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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6.금요일


육두불패 짐멜


 


 







편집자 주


 


게시판의 글이 3회 이상 메인 기사로 채택된 '짐멜'님께는 가카의 귓구녕을 뚫어 드리기 위한 본지의 소수정예 이비인후과 블로그인 '300'의 개설권한이 생성되었습니다. 


 


오는 3월 6일 필진 전용 삼겹살 테러식장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공지가 늦어 죄송합니다.)


 


 



본격 막장의 세계 - 주식편


0.프롤로그



 


1. 호구는 절대로 꿈에서 깨어나지 못합니다.


 




지난 글에서 조금 소개했던 바와 같이 주식판에는 막장들이 뒹굽니다. 과연 똥 있는 곳에 파리가 꼬인다고, 애초에 주식판이 아니더라도 다른 어떤 막장세계로 갈 여지가 있던 사람들이 주식판에 모이게 되는 것인지, 혹은 주식이라는 세계가 모든 사람을 막장으로 만드는 것인지에 대해서,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할 필요는 없겠죠. 제 생각에는 후자 쪽입니다.


 


원래 막장 코드를 갖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막장이 될 것이고, 멀쩡하고 똑똑한 사람도 인생 망가지고 피폐해지는 것이 주식판인 것.


 


내가 만났던 주식판의 트레이더(그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칭하기 좋아하지만, 트레이더라 쓰고 호구라 읽는다)들의 직종은 다양했지만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대기업 정년퇴직 후 개업 공인중개사, 공기업 부장, 대학 교수, 한의사, 의사, 수입차 딜러, 전직 증권회사 영업직원, 변호사, 대학생...


 


왠만해서 호구가 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자신의 지적 수준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어야 합니다. 한 가닥 해봤고 똑똑하기도 한 사람들. 그리고 잉여시간이 많은 사람들. 그들이 주식으로 뛰어들게 되는 프로세스는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사례1. 은행금리가 낮아진다 -> 왠지 예금을 갖고 있으면 따먹히는 기분이다 -> 새로운 재테크 수단을 찾는다.


사례2. 펀드에 가입한다 -> 손실이 난다 -> 내가 하는 게 낫겠다.


사례3. 주위 사람이 주식을 해서 수익이 났다 -> 내가 저놈보다 훨 똑똑하다 -> 나는 더 벌 수 있다.


 


많은 프로세스가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사례들은 저런 식입니다. 그러나, 저 사람들이 주식판에 와서 돈을 못 따는 것 또한 일반적인 현상이죠.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투자를 함에 있어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며, 시장 또한 분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라는 전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잃게 되는 것입니다. 시장이 합리적인지 여부는 논란이 많기에 우선 보류합니다. 그걸 논외로 하더라도 투자자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돈을 잃게 됩니다.


 


많은 이들이 모의투자와 실전투자의 괴리를 이야기합니다. 저 책의 저자는 간단히 이야기하지요. 돈(이해관계)이 개입되는 순간 사람은 공포에 의해 혹은 욕망에 의해, 문명화된 자신의 뇌가 아닌 쫓고 쫓길 때의 원시적인 뇌(도마뱀의 뇌)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네, 그렇습니다.


똑똑한 이들은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인정하지 못합니다. 스스로가 겁에 질려 뇌동매매(에이 모르겠다 몰빵! 아 씨바 큰일 났다 빨리 청산! 같은 매매를 일컫죠)을 하게 되는 건 마찬가지인데, 지가 똑똑하다고 생각하기에 그걸 인지하지 못합니다.


 


맨날 사기장 사기장 이러죠. 정상적인 장의 흐름을 사기장이라 말하게 되는 건, 자신 스스로에게 사기를 치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투자자를 속이지 않습니다. 투자자 스스로가 투자자를 속이죠.


그리고 아무리 일반론을 이야기해도 호구는 꿈에서 깨어나지 못합니다. 그 어느 순간 있었던 달콤한 대박의 꿈에만 가중치를 두어 생각합니다. 지금은 나의 눌림목일 뿐이다. 좀만 버티고 하면 꿈의 수익률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코스닥 개 잡주가 3년 내내 최저가에서 맴돌듯, 그런 희망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주식시장에 이런 말이 있죠.


