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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편에서 검찰총장이 법을 다소 자신의 시각에서 해석하고, 적용하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에 본 기자, 제대로 된 법률가에게 정확한 사법지식을 듣고 알려줘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전문가를 찾아 나섰다.

 

오랫동안 검찰개혁을 주장해왔으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역임했던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서보학 교수(형법전공)를 만났다. 2017년 출범한 경찰개혁위원회 수사개혁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서 교수에게 춘장의 발언을 비롯해서 여러 사안을 물어보았다.

 

 

Q. 지난 22일, 윤석열 총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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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위법하고 근거와 목적이 보이는 면에서 부당한 게 확실하다. 대부분 검사들과 법조인들은 검찰청법에 어긋나는 위법이라 생각하고 있다”

“검사들이 대놓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일선은 다 위법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법적으로 다투게 된다면, 법무검찰 조직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특정 사건에 대해서 장관과 쟁탈전을 벌여 경쟁하고 싶지도 않다”

 

윤 총장의 말처럼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위법부당하게 해석되는가?

 

A. 아니다. 감독 권한에 포함이 된다. 검찰청법 제8조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ㆍ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ㆍ감독한다."에 제대로 '지휘 및 감독'이라고 명시되어 있지 않나. 이는 검찰총장의 지휘권행사에 대한 당/부당을 다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이고, 따라서 장관은 총장이 부당하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면 그만두게 해야 한다. 

 

 

Q. 윤 총장은 “(법무부)장관은 기본적으로 정치인, 정무직 공무원”이고, “총장이 장관의 부하라면 수사가 정치인의 지위로 (행해져)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사법의 독립과는 거리가 먼 얘기가 된다”고 했다.

 

자꾸 검찰의 수사권을 정치적 중립과 연관시키고 사법권의 독립과 연관시킨다. '사법권의 독립'이라고 하며 검찰권을 사법권의 하나로 여기는 모습이다. 검찰권력은 행정권 아니었나(검찰은 행정부인 법무부 산하이므로).

 

A. 검찰권한은 행정권으로 봐야한다. 사법시험이 존재할 때는 사법연수원에서 같이 공부를 하던 이들이 판사로, 검사로 나뉘었다. 그러다 보니까 법원하고 검찰이 같은 지위와 권한을 가진 걸로 여겨왔는데, 지금은 사법연수원이 없어지기도 했고, 원래도 이렇게 볼 여지가 없다.

 

다만 검찰이 사법권 실현에 관여하기 때문에 기능적으로 사법적 기능을 수행한다. ‘경찰도 형사사법기관이다’라고 보지 않나? 범죄를 수사하고, 앞으로는 종결권까지 행사하니까. '경찰까지 포함해서 기능적으로 형사사법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본다면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엄밀하게 검찰권은 행정권이다. 사법권으로 인정이 되려면 행정부로부터 독립이 돼야 하고, 각각 업무를 처리하는 주체가 직무상 독립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상사의 지휘감독을 받는다고 하면 사법권이 아니다. 판사들은 자기가 행하는 재판에 있어서는 독립성을 갖지 않나?

 

사건당사자로부터도 독립이 되어야 한다. 법원은 원고나 피고, 형사재판에서는 검찰이나 피고인으로부터 독립된 위치에 있다. 그래서 사법기관이라고 보는데, 검찰은 그 관점에서 전혀 사법권이 아니다. 일단은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행정부에 속하고, 또 행정권으로부터 독립이 안 되어있다. 

 

검찰청법에도 보면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서(명칭은 검사동일체원칙이라고 쓰지는 않지만), 상사의 지휘 감독을 받도록 되어 있다. 윤석열 총장도 자기 부하검사를 일반 행정사무 뿐만 아니라 수사, 기소에 있어서 지휘감독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 법에도 그렇게 명시되어 있고. 이런 체제 하에서는 직무의 독립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또 검찰은 사건 관계자로부터 독립이 안 돼 있잖나. 수사 단계에서는 피의자로 수사를 하고, 기소를 해서 형사재판에 넘어가면, 피고인 공격하는 반대 당사자의 입장에 선다. 검찰은 사법권이라고 볼 여지가 전혀 없다. 검찰은 대통령에 의해서 임명이 되기 때문에 대통령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이 그 권한을 법무부장관에 위임을 해서 법무부장관이 지휘감독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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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검찰이 직무상 형사권을 다루다보니 ‘민주적통제를 하는 게 가능하냐’는 반론이 나온다.

*민주적통제: 민주주의의 존립을 위협하는 사안을 견제하거나 국민의 안위를 보전하기 위하여 특정한 행위를 제약하는 일

 

A. '민주적통제'라는 건 주권자인 국민에 의한 통제를 받아야 되고 그것이 가능해야 된다. 검찰권도 시민에 의한 통제를 받아야 된다는 게 민주주의 원칙인데, 기본적으로는 국민들이 선출한 대통령에 의한 통제, 그것을 검찰도 받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에 맞다. 국민들이 선출한 국회의원은 법으로 검찰권력을 통제하고. 검찰이 '검찰권력의 독립'이라는 주장을 하면 국회도 검찰에 관해서는 법을 만들면 안된다.  

