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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의 법칙. 

뉴턴의 운동법칙 중 제1법칙.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모든 물체는 자기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것을 말한다.

 

물리법칙 중 가장 유명한 관성의 법칙은, 사람의 행동패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편의점에 있는 많은 음료수 중에서 왠지 늘 사던 회사의 음료에만 손이 간다거나, 카페에서 늘 마시던 커피만 주문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게이머에게도 관성의 법칙처럼 습관적으로 계속 구입하게 되는 게임이 있다. 특히 시리즈물인 경우, 이제 와선 그다지 재미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전작에 비해서 뭐가 달라진 건지도 모르겠지만, 습관처럼 신작이 나올 때마다 계속 사는 게임. 호갱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 사고 넘어가긴 힘든 관성의 결과물. 

 

EA에서 매년 발매하는 FIFA 시리즈(이하 피파)도 그런 시리즈 중 하나다. 딱히 뭐가 달라진 건지 알기 힘들지만, 구입하는 유저들은 신작이 나올 때마다 습관적으로 구입하게 된다. 오늘은 그런 FIFA21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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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 vs 위닝 - 한때는 라이벌이었던 축구게임

 

시리즈 게임들은 나름대로 다른 시리즈 게임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다. 90년대의 콘솔유저에게는 에닉스의 드래곤퀘스트와 스퀘어의 파이널판타지가 그랬을 것이다. 둘 다 JRPG를 대표하는 작품인 만큼,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서로 경쟁한다. 말 그대로 '라이벌' 게임이다. 

 

EA의 피파와 코나미의 위닝일레븐 시리즈(이하 위닝) 역시 마찬가지다. 축구 게임이라는 장르에서 양대산맥으로 존재해왔기 때문에, 각 게임의 팬들 사이에서는 항상 어느 쪽이 더 나은 게임인가에 대해서 논쟁이 벌어지곤 했었다. 

 

피파와 위닝은 같은 축구 게임임에도 지향하는 방향이 달랐고, 게임성에 차이가 컸기 때문에 피파를 하던 사람이 위닝을 하면, 혹은 위닝하던 사람이 피파를 하면, 모든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버튼의 배치부터 선수들과 공의 움직임, 슛과 패스의 타이밍 등). 그래서, 각 게임의 팬들은 자신이 즐겨오던 시리즈만 꾸준히 즐기곤 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몇 년, 피파 쪽으로 대세가 옮겨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위닝도 꾸준히 팔리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피파 시리즈 못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확실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예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초라해져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교적 꾸준히 한글화가 되어 왔던 위닝(PES)에 비해 피파는 한글화되지 않는 것이 단점으로 꼽혔다. 그러던 게 작년에 발매된 피파20부터 한국어화되기 시작했다. 단점을 극복한 피파와 달리 위닝은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정식 라이센스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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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와의 계약을 통해 피파 시리즈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전세계 축구리그의 팀과 선수들에 대한 정식 라이센스의 힘은 축구 팬에게 절대적이다.

 

피파 시리즈에서는 거의 모든 선수들이 실명으로 등장하는데 반해서, 위닝의 경우는 개별 라이센스 계약이 된 일부 팀을 제외하면 상당수의 리그와 프로팀이 가칭으로 등장한다. 선수들의 이름이나 유니폼, 신발 역시 제대로 재현되어 있지 않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유저패치를 통해서 원래의 이름으로 바꿔가며 플레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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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닝 유저들이야 워낙 오래전부터 해오던 일이고, 습관이 되어 있다 보니 당연한 것처럼 여기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생각하면 팀과 선수의 이름, 유니폼 등이 짝퉁으로 되어있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심지어 엑스박스 유저들은 패치조차 불가능하다).

 

특히 올해는 위닝의 신작이 나오지 않고, 21시즌 업데이트를 통해서 선수들의 신규 데이터 및 밸런스 조정 정도만 이뤄졌기 때문에, 사실상 피파의 기권승이 되어버렸다. 위닝의 경우, 내년에 발매될 차세대기용 신작에 조금 더 힘을 기울이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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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발전으로 만들어진 종합선물세트

 

피파21은 현세대 콘솔의 마지막 작품이자, 차세대기로 발매되는 첫 작품이 된다. PC판에서는 '세대의 변화'라는 것이 큰 의미가 없지만, 콘솔에 있어서는 세대가 바뀐다는 건 큰 변화를 의미한다. 콘솔의 성능이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에, 그에 따라 게임성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차세대기가 발매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변화'는 내년에 발매될 피파22에서나 기대해야 할 부분이지만 말이다. 

 

피파21은 전작인 피파20에 비해 눈에 띌 만큼 많은 것이 바뀌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개선된 부분이 많다. 

 

93년에 처음 발매된 피파 시리즈는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최고의 축구게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그 긴 시간 동안의 발전을 통해 축구 게임이 줄 수 있는 모든 즐거움을 모아 놓은 종합선물세트가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혼자서 플레이를 하든, 친구들과 같이 즐기든, 아니면 온라인을 통해서 전세계 모든 유저들과 경쟁하든, 축구 게임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재미를 하나의 게임에 넣어두고 있다. 그야말로 완성형 축구게임인 것이다. 

 

물론, 매해 발매되는 만큼 팬들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킬 정도로 많은 것이 바뀌진 않는다. 조금씩 새로운 요소가 추가/변경되긴 하지만, 피파를 잘 모르는 사람은 뭐가 바뀐 건지 알아채기 힘들다. 피파18을 보여주면서 피파21이라고 속여도 그러려니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리즈를 꾸준히 해오는 팬들에게는 그 ‘조금의 변화’가 게임성의 발전을 느끼게 한다.