"종목을 보유하고 기도하는 순간 넌 이미 죽어있는 것이다."


 


 


2. 작전


 




한창 때 화제가 되었던 한 종목의 챠트입니다. 이런 챠트를 우연히라도 보게 되면 트레이더(호구)는 불안에 떨게 됩니다. 언제나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를 지배하는 공포는, 손실에 대한 공포가 아닌,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공포입니다. 남들이 벌 때 자신이 못 보는 것에 대한 공포는 투자자를 지배하는 욕망의 큰 축입니다.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주식은 더더욱 상승을 합니다.


 



 


끝을 모르고 달려가는 아름다운 모습. 이쯤되면 트레이더(호구)는 실신을 합니다. 자신의 의지박약을 자책합니다. "야 너 정말 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를 놓친 거야. 다 보고도 놓친 거야."


 


사실 10년에 한 번이 아니라 1년에 10번도 있는 것이죠 네. 꼭 저렇게 오버를 하죠.


 


그러고 진입을 하려 하는데, 이게 왠지 지금껏 놓친 수익이 손실처럼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앞으로 상한가를 5번쯤 갈 것 같은데 한 3번 놓쳤습니다. 그걸 만회하기 위해서는 뭔가가 필요합니다. 그는 미수거래를 하죠.


 


* 미수거래 = 전체 주식매입대금의 30% 이상에 해당하는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외상으로 사는 제도. 이틀 뒤인 결제일까지 돈을 갚지 않으면 증권사사 반대매매를 통해 계좌에 있는 주식을 판다. 자칫 실수로라도 미수금이 발생하면 다른 주식계좌도 동결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라고 사전은 설명합니다. 간단히 말해 1/3의 돈으로 주식을 살 수 있다는 거죠. 1000만원 어치 주식을 사려다 지금껏 놓친 기회가 아까워 3000만원 어치를 사는 거죠. 1000만원은 자신의 돈이고 2000만원은 차입금이 됩니다. 원래 상한가는 15%인데 미수를 지르면 상한가를 치게 되면 원금 대비 45%씩이죠.


15%씩 세 번 상한가는 52%의 수익으로 이어집니다.(꼭 그런 건 아니죠. 주식이 50원 100원 1000원 단위로 움직이니 15%에 좀 못미치는 14%에 소수점 다는 수익률입니다.) 미수거래를 사용하면 45%씩 세 번 200%의 수익이 발생합니다. 네 아름다운 복리의 마술입죠.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기회를 잡은 트레이더(호구)는 뿌듯한 마음으로 장을 마칩니다. 앞으로 얻게 될 수익으로 뭘 살지 생각을 합니다. 트레이더(호구)는 가족적이기 때문에 아내에게 냉장고를 사줄 생각, 아들 유학 보낼 생각, 어머니한테 보일러 하나 놔드릴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네, 트레이더는 그 후 불어나는 계좌에 며칠간 환호성을 지릅니다. 역시 10년에 한 번 오는 기회였나 봅니다... 가 아니네요.


 


오늘쪽에 보이는 점들이 바로 소위 말하는 '점 하한가'입니다. 하한가로 시작해 하한가로 끝나기까지 거래가 없는 상황이죠.


 


며칠 동안 팔려고 해도 매수자가 없습니다. 그저 장이 시작되는 9시부터 끝나는 3시까지 주문만 넣어놓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이거죠. 만약 미수거래를 했다면 2~3일 내에 계좌는 깡통을 찹니다.


 


여기에서 미수거래를 하지 않고 그냥 계좌 잔고만 몰빵을 하는 것으로 욕심을 자제(?)한 사람의 경우를 생각해 보죠. 그는 계속 하한가로 치닫는 챠트를 보면서도 '잠시의 눌림목이야. 다시 오르게 될 거야. 전보다 더 높게'라는 생각을 간간히 하게 됩니다. 처음엔 그 가격에라도 정리하고 싶은 생각인데 생각해보니 이렇게 공포에 휘둘려서야 트레이더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1000만원으로 저 종목을 산 후 3번 하한가를 맞으니 1000만원이 614만원이 되어 약 -39%를 기록합니다.


