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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잣돈은 누가 썼을까

 

십수 년 전, 필자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의 일이다. 둘째 날, 외할머니의 염을 하면서 상주였던 외삼촌이 분주하시다. 친척들에게 외삼촌은 하얀 봉투를 주신다. 필자에게도 외삼촌은 하얀 봉투를 주셨다. 봉투에는 현금이 있었다.

 

"이따가 염할 때, 할머니의 저승으로 가는 노잣돈으로 쓰여야 한다며, 염하는 곳에 놓으라고 했다."

 

그때는 몰랐다. 장례의 절차가 그런 줄은 말이다. 외삼촌의 말씀대로 가족들은 염습이 끝나고 나서 노잣돈 명목으로 외할머니의 시신에 돈을 놓았다. 그리고 편안히 가실 수 있도록 기원했다. 그런데, 그때 외할머니의 저승으로 가는 노잣돈은 누가 가져갔을까?

 

장지에 도착하여, 시신을 산소까지 운구를 해야 했다. 이미, 외할머니의 시신이 묻힐 산소에는 포클레인을 동원하여 땅이 파헤친 상황이고, 운구를 하기 위하여 인부들이 내려와 대기하고 있었다. 인부들이 시신을 옮기고, 땅에 묻고 밟으며 리듬에 맞추어 노랫가락을 읊어 댔다. 그러다가 갑자기 인부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그늘에서 담배를 피웠다. 다시 외삼촌은 하얀 봉투를 꺼내어 인부들에게 전달했다.

 

그 당시의 장례 문화는 그러했다. 장례 절차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지급해도, 별도의 비용을 추가로 요구했다. 장례라는 상황의 특수성은 도저히 비용을 합리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고인에 대한 슬픔은 그렇게라도 저승 가시는 길을 편하게 해주고자 하는 것이 자식 된 도리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러한 고인에 대한 마지막 의식을 잘 치르는 것을 또 하나의 효 라고 생각했다. 비용에 대한 고민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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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비용

 

장례라는 상황의 특수성은 모든 소비 형태에 대한 합리적인 비용을 제어할 수 없게 만든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사랑하는 부모님께서 돌아가셨다. 살아생전에 저지른 불효와 모자란 효도에 자책감과 자괴감이 가득하다. 그럴 때 들어오는 제안.

 

"부모님 마지막 가시는 길에 수의를 좋은 걸로 하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오래도록 고인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는 관을 더 좋은 걸로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봉인함은 친환경 제품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이러한 제안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모든 자식들의 마음일 테니 말이다. (물론, 장례지도사가 직접적인 표현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상황이 그렇다는 것이다.) 실제 그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가격에 대해서는 별다르게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슬픔으로 그저 장례식이라는 의식이 순조롭게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상조 회사가 등장함으로써, 과거에 음성적으로 지출했던 비용들이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상조회사에서 약속된 장례 용품과 규정된 서비스를 이행한다고 광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장례 의전 도급 원가를 따져보면, 과거의 음성적인 비용에 대한 폐단을 양성화했을 뿐이다. 상황의 특수성을 이용하여 암묵적으로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들은 여전하다.

 

얼마 전 필자의 회사에서 장례 행사가 발생하여 조문을 다녀온 적이 있다. 고객을 만나 조문을 마치고 식당에 앉아 회사 의전총괄을 담당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다. 기본적으로 제공된 수의를 일부 다른 업체에서는 50만 원의 별도의 비용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말이다.

 

하얀색 한지로 만든 꽃무늬 수의. 아마도 조금 고급스러워 보이는 그것을, 상주에게 권했다면 차마 거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이 고인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이고, 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씁쓸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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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거품

 

코로나 이후, 장례식장에는 조문객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정말 놀랍도록 한산하다. 보통 둘째 날 저녁에는 조문객이 발 디딜 틈이 없어야 하며, 식당도 대부분 꽉 차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얼마 전에 방문한 장례식장에는 둘째 날임에도 불구하고 식당에는 2테이블이 전부였다.

 

조문객이 없다는 의미는 전체적인 장례 비용이 절감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화장을 기준으로 장례 비용은 대략 15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그 비용의 5~60%는 조문객의 식대 비용으로 지출된다. 그러한 비용이 절감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장례 비용은 절감되고 있는 것에 비하여 대형 상조 회사의 상조 상품은 절감되지 않는다. 장례식장에 방문하면 필자는 직업병처럼 여러 빈소를 돌아다니며 관찰한다. 빈소가 한산함에도, 식당에는 조문객이 없음에도, 장례의전도우미(조문객의 접객을 도와주는 인력)는 5~6명씩 대기하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딱 봐도 알 수 있다. 500만 원 이상의 상조 상품이라는 것을 말이다.

