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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세계 최강자를 가리는 천하제일무도대회 미국 대선이 다음 주로 다가왔다. 승부의 추가 바이든 쪽으로 기운 것처럼 보이지만, 4년 전을 떠올리면 과연 그런가라는 의문이 든다. 게다가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 이슈가 바이든을 침몰시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바이든 치매설도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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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바이든 / 우크라이나 ‘헌터 게이트’, 마약 및 성행위 동영상, 부패 의혹이 있는 중국 억만장자로부터 매년 약 115억 원을 받았다는 등의 의혹이 있다. 

 

 

어게인 2016 될까

 

그럼 AGAIN 2016이 벌어질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본다. 

 

2017년 우리나라 대선 때도 문재인 후보의 아들 취업 문제가 불거졌고, 문재인 치매설이 돌았다. 선거에선 뒤처진 쪽이 네거티브나 흑색선전 전략을 하는 법이다. 트럼프 쪽에서 헌터와 치매 이슈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건 뒤처져 있다는 방증이다.

 

뒤쳐져 있는 거야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4년 전의 강렬한 추억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게 만들고 있다. 다들 “샤이 트럼프가 나올 거다 바이든이 되겠어?” 같은 이야기를 한다. 

 

게다가 4년 전에 유일하게 정확한 결과를 예측했다던 여론조사 기관 라스무센도 계속 바이든의 우위를 말하다가 며칠 전 트럼프가 1% 앞서고 있다고 발표했다. 갤럽 자문인 크리스토스 마크리디스 미 애리조나 주립대 교수와 오하이오주 우드 카운티의 공화당 의장인 조너선 자쿠바우스키도 트럼프가 이기고 있다 여론조사를 믿지 말라는 글(Don’t believe the polls — Trump is winning)을 기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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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동아일보>

 

이들의 말은 맞는 걸까? 맞을 수도 있다.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거니까. 이번 미 대선은 2012년 우리나라 대선과 비슷한 구도다. 박근혜가 당선되기를 바라는 쪽과 박근혜가 당선되지 않기를 바라는 쪽으로 나뉘었던 것처럼 미 대선 구도도 트럼프와 반트럼프로 나뉘어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트럼프도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의 승리를 점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샤이 트럼프 지지자의 존재다. 트럼프를 대놓고 지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수가 있어 여론조사에서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나는 좀 다른 생각이다. 

 

4년 전, 미국에선 트럼프를 대놓기 지지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을 것이다. 어프렌티스나 WWE의 링에 나와 바보짓을 하는 트럼프를 지지하면 바보 취급당하기 때문에, 속으로는 트럼프를 지지해도 대놓고 표현하기는 어려웠을 수도 있다. 

 

지금은 트럼프가 대통령이고 챔피언이다. 챔피언을 응원하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박근혜가 당선된 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주변에서 커밍아웃을 했는지 떠올려 보면 알 수 있다. 샤이 트럼프의 수는 2016년보다 줄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대도시들에선 트럼프를 지지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겠지만, 시골은 다르다. 

 

집 앞이나 차에 트럼프 지지 스티커나 판넬을 붙여놓은 사람이 많다. 샤이 트럼프는 도시 지역이나 해당되는 말이다. 올해 우리나라 총선 때도 수많은 사람들이 2012년 얘기를 하며 샤이 보수의 존재를 말했었지만, 그런 유권자층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번 미국 대선도 비슷할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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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를 지지하는 문구를 적은 차량

 

또 여론조사 기관의 자세가 4년 전과 다르다. 4년 전 대선의 최대 패배자는 여론조사 기관들이었다. 정확성이 생명인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 예측이 540도 빗나갔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4년 전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했을 것이다. 4년 전 결과가 빗나가게 만든 샤이 트럼프의 존재를 조사 결과에 반영하지 않았을 리 없다. 오히려 실제 이상으로 집어넣었다고 봐야 한다. 

 

샤이 트럼프의 존재가 줄어들었다는 점과 여론 조사 기관에서 샤이 트럼프의 존재를 충분히 반영했을 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여론 조사 결과는 오히려 바이든에게 불리한 쪽으로 편향되어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우리나라에 불리할까

 

바이든이 당선된다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다.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우리나라에 불리할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가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대북 관계와 한일 관계에서 바이든 정권이 오바마 3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불리할 것이라고 한다.

 

의견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사항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는 박근혜가 대통령이었다. 박근혜 정권은 친일 정권이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일본에 저자세를 취했고, 불필요한 강경 기조로 북한을 자극해 북한과의 관계를 악화시켰으며, 오바마는 박근혜를 ‘poor president’라고 말하며 대놓고 바보 취급까지 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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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취급을 하는 상대를 제대로 대접해 줄 리가 없다. 당시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호구 취급을 당한 것이다. 위안부 합의만 해도 미국이나 일본의 필요에 박근혜 정권이 알아서 호응해준 것으로 보인다. 양보하지 않아도 되는 걸 양보했다. 