 


이때 트레이더의 직관을 살려 위기를 기회로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2000만원을 끌어다가 추격매수... 를 합니다. 매입금액을 2614만원. 원금을 3000만원이라 치면 약 -13%로 손실률이 떨어집니다.(물론 손실액은 그대로지만 말이죠)


 


이게 눌림목이 아니더라도 중간에 기술적 반등, 기술적 반등이란 별다른 호재가 없이도 하락기에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월 스트리트의 형님들을 이를 데드 캣 바운스(죽은 고양이 경련하기?)라고 멋지게 부릅니다, 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한 번 상하가를 해주면 2%만 먹고 빠지겠다. 본전만 먹고 빠지겠다 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죠.


 


어쩌면 중간 중간 평균단가를 낮추기 위해 몇 번의 추격매수를 더 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현금여력은 바닥이 나서 카드대출이나 은행권 신용대출을 하게 될런지도 모르죠. 그러다 신용도가 떨어지면 담보대출을 받게 되고, 이후에는 저축은행과 소비자금융의 문까지도 두드리게 됩니다. (대출의 연쇄고리는 다음에 자세히 다룰 생각입니다.)


 


아무 것도 자신의 손에 남지 않고, 자신의 믿음조차 깨지는 순간에도 호구는 계속 꿈을 꿀까요?


방금까지 보여드렸던 챠트는 '루보'라는 회사의 챠트였는데요.


 


클릭하시라


 


네, 이런 뉴스가 되겠습니다.


그래도 설마설마 하는 트레이더(호구)에게 이런 사진이 눈에 띄는군요.


 




네, 이런 기업이 코스닥 시가총액 19까지 올라갔었습니다.(누지르시라)


 


사람은 믿고 있던 어떤 것이 무너졌을 때 그걸 받아들이기보단 기존 믿음에 더 집착한다고 하죠?


 


네 루보에 얽힌 이들도 이게 사실이 아닐 거라고, 잘 나가는 기업 뒷다리 잡는 거라고, 이런 악재 의혹이 나오는 걸 보면 오히려 지금 세력들은 사들이고 있을 거라고 비명을 질러댑니다. 순식간에 팍스넷 게시판은 좀비들의 천국으로 변합니다. 그들은 '루보 안 사는 사람은 개하수' '지금 루보 못 사는 병신들은 한강 가서 디져라'와 같은 주문을 웅얼웅얼대며 하루 21시간을 게시판을 배회합니다. 도배로 차단을 먹어도 다른 아이디를 생성해서 나타나는 부활신공은 기본이죠.


 


루보사태라 불리는 이 건은 역사적인 작전사례로 꼽힙니다. 금융감독원의 눈을 피하기 위해 매일매일 상한가 그런 거 안 했죠. 4~7%씩 꾸준히 꾸준히 주가를 올렸죠. 손 뺄 땐 단호하죠. 청산도 못할 점하한가로 질러버리죠.


 


제가 알기로 저 사건은 다단계로 유명한 제이유 그룹과의 합작이었습니다. 물론 법원판결에서 제이유 그룹의 적극가담 여부는 100% 인정되진 않은 것 같지만 말이죠.


 


저 루보라는 회사가 주식발행수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작전 이전에 제이유 회원들에게 증권계좌 개설하게 해서 루보를 매입하게 합니다.(아직 가격은 오르지 않아요) 그리고 보안카드나 도장 등은 제이유측에서 압수합니다.


그래서 만약 10000주의 주식이 있다 하면 8000주의 주식은 움직이지 않게 되고, 나머지 2000주를 가지고 주가를 조작하는 건 누워서 떡먹기가 됩니다. 제이유 회원들의 계좌는 가끔 통정매매(다수의 계좌를 동일인이 가지고 가상의 거래를 하며 가격을 조작하는 행위)에도 동원되었다고 합니다.