 

대형 상조 회사의 상품은 규정된 용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사용하지 않는 상품과 서비스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현금으로 차감되지 않는다. 즉, 5~6명에 달하는 장례의전도우미의 비용 또한 굳이 그 인원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현금으로 차감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장례식은 더 간소화될 것이고, 합리화될 것이다. 조문객들은 부의금만 전달할 것이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조문할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식사하는 관습들은 점차 사라 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5~600만 원의 상조 비용을 그대로 지출한다. 모든 것들이 간소화되고 합리화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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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나는 왜 장례 사업을 하는가

 

나는 지금 사업을 하고 있다. 후불제 장례 플랫폼 사업이다. 모든 사업의 시작은 고객의 결핍에서 시작된다.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는 전문가의 영역일수록 정보는 비대칭적이며, 고객을 기만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중고차 시장이 그러하고, 건축 인테리어 시장, 보험 시장, 카센터 시장이 그러 하다.

 

중고차는 허위 매물, 인테리어 시장은 시공 비용 및 부실 공사, 보험 시장은 불완전판매, 카센터 시장은 과도한 수리 비용 등 고객 기만 현상으로부터 생긴 고객의 결핍은 각각의 분야별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로 재탄생 되고 있다.

 

그러한 고객의 결핍이 존재하는 시장, 전문가의 영역이지만, 정보는 비대칭적이며, 고객을 기만하는 현상이 발생되어도, 오히려 성장하는 시장, 나는 그 시장을 우리나라의 장례(상조)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본격적으로 고령화 사회 구조로 진입하였다. 사망자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고, 현재 3조 원에서 7조 원으로 성장하는 시장이다. 빈번하지 않은 구매 패턴으로 인하여, 상품에 대한 정보의 폐쇄성과 오롯이 장례 전문가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시장의 영역은 구매 정보에 대한 탐색을 무색하게 한다. 또한, 시장의 특수성(고인에 대한 감성적 요인)은 비용 지출에 대한 합리적 제어가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일부 대형 상조 회사의 모럴 해저드(자본잠식, 공금 횡령, 수익 악화, 부도 등)에 대해 소비자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전자 제품 결합 상조 상품이라는 마케팅 툴을 사용하여, 불완전 판매 및 소비자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선불식 위주의 국내 상조 시장은 너무나 폐쇄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그러한 폐쇄적인 시장 구조의 폐해는 그대로 고객이 받고 있다. 지금의 선불식 상조 시장의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이미, 선불식 상조 시장은 포화 상태이다. 2019년 1월부터 공정거래위원회는 자본금 상향 조정(3억→15억)으로 인하여, 중소형 상조 회사들은 이미 폐업되거나 도산하였고, 현재는 대형 상조 회사 중심으로 산업은 재편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던 이유는 현재의 선불식 상조 시장이 증가하면 할수록 고객의 니치 마켓(유사한 기존 상품이 많지만 수요자가 요구하는 바로 그 상품이 없어서 공급이 틈새처럼 비어 있는 시장)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고객님, 이번 기회에 75인치 TV를 준비하세요.”

 

평일 늦은 저녁에 우연찮게 볼 수 있는 홈쇼핑 방송이다. 처음에는 전자 제품을 판매하는 프로그램인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이 프로그램은 상조 상품을 판매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상하지 않나? 상조를 가입하면 전자 제품을 준다고 한다. 상조 서비스의 설명 보다 전자 제품의 상품을 더 많이 설명하니 말이다.

 

고객은 생각한다.

 

‘그래 어차피 우리도 부모님의 장례를 준비해야 하니까 이번 기회에 전자 제품도 받고, 상조 하나 가입하자’

 

오래된 냉장고(또는 TV, 세탁기, 냉장고 등)를 교환해야 할 듯하여, 대기업 전자제품 대리점에 방문한다. 그런데, 내가 구매하고 싶은 전자 제품이 예상보다 가격이 더 비싸다. 생각했던 가격 보다 더 많이 나온다. 그리고 갈등한다. 그때, 판매 사원이 다가와 이야기한다.

 

“고객님, 상조 가입하면 최대 130만 원을 할인해 드립니다.”

“만기까지 유지하시고, 100% 혜택받으세요.”

 

이게 웬 떡이냐, 상조를 가입하면 최대 130만 원을 할인해준다고 한다.

 

‘그래 어차피 부모님 장례도 미리 준비해놔야 하니, 가입해서 할인도 받고, 준비도 하자.’

