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2010.02.24.수요일


게으른 수다쟁이


 


 


 



 


 


모든 일에는 결과보다는 과정이, 수치보다는 흐름이 더 중요하다. 물론 일의 성패를 가늠하는 것은 결과와 수치이지만 우리가 읽어내고 파악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 흐름이다.


 


모든 현상에는 물밑에서 대세의 움직임을 만드는 흐름이 있다. 이 흐름의 방향을 어떻게 읽는가 라는 것은 굉장히 민감한 문제인데, 사실 이것은 가설과 예측의 영역이라 많은 이견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전제를 까는 것, 그게 내 한계다. 내가 어느 정도 정확하게 읽어내는 가에 따라서 일급기획자가 되는가? 아님 그저 그런가?로 판가름이 나는 데 아직 난 그저 그런 기획자일 뿐이다.)


 


이 흐름을 만드는 핵심은 무엇일까? 그게 사실 현대 마케팅과 광고나 소비자 심리학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사실 지금부터가 문제이다. 우리가 무엇을 만들던 간에 그것을 소비할 소비자와의 관계가 아주 사소한 차이라 하더라도 핀트가 어긋난다면 우리 제품은 안드로메다로 실려간다. 이거 맞추는 거?


 


사실 한 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한 PM(Product Manager)부터 시작하여 수십 명의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지만 일년에 신규 개발된 물건 중 80%는 시장에서 완전 퇴출이고 한 10%정도는 근근히 진열대를 차지하며, 5%정도가 사람들에게 좀 알려지고 나머지 4.99999% 정도가 나름 매출을 올릴 정도이며, 0.00001%가 소위 말하는 대박 상품이다. 그런데 살펴보면, 퇴출된 80%가 이 대박상품보다 품질이나 성능이 나빠서 란 이유는 별로 없따.


 


, 이전까지는 이슈의 생산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제는 이 소비에 대한 이야기다. 뭐 말 그대로 소비라고 하면 돈 주고 물건 사는 것이라 정의하고,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소비자라고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 반대로 바라보면 어떨까?


 


 


소비는 감성의 영역


 


소비행위는 사실 돈 주고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닌 ‘기대’를 사는 것이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자신이 가진 물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내가 돈 주고 산 물건이 사실은 내가 그 물건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또는 채우고자 하는 나의 ‘기대’심리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을 거다. 심심하면 가방을, 드백을 열고 물건을 하나하나 내가 어떤 ‘기대’를 가졌는 지 하나씩 복기를 해보자. 나름 재미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심지어, 백하자면 내가 딴지를 소비하는 것은 나름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사람으로 보여지길 기대하는 부분도 있다)


 


소비의 중심에 기대심리가 있다는 것이 인정된다면, ‘상품’과 ‘경쟁자’, 그리고 ‘소비자’의 개념도 바뀌게 된다. 소비자가 주목하는 것은 ‘상품’ 그 자체라기 보다 ‘상품’을 통해 자신의 기대심리가 투영되는 양인 것이다. 그러니 상품의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닌 것이 되고, 옳고 그름은 더더욱 아닌 거다.


 


 


동일한 성격의 제품들의 서로 다른 포지셔닝. 



 


      


 


마케터의 역할은 이 기대심리를 위한 제품을 규정을 명확히 하는 데 있다.


누가 더 많은 사람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가의 문제 였는데,


한쪽은 [스포츠드링크]로 한쪽은 [생활이온음료]


각기 다른 기대심리를 위해 포지셔닝했다.


이 싸움은 파랭이쪽이 승리했다.


물론, 노랭이는 시장의 후발주자이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현재 아이폰에 대한 아레나 폰이나 글의안드로이드에 대한 비교가 많으나 사실 번지수를 잘못 잡았다.


아이폰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심리는 단순히 ‘스마트폰’의 영역에 있지 않다. 아이폰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창의력’과 ‘자유스러움’ 등의 자신의 심리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산다. 이런 측면에서 출발하지 않고 기계적인 속성에 대한 비교 글이나 어플에 대한 비교는 별로 의미가 없다. 물론, 안드로이드 폰에 끌리는 사람은 또 아이폰과 구별되는 또 다른 기대심리가 존재한다.