 


 


4. 작전에 대한 견해


 


물론 작전은 존재합니다. 어떤 타짜들이 기가 막힌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속여내는 경우가 존재하죠.(증권계에선 ○○상고 라인이 주가조작에는 전문가다 어쩐다 하곤 합니다. 그쪽 라인이 증권사의 간부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는 얘기도 있구요.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언제나 해당기업의 대표이사, 작전전문가 그리고 증권사 직원의 합작으로 발표가 나옵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이 하나의 장치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보드리야르는 “디즈니랜드는 ‘실제의’ 나라, ‘실제의’ 미국 전체가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하여 거기 있다(마치 감옥이 사회 전체가 그 평범한 어디서고 감방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하여 거기 있는 것과 약간은 유사하게). 디즈니랜드는 다른 세상을 사실이라고 믿게 하기 위하여 상상적 세계로 제시된다. 그런데 사실은 그곳을 감싸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전체와 미국도 더 이상 실재가 아니며 파생 실재와 시뮬라시옹 질서에 속한다.” 라고 말했죠.


 


미국의 유치함과 근본없음을 더더욱 유치하고 근본없는 디즈니랜드라는 장치를 만듦으로서 은폐하고, 디즈니랜드 바깥의 미국을 좀 더 어른스럽고 진지한 곳으로 위장한다는 것이죠.


 



 


보드리야르는 케네디 암살이나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해서도, 그러한 일이 단순히 일회적이고 특수한 경우이며, 스캔들이 없는 '평시'엔 언제나 모든 일은 올바르게 돌아간다는 위장을 위한 장치로 작용한다고 했습니다.


 


네,


그런 식으로... 작전이란 확실히 존재하기 하지만, 작전이라는 노골적인 사기는 주식시장에 팽배해 있는 사기를 은폐하기 위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작전 스캔들은 평시의 주식시장이 효율적이고 이성적인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활용됩니다.


 


작전이란 실재의 일이지만, 작전에 대한 음모론은 '정상적인' 주식시장에 대한 이해를 막게 되고, 작전이 드리운 그림자 속의 어떤 실체에 대한 착시효과를 유도하죠.


 


거기에서 은폐되는 가장 큰 맹점은 투자자의 맹목성입니다. 그들은 굳이 작전주가 아닌 주식에도 스스로의 욕심을 투영해 자멸합니다. 작전 그거 사람 깡통만드는 데 일조하기도 하지만 필수조건 아니죠.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적은 작전세력도 국내 증시에서 활약하는 외국인도, 증권 투신도 아닌 매매자 자기 자신입니다.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가, 아니 그 이전에 원금보전하기가 쉽지 않죠. 돈을 잃지 않기 위해선 투자자에겐 필수적인 단계가 필요합니다.


 


자기 자신은 하늘에서 선택한 트레이더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자각, 자신이 시장에 맞서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적은 영역이라는 깨달음, 그리고 자신은 자신을 통제할 만큼 충분한 자제력이 없다는 사실의 인정...


 


작전에 대한 핑계는 이 모든 것을 가로막습니다.


원래 따는 건데 작전이라...


작전인 줄 알았으면 수익 때 빠져나오는건데...


아 원래는 잘 치고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


이래서야 깡통을 몇 개를 더 추가해도 배우는 게 없습니다.


 


다시금...


호구는 절대로 꿈에서 깨어나지 못합니다.


 


P.S. 소수이긴 하지만 작전은 존재합니다. 혹여 누가 무슨 종목이 좋다드라. 하는 카더라 통신을 듣게 될 경우 잊고 말아버리길 권유합니다. 그런 종목을 매매하게 될 경우 커다란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습니다. 혹여 순수한 마음에 좋은 일 한다고 지인에게 그 정보를 전파할 경우 다단계의 마술에 따라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이는 중국펀드가 좋다드라, 니켈 펀드가 좋다드라, 금펀드 가입한 사람들 다 돈 벌었다드라... 등등도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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