 

 

Q. 이런 인식은 윤 총장 뿐만 아니라 역대 검찰을 이끌었던 수장들의 인식이다. 검찰수장이 가진 잘못된 인식과 정부조직에 대한 몰이해가 국민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결코 좋을 수 없다. 

 

A. 윤 총장은 일종의 '검찰주의자'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검찰지상주의자'. 검사가 형사사법절차에서 모든 권한을 틀어쥔 뒤 행사해야 되고, 일체의 외부에 의한 간섭, 통제는 거부한다. 일종의 독립공화국을 자기들이 형성을 하겠다는 인식이다.

 

윤 총장은 본인이 헌법주의자라고 이야기하지만, 기본적인 인식이 반헌법적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 의한 통제를 받아야 하고, 서로 견제와 균형 관계에 놓여야 한다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데, 역대 총장들처럼 상당히 반헌법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결국은 검찰이 특권기관화되고 본인들이 법집행기관이면서 법을 무시한다. 법 위에서 사건을 수사, 기소하면서 검찰조직과 검사 개개인이 사익을 추구했다. 이런 것들이 우리 민주주의 사회에서 암적인 존재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인권침해는 말할 것도 없다. 검찰이 강압수사하고 사건을 조작해서 기소해도 책임을 물을 수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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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검찰 수장의 인식, '검찰권력이 어떤 정부기관장 보다도 위에 있다'는 인식이 싹튼 계기가 있나? 

 

A. 해방 이후에는 경찰이 깡패 노릇을 했다. 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경찰은 인원수도 많고 무력, 즉 물리력을 보유한 집단이기 때문에 40년대 후반 50년대 초까지 사회를 통제했다.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60년대 이후로는 군과 정보기관이 권력을 쥐고 불법적으로 인권을 유린했다. 

 

87년 체제가 들어오면서 우리 사회가 민주화의 길로 들어 섰지 않나? 군, 정보기관, 경찰의 불법적인 사회통제나 인권유린이 용납되지 않으니 합법적인 권한을 가진 조직에서 권력을 뒷받침하고 사회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법적으로 권한을 가진 조직, 검찰이 말이다. 검찰은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을 다 독점했기 때문에 권한이 점점 세졌다. 이것을 비판적으로 ‘민주화의 역설’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고 인권도 신장되는데, 기여한 바가 전혀 없는 검찰의 권한만 세졌기 때문이다. 

 

법적, 제도적으로 검찰권한을 분산시키고 견제하기 위한 입법과 제도개혁이 있었어야 했다. 제도와 권력에 의해, 서로 권한에 의해, 상호 감시, 견제되는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검찰이 너무 힘이 세진 것이다. 이것을 개혁하려고 노무현 대통령이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정치권력과 검찰이 결탁해서 권력은 더 세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검찰권력을 분산시키는 작업에 들어간 이유다. 

 

 

Q. 윤 총장은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채널A와 한동훈의 검언유착과 라임, 가족 사건)에 대해 위법, 부당하다고 하고, 장제원 의원은 ‘수사지휘난동’이라고 까지 표현했다. 추미애 장관이 수사지휘권 행사가 정말 위법, 부당하다거나, 난동이라고 볼 만한 여지가 있나?

 

A. 위법이나 난동으로 볼 여지가 없다. 수사지휘난동 같은 표현은 OO의 입에서 OO 같은 말이 나온 것 뿐이다. 국회의원이란 사람이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국회의원 입장에서 조목조목 지적하면 되지, '수사지휘난동'이라고 표현했다. 윤석열 총장은 박근혜 정권, 그러니까 지난 정부 적폐청산을 앞장서서 했던 사람 아닌가? 그 때 만약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적폐청산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도록 수사지휘를 했다면, 그때도 '수사지휘난동'이라고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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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라임, 옵티머스’ 사건의 수사지휘와 관련된 이야기에서 문제가 되는 건 '윤 총장이 처음에 보고를 받고, 수사지휘를 했느냐를 따지면서 (검사들이 연루되어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반부패부장을 거치지 않고) 직보, 첩보를 받고 수사지휘를 했다'는 부분이다.

 

직무 특성상 어쩔 수 없어서 내사를 하다가 수사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고 해도, 검찰업무는 기본적으로 '공무'다. 검찰사무에 관한 보고도 기본적으로 서면으로 하는 거 아닌가? 급한 경우 먼저 구두로 보고할 수 있지만 나중엔 서면으로 해야 추가 보고 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첩보, 직보를 관행화 하다 보면 파생되는 문제가 한 둘이 아닐 것이다. 

 

A. 그렇다. 이런 것도 공식라인을 타야 한다. 밑에서 보고가 올라가면 기록이 남아야 보고를 받았을 때 정보를 보고 받은 사람이 이것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사후검증이 가능하다. 하지만 라임 사건은 반부패부장을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해 '직보를 했다'고 변명하는 모양새다. 

