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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6.화요일


육두불패 짐멜


 


딴지에선 기사만 읽고 독투불패에는 잘 오지 않던 나였는데, 어쩌다 파랑새 사태를 통해 글을 쓰게 되었고...그런 후에 둘러보다보니 육두불패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되었네. 오늘 아침부터 불기둥 아저씨의 글을 검색해서 1순환 마쳤어. 그러다 문화불패에서 데뷔한 것을 후회하게 되었지. 나의 정체성은 오히려 육두 쪽이거든.


 


앞으로 육두에서 놀아보려고 해. 형들 아저씨들 나 좀 반겨줬으면 좋겠어. 그렇지만 세상이라는 게 반가워야 반겨주는 거지. 재미없고 지루한 사람의 글을 누가 읽고 기억해주겠어.


 


별로 자신은 없지만 인사 겸 해서 추억담이나 함 써보려 해. 내공 넘치는 불기둥 아저씨의 글을 한참 읽던 중이라 육두의 높은 기준을 충족시킬 자신이 없어 두렵지만, 암튼 함 써볼께.


 



 


언젠가 사회학 전공 수업을 듣다가 '유한계급론'을 쓴 베블린이라는 애를 배웠는데, 교수가 에피소드를 얘기해주더라고. 베블린이 너무 난폭하고 악당짓만 하고 돌아다녀서, 걔 아버지가 어느 날 아침 자고 있는 걸 묶어서 납치해 기독교학교로 보냈다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의 체험을 떠올리게 되었지. 그의 사례와 비슷한 나의 쓰라린 추억을...


 


대학에 들어간 이후 나는 참 문란한 생활을 많이 했지. 술 먹고 들어오다 기력이 다해 대문 앞에서 잠들었다가 출근하시는 아버지한테 구둣발로 채어보기도 하고, 밤 늦게 동사무소 대문 앞에서 오줌 누다 걸려서 벌금을 내기도 했고, 뭐 이런 건 누구나 하는 일이지만, 양반스러운 우리 부모님께는 충격이었던 모양이야. 결정타가 됐던 건 여자 친구랑 여관서 자려고 엄마한테 전화해서 친구를 팔았는데, 내가 술이 좀 돼서 실수를 한 거야.


 


"학현이 내일 군대 가서 오늘 같이 밤새 마시기로 했어요."


엄마는,


"그 새끼는 지난 주에 군대 간 애가 또 군대를 가?"


당황한 나는 그냥 전화를 끊었지.


별로 쎄지 않지?


본론은 그거야. 다음 날 아침 여관에서 여자친구랑 같이 나오다가 은행 가시던 엄마랑 마주친거야.


 


그 순간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


 


그 직후 엄청나게 혼나긴 했지만 뭐 대충 넘어갔구나 하고 그냥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새벽에 엄마가 날 깨우더니 친척분 누가 돌아가셨다고 다 같이 시골 좀 가야 한다고 하는거야.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갔는데 차가 있더라. 운전석에 대머리가 있어. 쭈삣쭈삣 인사 하고 엄마한테 누구냐고 물어보니까. 아는 스님이신데 태워다주신다고 했대.


 


뒷좌석에 탔어. 근데 엄마도 아빠도 동생도 안 타는 거야. 왜 안 타냐고 물어보니까. 뭐 좀 사갖고 가야 된다고 따로 간대. 좀 이상하긴 했지만 알았다고 하고 타서는 잠에 빠졌어.


 


푹 자고 나니 절이야.


 




난 또 돌아가신 친척분이 불교 신자인가 했어. 상황을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 엄마가 날 팔아넘긴거야... 정신 못 차린다고 출가시킨거지.(정확히는 단기 출가야.)


 


머리는 깎지 않아도 됐지만 승복 같은 걸 입고 한 달 동안 말도 못했어. 묵언수행이라나. 밥 주면 맨날 반찬은 풀 밖에 없어. 소 되는 줄 알았어. 가장 힘들었던 건 뭐냐면...


 




 


하루 종일 벽만 쳐다보고 있는 거야. 면벽 수행이라나...


 


엄마는 내가 그러고나면 좀 정신을 차릴 거라고, 심성이 맑아질 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애.


 


그러나 당연히 그렇게 되진 않았지.


