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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3.화요일


딴지 네덜란드 특파원


CZT*


 


 





관련기사1 : [현장출동]그들은 "숙(Suk)"을 외친다. 


관련기사2 : [스포츠]마틴 욜 감독이 평가하는 석현준  




 


지난 두 번의 기사를 통하여 우리는 석현준 선수의 성공적인 데뷔와 석현준 선수에 대한 감독의 평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언론들 중에서 축구선수 석현준에 대하여 가장 가까이 접근하여 나온 기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독자 제위들께서는 풀리지 않는 몇가지 궁금증이 있을 것이다. 특히 어떠한 경로로 아약스에 들어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독자들이 많았다. 사실 나는 석현준 선수의 입단 경로에 대해서 네덜란드 언론들을 통하여 전반적으로 알고 있었고 지난 두번의 기사를 쓰면서 이 이야기도 할까 말까 손가락이 근질근질했던 유혹도 몇번 있었지만 꾹 참고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그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석현준 선수의 입으로 직접 듣고서 기사화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본인의 입으로 직접 듣는다는 것은..?


 


그렇다. 바로 인터뷰이다. 석현준 선수와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것도 아약스 구단으로부터 딴지의 이름으로 정식 허가를 받고 아약스 구장인 ArenA 공식 기자회견실에서 인터뷰를 한 것이다.


 



그렇다. 경기 끝나면 감독이 공식 인터뷰 하는 이런 곳에서 정식으로 인터뷰를 한거다. 뭐 그렇다고 저기 의자에 앉아서 한 건 아니고...


 


사실 석현준 선수와의 인터뷰는 데뷔 이전부터 추진되어 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입단한지 한달여 밖에 되지 않은 신인 선수에게 너무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에 대한 부담과 선수 본인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구단의 우려에 의해 약간의 시간 지연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당초 기획이었던 인터뷰 - 데뷔 - 감독의 변으로 이어나가려고 했던 기사의 순서가 조금 뒤바뀌게 되었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던가. 오히려 첫 출전 - 감독의 평가 - 그리고 인터뷰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순서로 기사들이 작성이 될 수 있었다. 덕분에 딴지는 석현준 선수의 데뷔 과정을 모두 밀착하여 지켜 보고 밀착 인터뷰를 진행한 첫번째 국내 언론사가 되겠다. 그 과정을 독자 제위와 함께 하고자 한다.


 


앞서 이야기 한대로 인터뷰는 암스테르담 ArenA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진행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경기 끝나고 감독이 스폰서 도배된 벽 앞에서 수많은 플래쉬 세례를 받으며 하듯이 한 것은 아니고, 그 방에 의자 가져다 놓고 단란한 분위기에 앉아서 진행했다.


 


인터뷰 절차상 대략적인 질문지를 선수와 구단, 소속사에게 사전 제출하였지만 특별히 제한을 받은 질문은 없었다. 인터뷰는 석현준 선수의 빠듯한 네덜란드어 수업으로 인하여 점심시간 이후에 약 1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이렇게 생긴 청년이다.
뭔가 축구 잘하게 생긴 얼굴이다.


 


 


CZT*(이하 C) : 우선 아약스 입단과 1군 데뷔를 축하합니다.
석현준(이하 석) : 감사합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부터 시작했다.


 


C : 딴지 일보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나요?
석 : 아.. 죄송하게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는데 일단 아쉽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이해하자. 1991년생인 이 청년은 정체성 확립 시기의 대부분을 딴지가 필요 없던 때에 보냈다. 딴지를 모르는 사람이 많을수록 세상은 딴지 걸 일이 없다는 뜻이니 긍정적으로 해석하자. 딴지의 창립 이념과 정체성에 대해서는 내가 잘 설명해 주었다.


 


C : 모든 축구인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아약스에 입단한 소감 간단하게 해 주세요.
석 :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로만 듣던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밟는다는 것이 너무나 꿈 같습니다.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듭니다.


 


C :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축구 연습만큼이나 네덜란드어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석 : 네 맞습니다. 네덜란드어 공부 너무 어려워요. 이제 공부 시작한지 한달 반 정도 되었는데 아직도 많이 부족한것 같습니다.


 