 

 

Q. 서울남부지검에 2015년에 신설됐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폐지와 관련된 문제다. 증권범죄합수단은 여의도 증권가를 관할로 하고 있는 서울남부지검이 경제범죄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만든 수사단이다.

 

하지만, 주가조작이나 다른 증권 범죄, 조세 포탈 문제는 날로 진화하고 전문적인 영역이라 검사들도 잘 몰라서 이에 가담한 범죄자(흔히 말하는 선수)나 전문가들이 검찰과 결탁해서 수사에 도움을 주는 사례가 흔하다. 언젠가부터 여기서 금융, 조세를 담당하는 검사들은 '꽃보직'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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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얼마 전 추미애 장관이 신설된지 4년 만에 폐지했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나?

 

A. 이것은 판단을 잘 못하겠다. 사실 증권관련 범죄는 누군가는 담당을 하긴 해야 한다. 하지만 추 장관이 말한 것처럼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포청천이 아니고 부패의 온상이 됐다”는 게 문제다. 자기들끼리 결탁해서 잡을 놈 잡고 봐줄 놈 봐주면서 자기들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지금은 검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기소하니까 그 안에서 무엇이 이뤄지는지 전혀 모르지 않나? 수사, 기소과정이 불투명하단 말이다. 거기서 전관예우가 오고가고, 사건조작이 이뤄지는 것이다. 

 

지금은 완전히 검사들 밥그릇용으로 전락했다. 이번에 라임사건, 옵티머스 사건 보면 김봉현도 자기가 주범이 아닌데 자기를 주범으로 몰아가니까 열 받아서 다 폭로를 한 것 아닌가. 나중에 검찰이 ‘김봉현이가 다 해먹은 주범이다’ 발표를 해버리면 밖에 있는 국민들은 알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이런 유형의 범죄를 누군가는 잡아야 되는 건 틀림 없다. 방법은 두 가지인 것 같다. 검찰과 경찰이 합동수사단을 차려서 어느 한 조직이 이걸 독점하지 못하도록 한다. 두 조직이 관여하면 어느 한 조직이 맘대로 이걸 해먹지를 못한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검찰과 경찰이 합동수사단을 꾸려서 이런 범죄는 수사를 하고, 기소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이게 워낙 전문적인 분야 아닌가? 검사들도 잘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로 구성된 별도의 수사조직을 금융위원회 같은 데 만들고, 그 기관과 기소권한을 가진 검사가 협력해 수사와 기소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적어도 전문가들이 여기에 관여해서 제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든다. 두 조직 이상이 관여가 되면 한 조직이 마음대로 사건을 주무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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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김봉현씨의 옥중 자필문서가 파장을 낳고 있다. 일부 검사들은 유흥 접대를 받기도 했다. 윤 총장은 이런 검사들의 접대, 수사과정에 대한 여당 의원의 질의에 ‘검찰은 자신들의 비리에 대해서 엄중하게 처벌해왔다’고 했다. 

 

A. "검사들 비위에 대해선 엄하게 처벌해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현재 검찰 내 비리는 검사들이 수사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경찰도 수사는 할 수 있지만 영장청구권이 없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다. 

 

내년부터 경찰 수사권이 독립하고 큰 틀에서 수사기소 분리 체제로 가긴 하지만, 원체부터 기본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한 조직이 다 전담해서는 안되었다.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은 기소하는 식으로 적어도 하나의 사건에 두 조직 이상이 관여가 되도록 해야만, 검찰 내 비리도 최소화 될 수 있다. 

 

공수처가 빨리 들어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검사비리를 효율적으로 단죄하기 위해서 공수처가 필요하다. 공수처는 검사 비리를 수사할 수 있고, 직접 영장청구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압수수색해서 계좌도 들여다 볼 수 있다. 

 

 

Q. 마지막으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상적인 검찰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A. 비대해진 검찰권력을 해체하는 것이다. 지금은 일반형사사건 외에는 검찰이 수사와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지 않나? 검찰의 파워는 여기서 나온다. 따라서 크게는 검찰은 기소권만 행사하도록 하고 수사는 경찰한테 맡긴다. 다만 경찰의 수사에 대해 검찰이 기소권자로서 통제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도 만들어야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서로 남용되지 않도록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을 만들면 굳이 누가 검찰을 쥐고 흔들려고 할 생각을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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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바람직한 것은 검찰이 정상적인 법집행 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외국처럼 법질서의 테두리 내에서 주어진 권한을 공평무사하게 행사하고, 대통령의 인사권이든 외부 권력이든 법으로 정해진 범위 내에서 견제와 통제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검찰을 둘러싼 시비라는 게 생길 여지가 없다고 본다.

 

그러니까 한 손에 칼과 한 손에는 기관총을 쥐어주고 '자제해라', '공평하게 해라'라고 해봤자 안 통한다는 거다. 검찰의 힘을 빼고 권한을 분산시켜서 정상적인 법집행 기관으로 돌려놓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