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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가는 제조업

 

일본 제조업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히타치, 미쓰비시 등 제조업을 대표하는 재벌기업이 자회사를 매각하고 있다. 심지어 제조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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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치가 동경 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한 자회사 '히타치 건기(건설)'의 보유주식을 일부 매각하기로 했다. 이미 작년 연말에 화성(캐미컬)을 매각한 바 있는데, 연달아 자회사를 매각하는 방법으로 효율적 경영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2006년 자회사가 22개나 됐던 히타치지만, 현재는 건기와 금속 밖에 남지 않았다. 일부 매각을 결정한 건기처럼 금속(동경 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도 매각을 시야에 넣고 있다. 품질 부정이 발각된 것을 계기로 조속히 매각할 방침이다. 

 

나아가 그룹 전체 직원의 10%에 달하는 3,230명을 구조조정한다고 한다(링크). 코로나로 인한 업적 부진으로 9월 중간결산에서 전년대비 매출 -25%, 최종적으로 332억 엔의 적자를 보았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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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공업신문>

 

미쓰비시 그룹도 자회사를 매각하고 수순을 밟고 있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국책사업이자 총 연구비 1조 엔(정부가 500억 엔 투입)이 들어간 제트기 사업을 동결했다. 막대한 적자와 민간 항공기 부품 사업 실적 부진으로 적자가 늘어난 탓이다. 4-6월 사이에 579억 엔 적자에 무려 제트기 개발사업으로 688억 엔이나 적자.

 

현재 미쓰비시 중공업은 도요타 등에 사원 파견을 타진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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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순탄해보이는 건 9월 자동차 생산이 역대 최고이며, 전년 동월 대비 +11.7%에 이른다는 도요타 뿐이다(링크). 

 

라는 건 겉에서 보이는 이미지고, 모두가 믿고 의지하는 도요타도 만사가 형통한 것은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국토교통성에 '주행 중 엔진이 정지할 수 있음'을 이유로 승용차 노아를 비롯해 39종, 총 21만 363대(2017년 7월-19년 12월 제조)에 대해 리콜을 신청했다(링크). 여기에 미국에서 새로 152만 대가 추가되어 총 리콜 대상은 584만 대가 되었다. 대상 차량에는 순찰자와 구급차, OEM으로 공급한 다이하쓰 알티스 60대가 포함되며, 한국에도 잘 알려진 렉서스도 있다. 

 

도요타가 은근히 리콜이 많지만 일본 정부에서도 뭐라고 할 수 없는 모양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도요타 자동차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도 거의 보도가 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국내 문제라고 아주 작게 단신으로 보도가 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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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재벌기업까지 자회사를 매각하는 것에서 알 수 있지만, 일본 경제는 저물어가고 있다.

 

 

올림픽 준비를 위한 인체실험(feat. 경기장, 대학)

 

일본 정부에게 있어 올림픽은 악화일로의 경제를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였다. 정확히는 '올림픽만 개최하면 일본의 어려움이 타개된다'는 것처럼 약을 팔았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코로나로 2020 올림픽은 1년 뒤로 미뤄졌다. 

 

여기에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올해 열지 못한 올림픽을 내년이라고 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것. 일본 정부는 내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올림픽을 열어야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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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한 포석인지, 일본 정부는 "경기장에 사람이 모여도 감염이 확산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실험(?)에 들어갔다. 

 

지난 1일부터 3일 간 요코하마 스타디엄에 현재 입장 가능한 관객수보다 많은 관객을 넣어서 감염대책 효과(?)를 검증했다. 과학적인 데이터가 거진 다 나왔다면서 "다음 시즌부터 100% 관객 입장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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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결과를 발표한 건 2일로, 바로 다음날이다. 상식적으로 '감염이 확산되었는지 아닌지' 검증이 불가능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입장 가능하다'는 결과를 냈다. 서둘러 발표하는 것은 결론이 정해져 있다는 말이다. 내년 올림픽 개최를 기정사실로 하기 위해 그럴듯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억지로 몰아 가면 외국 관광객이 오지 않아 주로 일본인들만 참석하는 올림픽이 될 것이다. 그건 올림픽이 아니지 않나?

 

이에 대해 한국에서는 '일본이 인체실험'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전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관계자가 하는 말 그대로 '감염대책의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수순'으로 안다. '인체실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경기장에 가지 않을 뿐, 그런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낼 수 없거나 내서는 안 되는 거겠지만).

 

실험은 경기장 밖에서도 이뤄진다. 바로 대학이다. 

 

요즘 문부과학성이 대학에다 대면수업을 늘리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대면수업이 50% 미만인 대학명을 공개한다고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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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니치신문>

 

문부성은 그 이유로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에 불만을 느낀다', '대학에 간 적이 없고 친구를 사귀지도 못해서 대학을 그만두고 있다' 등을 들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온라인 강의가 훨씬 힘들다(편집부 주: 필자는 일본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수업 준비나 학생들 케어, 과제 채점 등 시간이 몇 배나 걸린다. 또 하루종일 컴퓨터를 켜놓고 일하다 보니 이명이 들리고 눈이 아파오는 등 육체적인 문제도 생긴다. 나 또한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뒤 이명이 들리기 시작했고, 시력도 '저하'된 정도가 아니라 다른 병이 생긴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과성의 대면수업 강요는 현실을 무시한 처사로 밖에 볼 수가 없다. 

 

우선 수강생이 많은 수업은 사회적 거리두기 자체가 힘들다. 그 많은 수의 인원을 수용할 강의실부터 없다. 

 

그리고 대학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사회적으로 강한 비판을 받는다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대면수업 하라는 압박을 하고, 다른 쪽에서는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강하게 비판한다. 대학 입장에서는 무섭기 짝이 없다. 
 

병원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하는데 대학에서 집단감염을 막을 수 있을까? 대학에서 안심하고 대면수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으면서 대학에서 책임을 지고 대응을 하라는 것은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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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오일보>

 

혹자는 어린아이들, 초중고에서는 대면수업을 하는데 왜 대학만 못하느냐고 한다. 

 

초중고생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학교에 간다. 대학처럼 학생수도 많지 않기 때문에 직원과 선생들이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다.

 

대학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만약 문과성의 요구대로 50% 대면수업을 한다면 선생과 직원들이 다 나서서 코로나 대응만 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봄학기를 기준, 일주일에 내 강의를 듣는 학생이 500명을 넘었다. 적어도 내 강의시간에 내가 학생들을 케어해야 한다고 하자. 아마 감염예방 대책을 확인하다가 수업이 다 끝나버릴 것이다.

 

문과성은 코로나 방역에서 학생이나 선생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지, 학생들 교육을 책임을 질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교육현장에서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만나는 건 선생과 직원이다. 문과성에서는 '요구'만 하면 될지 몰라도 교육현장에서는 단순한 '요구'가 아닐 수 있다. 온라인으로 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가능한 교육을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지 대학이나 선생들의 태만이 아니다. 

 

 

 

어제(8일) 일본은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신규 확진자가 1,000명 가깝게 나왔다. 또 한 번 코로나가 유행하는 듯 하지만, 올림픽을 위해서 우려해서는 안될 분위기다. 박박 우겨서 무리하게 올림픽을 연다고 해도 '정상적'인 개최는 불가능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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