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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세부에 거주하며 필리핀의 락다운을 겪은 이야기이다. 제대로 된 방역 조치가 안 되는 상태로 확진자만 늘어나는 필리핀은 3월 중순 결국 락다운을 하게 된다. 락다운은 계속 이어졌고, 필리핀의 경제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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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9일에 두테르테 대통령의 담화내용은 이랬다.

 

“내년 1월 백신이 나올 때까지 여러분이 살아 있기를 바랍니다. 죽음의 사신이 찾아오면 ‘내년 1월까지 백신을 기다려야 하니 물러나세요.’라고 말하세요.”

 

이건 농담이 아니다. 국가로서 락다운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 국면이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세부의 사람들도 대부분 셔터를 내리게 되었다.

 

안 그래도 한국 교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필리핀의 '불신 문화'에 무대처 코로나 국면까지 겹쳐 현재, 필리핀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세부 시티와 막탄 섬

 

6월 첫째 주에 드디어 세부의 락다운이 한 단계 완화되었다. 의미 없던 체크 포인트들이 사라졌고, 일상은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슈퍼마켓 앞 싱크대에서는 손을 씻고 대기를 해야 하고 밤에는 통행 금지 전에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다지 변화를 못 느끼겠다. 

 

지난 편에서 “세부(Cebu)"가 어떻게 지역을 구분하는지 잠깐 설명했었다. 세부는 크게 본섬막탄 섬 두 개의 권역으로 나뉜다. 이런 구분은 지리적 구분도 되지만 경제 환경의 구분으로도 적합하다. 세부 본섬과 막탄 섬은 돈을 버는 방식이 다르다는 뜻이다. 그건 한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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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필인러브>

 

세부 본섬은 '메트로 세부(세부의 중심도시들)'를 제외하면 농업과 어업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쉽게 말해서 시골이다. 반면 '세부 시티'는 평범한 대도시이다. 큰 항구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며 대도시의 평범한 비즈니스가 펼쳐진다. 

 

‘세부 시티’에 자리를 잡은 한인들은 다른 나라에 자리 잡은 한국인들처럼 식당, 미용실, 마사지, 렌터카, 어학원, 유통업 같은 서비스업 위주의 경제생활을 주로 한다. 한국인이 주 고객이지만 현지인 손님도 많다. 필리핀이 가난한 나라라고 해도 한국인 가게에서 소비할 정도의 생활 수준인 사람도 많다는 뜻이다. 진짜 돈을 많이 번 한인들은 현지인을 대상으로 장사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세부 시티’는 비교적 관광객의 영향을 적게 받는 곳이다. "세부"라고 하면 지역 전체가 관광단지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세부 시티'는 우리나라의 ‘부산’ 같은 도시이다. 부산은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지만 관광객이 없다고 부산 경제가 무너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세부 시티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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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시티

 

세부의 또 하나의 권역인 막탄 섬은 ‘세부 시티’와는 완전히 다른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원래 어촌마을이던 이곳은 스쿠버다이버들이 알음알음 알리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리조트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관광객이 시도 때도 없이 모여든다. 요즘은 풀빌라 형태의 조그만 리조트들과 게스트하우스도 많이 생겨서 가족 여행객이나 배낭 여행객들도 엄청 많아졌다. 막탄의 숙박시설들은 1년 내내 공실률이 0%에 가까울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막탄에 있는 한인들은 여행사와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개인 투자자들도 많다. 주로 소형 리조트나 관광 관련 옵션 샵, 식당, 슈퍼마켓, 렌터카 사업 등에 투자해서 많은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막탄의 경제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2017년 즈음부터 막탄 관광지구의 노른자위에 “뉴타운” 빌딩들이 분양을 시작했다. 막탄 뉴타운은 필리핀 정부가 거대 건설회사와 손잡고 정책적으로 개발한 지역 건설 사업이다. 30여 개의 빌딩들을 동시에 착공하여 지금 거의 40% 정도의 준공률을 보이고 있다. 이 뉴타운이 분양을 시작한 것이다. 

