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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장관은 어제 자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배제 조치했다. 추 장관은 이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여 윤 춘장의 직무배제 조치를 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 5가지를 말했다. 그리고 기자회견 발표문 마지막 부분에는 이러한 내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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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 징계청구 혐의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비위 혐의들에 대하여도 계속하여 엄정하게 진상확인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 다른 비위 혐의들 중에 얼마 전까지 계속 거론되던 특활비 문제도 포함되어 있다. 추 장관은 지난 5일 국회에 출석해서 ‘특활비가 검찰총장의 쌈짓돈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된 것 같다’며 특활비 문제를 짚었었다. 

 

추 장관은 윤 춘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보고 받고, 이런 발언을 했었던 것일까. 

 

 

춘장 특활비는 어디에 썼나

 

매해 특활비로만 1조 원 가까운 예산이 책정된다. 이중 거의 절반은 국정원이 사용한다(2017년 기준 국정원 특활비 4900억 원 가량 차지). 그리고 국방부(1479억 원), 경찰청(1301억 원), 법무부가 사용한다. 법무부에 매년 정보비를 제외하고 약 200억 원 가까이가 배당된다. 

 

법무부에 배당되긴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검찰이 사용한다. 검찰에서도 검찰총장이 집행하니 사실상 검찰총장이 사용하는 것이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 정리해보면 부처별 특활비 사용은 아래와 같고, 특활비를 점점 줄여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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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검찰의 특활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사건수사 등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예산집행지침에 반하는 것이다(서울고법 2019.08.21. 선고 2019누30678, 16쪽). 

 

집행절차로는 기획재정부가 법무부로 배정하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재배정하고 검찰총장이 다시 검찰청에 재배정하여 해당 검사장이 개별 수사검사에게 지급해야 한다(서울고법 2019.08.21. 선고 2019누30678, 14-15쪽). 

 

원론적으로는 이러한데, 이러한 기본을 지키는 검찰총장은 대대로 단언컨대 단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영수증도 없고, 집행내역은 단 한 번도 공개가 되지 않고, 사후 감시도 받지 않으니, 대부분의 검찰총장은 이 특활비를 곶감 주머니에서 곶감 빼먹듯 마음대로 사용해왔다. 

 

검찰총장이 검찰 내 자기와 친분 있는 검사들에게 용돈처럼 쥐여준다든가, 술값으로 사용한다든가, 기자들 접대하면서 밥값 술값으로 사용했다. 과거 촌지가 만연한 시절에는 촌지로 쥐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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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까발려진 몇 안 되는 검찰총장과 간부들 사건은 그들 입장에서 보면 어쩌다 ‘재수가 없어’서 걸린 것뿐이다. 검찰 내에서는 검찰총장의 진정한 권력은 특활비에서 나온다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돈다. 

 

이는 다른 기관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국정원은 정보비 조로 기자들 만나 술  사고 밥 사고하면서 현찰로 용돈 쥐여주는 것은 예사였고, 군 정보장교들에게도 정보비 조료 매달 20~50만원 씩 쥐여주기도 한다. 

 

실제로 10년 전 국회에서 만난 타사 모 기자는 본 기자에게 “며칠 전에 국정원 요원들이 만나자고 해서 일식집에서 밥 먹고 술 먹었다. 정보비라고 20만원 씩 줬다. 나도 이제 국정원에서 만나자는 거 보니 좀 인정받는 기자가 된 것 같다”며 거들먹거렸다. 그 기자 외에도 한두 명 본 것이 아니다. 

 

심지어는 본 기자에게 “너도 이제 여기서 기사 잘 쓰고 자리 잘 잡으면 국정원에서 연락 올 거야”라면서 위로 및 격려(바라지도 않았다)를 받은 적도 있다. 

 

그렇다면 춘장은? 

 

별다를 거 없다. 추 장관과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지적하는 문제도 이런 것이다.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추 장관이 출석했는데, 특활비 관련해서 많은 설전이 있었다. 춘장이 혼자 사용한 특활비가 50억이 넘는데, 그 돈을 다 어디다 사용한 것이냐는 것이었다. 

 

여기서 지적된 내용 중 우리가 알아야 할 건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지적한 “검찰의 특활비가 (수사 지원 등의 목적으로) 일선청에 내려간 비용은 점점 줄고, 수시집행 내역은 최근 3년 동안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수시집행 내역은 검찰총장이 직접 쓰는 비용을 말한다. 

 

그리고 이런 사진이 언론에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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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장관이 16일 출석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주당 김용민 의원의 질의를 받으며 검찰청 특수활동비 자료 내역을 바라보고 있다. 

 

검찰청 특수활동비 자료 내역! 5선 정치인 출신 장관다운 면모(!)이다. 일부러 모니터에 자료를 띄워 놓고 보는 건 사진 기자들더러 찍으라는 것 아닌가.

 

 

춘장의 가오, 특활비

 

더 자세한 검찰의 특활비 사용내역은 춘장과 장부를 관리하는 대검 운영지원과의 춘장 비서 정도만 알고 있기 때문에, 추 장관이 보고 있던 자료도 아주 디테일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춘장의 특활비 장부 외에는 그 자료가 제일 많은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 자료를 무시할 순 없다. 그래서 어찌 저찌 자료를 입수해 살펴보았다. 

