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8일,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고, 이 회담을 통해 위안부 협상이 타결됐다. 협상의 결과를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겠으나 결론은 하나다. 직접적인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은 들어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 타결을 두고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이라고 못박았다.
시선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인 ‘수요집회’로 몰렸다.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창구이자, 위안부 협상으로 인해 철거‧이전 될 위기에 놓인 소녀상과 함께하는 ‘수요집회’.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집회답게, 어제인 6일에도 수요집회(1212차)가 열렸다.
수요집회에 대한 높은 관심에 따라, 위안부 협상이 타결되고 난 이후의 두 번째 집회이자 올해 첫 집회인 이번 집회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것이라 했다.
해서, 나도 전(前) 주한일본대사관 앞이자 소녀상이 있는 그곳으로 갔다.
수요집회는 12시부터지만 사람들과 취재진 또한 많을 거라고 해 11시쯤 광화문에 도착했다. 전(前) 주한일본대사관은 광화문에서 내려서 10분 정도 걸으면 갈 수 있다.
길을 몰라도 경찰을 따라가면 된다.
12개 대학에서 나온 대학생들이 소녀상 옆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 정부 간 합의 규탄 대학생 시국선언>을 하고 있었다.
경기대 총학생회장과
"위안부 합의는 전쟁범죄를 외면하고 사과 대상을 불명확하게 하고 소녀상을 철거하는 등
제대로 된 사죄와 배상은 이루어지지 않는 내용들 뿐이었다.
이것이 제대로 된 협상안이라고 할 수 있나"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이번 한일 위안부 협상은 50년 전 체결된 한일협정과 닮아있다."
"피해자의 얘기를 듣지 않은 점, 합의가 끝나고 통보한 점, 돈으로서 매듭 지으려고 했던 점"
한국외대 총학생회장도 발언을 했다. 발언이 끝날 때마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소녀상을 지켜주세요.
총학생회장들의 발언이 끝난 후엔 시국선언이 있었다.
"한일 위안부 협상안을 파기하라"
"(소녀상은)24년간 역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어져 온 싸움의 상징이자
할머니들을 기억하고 행동하겠다는 약속을 담아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산물"
항상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녀상 옆에
1991년 처음으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석고상이 놓였다.
정부가 이번 합의안을 두고 '불가역적'이라고 표현했지만, 불가역적이어야 하는 건 비극적 역사와 할머니들의 지울 수 없는 상처다.
한 때 꿈 많았던 소녀는 할머니가 되었다.
12시가 조금 지난 시각, 24주년 수요집회가 시작되려 했다.
집회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과
촬영을 기다리는 취재진들.
'오세란 춤패너울'이 이번 집회의 문을 열었다. 이 다음엔 <바위처럼>이라는 노래 공연이 있었다.
같은 시각, 집회 장소 주변 곳곳에 경찰 병력이 배치되어 있었다. 참고로 내가 봤던 깃발의 최고 높은 숫자는 '20'.
내 편일 때는 정말 든든한 공권력이지만,
아닐 때는 확실히 아닌 분들. (집회에 저 방패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수요집회 '내'에서는 어떠한 폭력 사태도 일어나지 않았음을 밝힘)
다양한 피켓을 볼 수 있었다.
이 사진은 한 꼬마 남자애가 찍어줬다.
무대 뒤쪽에선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 팜플렛을 나눠주고 있었다. 세월호 관련한 물건도 팔며 모금도 받았다.
이 추운 날 아이들이 언손을 녹여가며 피켓을 들기도 했다.
정대협 홍보대사인 최광기 씨가 사회를 봤다.
사진은 집회가 끝난 후 언론사와 인터뷰를 가지는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
"일본이 건넨 재단설립 지원금 10억 엔을 받지 않겠다"
"일본이 준 10억엔이 무슨 의미냐. 우리가 직접 재단을 설립해 역사교육, 진상규명, 평화비를 설립하자"
이번 수요집회엔 야당 국회의원과 수도권 자치단체장이 많이 참석했다. 시민까지 합하면 이번에 모인 인원은 1천 여명이라고 한다.
6일, 이번 협상에 대응할 '소녀상의 눈물 운동본부'를 발족한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의원도 발언을 했다.
"지우개로 지우듯이 친일 행각을 지우고 피해 할머니들의 아픔을 잊으라는
박근혜 정권에 맞서 바라만 보지 않고 싸울 것"
무대 앞으로 모셔진 고 김학순 할머니의 석고상.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목소리를 높였다.
"굴욕적이고 위헌적 합의를 즉각 폐지하고 대통령은 할머니들께 사과해야 한다"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어 사건의 전말을 밝혀야 한다"
올해로 89세를 맞은 이용수 할머니.
"올해 89세입니다, 운동하기 딱 좋은 나이입니다. 어떻습니까!"
"내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어린 학생들에게 책임이 다시 돌아가니까 내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
"저는 우리 소녀들한테, 후손들한테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지 않겠다"
추운 날씨에도 수요집회를 함께하는 시민들.
노래패 '우리나라'의 공연과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당사자와의 협의 없이 최종적, 불가역적이라고 못박은 정부의 굴욕 협상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자유발언,
이화여고 학생 2명의 성명서 낭독이 있었다.
"여기 모인 우리 모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한낱 정치적 담합으로 끝내버리려는
한일 양국정부의 협상을 피해자들에게 더 깊은 상처를 주는 가해 행위로 규정한다."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와 법적 책임 인정을 요구하는 피해자들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요구하는 세계연대행동을 시작할 것을 선언한다."
이렇게 올해 첫 수요집회이자, 24주년 수요집회가 끝났다.
수요집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던 평화나비. 평화나비 원주연합지부의 최재혁(우측) 학생은 "공식적으로 평화나비는 이 협상이 폐기될 때까지 계속 (활동을) 할 거"라고 밝혔다.
수요집회가 끝난 빈 자리는 예술가들이 빛내주었다.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연극이 진행됐다.
할머니들과 시민들이 떠난 자리를 그냥 볼 수 없는지 그 분들도 등장하셨다.
어버이연합의 등장으로 한 때 소요가 일어, 대기하고 있던 경찰병력이 대거 투입됐다. 경찰과 어버이연합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었다.
수요집회는 총 2시간 정도 진행됐다. 핫팩을 붙이고 들고 있어도 추위가 가시질 않았다. 털장갑을 끼고 있음에도 손에 감각이 없었고, 털 부츠에 수면양말까지 신었는데 발가락이 어는 것 같았다. 종래엔 몸살까지 걸리려는지 팔까지 쑤셔왔다. 하루, 고작 몇 시간 있었다고 몸이 고됐다.
수요집회는 벌써 1212차다. 추우나 더우나 1212번이나 그곳에 모였고, 목소리를 높였고, 울었다. 노쇠한 할머니들이, 체력 좋은 20대 여성도 힘들어 하는 집회에, 몇 번이고, 몇 년이고 나왔다.
김복동 할머니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했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죄’를 원하는 할머니들에게, 피해자를 배제한 ‘위안부 협상’이 해준 건 무엇인가.
P.S
일본군 '위안부' 문제 정의로운 해결 세계 행동은 12개국, 45개 지역에서 이뤄졌고, 이뤄진다. 자세한 사항은 정대협 사이트(링크)에 나와있다.
편집부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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