제 떠날지 모르는 그의 공백을 대체하기 위한 아약스의 미래에 대한 걱정

- 그리고 훈텔라를 레알마드리드에 팔고 난 이후로, 헤딩을 할만한 선수가 없는 상태에서 190cm의 장신이고 스피드도 있는 선수가 들어온 것에 대한 기대감. (실제로 후반 종료 직전 롬메달의 크로스를 뛰어올라 헤딩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많은 아약스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기록되었다.)

-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제 18세인 한 소년이 아약스에서 얼마만큼 커 나갈 수 있는지를 보고 싶어하는  많은 열망들이 그 원인인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그가 아약스에 입단하게 된 스토리 자체가 어쩌면 "소설과도 같다"라고 할 정도로  드라마틱한 면이 있기 때문에 네덜란드 사람들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참고로 네덜란드 유소년들은 대략 4세 정도면 이미 축구공과 놀기 시작하고 초등학교 들어갈 정도가 되면 공은 발에 붙어다닌다.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예전에 동네 놀이터에서 12살짜리 동네 꼬마와 축구 시합을 한 적이 있다. (아직 이야기 하지 않은것 같은데, 나 네덜란드에 살고 있다.) 결과는? 완전히 농락당했다. 공을 발에 접착제로 붙이고 다니더라. 나중에 들어보니 아약스 유소년 축구팀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고 했다.

이런 애들 중에서도 잘하고 잘하는 애들만이 정말 어렵게 들어가는 팀이 바로 아약스이다. 그것도 바로 1군에서 뛰는 것은 불가능하고, Jong Ajax라고 불리우는 2군에서 일단 시작해서 몇가지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야만 1군 벤치에 앉아볼 기회가 생기는거다. 영영 1군 못올라가보는 선수들도 부지기수다. 아약스에서 선수로서 급여를 받아가는 사람들이 약 100여명이라고 한다. 이 중 1군 소속 선수들은 불과 20명. 아약스에 들어가는것도 어렵지만 1군에 들어가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아약스의 유소년팀인 Toekomst. 우리말로 "미래"라는 뜻이다. 온 네덜란드에서 날고 기는 꼬맹이들은 살벌한 테스트를 거쳐 Toekomst에 입단하게 되고 아약스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로 길러진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석현준 선수에게 매우 특별한 기회가 마틴 욜 감독에 의하여 주어졌고 (마틴 욜이 아니었으면 그런 기회가 없었을 거라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 기회를 확실히 잡았으며(2군 경기에서 60분 뛰는 동안 3골을 넣었다.), 그 안에서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겨서 정식 입단 계약 1개월만에 1군으로 그라운드를 밟아본 것이다. 신데렐라도 이런 신데렐라가 없는 것이다. (좀 더 자세한 스토리가 있지만, 이는 몇가지 문제로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설명할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

아약스 역사상 이와 비슷한 스토리를 가진 선수는 딱 한명이 있었는데, 바로 위에서 언급했었던 리트마넨이며, 위에서 언급한대로 리트마넨은 아약스의 매우 성공적인 케이스로 아직까지 꼽히고 있다. 따라서 아약스 팬들에게는 석현준 선수의 발견이 제 2의 리트마넨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또한 재목을 알아보고 키워내는데 특별한 재주가 있는 마틴 욜 감독의 안목에 대한 신뢰이기도 하다.

또 다른 이유는, 그야말로 팬들의 궁금증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네덜란드 축구팬들은 박지성과 이영표를 통하여 한국 플레이어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축구에서 가장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 사람인 히딩크를 통하여 적어도 한국 축구에 대해서 비교적 가깝다고 느끼고 있다. (요새 우리 국가대표의 축구는 히딩크의 색이 많이 퇴색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지난달 말 로테르담에서는 석현준 선수와 히딩크 감독이 깜짝 만남을 갖는 장면이 연출되어 네덜란드 전국으로 생방송 되기도 하였다.

(관련 링크
http://www.eredivisie.nl/video/autoplay/25226/suk_ontmoet_hiddink.html)

따라서 네덜란드 축구팬들은 한국에서 왔다는 이 젊은 청년이 얼마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하고 있다. 히딩크가 네덜란드 축구를 전수한 나라 한국에서 8년 후에 나타난 새로운 재목에 얼마만큼 성장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은것이다.