 

우리는 그렇게 상조 상품을 가입한다. 전체 약 600만 명의 상조 가입자 중에서, 이렇게 전자제품결합상조 상품을 가입한 상조 가입자는 약 32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매년 약 최소 55만 명의 고객이 홈쇼핑, 대형전자제품대리점, 온라인 등을 통하여 전자제품결합상조 상품을 가입한다. 하지만, 상조를 가입하면서 받은 (또는 할인받은) 전자제품은 공짜가 아니다

 

여러분이 가입한 상조 상품 금액에는 전자제품대금과 상조 회사의 마진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600만 원의 상조 상품 총액에는 장례 의전 도급 원가 350만 원 + 전자제품대금 120만 원 + 상조 회사 마진 130만 원의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상조를 가입하면 사은품으로 알고 있었던 전자제품이 여러분이 매월 납부하는 월 납입금에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다. 물론 상조 회사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 여러분들에게 고지를 녹취 계약을 통하여 고지했을 것이다.

 

여러분들이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래? 속았네, 그럼 전자제품결합상조 상품 계약을 해약해야겠다.

 

상조 상품을 가입하고 나서 해약을 하게 되면, 해약 환급률이 적용되어 해약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해약환급금은 실 상조 부금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가입 증서를 잘 보시라. 여러분들이 납입하는 월 납입금 중에서 대부분의 금액은 전자 제품 대금이고, 아주 적은 금액의 실상조 부금으로 구성이 되어 있을 것이다. (최소 36개월부터 60개월까지) 여러분들이 가입한 전자제품결합상조 상품을 해약하는 순간 여러분들은 전자 제품 대금을 제외한 실상조 부금의 해약 환급률을 적용받아 환급받는다. 즉, 600만 원의 상조 상품 총액 중, 현재까지 300만 원을 납부하였으니 300만 원의 해약 환급률을 적용받아 환급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300만 원 중에서 전자제품 대금 120만 원을 제외한 금액의 환급률을 적용받는다는 것이다. 해약하는 순간, 여러분들은 전자 제품의 대금을 그대로 납부하는 구조인 것이다. 하물며 할부 이자까지 말이다.

 

어차피 가입한 거, 그냥 상조를 써야겠다.

 

갑자기 장례가 발생되면 대부분 정신이 없다. 경황이 없다. 살면서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보니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한마디로 패닉 상태가 온다. 그러다가 생각한다. 일전에 가입한 전자제품결합상조 상품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상조 회사에 연락하여 장례를 치른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이러한 패턴으로 전자제품 결합 상조 상품을 사용한다. 어차피 가입했으니까, 대형 상조 회사니까 믿을만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앞서 전자제품결합상조 상품 구조에 대하여 언급했듯, 여러분들이 그러한 상황의 특수성을 이용하여 가입한 전자제품결합상조 상품을 사용하는 순간 여러분들은 고가의 전자 제품 대금과 상조 회사의 마진을 부담하게 된다. 즉, 여러분들은 상조 상품만 가입한 것이 아니라, 전자 제품 구매에 대한 계약도 함께 한 것이다. 상조의 사용은 계약의 종료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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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덕분에 장례를 잘 치웠다고 말한다. 여러분들은 전자제품 대급과 상조 회사의 마진을 지불했다는 것을 모르고 말이다. 이 얼마나 좋은 사업인가? 상조 회사는 전자제품 판매에 대한 별도의 마진과 상조 상품에 대한 마진을 고객에 받고 나서도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대형 상조 회사에 소속된 장례지도사는 일부 업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도급 계약으로 이루어진다. 즉, 정규직 사원이 아니다. 또한 독점 계약이 아닌 경우들이 많다 보니, 지역의 장례 의전 업체(또는 개인사업자)는 여러 상조 회사와의 중복 계약을 맺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형 상조 회사의 유니폼만 바꿔 입을 뿐, 그들은 사실 다른 상조 회사의 도급을 받아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등장한 이후, 모든 산업의 소비 자체가 합리화되고 고객도 진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례(상조) 시장의 합리화는 아직도 적용되지 않는다. 빈번하지 않은 소비 형태와 상황의 특수성은 시장을 왜곡한다.

 

우리나라의 장례 소비문화는 더 합리적이어야 한다. 단돈 몇 만 원의 신발을 구매하더라도, 여러 사이트의 비교 검색을 통하여 구매를 결정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많게는 수백만 원의 비용을 치르는 장례 상품에 대하여서는 이상하리만큼 관대하다. 경황이 없다고 그것이 효도라고 합리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떠나시는 부모님도 자식이 힘들게 번 돈이 그렇게 쓰이는 것을 원하시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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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불제장례전문회사 주식회사 직장(www.ziczang.com, 24시간긴급장례의전센터1599-9093) 대표
(2) [학교폭력 부모바이블 1] & [아빠가 되어줄게] 저자
(3) [이해준학교폭력연구소] 소장 https://blog.naver.com/leehaejune_lab)
(4) 유튜브 [이해준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