 

 

전작부터 이어져온 다양한 게임모드

 

피파21에도 전작에도 있던 다양한 게임모드가 존재한다. 1:1, 2:2 등 오프라인 멀티플레이는 물론이고, 최대 11:11 온라인 멀티도 가능하다. 혼자서 진득하게 즐기기 위한 싱글 플레이와, 자신의 팀을 만들어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얼티밋 모드, 자신만의 팀이나 선수를 키우는 커리어 모드 등 다양한 모드가 준비되어 있다. 커리어 모드에서 자신만의 리그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리그의 팀을 가져와서 최강의 리그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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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피파20부터 도입된 볼타 모드의 재미도 여전하다. 풋살경기장에서 길거리 축구를 즐기는 것으로, 정식 축구에 비해서 훨씬 좁은 경기장에서 펼쳐질 뿐만 아니라, 경기장에 따라서 벽이 있는 경우도 있어서, 일반적인 축구에 비해 빠른 속도감과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볼타 모드에는 스토리 모드인 '더 데뷔(The DEBUT)'도 준비되어 있다. '스토리' 모드라고는 해도 튜토리얼에 가깝기 때문에 길어봐야 3시간 정도면 끝낼 수 있다. 스토리 모드를 끝낸 후에는 전세계의 경기장을 돌아다니며 경기를 하며 원하는 선수를 얻고, 최강의 팀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 된다. 

 

볼타 모드에서는 오프라인 경기인 리워드 매치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선수를 모을 수 있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팀으로 온라인에서 다른 유저들과 경쟁할 수 있기 때문에 틈틈이 가볍게 즐기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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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21에서의 변화점

 

우선 유저 편의성에서 몇 가지 기능이 추가되었다. 연습경기 도중 시간을 되돌리는 플래쉬백(실수했을 때 되돌리는 것) 기능도 추가되었고… (레이싱 게임 '포르자 시리즈'의 그것을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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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을 운영하는 커리어 모드를 진행할 때,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지 않고 컴퓨터에게 플레이를 맡길 수 있다. 원한다면 언제든지 직접 조작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약팀을 상대로 전반전을 컴퓨터에게 맡겨뒀는데, 의외로 열세일 경우, ‘음… 역시 내가 나서야겠군.’하는 심정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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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모드에서 개별 선수를 성장시키는 것도 더 자유로워졌다. 자신이 원하는 육성방향으로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전방 공격수를 미드필더로 키우는 것도 가능하다. 유저를 배려한 변경점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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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선수를 조작하는 면에선 드리블 기술이 강화되었고, 개인기 모션도 조금 좋아졌다. 우측 아날로그 스틱을 이용하여 사용하는 개인기의 경우, 종류도 다양해지고 쓰기 쉬워졌다. 전작에 비해서 전반적인 성능이 올라갔기 때문에, 초보자라도 이것저것 시도해볼만 해졌다. 물론, 상황에 맞는 개인기를 정확한 타이밍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고, 각 스킬의 조작방법을 숙지해야 하겠지만, 그렇게까지 하지 않더라도 적당히 즐기는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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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기는 볼타 모드에서 맘껏 써볼 수 있다. 특히, 볼타모드의 3:3 경기에는 키퍼가 없어서 개인기를 이용해 수비수 한 명만 돌파하고 나면 바로 득점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아, 개인기를 성공했을 때 짜릿한 손맛을 잘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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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에도 추가된 부분이 있다. 공을 패스하고 난 선수가 빈 공간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공간 침투'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더 전략적인 움직임을 펼칠 수 있다. 공간 침투가 전작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21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더욱 자연스럽게, 원하는대로 경기를 이끌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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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티밋 모드에 대해서는 본 리뷰에서 따로 이야기하지 않겠다. 어차피 얼티밋모드를 즐길 유저는 사지말라고 해도 피파21을 샀을 테고, 이 기사를 읽는 시점에서 이미 한참 진행한 상태일 테니까)

 

 

그래서, 피파21을 꼭 사야되는가? 

 

피파21은 분명 잘 만든 축구 게임이긴 하지만,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다. 축구 게임이 취향에 맞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작인 피파20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면 구입이 망설여지기도 한다. 

 

피파21은 전작에 비해서 여러 가지 개선된 부분이 있고, 좋아하는 선수들의 최신 데이터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얼티밋팀이나 온라인 리그 같은 멀티 플레이에 파고들기 보다는 단지 친구들과 가끔 가볍게 대전을 즐기는 것이 목적인 유저에겐 20버젼을 두고 21도 구입하기를 권하지는 않는다. 그래픽적인 면에서든, 게임성에 있어서든 그렇게까지 많은 차이를 보이진 않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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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기에선 좀 더 손흥민 선수다운 얼굴을 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C가 아닌) 콘솔 게이머들에게는, 이번 피파21은 그냥 넘기기 힘든 매력적인 물건이다. 차세대기로 즐길 수 있는 첫 피파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피파21의 PS4 버젼을 구입하면 PS5 버젼도 즐길 수 있다(엑스박스원->엑시엑도 동일).

 

물론, 기본적인 게임엔진은 20버전과 동일하기 때문에 차세대기로 플레이하더라도 그래픽 외의 게임성에서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게이머라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그래픽으로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 그것만으로도 피파21을 구입하기 위한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본 리뷰는 XBOX버전과 PC버전을 기준으로 진행하였으며, 리뷰용 타이틀을 비롯한 일체의 후원 및 광고 없이 진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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