C : 하루 일과가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나요?
석 : 날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한데, 대개 아침 6:30분에 일어나서 8시까지 구장으로 옵니다. 8시서부터 바로 네덜란드어 수업이 있거든요. 10시까지 네덜란드어 공부하고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 가량 훈련을 합니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나서 두시서부터 다섯시까지 또 네덜란드어 공부를 하고요, 오후 마무리 훈련 하고 집에 돌아오면 7시 가량 됩니다. 집에서 저녁 먹고 네덜란드어 숙제 하고 잠시 쉬고 아홉시서부터는 집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고 열시쯤에 잡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완전히 꽉 찬 스케줄이다. 네덜란드어 공부가 필요 없는 다른 선수들은 해당 시간은 자유시간이라고 한다. 따라서 네덜란드어 공부만 빨리 졸업해도 체력적으로 부담은 상당히 적어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네덜란드어 조기 졸업은 경기력 향상과도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석현준 선수 본인 스스로도 가급적이면 한국어 사용을 자제하며 상당히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참고로 네덜란드어는 유럽에서 7번째로 많이 쓰이는 언어라고 한다. 7번째 정도 되면 순위 매기는 것도 조금 민망하기는 하지만, 나름 네덜란드 전역과 북부 벨기에에서 사용되고 있는 언어이다. 언어학적으로 독일어와 영어의 중간쯤 되는데 배우기가 쉬워 보이면서도 쉽지 않다. 우리가 가래침 뱉을때에만 쓰는 발음인 G 발음은 목에 피나도록 연습하면 된다고 하지만, 독특한 문장의 순서라던가 관용적인 표현들이 제법 있어서 결코 배우기 쉬운 언어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네덜란드 사람들의 뛰어난 영어 실력은 외국인들로 하여금 네덜란드어를 배울 필요성을 없게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 네덜란드인들도 외국인들에게 네덜란드어 배우지 말고 그냥 편하게 영어로 말하라고 하기 때문에 네덜란드어 교육을 이렇게 강력하게 하는 것은 구단의 특별한 의도가 있음을 증명한다.


 


C : 집에 와서 마무리 훈련을 한다고요? 어떤 훈련인가요? 혼자서?
석 : 특별히 공 가지고 하는 훈련은 아니고 제가 고등학교때 발목 부상이 좀 있었거든요. 지금은 완전히 나았는데 그래도 그 발목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서 앉아서 발목을 계속 움직이는거지요.


C : 하루에 쉬는 시간이 거의 없이 빡빡하게 보내는군요. 쉽지 않은 생활일것 같습니다.
석 : 네덜란드어 수업만 빨리 졸업해도 좀 여유가 있을 것 같아요.


 


C : 그렇군요. 그럼 본격적으로 아약스 입단 과정에 대해서 좀 물어볼게요. 저는 이곳 네덜란드 현지 언론들을 통해서 들은 내용들만 알고 있는데 평범하지 않은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 들어오게 되었는지 좀 설명 부탁드릴게요.


석 : 일단 저는 대학교 보다는 바로 프로 무대로 진출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특히 유럽 구단들에서 조금이나마 뛸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고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클럽이 첼시였다보니 한번 유럽 축구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보고자 첼시를 한번 방문해 보았습니다. 경기장 분위기도 느껴보고 훈련은 어떻게 하는지도 한번 살펴 본거죠.


그리고 나서 네덜란드로 와서 아약스의 분위기도 느껴보고자 암스테르담으로 넘어왔습니다. 네덜란드에서 몇일 있으면서 구장 구경도 하고 훈련하는 모습도 보고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마틴 욜 감독 얼굴이라도 한번 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구장을 찾았습니다.


 


아침 8~9시에 ArenA에 도착을 했는데 선수들이 훈련을 한 10:30분 정도에 해서 한두 시간 정도 계속 하더군요. 연습이 끝날때까지 기다려서 마틴 욜 감독을 한번이라도 만나 볼까 생각을 하다가 팬들의 틈에 섞여서 욜 감독에게 가까이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틴 욜 감독은 락커룸으로 들어가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간신히 붙잡고 사진을 같이 한장 찍었습니다. 아마 마틴 욜 감독은 제가 팬일 것라고 생각하고 사진을 찍혀 준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찍고 나서 마틴 욜 감독이 들어가려는 순간, 크게 용기를 내서 말을 한번 걸어 보았습니다. 나랑 딱 1분만 이야기 좀 해 달라고요..


그랬더니 마틴 욜 감독이 딱 이야기 하더군요. 내가 당신과 무슨 이유로 1분 동안 이야기를 해야 하느냐고....


 



얄짤 1분도 없는 그 남자.. 마틴 욜...


 


그래서, 제가 한국에서 온 축구 선수인데 아약스와 당신 때문에 이 먼 곳 네덜란드까지 왔다.. 그러니 딱 1분만 이야기 하자.. 라고 이야기를 하니 마틴 욜이 힐끔 쳐다보더니 들어오라고 하더군요. 주변에 서 있든 안전요원들이 길을 쫙 내 주더군요.


그래서 들어갔습니다. 그 순간 저는 너무 간절했고 너무나도 떨렸습니다. TV나 멀리에서 보던 마틴 욜 감독과도 너무나도 달랐고.. 그래서 마틴 욜 감독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덜덜 떨리더군요. 들어가서 욜 감독에게 한 말은 딱 한가지였습니다. 단 한번의 기회만 달라고.. 한국에서 나름 체계적으로 배우고 온 스트라이커이고 딱 한번의 기회만 줄 수 있다면 강한 인상을 심어주겠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다. 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랬더니 마틴 욜 감독이 저를 위 아래로 한번 훑어보더군요. 그리고 나서 이야기 하더군요. 좋다. 기회를 한번 주겠다. 내일 아침에 연락하겠다라고...