 


, 문제는 이 지점이다. 투표로 정당을, 정치를 소비하는 소비심리 역시 비슷한 경로로 나아간다. 한나라당을, 민주당을, 민노당을, 진보신당을, 참여당을 소비하는 모든 소비자는 그를 통해 자신이 가지는 ‘기대심리’로 인해 투표를 하게 되고 그것은 감성적 영역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여기에 이성적인 판단의 영역은 매우 제한적으로 작용한다. 결코 무너지지 않는 30%에게 지난 반세기동안 딴나라 애들이 잘 못 했던 사실들을 조목조목 따져서 논쟁에서 승리를 이끌어낸다 하더라도 그들이 소비행태를 바꿀 가능성은 사실 제로에 가깝다.


 


심지어 선거직전 토론에서 노회찬의원이, 진중권씨가 통렬하게 딴나라 애들을 관광보냈다 하더라도 말이다


 


감성적영역에서 이뤄지는 소비라면 소비자의 감성적 영역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냥 사람 머리 수 계산해서 표나 세어보는 거 그건 나중 문제인거다.


 


‘정치는 고도화된 마케팅 스킬’이라는 말도 있듯이 어차피 5천만 인구 중에 선거인수가 정해진 마당에서 이기려면 매장에 가서야 구매물품을 결정하는 사람도 잡아야 하고, 상대방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도 뺏어와야 한다, 그냥 고담대구, 영남민국으로 비아냥 거릴 시간은 있어도 오히려 제대로 된 프로파일링을 해볼 시간은 없었나보다. 그런 자료는 이때까지 한번도 본적이 없다. 뭐 있는 데 대외비일수도 있겠지만, 그에 따라 나오는 정책이나 선거전략은 별로 탐탁치 않다.


 


지지율 조사로 괜히 시간 날리지 말고, 도대체 ‘딴나라’를 지지 하는 사람들이나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카테고리 별로 모아서 그들의 기대심리가 무엇인지 가장 깊게 자리잡고 표를 던지게 만드는 마음의 근원이 무엇인지 한번 따져보자는 거다. 물론 직관적인 해석이나 경험으로 추정할 순 있겠지만, 그것으로는 백날 해봐야 똑 같은 답 밖에 안 나오는 거다. 이런 조사를 몇 번을 해도 백이면 백 실패하는 시장에서, 정작 자신들의 제품을 팔 소비자의 ‘기대’심리조차 파악되지 않으면서 우리 물건이 좋으니 제품을 살꺼란 확신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정말, 어이가 출장 갈 따름이다.


 


 


‘이성적 소비’의 또 다른 말은 ‘자기 합리화’이다.


 


아울러 상품을 구매할 때 작용하는 ‘기대심리’가 있다면 소비에는 또 다른 과정인 ‘자기합리화’가 있다. 우리가 소비자를 Profile해야 할 때, 특히나 시장에 가격경쟁력이란 무기로 가지고 진입해야 할 때에 자주 쓰는 것이 20~25세 사이에 충동적 소비행태가 아닌 이성적 소비행태를 보이는 사람’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그럴 듯하나 사실 모든 ‘이성적으로’보이는 소비는 ‘이성적’으로 복기되어 자신의 물품구매가 후회 없음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기대심리를 지닌 소비자이다. 시장에서 100원 더 깍으면서 가지는 뿌듯함이 바로 이 영역이다.


 


 


단순히 싼 물건을 사는 데 국한되지 않고 우리가 ‘지름신’이라 불리는 존재도 사실 이 부분이다. 일전에 화제가 되었던 ‘롤코’의 쇼핑편에서 ‘여자’의 쇼핑에 대해 방영된 적이 있다. 백화점은 백 번 돌아서 백화점이라는 명언도 있었지만, “싼 거 여러 벌 사서 한번 입고 옷장에 두느니, 제대로 된 옷 사서 여러 번 입으면 그게 더 남는 장사”라고 하는 대목은 이 자기합리화를 극명하게 이야기해 주고 있다.


