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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6.화요일


조르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은 결국 가출을 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율도국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다들 알고 계시리라. 사실은 율도국이 오키나와이고 홍길동이 실존 인물이었다는 찌라시성 기사를 몇일 전에 본 기억이 있는데, 아무튼 그게 사실이던 구라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것’에 대한 홍길동의 씨바스러운 감정은 몇 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절절히 느껴진다.


 


일본에 살면서 받는 문화적 쇼크는 여러가지가 있다. 무려 자동차 핸들이 오른쪽에 달려 있다던지, 일본 사람들은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를 쓴다던지, 일본 사람들도 참을 수 없는 똥꼬의 가려움을 느낀다던지 등등, 글로 쓰자면 ‘일본은 없다’ 10권 정도는 나오는 분량일 게다.


 


사족이지만, 일본에서 몇 년을 살면서 일본에 관한 책 한 권을 쓰기위해서


다른 사람 글까지 표절 도용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 수준도 참 알만하다.


 



 


각설하고, 많고 많은 컬쳐 쇼크중에서 단연 으뜸은 티비에서 받는 쇼크일 것이다.


 


사실 필자 십 수년전에 일본을 관광차 몇 번 와 본 적이 있는데, 그땐 벌건 대낮에 공중파 티비에서 여자들 속옷 벗기는 건 다반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규제가 엄격해져 심야에도 공중파에서 속옷을 벗긴다던지 하는 것들은 잘 볼 수가 없지만(물론 옷은 벗긴다), 여전히 키타노 타케시 같은 또라이는 벗기더라. 그런데 여기서 우린 중요한 사실 하나를 읽어내야 한다. ‘시청자가 벗기라면 벗기겠어요’ 라는 마인드는 일본 티비를 관통하는 하나의 코드다. ‘시청자가 원하면 한다.’ 이건 NHK를 제외한 모든 방송국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밑그림이다. 물론 ‘까라면 깐다’가 마냥 좋다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오는 건 분명하다.


 


정치판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다. 얘네들은 정치관련 프로는 아니더라도 시사 문제를 다루는 프로가 많다. 우리도 많지 않냐고? 물론 우리도 많다. 그런데 여기선 조금 그 형식이 다르다. 일반 연예인들이 시사 프로에 나와서 깐다. 무엇을? 좆(이라고 쓰고 정치판이라고 읽는다)을. 국회의원 불러 놓고 연예인들이 핏대를 세우며 깐다.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문제가 불거 졌을 땐 자민당이고 민주당이고 할 것 없이 다 까였다.


 


그래도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네이다 보니 좆을 깔 땐 어느 정도 선을 지키며 깐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깐다’라는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좆은 한번 까보고 죽어야 하는 게 아닌가? 물론 여자는 제외되겠지만 깐 좆을 반긴다는 것에는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남들은 다 까는데 혼자만 안 까고 있으면 그것만큼 쪽팔린 게 없다. 목욕탕에서는 친구들한테 놀림 받아서 쪽팔리고, 거사를 치를 때는 여자한테 비웃음 당해서 쪽팔리고......이것저것 생각할 필요 없이, 좆을 깐다는 건 어떻게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거잖냐. 물론 의학계에선 안 까도 건강상에 아무 이상이 없다 라고도 하지만 그래도 안 까면 찝찝한 건 사실이다.


 


한국 보다 ‘까기’에 훨씬 자유로운 일본도, 위에서 말 했듯이 좆에 관해선 조금 조심스러운게 사실이다. 그런데 몇 일전, 굉장히 충격적인 방송을 하나 보고 말았다. 뉴스였는지 예능이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사실 여기 일본, 뉴스와 예능과의 거리가 가카와 쥐의 거리 만큼이나 가깝다) 아래와 같은 문장을 들고 나왔다.


 


日本には謎の鳥がいる。
正?はよく分からない。
中?から見れば「カモ」に見える。
米?から見れば「チキン」に見える。
?州から見れば「アホウドリ」に見える。
日本の有?者には「サギ」だと思われている。
オザワから見れば「オウム」のような存在。
でも鳥自身は「ハト」だと言い張っている。
私はあの鳥は日本の「ガン」だと思う。


 


번역을 해보자면


 


일본에는 수수께끼의 새가 있다. 정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중국에서 보면 ‘오리’로 보인다.


미국에서 보면 ‘치킨’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보면 ‘신천옹’으로 보인다.