 


C : 오오....
석 : 그리고 나서 저희는 아.. 감사합니다.. 하고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다행히 다음날 아침에 연락이 와서 ArenA에 도착했는데 한가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훈련에 참가할 수 없다는거였죠.


 


C : 아니, 다음날 오라고 해 놓고 훈련은 못한다니, 무슨 이유였죠?
석 : 이 선수는 지금 보험도 안들어있는데다가 훈련중 다치면 어떻게 책임 질 수 없다.. 라고 하면서 훈련을 못하겠다고 알려주더라고요.


C : 절망적인 상황이었네요.


 


참고로, 단순히 축구의 문제를 떠나서, 네덜란드만큼 보험 많이 드는 나라도 없을것 같다. 국토의 1/4이 물 아래에 있고, 또 비교적 사고의 위험이 높은 해운 사업으로 부를 축적해 온 나라이다보니 각종 사건 사고에 대한 위험 관리(Risk management), 즉 보험 시스템이 거의 중세시대부터 잘 체계화 되어 있고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큰 보험회사들 중에는 네덜란드 회사들이 많다. 따라서 보험이 안들어져 있으니 연습경기 한번도 뛰지 못한다라고 이야기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석 : 네.. 그래서 어떻게든 상관 없으니 단 한번만의 기회라도 달라고 정말 간절하게 다시 한번 요청을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욜 감독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알았다. 내일 내가 얘기를 해 놓을테니 Jong Ajax 2군 팀에서 테스트를 받게 해 주겠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또 집에 그냥 돌아갔습니다.


집에 돌아가서 다음날 아침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가 안오더군요. 아... 그래서...이젠 정말 안된거구나.. 포기해야 할것 같다. 여태까지 있었던 일들만 해도 말도 안되는 일들이었다 라고 일종의 체념을 하고서 포기하고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10시쯤에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10:30에 이곳 Toekomst(유소년 팀)에서 11:11로 경기가 하나 있는데 여기에 올 수 있냐는 전화였습니다.


문제는 제가 머무르고 있던 곳이 Toekomst까지 상당히 먼 거리였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10:30분까지 가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을 이야기 했더니 그쪽 담당자가 아.. 그러면 오늘은 안되겠다. 내일부터 보자. 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게 얼마나 어렵게 잡힌 기회인데 또 내일로 미루겠습니까? 그래서, 절대로 안된다. 무조건 가겠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부랴부랴 준비해서 지하철 타고 내려서 비를 억수로 맞으며 엄청나게 뛰어갔습니다.


 


지도로 검색해보니 대략 뛴 거리가 2km정도 된다. 이걸 전속력으로 달려가서 경기를 또 치른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경기장에 도착하니 10:40분 정도가 되었더군요. 2,3쿼터부터 뛸테니 준비하라고 하더군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이것만이 내 살길이다라는 생각으로 전력을 다해서 경기를 뛰었습니다.


 



 


C : 그때 마틴 욜 감독도 있었나요?
석 : 아니요. 욜 감독님은 안계시고 Toekomst 감독님과 Jong Ajax 감독님이 계셨는데, Jong Ajax 감독님이 저를 너무 좋게 봐 주셨습니다. 너무 열심히 뛰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이야기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내일부터 정식으로 테스트를 하자고 제안을 하시더군요. 마침 다음날 제가 컨디션이 좋았더래서 다음날 경기에서도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석현준 선수는 1골을 넣었고 이로 인하여 네덜란드 언론에서도 석현준 선수의 신데렐라 스토리에 조금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Jong Ajax, 즉 2군의 감독은 Pieter Huistra인데 네덜란드 북쪽의 도시인 Groningen의 2군 감독으로 코치 생활을 시작하였다. 작년부터 Jong Ajax 2군을 맡고 있으며 석현준 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마틴 욜 감독에게 강력 추천한 장본인으로써 석현준 선수가 아약스에 입단할 수 있게 만들었던 1등 공신이다. 이번 시즌을 마치면 FC Groningen의 1군 감독으로 옮길 예정이다.


 



이 아저씨가 우리 석현준 선수를 잘 봐 준 Pieter Huistra (피터 하우스트라)이다. 차근 차근 감독의 커리어를 잘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개인적으로도 잠시 인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친절하고 아주 좋은 인상이었다.


 


이 경기까지 뛰고서 한국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실 아약스에서 테스트를 받기는 했지만 이런 절차를 거쳐서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고는 거의 기대하지 않았고, 또 고3이다 보니 아약스라는 어려운 목표보다는 현실적인 진로를 고민해야만 했습니다.


저는 대학 진학보다는 바로 프로로 뛰고 싶은 생각이었는데 마침 일본 프로구단 유스팀이 한국을 방문해서 친선 경기를 가졌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가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본 프로구단 진출 가능 여부를 타진하기 위하여 일본으로 출국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갈 준비 다 하고 비행기표까지 끊어 놓았는데, 출국 하루 전날, 갑자기 아약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정식으로 입단 테스트를 받으러 오라고..