 

막탄은 오랫동안 관광업으로만 먹고살던 지역이어서 비즈니스를 위한 건물은 별로 없다. 그런데 ‘막탄 뉴타운’이 생기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공간이 창출된 것이다. 해운대처럼 개발이 시작됐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막탄 뉴타운'이 열리면서  제일 먼저 대규모로 투자를 들어온 사람들은 중국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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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들어서고 있는 막탄의 뉴타운

 

중국의 게임 관련 콘텐츠(세간에는 도박사이트로 알려져 있음)를 운영하는 회사들이 들어오면서 임금이 센 중국인 근로자들이 대규모로 유입되었고 비슷한 계통의 중국계 사업체들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중국인들의 숫자가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중국인 관련 서비스업도 늘어났다. 

 

 

폐허가 된 막탄

 

세부를 한 번이라도 와본 사람은 알겠지만 막탄에는 한국인 상대의 서비스업은 포화 상태였다. 한 집 걸러 하나씩 한국어로 된 간판이 붙어 있고 큰 리조트들은 90% 이상이 한국인으로 객실이 채워진다. 

 

이렇다 보니 한국인끼리 경쟁이 심해져서 식당이나 호핑 샵, 다이빙 샵, 마사지 샵, 여행사 같은 서비스업들은 3개월을 못 버티고 문을 닫는 곳이 허다했다. 이렇게 문을 닫는 곳에는 의례 중국인들이 들어왔다. 

 

요 몇 년 동안 세부에서는 패키지여행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의 대형 여행사들이 개인들이 운영하는 자유 여행사와 대결에서 참패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처음에 자유여행 업체들은 가격으로 대형 여행사들을 눌렀고 후에 대형 여행사들이 가격을 낮추자 서비스의 질로 패키지 여행사들을 초토화시켰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유여행 여행사들도 어려워졌다. 좁은 지역에 많은 여행전문가(가이드 및 여행사 출신 경력자)들이 몰려 있다 보니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회사를 차렸고, 결국 많아진 자유 여행사들이 가격 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날이 갈수록 가격 경쟁은 극으로 치달았고 결국 대형 여행사, 자유여행 업체 모두 자기 살을 뜯어 먹으며 함께 무덤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렇게 망하는 한국업체들의 빈자리는 중국인들이 채워나갔다. 

 

2020년 막탄에서는 중국인들의 사업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한 집 걸러 하나씩 중국 슈퍼마켓과 중국 식당이 문을 열었고, 바다에 떠 있는 수상 식당과 무인도의 호핑 거점들도 모두 중국인들이 인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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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탄의 한 수상 식당

 

고전하고 있던 한국 투자자들은 이 틈에 중국인에게 사업장을 팔고 빠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중국 바이어가 나타나면 어떡해서든 가게를 넘기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가 터졌다. 이미 내리막을 걷던 한국 업체들은 속수무책으로 파업을 선언했고, 개업을 준비하던 중국인들은 셔터 한 번 올려 보지 못한 채 모두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3개월 이상 이런 현상이 지속되자 막탄의 주요 거리는 거의 폐허에 가까워졌다.

 

그럼 앞으로 세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 말은 앞으로 “해외여행은 언제쯤 다시 갈 수 있을까?”와 동의어이다. 

 

세부를 예로 들어 내 멋대로 앞으로의 해외여행을 전망해보도록 하겠다.  

 

 

이제 어떻게 될까

 

현재 코로나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이동 시 격리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국으로 나가든 자국으로 돌아오든 각 나라에서 적어도 14일 이상의 격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즉, 외국 한 번 나가는데 한 달 이상 아무것도 못 하고 묶여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고난을 뚫고 해외여행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관광을 위해 이걸 감수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본다. 

 

그럼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면 상황이 좋아질까? 당연히 좋아진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백신이나 치료제는 앞으로도 최소 6개월은 더 걸려야 개발이 되고, 시판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운이 좋아 당장 내일 백신이 개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각 나라가 생산해서 보급(접종)하려면 적어도 6개월의 시간은 걸린다. 개발도상국의 국민들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게다가 전 국민의 접종이 끝나면 "안정기"를 거쳐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안정기란 접종을 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시기이다. 정치적이나 종교적인 혹은 기타 다른 이유로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버티는 사람이 나오면 안정기는 한도 없이 길어질 것이다. 안정기가 끝나는 시점은 "자가 격리"와 "마스크"가 필요 없는 시점이다. 이 지점이 절대 쉽게 오지는 않을 것 같다.