 

10억 엔이라는 액수가 그를 상징한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쏟아붓는 돈을 생각하면 10억 엔은 간에 기별도 안 갈 액수다. 일본은 얼마 전 독일에서 소녀상을 철거시키는데도 꽤 많은 돈을 썼다고 한다.

 

위안부 문제는 인권의 문제다. 지지자층을 고려하면, 미국 민주당 정부에서 가해자 편을 드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 알아서 양보하지 않았다면 저런 결과가 나오기 어려웠다. 

 

사드 문제만 해도 그렇다. 박근혜 정권에서 바보짓을 하는 바람에 미국에게는 호구가 되고, 중국에게는 나쁜 놈이 되었다. 문제가 복잡하게 꼬여서 문재인 정부에서 사드 문제만 해결해도 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 문제를 풀었고, 이젠 아무도 사드 얘기를 하지 않는다. 

 

트럼프냐 바이든이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처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대놓고 미국 중심주의와 자국 이기주의를 외치는 트럼프가 동맹의 강화를 말하는 바이든보다 우리나라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무조건 단정할 순 없다.

 

박근혜 정권 때 트럼프가 대북관계나 한일관계에서 우리나라에 특별히 호의적이었다고 보이진 않는다. 트럼프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한 건 문재인 정부 들어서의 일이다. 박근혜 정권은 여러 가지 약점이 있었다. 윤창중 성추행 사건만 해도 무마하기 위해 뒤에서 외교적으로 무언가를 양보했을 거라는 걸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고, 부정선거를 통한 당선이라는 약점도 미국이나 일본에서 이용했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이제 와선 다들 잊고 있지만, 2012년에 박근혜는 부정선거 덕분에 당선되었다. 국정원과 군대 등 국가기관들이 선거에 개입했었다. 그들이 얼마만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지는 알 수 없지만 3%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는 부정선거가 아니었다면 문재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충분히 점칠 수 있게 하는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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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진 현상만 놓고 보면 바이든보다 트럼프가 당선되는 게 우리나라에 유리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벌어지지 않은 일들로 미루어 따져본다면 오히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는 게 우리나라에 유리할 것이라고 본다. 

 

북한 문제를 보자. 미국이 뭔가를 줘야만 북한이 관계개선을 받아들일 상황인데, 협상에서 지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트럼프가 그렇게 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북한에게 트럼프 정부는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다. 반면에 새롭게 바이든 정부가 등장하고, 중간에서 우리가 역할을 잘하기만 한다면, 새로운 신뢰를 쌓아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미군 방위비 부담 이슈도 문제다. 더 이상의 재선이 필요 없는 트럼프는 더욱 강하게 우리나라를 압박할 것이고,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주한미군 철수도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반면, 동맹을 강조하는 바이든은 이 부분에서 우리를 좀 더 배려할 것이다.

 

 

트럼프의 대선 불복, 정말 할까

 

마지막으로 트럼프가 대선에서 졌을 경우 결과에 불복하며 백악관에서 농성을 할 것이고 코니 배럿을 황급하게 대법관으로 임명한 것도 그를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도 있다. 트럼프가 워낙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본다. 

 

트럼프의 행동 원리는 단 하나다. 뭐가 자신에게 유리하고 이익이 되는가. 백악관에서 농성을 하는 게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농성을 하고도 남겠지만, 과연 그게 이익이 될까? 대선 불복과 농성을 암시하며 우편 투표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트럼프식 협상의 수단이다. 그리고 애매한 표 차이가 아니라면, 우편 투표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미국 내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트럼프는 항상 판을 흔들고 본다. 흔들고 나면 거기서 뭔가 떨어져 그걸로 자신이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게 트럼프식 협상 철학이다. 어떤 경우에도 트럼프는 판을 흔들고 본다. 실제로 자신이 말한 대로 될 가능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일단 던지고 보면 뭐라도 챙길게 생긴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이걸 머리로는 안다고 해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지만, 트럼프는 평생 이런 식으로 살아온 인간이고, 이 방식으로 대통령까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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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도라이이고, 하는 말은 전부 막 던지는 얘기 같지만, 그렇지 않다. 트럼프가 한 번이라도 자기에게 불리할 것 같은 말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그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철저히 자신의 이익에 따른다. 도라이라기 보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봐야 한다.

 

결과에 불복하는 제스쳐가 이익이 된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대선 결과 조작이 트럼프에게 이익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트럼프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인데 선거 결과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조작되었다면 대통령으로서 무능하다는 말이 된다. 불복이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로 이어지려면 여론이 호응을 해줘야 하는데 여론이 호응해 줄 가능성이 별로 없다. 결과에 불복하는 시나리오는 정치적 타협을 통해 퇴임 후,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한 방편이라고 본다.

 

물론 위에 쓴 모든 얘기가 다 헛소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가 이기거나, 바이든이 우리나라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대북 관계나 한일 관계에 어깃장을 놓거나,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농성을 할 수도 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이 기사는 내 흑역사가 될 것이므로 여기서 황급히 마치고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야겠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