C : 와...


 


석 : 그 전화를 받자마자 일본행을 바로 취소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네덜란드로 향했습니다.


C : 그게 몇월이었나요?


석 : 9월이었고 10월까지 한달여간 아약스에서 머물면서 정식으로 입단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C : 보통 사람들이 진로를 결정할때 여러가지 플랜을 짜 놓고 우선순위를 부여해서 가장 좋은 방향으로 결정을 하잖아요. 그런데 아약스에서 입단 테스트 요청이 들어왔다 하더라도 일종의 백업 플랜으로 일본을 생각해 볼 수도 있었을텐데 일본으로 진출하는 카드는 완전히 포기하고서 아약스에 올인 한 것인가요?


석 : 네. 일단, 제가 가진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두번째로 잠시나마 유럽 축구를 체험해 보았는데, 그게 정말 한국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너무나도 재미있는 축구였습니다. 패스 하나 연습하는것도 너무나도 재미가 있더군요.


그래서 저는 무조건 유럽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으로 바로 일본행은 취소를 했었는데, 아버지는 너무 걱정을 하시더군요. 너 여기 안되면 아무데도 못가고 대학도 못간다고. 대학 면접까지도 포기하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C : 그렇죠. 제가 제 자식 축구 시킨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두번째 카드를 유지하고 있으라고 했을것 같습니다.


석 : 아버지가 물어보시더라구요. 이런 상황인데도 일본을 완전히 포기하고 아약스에 올인 하겠냐 라고.. 그래서 말씀 드렸습니다. 전 무조건 아약스에 가겠다고.


 


어찌보면 무모하다고까지 할 수도 있는 이런 선택. 잘 되면 대박이지만 안되면 쪽박일 수도 있는 이런 선택...


 


석 : 솔직히 저도 속으로는 상당히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 말씀드렸죠. 할 수 있다고. 저를 믿어달라고..


C :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이네요... 그래서 네덜란드에서도 지금 석현준 선수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으것 같습니다. 지난번 데뷔전에서도 관중들이 "쑥, 쑥" 거리는거 들었죠?
석 : 아.. 네.. ㅎㅎ


 


C : 그래서 입단 테스트에서 합격을 했고 1월에 정식으로 입단 계약을 한 것이군요.
석 : 네 그렇습니다.


 


어찌 보면 일종의 아메리칸 드림의 네덜란드판이라고 해야 할까. 네덜란드 사람들이 석현준 선수에게 그토록 열광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이 선수가 어떤 특별한 다른 세계의 특별한 사람이 아닌 나와 같은 일반인이라는 동질감에서 기인하는것 같기도 하다. 지나가다가 감독에게 "나 한번 뛰어봐도 될까요?" 라고 물어봐서 기회를 만들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한 일반인.


 


아약스의 팬들은 자기와 같은 그 일반인이 스스로의 실력으로 최고의 경지에까지 오르기를 바라고 있는것 같다. 2월 21일 일요일에도 경기가 있었는데 이 경기에서도 석현준 선수가 몸을 푸는 동안 경기장의 전광판은 게임을 보여주는 대신 석현준 선수의 몸 푸는 모습을 계속 보여줄 정도로 석현준 선수는 아약스 팬들로부터 엄청난 관심과 성원을 받고 있다.


 


이 청년이 축구계에서 어느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를 아직 예측하기는 힘들겠지만, 후세에 성공이라는 단어를 남길만한 위치까지 오른다면 이 스토리로 영화를 만들어도 감동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첫 기사에서 이야기 했지만, 핀란드의 리트만넨이 이와 비슷한 경로로 아약스에 입단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리트만넨의 성공을 석현준 선수에서 다시 한번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첫번째 기적이 아약스 입단이었다면, 두번째 기적은 1달도 안되어서 1군으로 승격한 것이다. 승격 과정에 대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C : 그렇게 입단을 하게 된 과정도 너무나도 드라마틱 한데, 입단을 한지 한달 도 안되어서 1군에 올라간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본인의 어떤 점이 마틴 욜 감독의 마음에 그렇게 쏙 들었던것 같나요?


석 : 하하.... 뭐.. 일단은... 제게 너무나 운이 따랐던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솔직히 신이 도와주신것 같은데, 제가 Jong Ajax에서 열심히 훈련하는 동안 1군 선수인 판텔리치가 부상을 당했었습니다. 또 센터포드 한 선수가 멕시코로 임대를 가고..


그렇게 포드 자리가 빈 상황에서 Jong Ajax에 검증을 완료한 한 선수가 있었는데 그 선수가 포르투갈 진출을 알아보고 있는 중에 테스트겸 저를 부르신것 같아요. 저도 그때 마음을 먹은게, 이런 기회는 솔직히 평생 안올 수도 있고, 평생 데뷔를 못할 수도 있는데 여기서 내가 한번 고생하고 죽기살기로 하면 앞으로 더 좋게 되지 않을까.. 잘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최대한 열심히 뛰었습니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고 또 쓰러져도 또다시 일어나고 그렇게 뛰었습니다. 그런데 마틴 욜 감독님이 그런 것을 좋게 보신것 같습니다.