 

백신과 치료제는 개발 시점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생산과 보급 시점이 중요하다. 따라서 내일 백신 개발이 완벽한 성공이라는 발표가 있어도 해외여행은 1년 후에나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얼마 전, <다스뵈이다>에 출연했던 예방의학 전문가 국립암센터 기모란 교수는 코로나 전처럼 해외여행이 가능하기까진 3년은 족히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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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여행사 카운터 / 사진 출처-<뉴시스>

 

만약 이대로라면, 우리나라에 여행사라고 이름 붙은 회사들은 모두 파산할 수밖에 없다. 매출이 제로에 가까운 회사가 몇 년을 버틸 방법이 있겠는가? 정부가 지원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결국 이 말은 해외에서 관광업 언저리에서 먹고살던 한인들도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매우 비관적이지만, 다른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벼랑 끝에 선 막탄의 한인들

 

현재 막탄의 한인 가게들은 전멸했다. 대기업이고 자유여행이고 막탄에 있던 여행사의 99%는 문을 닫았다. 은퇴자금으로 사업을 시작해 보려 했던 소규모 투자자들과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외에 확장해보려던 중소기업, 여행사와 협력업체에 종사했던 직장인들, 현지에 법인을 설립해서 사업하던 소상공인들, 한국식 형태로 건물을 짓던 건설회사, 영어 캠프를 운영하던 어학원 등 세부에서 뭐라도 하려던 사람들은 모조리 망해서 사라졌다.

 

물론 이 와중에도 배달사업으로 떼돈을 벌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흘러 다닌다. 원래 두려움에 빠지면 과장된 이야기들이 떠돌게 마련이다. 간혹 이런 이야기들이 사실일 때도 있지만 이런 행운은 복을 타고난 만 명 중에 한 명에나 일어날 일이다. 보통 사람에게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현지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던 사람들은 좀 길게 버틸 수도 있겠지만, 필리핀 전체의 소비가 급격히 줄었고, 앞으로 1~2년은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 관광객이 돌아오기 어렵다고 볼 때 이들도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지금보다는 낫겠지만, 1~2년이 지나도 코로나 전 정도로 회복되긴 힘들 것이다. 

 

소일거리 삼아 하는 일이면 몰라도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사업을 계속하기는 힘들 것이다. 장사는 집세를 내기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한국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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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폐업한 중국인 가게들 / 출처-<필리핀의 모든것 채널 T channel t>

 

문제는 이렇게 상황이 어려운 해외 거주민들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이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이라면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자리를 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운 좋게 현지 사업체를 매각해서 돈을 왕창 챙겨서 들어온 사람이라면 몰라도 10여 년 만에 새롭게 한국 생활을 시작해서 자리를 잡으려면 기적에 가까운 행운이 따라야 한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하며 살았다면 한국에 돈벌이 기반이 없다고 봐야 한다. 아마 그런 자본이 있었으면 애저녁에 다 끌어다 현지에 더 크게 사업을 벌였을 것이다. 

 

한국계 사업가들은 망할 때 공통점이 있다. 끝까지 버티다 망한다는 것이다. 금융권에 빚내서 버티고, 거짓말하면서 버티고, 사돈에 팔촌의 돈까지 다 끌어다 버티고, 사채까지 당겨서 버틴다. 일단 버티기가 시작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다시 회생할 수 없다는 것을 본인만 모르고 다른 사람은 다 안다. 그래서 망하는 시점이 되면 남의 말을 안 듣는다. 

 

옆에서 아무리 말려도 소리가 안 들리는 것이다. 이렇게 버티고 버티다가 망하게 되면 주변 사람들도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된다. 한국인들은 외국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망한다.

