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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4.수요일

로그스

 

 

김 연아 관련 기사들이 포털 사이트 메인에 떠있다. 생각해보니 내일(그러니까 오늘)이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하는 날이네. 언론 특유의 쌩오바질 기사로 도배되어있다. 뭐 지금까지 그랑프리 같은 걸 할 때도, 그 전후에는 쌩오바 기사들이 넘쳐났는데, 올림픽은 말해 무엇하랴. 다들 난리다. 포털들은 아예 따로 페이지 하나씩을 만들어놨다. 와우. 든 생각: 1) 어우, 김연아는 얼마나 부담일까. 나 같으면 진짜 도망친다. 2) 하긴 그러니까 미리 토론토갔겠지. 3) 그런데 뭐 이렇게 까지 오바할 필요있나.

솔직히 김연아 예쁘고, 피겨스케이팅 잘하고 다 좋지만, 사람들이 그 정도로 오바할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신선했는데 하도 김연아 김연아 하고 광고도 너무너무너무너무 많이 나오고 하니까 괜히 반감도 생기는 것 같고. 그래서 뭐 그냥 그러려니 했다. 올림픽 이니까. 그냥 구경해야지.

포털 사이트에 월스트리트저널이 김연아로 신문을 도배했다는 얘기가 있어서, 또 오바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뉴욕 타임스를 들어가봤다. 메인페이지는 아니지만, 올림픽 페이지는 피겨 스케이팅이 메인이다. 하나하나씩 뒤져봤다.

 



 


 


씨바... 이거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하고, 가슴이 쿵덕쿵덕 뛰네. 이거 장난이 아니구나. 이거 정말 엄청난 이벤트구나. 김연아가 이기면 정말 감동적이겠구나. 오바할만 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걸 같이 나눠보고 24일, 26일 한 번 제대로 즐겨보자.


1. "The Moves They Don't Want You To See" (기사원문
)

"그들이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동작"이라는 기사다. 항상 피겨 스케이팅 보면서, '넘어지지도 않았는데 왜 감점이라는 거야?'라는 의문을 한 번쯤 가져봤을거다. 그에 대한 답이다. 토 룹, 럿츠 등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인터랙티브 3D 애니메이션과 함께 나와있다.

클릭하면 동작 하나하나가 감점을 만들어내는 동작에 대한 설명과 함께 움직인다. 이 감점은 알아보기가 어려워서 심판들도 비디오 판독을 하는 동작이지만, 이걸 보면 아무리 피겨 문외한이라도 '아, 저래서 감점을 당했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다. 단 하나의 문제라면 언어의 장벽. 그래서 해석 들어간다. (나 새벽 3시에 뭐하는 짓이냐)

* 점프할 때 덜 도는 동작: 토 룹

장면 1) 점프하기 위해서 왼쪽날 앞부분을 찍는 동시에...
장면 2) 엉덩이가 돌기 시작하고...
장면 3) 오른쪽 발이 처진다.

이러면 점프하기도 전에 벌써 반 바퀴를 돌아있다. 그래서 감점이란다.

* 착지할 때 덜 도는 동작

장면 1) 점프해서 돌다가
장면 2) 착지할 때 오른쪽날 끝부분으로 착지를 한 후
장면 3) 발을 완전히 내리면서 1/4바퀴나 그 이상을 돈다.

공중에서 안돌고 착지한 후 돈다는 얘기다. 뺑끼라 이거지.

* 잘 못된 날로 점프: 럿츠 앤 플립스

장면 1) 점프하려고 오른쪽 날로 찍을 때, 왼쪽 날이 안쪽으로 된 상태에서
장면 2) 점프를 한다.
장면 3) 제대로 하려면 바깥쪽 날로,
장면 4) 점프를 해야한다.

뭐 이건 왜 굳이 감점을 시키는 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댄다. 헷갈릴까봐 겹치는 영상까지 만들어놓았다.

놀라운 건 그 밑에 보면 "스케이터별 분석(Skater-by-Skater Analysis)"라는 게 있다. 이건 지난 4시즌 간의 모든 점프 성공률을 스케이터별로 분석해놓은 자료이다. 실로 노가다의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김연아(
뉴욕타임즈분석자료 ) 는 고작 6%의 감점 확률을 자랑한다. 233번 뛰어서 13번 감점당했다. 반면에 아사다 마오는 240번 뛰어서 28번 감점을 당해서 12%의 감점 확률이다. 특히 8.2의 초고난이도를 자랑하는 트리플 악셀은 감점 확률이 35%나 된다. 마오가 트리플 악셀을 성공하는지의 여부도 관심있게 지켜보면 좋겠다.