게다가 석현준 선수 본인의 캐릭터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한가지 요소이다. 어제 경기가 마치고 난 후 네덜란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가급적이면 간단한 네덜란드어를 이용하여 충분히 의사소통을 진행하였으며, 오늘 뛴 소감이 어땠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대한 경험이었다"고 대답함으로써 아약스 팬들, 그리고 네덜란드 축구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을 수 밖에 없는 위치에까지 올라섰다.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면 이미 반은 먹고 시작한 훌륭한 시작이었다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불과 15분 남짓한 시간 안에 골을 넣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나도 큰 욕심이고, 이 정도면 좋은 시작이라고 본다. 금주 일요일에 또 다른 경기가 준비되어 있고, 이번에도 출전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리고... (이건 당연히 너무나도 큰 욕심이겠지만) 2월 18일에는 유벤투스와의 UEFA컵 경기도 준비되어 있다. 그런 큰 무대에서 바로 뛰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겠지만, 어차피 꿈이라는 것은 높게 잡는 것이다.

위대한 시작의 첫 페이지를 만족할만하게 넘겼다. 이는 석현준 선수의 개인으로서도, 아약스 구단으로서도, 그리고 대한민국 축구의 역사로서도 위대한 시작이라고 이야기 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청소년때부터 축구 천재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박주영 선수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너무나도 많은 기대와 응원은 오히려 선수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박주영선수가 그 무게감을 떨쳐버리고 지금의 성과를 이루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기대하고 응원하되, 잠시의 승리, 잠시의 패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한 믿음과 신뢰로 선수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자. (이거, 벽보고 정부 욕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다. 석현준 선수의 기사에 악플만 달지 않아도 되는거다.)

그러면 그는 멀지않은 미래에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해 주는 고마운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석현준 선수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선거권도없을 정도로 어리디 어린 이 청년이 부디 대한민국의 축구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위대한 재목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해 본다. 이역 만리 말도 안통하는 곳, 전세계 축구 천재들의 틈 사이에서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을 이 청년을 위하여 고국에서도 많은 성원 부탁한다.




아약스 유니폼 들고 이렇게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여줄 수 있는 그는 내가 보기에 아직 청소년이다. 하지만 지금의 저 천진난만함이 언젠가 세계 축구를 호령할 수 있는 카리스마로 바뀔 날이 올 것이다. 우리가 그때까지 할 일은,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응원해 주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아울러..
위에서 잠시 언급하였던 흥미로운 기사 하나 링크 건다..

http://www.elfvoetbal.nl/nieuws/97819_hiddink-boos-op-pvda-politicus-wil-bondscoach-boord-korea-worden

내용인 즉슨, 히딩크가 이번 월드컵때 북한 감독을 맡는다고 했더니(!!) 네덜란드 정치인들이 왜 공산국가 감독을 맡느냐고 따져서 히딩크가 "너나 잘하세요~" 라고 했다는 내용이다. 이곳에서는 이번 월드컵에 히딩크가 북한 감독 맡을 가능성 상당히 높게 보는 분위기다. 그것도 연봉 없이 무료로 해 줄 수도 있다고 이야기 했단다. (이 영감님이 돈을 벌대로 벌었더니 이번에는 노벨 평화상이 탐이 나는 모양이다.) 특히 히딩크는 세금 문제로 네덜란드 정부와 대판 싸운 적이 있기 때문에 네덜란드 정부와 사이가 아주 안좋은 상황이며, 정부가 하지 말라면 더 할 수도 있어보인다. 영어 기사만 받아적는 한국 언론은 아직 이 내용 모르고 있는것 같고..

이거, 한국에서 알면 대서특필할 내용 아니냐?
우리는 이런 우물 속에 살고 있다. 딴지 독자들만 먼저 알고 있어라~

나이지리아에서 감독직 제의 들어왔지만 내 생각으로는 그건 나이지리아만의 희망사항이고, 히딩크가 개인적으로 나이지리아를 맡을 이유는 없어보인다. 우리 언론은 나이지리아를 히딩크가 맡아서 적장이 되냐 안되냐, 즉 히딩크가 우리 배신하는건 아니냐에만 관심이 있다.

깨어있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우리 스스로가 알아내자.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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