 


계속 벽만 쳐다보고 있다보니 심심한 거야. 그래서 지금까지 쳐왔던 모든 빠굴을 복기해보기로 했어.


 


첫 여자친구와 했을 때를 생각했지. 둘이서 무슨 영화를 봤는데 주인공 커플이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눈 떴을 때 상대가 옆에 있는 걸 보고 행복해하는 장면이었지.


 


내가 그랬어.


나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 곧바로 네 얼굴을 봤으면 좋겠다고 너는 안 그러냐고. 음흉한 동기는 없다고. 정말 저 장면을 재현해보고 싶다고. 그래서 여관으로 끌고갔지. 가서 TV 틀어놓고 있다가 옆에 가서 슬슬 만지기 시작했어.


 


"왜 그래. 안 그러기로 했자나."


 


그래서 그랬지. 이상한 건 너다. 우리 밖에서도 뽀뽀하고 끌어안고 하지 않았냐고. 여기서도 당연히 그럴 수 있는 거라고. 오히려 니가 과잉의식인 거라고.


그래서 껴안고 핥고 빨고 만지고 했어. 그러다가 내가 옷을 벗기려 했어.


 


"왜 그래. 안 그러기로 했자나."


그래서 그랬어.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걸 알고 싶다고. 그래서 네 알몸도 보고 싶다고. 니가 내 이메일 비번을 알고 싶어하는 것처럼 나도 니 알몸을 알고 싶은 거라고. 그래서 벗긴 담에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하다가 걷휴를 벙지에 넣으려 했어.


 


"왜 그래. 안 그러기로 했자나."


그때 나는 이미 꼴릴대로 꼴려서 시스템 과부하로 무슨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어. 담궈만 보는 거야.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서 그러는 거야. 움직이진 않을께 하면서 황급히 삽입을 했어. 그러고 감탄의 한숨을 쉬고는 펌프질을 눈치보면서 하기 시작했어.


 


여친이 노려봤어. 표독스럽게. 어쩌면 눈물이 좀 맺혀있었을지도 몰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눈은 "왜 그래. 안 그러기로 했자나." 라고 말하고 있었어. 나는 "싸.... 싸진 않을께." 라고 어버버 하며 말하다가...


결국 싸질렀어.


 


그 담에는 등 돌리고 담배를 폈어. 여자친구는 나보고 씨발넘이라 했어. 그렇지만 별로 모독감이나 자괴감은 들지 않았어. 그저 드디어 해봤다는 생각에 뿌듯했을 뿐이야.


 



 


다른 여친과의 추억도 생각났어. 여자친구가 오럴을 해주는데 맨날 하다가 마는 거야. 입싸는 안된다는 거지.


그래서 어느 날 하기 전에 샤워하면서 DDR로 예열을 해놨어. 그러다 여자친구가 서비스를 한 1분 30초 해준 순간 발사해버렸지. 여자친구가 토했어.


 


여자친구는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갔고 나는 허벅지랑 배 위에 토사물을 얹은 채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토 냄새를 맡고 있어야 했는데, 그 이후로 누군가의 토한 냄새를 맡게 될 때마다 그 기억이 오버랩되곤 했어.


 


지방에서 자취하고 있던 친구 집에 여친이랑 같이 놀러갔을 때도 생각이 났어. 따로 방이 없고 크게 방 하나만 있는 식의 자취방이었는데, 놀다가보니 차가 끊어졌어. 결국 같이 자고 가게 됐는데...


 


나랑 여친 포함 5명이 거실에서 이불 깔고 다 같이 누워서 자게 되었지. 여자친구가 불 꺼지고 한 20분 뒤에 불편해서 못 자겠다면서 청바지를 벗었어. 왠지 모르게 충동이 들어서 슬슬 만지기 시작하다가 결국 뒤에서 꽂았어. 여자친구는 당황했지만 소리를 낼 수가 없었지.


 


친구들이 깰까봐 아주 천천히 천천히 움직이면서 왼손으로는 클리토리스를 계속 만져댔어. 그렇게 한 2시간 가량을 잦이는 거의 꽂아만 놓은 상태로, 움직이는 둥 마는 둥 했었는데, 그렇게 흥분이 될 수가 없었었어. 여자아이도 이후 그 순간을 최고로 흥분됐던 순간이라고 말했었지.