2. Inside the Rings: 2/23

 

뉴욕타임즈 비디오캐스팅 - 클릭요망

뉴욕 타임스에서 동계올림픽 특집으로 매일 내보내는 비디오 캐스트로, 오늘은 당연히 피겨스케이팅이 주제다. 요약하자면 이런 얘기다:

 

피겨 스케이팅은 동계올림픽의 꽃이다. 김연아가 이길 가능성이 제일 높다. 김연아는 운동선수적인 면모와 예술가적인 면모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제임스 본드 메들리를 틀고 본드걸의 역할을 하는데, 많은 남자들이 호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연아의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도 주목해라. 얘는 여자 스케이터들은 잘 하지 않는 트리플 악셀을 하는데, 올림픽에서 이걸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한다고 한다.

 

조애니 로쉐츠는 일요일날 아침에 어머니의 사망소식을 들었다. 연습을 2번이나 빠졌다. 가장 어려운 건 그 감정을 어떻게 추스리냐는 점일 것이다. 그녀가 역경을 이겨내고 연기를 잘 할 수 있을지 주목하라.


3. A Nation Awaits Gold In Figure Skating

 

 

요것도 뉴욕타임즈 비디오 캐스트 - 클릭요망

이 영상은 사실 좀 된 건데, 감동적이다. 특히 김연아의 코치인 브라이언 오셔의 스토리를 들으면 그렇다. 맘 같아서는 자막을 달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지금 시간이 새벽 4시를 향해 가고 있으므로, 중요한 부분만 보도록 하겠다.

* 2분 40초

김연아는 4명의 코치를 만나고 보낸 이후에 브라이언 오셔를 만났다. 그는 한 번도 코치 경력이 없는 사람이었다.


오셔: "저는 연아에게 제 올림픽 경험을 항상 이야기해요. 겁주려는 게 아니라 '오 멋지겠네요'라는 식으로 느끼게 하려고요"


브라이언 오셔는 1988년 동계올림픽에서 라이벌인 브라이언 보이타노와 맞붙었다. 이 경기는 '브라이언 전쟁'이라고 불렸지만, 그는 2위를 차지하고 말았다.

여기서 그 당시 브라이언 오셔의 인터뷰 장면이 나온다. 그는 "금메달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는 심정으로 왔는데 실망했다"라고 얘기한다.

현재의 오셔: "난 그 이후로 그 경기장면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 그 때 결과가 달랐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금메달을 땄더라면 지금 내 삶은 어떻게 바뀌어있을까. 하지만 지금은 그걸 인정한다. 은메달을 2개나 땄으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뭔가 아쉬운 그의 표정은 감출 수 없다.

* 5분

2009년 월드 챔피언쉽에서 경기직전에 갑자기 엄청나게 긴장을 한 김연아에게 브라이언 오셔가 한 말: "'이 링크에 있는 어느 누구도 지금 너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해.' 그러면서 엄마, 트레이너들을 가리키면서, '그들도 너의 지금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지금 네가 무엇을 겪고 있는지 모르지. 하지만 난 네가 지금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이해한단다' 그러자 연아가 긴장을 푸는 게 보였어요."

그래서 김연아는 이 경기에서 피겨 역사상 최고점을 획득한다. 이건 완전 만화같은 장면이다.

* 5분 45초

오셔: "저에게 연아가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보는 것은, 그게 일어나는 걸 보는 건... 그 장면을 상상할 수조차 없어요. 왜냐하면 그게 어떤 느낌인지 모르기 때문이죠. 저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본 적이 없으니까요. 생각은 많이 해봤죠. 많이 상상해봤습니다. 아마 연아도 많이 상상해보고 있을거에요. 그녀가 금메달을 따는 걸 보는 건 정말 멋진 거에요."

자신이 2번이나 좌절한 올림픽 금메달. 자신과 4년 동안 함께한 제자가 그 목표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을 보는 그의 심정은 어떨까.

 



 


이들에게 이번 올림픽은 무엇인가?

오셔에게 이번 올림픽은 세계 최고의 스케이터라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좌절했던 한 남자의 꿈을 다시 재현하는 순간이다.
 

한국의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을 잊고 기뻐할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일 것이고.

두말할 것도 없이, 김연아 스스로도 자신의 꿈을 이루는 순간이겠지. 주니어시절 부터 이어진 아사다 마오와의 라이벌 대결의 종지부이기도 하고. 지구 반대편의 수많은 사람들의 천근만근 부담을 이겨내야하는 순간이기도 하고.

이런 드라마틱한 장면이 펼쳐진다.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