 


지난번 마틴 욜 감독의 인터뷰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욜 감독은 석현준 선수의 정신 자세를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이런 선수는 팀 내 다른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렇다고해서 기본기가 안되어 있는데 의욕만 앞선다고 1군으로 뛰게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실력과 노력을 모두 갖추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항상 해 두어야 하는것 같다.


 


또한 다른 주전 선수들의 공백 또한 아주 절묘한 타이밍과 운이었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사실 아약스 역사상 가장 비싼 돈을 주고 데리고 온Sulejmani라는 걸출한 선수도 아약스에 있기는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감독의 눈 밖에 나서 계속 2군에서만 뛰고 있다. 실력과 노력, 그리고 운까지 따라준다면 이런 기적과도 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것 같다.


 


C : 입단과정에서 가장 고마웠던 사람을 3명 정도 꼽는다면?
석 : 일단 기회를 주신 마틴 욜 감독님. 그 다음은 저를 강력 추천해 주시고 저를 믿어주신 피터 감독님. 그리고 저때문에 항상 고생 많이 하시고 어디든지 저를 따라다니시며 힘든 일 다 해 주시는 아버지. 이렇게 세분입니다.


 


C : 한국에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유럽 축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몇몇 선수들이 이쪽으로 나오면서부터 인데, 소위 말하는 빅리그들에 비하여 네덜란드 에레디비지는 조금 과소평가되어 있는 감이 없지 않아 있잖아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래서 좀 아쉽거나 한 부분은 없나요?


석 : 아니요. 전혀 아쉬운 부분은 없고요. 다른 사람들이 몰라도 제 스스로가 아니까.. 그리고 이곳 팬들이 그렇게 열광하고 하니까.. 저는 그저 좋을 따름입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만 생길 뿐이고요. 그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C : 아약스는 알다시피 선수 육성으로 유명한 팀이고 심지어는 바르작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선수를 잘 훈련시켜서 빅리그로 보내기로 유명한 팀인데, 한국의 축구 훈련과 비교하여서 가장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특히 마틴 욜 감독님의 특성이랄까...


석 : 일단 마틴 욜 감독님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카리스마가 넘칩니다. 훈련면에 있어서는 모든 훈련이 게임 위주라는게 가장 다른것 같습니다. 체력 훈련을 했다 하더라도 마무리는 게임이고. 또 게임으로 시작했다가도 게임으로 마무리 하고. 무슨 마무리를 하던지 항상 게임입니다.


 


C : 우리의 족구도 있나요?
석 : 네. 족구도 있어요. 그래서 훈련을 즐겁게 할 수 있는거죠. 운동이 항상 재밌습니다. 날이 덥던 춥던 항상 재밌으니까 훈련을 더 하고 싶어지요. 심지어는 여기 다른 선수들도 저 보고 왜 이렇게 항상 웃냐고 물어볼 정도로 즐겁습니다.


 


C : 지난주엔가 날아가는 공 발로 잡은 동영상이 네덜란드에서 상당히 인기가 많습니다.
석 : (웃음)


 



석현준 선수의 훈련 장면 중 높이 날아오는 공을 발로 잡는 모습이 네덜란드에서 화제가 되었다. 덕분에 Bruce SUK Lee라는 별명도 얻었다. 주변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욜감독, 수아레즈, 에릭센, 판텔리치..


 


 


C : 어떻게 그런 자세로 공을 잡을 생각을 했나요?
석 : 공이 높이 날아왔는데, 저도 잘 모르겠어요. 왜 그런 자세로 받았는지.(웃음)


C : 발 올리는 순간 주변에 있던 선수들과 마틴 욜 감독이 뒤로 물러나던것 봤어요?
석 : 네.. (웃음) 봤어요.. ㅎㅎㅎ 하마터면 감독님을 걷어찰뻔했어요.


C : 그리고 그거 누가 따라했던데..
석 : 네.. 저 뒤에 있는 그레고리.. (Gregory van der Wiel, 네덜란드 국가대표 수비수, 같은 시간에 우리의 뒤에 앉아서 다른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뒷짐지고 서 있는 친구다. 석현준 선수와 인터뷰하고 있는 중에도 장난치고서 지나갔다. 맨유에 친박연대가 있었다면 (에브라 + 테베즈 + 박지성) 아약스에는 친숙연대가 조만간 생길것 같다.



 


C : 여태까지 한국에서 해외로 나와서 성공적이었던 선수들 보면 거의 대부분이 미드필더이거나 수비수였는데, 석현준 선수는 최전방 공격수잖아요? 그리고 최전방 공격수는 모든게 골로 평가를 받는데... 축구 시작할 때부터 스트라이커로 시작을 했나요?