 

솔직히 지금 현지에 남아 있는 사람 중에는 비행기표 살 돈이 없어 떠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위에 말한 과정을 거쳐서 망했기 때문이다. 또한, 돈이 없어 제때 비자 연장을 못 한 사람은 더 큰일이다. 불법 체류로 걸리면 벌금을 내거나 추방을 당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민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다시 필리핀 입국이 불가능해진다. 

 

뭔가 재산을 남겨 놓은 사람이거나 현지에 가족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다시 올 수가 없으니 도망 다니며 버틸 수밖에 없다. 혹시 외국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갑자기 연락이 온 적이 있는가? 보통 비행기표나 비자 문제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사람들의 휴대폰에 당신의 번호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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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 세부에서 탈출 러시가 일어날 때, 빈털터리가 되어 돌아가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세부 난민"이라 불렀다. 그건 현지에 남은 사람들이 한국에 먼저 간 사람들과 연결한 단톡방의 이름이었다. 곧 뒤따라 들어가야 할 사람들이 한국에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난민"을 떠올렸던 것 같다. 

 

 

한국의 방역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한국의 방역이 얼마나 경이로운지를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잘 체감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필리핀의 방역이 조금만 나았더라도 돌아가지 않는 사람이 훨씬 많았을 것이다. 

 

지금 필리핀은 방역이라는 걸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 대통령이 "알아서 버티고 살아남으라."라고 할 정도니,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필리핀 정부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락다운(Lockdown)"으로 사람을 가두는 것밖에 없다. 나라가 가난하고 여러 인프라가 없으니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이다. 

 

3개월간 머리카락을 자르지 못하면 얼마나 불편한지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여자들은 모르겠는데, 많은 남자들, 그중에서도 중년 이상의 남자들은 살면서 3개월 이상 머리를 기를 일이 별로 없다. 나도 참다못해 두 달 만에 거울을 보며 혼자 머리카락을 잘랐다. 

 

집 밖을 나갈 때, 통행증을 챙겨야 하고 쌀 한 포대를 사기 위해 슈퍼마켓 앞에서 10명씩 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야 하는 "통행 제한"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 쉽게 한국의 방역을 별거 아니란 듯이 평가한다. 한국에서 말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는 필리핀 GCQ급의 락다운이다. 가장 약한 수준의 "이동 제한"이라는 뜻이다. 

 

(정세균 총리가 어제 자인 11월 1일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안을 발표했다. 여기서의 3단계는 개편 전의 단계를 지칭한다.)

 

4년 동안 내 차를 정비해주던 멀쩡했던 현지인 친구가 어느 날 코로나19를 치료하지 못해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황당함을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울 것이다. 필리핀 같은 불신의 사회에서 4년이나 서로를 돕던 친구의 장례식을 가지 못하는 "이동 제한"을 경험하고 나면 한국의 방역이 얼마나 대단한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정치적 목적으로 혹은 인권 운운하며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자들은 무지한 이기주의자일뿐이다. 이런 자들을 보면  한숨이 나오고 분노가 치민다. 이들은 공동체를 위해서 빨리 정신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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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KBS>

 

우리는 이제 상당 기간 동안 과거와 같은 해외여행을 하기는 어렵게 됐다. 천재적인 과학자가 나타나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 우리는 기모란 교수의 말처럼 최소 3년 안에는 과거와 같은 해외여행은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이런 슬픈 현실 속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지구에게 휴식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덕에 세부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광지가 아름답게 바뀌고 있다. 인간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파괴해 놓은 세계를 지구 스스로가 복구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에는 이렇게 스스로 복구된 지구를 인간들이 조금이라도 덜 파괴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후손들이 우리가 봤던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우리는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지금은 괴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지나고 보면 짧은 시간일 수도 있다. 절망하지 않고 충실히 삶을 이어간다면 지금이 또 다른 삶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 시기를 버틸 수 없을 것 같다.  

 

 

 

❖벼랑끝..의 기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많은 해외 거주자들이 최대한 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저도 2020년 6월 27일부터 한국에서 난민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편집부 주

 

위 글은 독자투고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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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imes I think I'm fighting for a life I ain't got time to live"
- Dallas Buyers Club, 2013.
가끔은 살려고 애쓰다가 정작 삶을 누릴 시간이 없는 거 같다.
-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