일본 유권자들은 ‘해오라기’로 생각하고 있다.


오자와 입장에선 ‘앵무새’와 같은 존재.


하지만 새 자신은 ‘비둘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할 땐 ‘피리새’로 보이고


신체검사를 해 보면 ‘까마귀’처럼 새까맣다.


해명 기자회견에서는 ‘구관조’가 되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가마우지.


나는 그 새를 일본의 ‘기러기’라고 생각한다.


 




 


이건 일종의 말장난 비슷한 건데, 하토야마 총리의 ‘하토’라는 글자가 일본말로 비둘기라는 뜻에서 착안한 문장이다. 근데 이게 하나하나 안을 들여다보면 참 재밌는 내용이다.


일본에선 오리를 이용해 먹기 쉬운 ‘봉’으로 비유할 때 사용한다. 치킨은 말 안 해도 다 알 테고, 저 신천옹이란 새는 사전을 찾아보니 몸이 거대하고 잘 도망가지를 못해 쉽게 잡히는 새란다. 그리고 해오라기는 일본어로 ‘사기’라고 발음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사기가 일본 발음으로도 똑같은 사기다.


피리새 또한 일본어로는 ‘우소’라고 발음하는데 거짓말을 뜻 하는 단어와 동음이의어이다. 그리고 마지막 기러기가 압권인데, 기러기의 일본 발음은 ‘간’으로 우리말로 해석하면 ‘암’이 되겠다.


 


요즘에 이게 인터넷 상에서 유행하고 있단다. 사실 요즘 민주당 일본에서 가루가 되도록 까인다. 오자와는 비자금 문제로 꼬붕 하나가 탈당을 했고(당했고), 하토야마는 위장헌금 문제로 동네북이 됐다. 하토야마네 엄마가 사실상의 정치자금을 하토야마에게 줬는데 그게 신고가 안 된 자금이라 탈세가 된 것이다. 정확히 얼마를 줬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암튼 우리나라 돈으로 백원도 훨씬 넘는 돈을 줬단다. 물론 하토야마는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아떼고 있는데 여기서 참 웃긴 일이 벌어졌다. 하토야마의 동생도 국회의원인데 무려 자민당 소속 의원인 것이다.


 




 


이 동생이 기자들 앞에서 말하기를


“엄마가 나한테 전화를 해서 ‘형은 꼬붕들 먹여 살릴 돈이 필요 하다고 해서 줬는데, 너는 먹여 살릴 꼬붕이 없니?’


라고 물어봐서 나는 전혀 없다고 대답했음. 나 잘했음?”


이라고 폭로한 것이다. 이걸 총리가 듣고는 발기해서 “아 시바 그거 누구한테 들었음? 그 말이 사실이면 형제고 뭐고 이 개색히......”


라고 하면서 눈시울이 촉촉히 젖더라.


다른 걸 다 떠나서 동생한테 팀킬 당하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 보니 하토야마도 참 불쌍해진다.


 


이야기가 많이 샜다. 아무튼 중요한건 위의 저 문장이 무려 공중파를 탔다는 거다. 무려 한 나라의 총리가 어떤 정치적 문제로 까인 게 아닌, 그냥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아이들 장난같은 문장으로 까였다는 거다. 상상이나 가는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상상 못할 것도 없다.


그렇다. 좆같은걸 좆같다고 하는데 문제가 될 건 하등 없다. 비둘기를 새라고 부르는데 뭐가 잘못 된 것인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쥐를 쥐라고 부를 수 있는 홍길동이 만들었던 율도국이 바로 일본 아니었을까? 왠지 몇 일전에 본 찌라시성 기사에 설득력이 실린다.


 


그렇다. 그 동안 우린 너무나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쥐=가카’라는 너무 단순명쾌한 논제에 대해 매스컴이 너무나 터부시 해 온 것이다. 일본 배우기 좋아하시는 딴나라당 제하 찌라시들의 선진 일본문화 도입이 시급하다. 아니다. 이런 선진 문화는 대한민국 전 언론이 전면 도입해야 한다.


 



 


얼마 전, 대한민국 유일 정론지로 등극한 딴지를 비롯한 그 외 황색언론들이여 일어나라. 쥐를 쥐라고 외칠 때가 왔다. ‘산은 산이요 좆은 좆이로다’ 라는 조상님들의 명 구절을 떠올릴 것도 없다. 비둘기는 비둘기고 쥐는 쥐이고 좆은 좆이다. 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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