석 : 아니요. 여러 포지션을 다 해 봤습니다. 처음에는 충주에서 축구를 시작했는데 그때는 센터 포드로 시작을 했습니다. 공격이 좋아서. 그런데 서울로 옮기면서 미드필더로 전환을 했습니다. 5학년때부터 중학교 1학년때까지 미드필더를 봤습니다. 그런데 중 1에서 중 2로 넘어가는 해에 키가 쑥 커버렸습니다. 중 1때에는 160이었는데 중 2때에 184가 되어버린거죠. 그래서 몸이 휘청거리고 밸런스도 안맞고 해서 그때 슬럼프가 왔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게임에도 잘 못나가고 항상 뒤에만 서 있다가 빈 자리에 그냥 들어가서 뛰는 역할을 하게 되다보니 중앙수비도 보고 백도 서보고..


 


참고로 석현준 선수의 현재 키는 190cm이다.


 


C : 골키퍼 빼고는 다 해본건가요?
석 : 네.. 사실 그렇죠. 그런데 결국 그게 제게 큰 도움이 되더군요. 어느 포지션도 소화를 할 수 있게 되더군요. 그래서 고등학교 올라갈때에는 제가 원하는 포지션이었던 공격형 미드필더를 팀에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감독님이 그냥 포드를 시켜주시더군요. 그래서 사실 지금 포드를 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감독님의 안목이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막상 뛰어보니 포드가 상당히 매력이 있더군요. 골을 넣을때마다 짜릿한 느낌도 있고. 그래서 지금까지 포드를 계속 해 오고 있습니다.


 


C : 포드는 아무래도 모든 것을 골로 이야기 해야 하는, 가장 부담감이 강한 자리인데, 그러한 부담감을 어떤식으로 극복하나요?
석 : 포드도 흐름이 있는것 같아요. 들어갈때는 잘 들어가고 안들어갈때는 잘 안들어가고... 루니도 몇개월씩 골 못넣을때도 있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그 흐름을 누가 빨리 줄이냐.. 공백기간을 줄이냐가 성공적인 포드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는것 같습니다. 저는 골이 안들어가면 다른건 전혀 생각 안합니다. 이 넓은 골대에 왜 골을 못넣느냐라고 생각하면서 항상 최종 골에만 집중을 합니다.


 


C : 축구 선수들 중에서 롤 모델인 선수가 있나요? 청소년 대표팀 시절 한국에서의 별명은 한국의 아데바요르였는데 (웃음) 본인의 플레이를 어떻게 평가하나요?


석 : 제 플레이를 보신 분들이 아프리카 축구다.. 라고들 말씀을 하셔서 그런 별멍이 붙은것 같은데 (웃음) 전 개인적으로도 아데바요르 선수를 아주 좋아합니다. 키도 크고 테크닉과 스피드 모두 있고, 딱 하나 최정상급 선수들에 비해서 약간 부족한 것이 골 결정력인데 중요한 고비마다 한골씩 넣어주잖아요? 정말 좋은 선수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저는 개인적으로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나 크리스티안 호날도의 플레이를 좀 따라해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 폼이 잘 안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결국은 제 스타일은 아데바요르와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C : 혹시 이브라히모비치 때문에 아약스를?
석 : 아... 그건 아니고요.. (웃음) 그 선수들은 원래부터 좋아하던 선수들이라서... 솔직히 처음에 아약스에 오기 전에는 잘 몰랐습니다. 여기가 이렇게 크고 좋은 구단인지. 저도 와 보고나서야 알았고요.


 


C : 소문으로 들은 건데, 아버님이 이곳 ArenA를 보시고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셨다던데..
석 : 네... 계약하던 날 아버님을 모시고 경기장을 보여드렸는데, 관중석 중앙에서 경기장를 보시는데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나중에 아버님께서 말씀해 주셨는데, 이런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을 생각해보니 너무나도 감격스러웠다고 하시더군요.


 


사실 ArenA는 축구장이라고 하기에는 약간의 부족함이 느껴지는 구장이다. 기획 및 설계 과정에서도 몇가지 큰 변화가 있었으며, 건물의 소유자가 구단이 아닌 암스테르담시 이기 때문에 완벽한 축구 전용 구장 보다는 각종 다양한 행사들도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관중석에서 경기장까지의 거리가 비교적 멀다. 그렇다고 잠실 주경기장처럼 먼 것은 아니고 서울 월드컵 경기장 정도 거리이다. 또 개폐식 천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다 열어도 그리 크게 열리지는 않기 때문에 일조량이 적어서 안의 잔디도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한다.


 


하지만 최대 6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고 현대식 시설로 무장된 이 경기장은 충분히 감동받으실만한 경기장이다. 6만명이 지켜 보는 그라운드 위에 서 있을 아들의 모습을 상상하셨을 아버님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중세 로마의 경기장인 "Arena"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한 위용이다.