 



 


앞서 말한 ‘기대심리’에 도전하는 거 사실, 만만치 않다. 2MB를 ‘경제를 살려주겠지’란 기대심리로 찍은 사람들, 그가 전과 14범이고, 타고난 거짓말쟁이에 쥐똥만큼의 역사의식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이 없다는 이야기가 전혀 먹혀 들지 않는 거다. ‘기대심리’라는 것은 미래에 대한 베팅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현실의 논쟁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 자기합리화의 과정은 오히려 현재에 가깝다. 일단 구매 시점이나 구매 후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에 앞서 말한 프레이밍이든, 뭐든 먹히기 싶다는 거다. 살펴보면 손가락 자르고 싶다는 자발적 커밍아웃도 나오는 판국이라면 어떤 계기가 마련된다면 일련의 흐름을 만들기에 더욱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인 거다.


 


 


포지티브한 이슈는 인식의 장을 바꾼다면


네거티브한 이슈는 경쟁자의 소비형태를 바꾼다


 


아직까지 남은 2 6~7개월에 (어차피 마지막 연차에 아마 차기 대선주자들이 용트림 하는 순간부터는 그냥 퇴임 후 걱정이 클 테니) 희망을 걸고 있는 사람들의 ‘자기합리화’를 부수고 그를 통해서 차기 해에 생겨날 ‘기대심리’를 다른 쪽으로 돌릴 수 있도록 만드는 거. 그게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낼 ‘이슈’들이 집중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일전에 쓴 글에 네거티브한 이슈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옳다. 오로지 네거티브로 떡칠 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많다. 하지만 내가 싸움을 유리하게 만들어가는 이슈메이킹이 포지티브한 전략에 의해 구현된다면 경쟁자에게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기대심리'와 '자기합리화'를 무력화 시킬 네거티브도 역시 필요하다.


 


‘먹튀’라고 제안했던 거, 그때에도 이야기했지만 그냥 컨셉어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경제발전이라는 자기 합리화 과정을 차단하고 싶어서 생각한 컨셉어 중에서 현재와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단어라서 선택한 거다.  4대강의 돈질, 세종시의 정부는 발빼니 기업들이 알아서 해나, 인천공항 민영화 등등 그들은 그간 우리가 IMF이후에 이뤄낸 성과나 겨우 쌓아놓은 기반에서 또다시 빚 잔치를 하고 돈 되는 것을 팔아 먹겠다는 전형적인 먹고 튀는 데만 집중한 정책이라 그렇다.


세계적인 경제침체로 인해 각국이 모두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었고, 이제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고 생각하는 지 모두 ‘출구전략’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도 이제 서서히 경기를 연착륙시켜야 할 때, 4대강한다고 국가가 빚잔치를 벌이겠다고 하는 거다. 그리고 3년 후에는 잔치가 끝나면, 그들은 이쑤씨개로 이빨 쑤시면서 퇴장하는 거다. 그래서 난 이 정부를 ‘먹튀’라고 말한다.


 


 


P.S.


한은 총재가 하반기에 인플레이션을 경고했다. 지난 정권보다 나은 경제적 성과를 억지로 끌어올리려 어줍잖은 고환율 정책으로 말아먹은 세금에다 한정된 국가재정을 미래까지 생각하면서 잘 배분하여 써야 할 때, 일시의 성취를 위해 땡겨쓰고 거기다 대규모 삽질에 국가가 나서서 돈까지 풀어 제끼려고 만 한다. 마치 카드로 물건 결제해서 살림살이 좀 나아져 보이는 것 같이, 당장 돈 좀 풀리니 좋아질 것 같지만 누구는 5년만 대통령하고 땡치면 상관없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도 없어서 오르는 물가에 허덕이데, 미래에 다가올 후유증은 어떻게 하냐 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