 


이런 에피소드들을 포함한 자잘한 기억들을 몇 번이나 재생을 했어. 처음엔 '이런 일이 있었지'라면서 텍스트 요약본 식으로 회상을 했다면, 나중에는 정말 그 순간을 실시간 영상으로 보듯 생생하게 머리 속에서 재구성을 했어.


 


그렇게 한 달여를 보냈는데 언제나 걷휴는 꽂꽂해진 상태로였지. 벽보고 한 달 동연 꼴려있던 것이야.


 


사람이 신기한 게,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예전 기억만을 더듬다보니, 평소에는 기억도 나지 않던 기억까지 머리 속에서 떠올라. 뻥 아니라 2살때 기억까지 거슬러 올라갔었다니까. 유치원 때 여자애들하고 서로 꼬츄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줬던 기억까지도 떠올랐어.


 



 


아무튼 산 속의 고요한 절 속에서 나는 점점 더 음심을 키워나가고 있었지.


재즈 같은 거 보면 한 가지 코드나 멜로디로 별별 변주가 다 나오잖아? 지루할 게 없었어. 몇 가지 추억과 착상의 파편으로 나는 셀 수 없을 만큼의 판타지를 양산해낼 수 있었으니까.


 


그러다보니 어느새 단기출가의 기한이 막바지에 이르렀어.


마지막 날 이벤트로 10000배를 하게 했지.


그 당시 그 지역에서 사는 신도들도 와서 같이 10000배를 했는데, 내 앞에 아주 풋풋하고 상큼한 처자가 같이 절을 하게 되었어. 내 기억엔 좀 박진희를 닮았던 것 같애.


 


그때가 여름이었거든.


그 여자는 하얀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있었어.


 


10000배가 말이 만배지. 왠만한 아줌마 아저씨들은 하다가 무릎과 허리에 한계를 느끼고 낙오할 정도의 강도였는데, 한 3~4시간 절만 했어.


절을 계속 하다보니 땀이 송송 나더라. 팬티가 젖어서 달라붙는 걸 느꼈어.


그러다보니 내가 젖으면 얘도 젖지 않았겠는가 하면서 앞을 봤어.


 


올레.


티셔츠도 반바지도 땀에 젖어 찰싹 달라붙어 있었어. 흰 티셔츠가 반투명해져서 살색이 비쳐보였어. 거기에 눈을 떼지 못한 채로 그 광경과 한 달여의 판타지를 동시 진행하며 절을 했어.


 


빳빳하게 세워진 상태로 절을 하는데, 하면 할 수록 바닥의 방석과 닿게 되는 팔꿈치와 무릎이 까지기 시작했어. 마치 격렬하게 빠굴을 하다보니 팔꿈치 무릎에 화상 같은 걸 입을 때처럼. 그 유사한 고통이 빠굴을 더욱더 생생하게 연상시키게 해줬어. 내 앞의 여인은 숨이 찬지 점점 숨소리가 불규칙적으로 변했는데, 나는 나의 욕망을 그녀에게 투영시켜 그것을 교성처럼 듣게 되었어.


 


계속해서 절을 하다보니 세워진 걷휴가 자꾸 마찰하게 되었고...


10000배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 나는 결국 싸고 말았어.


딱 10000배가 끝나는 순간에 그렇게 된 건 아니었지만 말야.


 



 


그렇게 단기출가가 끝나고 나니 나는 득도한 듯한 맑은 얼굴로 하산할 수 있게 되었어. 거기에 있던 스님들은 내가 심지도 약해 보이고 불량해보여서 도중에 도망갈 줄 알았는데 잘 해주어서 감동했다고 했어. 나도 보람찬 시간이었다고 대꾸해주었지.


 


그렇게 단기출가를 거치고 난 나는, 좀 더 숙성된 내가 될 수 있었고. 그 이후로는 집에 더 잘 안 들어가게 되었어.


 


내 얘기는 여기서 끝. 길기만 하고 재미없는 글 읽어줘서 고마워. 이건 그냥 단순한 체험담일 뿐이고 어떠한 의도도 숨어있지 않아. 그리고 특히 불경스럽게 느껴질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해줘. 작정하고 절간에서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어울리지 않는 곳에 있으면서 딴 생각을 한 에피소드니까.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준혁이가 번뇌에 시달리던 에피소드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네. 좀 수위가 걱정되긴 하지만 이에 대해선 방장 아저씨께 맡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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