 


... 네덜란드에서의 삶에 대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C : 해외 생활은 처음이죠? 한국 음식은 그립지 않아요?
석 : 아.. 도와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ㅎㅎ


 


우렁각시가 떠올랐다.


 


C :??여자는 아니고요?
석 : (손사래를 치며) 아.. 여자는 절대 아닙니다.. ㅎㅎㅎ


C : 여자친구는 있어요?
석 : 아.. 없습니다.


 


눈빛으로 봐서, 확실히 여자친구는 없는것 같았다.


 


C : 집에서 여가시간에는 뭘 하면서 지내나요?
석 : 한국 드라마 보고요. 쇼프로그램도 좋아하고..


C : 무슨 프로그램을 좋아하나요?
석 : 요새 재밌게 보는건.... 추노... 추노 너무 재밌어요. 쇼 프로그램은.. 강심장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악 항상 달고 살고요.. 잘때나.. 게임 나가기 전이나.. 틈만 나면 음악은 항상 듣습니다.


 


C : 어떤 음악을 좋아하나요?
석 : 댄스곡을 주로 들어요.


C : 좋아하는 가수는?
석 : 발라드 가수는... 주로 남자 가수를 좋아하고요.. 외국 가수로는. 케리 릴슨이나... (수줍어하며) 비욘세 좋아합니다.


 


C : 한국의 후배들에게 해외 나오고 싶은 맘이 들도록 이야기를 해 준다면?
석 : 조금이라도 더 어렸을때 유럽에 나와서 도전을 해 봤으면 좋겠어요. 아시아도 많이 돌아다니고 해 봤는데, 유럽 축구는 정말 다른것 같습니다. 실패를 하더라도 한번쯤은 도전을 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 같습니다. 정말 좋고요, 여기서 운동을 해 보게 된다면 누구나 저와 같은 마음이 생길것 같습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았지만 시간상 인터뷰는 여기까지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기사에 올라갈 사진을 찍겠다고 했더니 핸드폰 셀카로 머리를 가다듬고 있다.


 


이 인터뷰가 진행된 후에도 몇가지 굵직한 사건들이 있었다. 가장 큰 사건이라면 바로 유벤투스와의 UEFA컵 홈경기에 출전한 것인데, 이런 큰 무대에 출전할 수 있으리라고는 사실 생각하지 못했다. 후반 85분쯤에 교체투입되어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좋은 인상을 남겼다. 경기는 1:2로 짐으로써 다음 라운드 진출이 조금 어려워진 상황이기는 하지만 다음주에 있을 원정경기에서 또 한번의 좋은 기회를 잡을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네덜란드 축구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것으로 꼽히는 언론 중  'Voetbal international'이라는 잡지가 있다.


 



이렇게 생긴 잡지이다. 커버 인물은 필독님의 네덜란드 축구사를 정독한 사람이라면 이제는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사람. 2005년도 타계하기 전까지 이곳 한인들이 자주 가는 마트에서 종종 마주칠 수 있었고 팬들에게도 아주 친절했다고 한다.


 


이 잡지의 편집장은 Johan Derksen이라는 사람인데, 축구를 보는 뛰어난 안목과 인재를 발견하는 놀라운 능력으로 인하여 네덜란드 축구계에서 꽤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다. 이 잡지와 동명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TV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Johan Derksen은 이 프로그램의 고정 패널 중 한명이다.


 



Voetbal international 진행자들. 맨 오른쪽에 있는 콧수염 기른 할아버지가 Johan Derksen. 뭔가 인상에서 깐깐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대충 방송의 분위기가 어떠냐하면,




 


위와 같다. 우리 정서로는 이해가 안가지만, 그리고 테이블 보면서 다들 이미 눈치 챘겠지만, 맥주 한잔씩 하면서 축구 토론을 하는거다. 가끔은 담배도 그냥 피우기도 한다. 술집에서 맥주 마시면서 축구 이야기 하는 자연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그 분위기 안에 카메라만 살짝 집어 넣은 듯한 설정이 이 방송의 컨셉이다. 그러다보니 서로 깔깔대고 웃기도 하고 큰 소리로 싸우기도 하고 그런다.


 


이 할아버지가 석현준 선수의 아약스 입단과 몇가지 경기를 보고서 저 프로그램에 나와서 언급한게 있는데, 바로 석현준 선수의 입단 자체가 거의 동화속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라는 사실, 그리고 훈련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놀랍게도 석현준 선수가 아주 훌륭한 선수(fantastic player)라고 이야기 했다는 사실이다.


 


축구 평론가 한명의 말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Johan Derksen의 성격을 알고 나면 그냥 무시해버릴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사람은 선수 개개인에 대한 평가를 직설적으로 하기로 유명한 사람이고, 절대로 칭찬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심지어는 선수를 방송에 앉혀 놓은 상태에서도 대놓고 "너는 안돼!"라고까지 이야기 하고 선수는 울먹울먹하기도 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사람이 "너는 안되"라고 지적하면 정말 안되어버리고 마는, 펠레와는 반대되는 정확한 저주의 능력으로 유명하다. 이런 깐깐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축구 선수를 보는 눈은 매우 정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그런 축구 평론가의 입에서 나온 말인 만큼 무시하기에는 너무나도 무게감이 있는 발언이다.


 


이제 겨우 두 경기 그라운드를 밟아본 선수에게서 어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분명히 어려운 일이지만, 이곳 네덜란드에서는 석현준 선수의 미래에 대해서 걸고 있는 기대가 상당하고, 대성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기장 옆에서 몸만 풀고 있어도 전 경기장을 "쑥! 쑥!"거리게 만들 수 있는 것은 현지인들의 이러한 기대감에서 나오는 것일 것이다.


 


물론 반론도 어느정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석현준 선수가 그렇게 대단한 선수였다면 왜 다른 거대 구단에서 먼저 데려가지 않았겠느냐가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반론이다. 아약스가 오랜 역사성을 지닌 대단한 구단이기는 하지만, 구단 운영의 자금력에 있어서는 영국과 스페인 리그의 팀들에 비하여서는 여전히 작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말 가능성 있는 새싹들은 애초부터 해당 리그로 들어가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축구의 신과 신의 아들이 서로 부둥켜 안았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메시는 이미 10살때부터 주요 구단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11세에 성장호르몬 결핍증 진단을 받았으나 그의 재능을 꿰뚤어 본 FC 바르셀로나는 그가 13세 되던 해에 그를 포함한 모든 가족을 스페인으로 이주시켰고 모든 치료 비용을 구단에서 부담하며 성장시켰다. 될성 싶은 싹은 이렇게 일찌감치 거두어 가는 거다.


 


하지만 유럽 국가에 대한 우리나라의 문화적 지리적 언어적 차이점들과 그것들로 인한 눈에 보이지 않는 수 많은 장벽들을 고려한다면 능력있는 우리의 축구 영재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 자체를 놓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


 


특히 2002년의 성공적인 월드컵 이후로 유소년 축구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재정비가 이루어졌으며 그것이 성공이건 실패건 8년여가 지난 지금, 우리는 그때 심은 새싹의 결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되기 시작한 것이고, 그 첫번째 단계에 발생한 사건이 바로 석현준 선수의 아약스 입단인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것이 그 누구의 도움도 아닌 석현준 선수 본인의 열정과 능력으로 시작되었는 것이다.


 


히딩크와 깊은 연줄을 지니고 있던 PSV가 이미 오래전에 한국으로 눈을 돌려 두 명의 성공적인 선수 영입을 하고 있었고, 또 다른 라이벌인 페예노르트로 송종국, 김남일(엑셀시오르)등을 적극 활용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약스는 별다른 움직임이 여태까지 없었다. 석현준 선수로 인하여 아약스는 이제서야 한국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면에서 볼때, 최종 결론을 아직 예측하기는 어렵겠지만, 석현준선수의 아약스 입단은 석현준 선수 개인으로서도 상당한 행운이었을 뿐만 아니라 아약스로서도 상당한 행운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110년의 구단 역사 중 단 한번도 아시아 선수에게는 눈을 돌리지 않았던 아약스가 이제 아시아라는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게 된 것 만으로도 아약스는 큰 행운을 얻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석현준 선수는 이제 18세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되더라도 이제 겨우 22살이 되는 것이다. 부상만 주의하고 아약스의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 내에서 착실히 성장만 한다면 적어도 앞으로 15년 이상을 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차근 차근 한단계씩 밟아가는 한 어린 선수의 성장을 다 같이 지켜보자. 한번의 전진 한번의 후퇴가 있더라도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응원해주면서 언젠가 우리에게 필요한 그 순간에 우리를 위한 진한 감동을 선사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해보자.


 


데뷔전 바로 다음 경기에서 구단의 배려로 석현준 선수가 라인업에서 빠져서 여유있게 관중석에서 관람할 수 있게 되었을때, 내가 석현준 선수를 구장으로 데려다 준 적이 있다. 주차하고 관람석으로 들어가면서 석현준 선수를 알아보는 수 많은 팬들의 사인 요청과 사진 요청으로 경기장에 제시간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 하나 사진을 다 찍어주고 나서 경기장으로 들어가며 석현준 선수가 나에게 한 말이있다.


 


"이런 팬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경기장에서 뛸 수 있는 거죠. 내가 뛰는 것은 이런 분들을 위한 것이죠. 팬들에게 항상 감사하면서 뛸 생각입니다."


 



이쪽이 자기 얼짱 각도라고 반드시 이 각도로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찍고나서 보니 확실히 표정은 더 나은것 같다.


 


석현준 선수가 딴지 독자들에게 보내는 동영상과 사인으로 기사를 마무리 하고자 한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아약스 구단에서 축구를 하고있는 한 소년 석현준 입니다.
이렇게 팬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려고 하니 떨리네요.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관심과 성원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더욱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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