 

최근 3년간 법무부에 배당되는 특수활동비의 90%는 검찰이 사용했다. 그런데 2018년부터 일선청에 내려보내는 비용은 매년 10억씩 줄었다. 

 

60여 개의 일선청에 지검장을 통해서 내려보내는 비용이 대체로 수사비 지원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비용이다(뭐 지검장이 꿀꺽하면 할 수 없고). 이렇게 일선청에 내려보내는 비용은 주는데, 수시집행 비용은 변동이 없다. 거의 동일하다. 심지어 2020년은 아직 지나지도 않았는데, 작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수시집행 비용이야말로 검찰총장이 직접 아무 때나 사용하는 비용이다. 춘장은 2019년 7월에 취임했다. 

 

검찰 특수활동비 총액은 줄었지만, 실제로 줄어든 건 일선청에 내려보내는 수사비 지원이고 검찰총장이 사용하는 비용은 줄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6일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지적한 내용도 이 부분이고, 추 장관이 제기한 ‘특활비를 윤 총장이 쌈짓돈 빼 쓰듯 썼다’는 말의 근거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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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세부사업법 특활비 내역도 잘 살펴보면, 정말 특활비 사용목적에 해당하는 첨단범죄 및 디지털 수사나, 검찰수사 지원, 마약 수사와 같은 공공 수사에 집행된 비용은 2017년부터 매년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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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세부사업별 특수활동비 내역은 검찰에서 이러한 항목으로 특활비를 집행하겠다, 혹은 집행했다는 말은 있지만, 영수증도 없고, 예산 감사를 받지도 않기 때문에 실제로 집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특활비 목적에 맞는 예산 집행이 점점 줄고 있는 반면, 검찰총장이 사용한 수시집행 금액이 변동이 없다는 건, 검찰총장의 수시집행으로 사용되는 비용의 비율은 올라갔다는 말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총장이 특활비를 자기 마음대로 사용했다는 주장을 검증해주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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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일선 검사들에게 취재해보면, 일선 수사검사들은 현장 방문도 갈 때가 있고, 부검한 데 쫓아서 가서 들어도 봐야 하고, 늦게까지 일하는 수사관 밥도 사줘야 하고, 드는 비용이 많아, 자기 돈을 적잖이 쓰기도 한다. 

 

허나, 이것도 한두 번이지 일을 하는데 본인 돈을 계속 써가며 하는 데도 한계가 있지 않겠나. 그래도 예전에는 이럴 때 부장한테 이야기하면 일선 지검장이나 검사장 통해서 총장이 알아서 나눠 쓰라며 내려보낸 특활비에서 수사비를 보충해주고는 했는데, 지금은 그 비용이 다 끊겼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총장이 알아서 혼자 쓰는 거 같은데, 추 장관과 민주당이 의심하는 것도 그런 거 아니냐. 총장이 검사장 건너뛰고 자기 사람들한테 바로 챙겨주기에 골몰해서 그런 거 아니냐. 그럴 수 있다.”

 

“춘장이 지금 최근까지 수고해서 등 두드려 준다며 일선청 순시 방문하고 간담회 갖고 하지 않았나. 그때마다 정말 ‘등만 두드려 줬을까?’”

 

“기소된 한동훈은 지금 놀고 있고, 변호사비도 적잖게 들고 있는데. 위로해주지 않았겠나.”

 

뭐, 대충 이런 말들이다. 

 

어디에 사용됐는지 알 수 없고, 감시도 받지 않는 돈이기 때문에 순전히 기관장 ‘가오’ 세워주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특활비, 우째야 하나

 

끊임없이 특활비 문제가 제기돼 국회에서도 그렇고, 다른 전문가들도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공감은 하고 있다. 심지어 특활비를 아예 없애버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서보학 교수는 이렇게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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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특수활동비라는 명목으로 국민의 세금을 자의적으로 마음대로 쓰는 건 뿌리를 뽑아야 한다.” 

 

“원칙상으로는 국민 세금으로 쓰이는 공금이니까, 정해진 목적에 맞게, 사후검증이 가능하도록 투명하게 집행되는 것이 맞다. 그거를 이번 기회에 특수활동비라는 명목으로 행정기관장에게 부여되는 공금을 일제히 없애든지, 정비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국민들이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 

 

“큰 수사에 내려온 뭉칫돈 같은 것도 일선 수사검사에게 다 내려갔는지도 알 수도 없다. 목적상 필요한지는 몰라도, 실제로 목적대로 집행이 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까. 수사를 하는데 필요한 출장비든 교통비든 밥값이든 필요하면 공금을 신청해서 쓰도록 해야지, 자기 돈으로 쓰는데 그거를 특활비라는 명목으로 일부를 벌충해준다, 이것도 이상하다. 이번 기회에 그런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고 모든 걸 다 양성화시켜야 한다.” 

 

그런가 하면 아예 특활비를 없앨 수는 없으니, 최소한의 투명성, 증빙성, 목적에 맞는 사용을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성봉근, “공정한 사회를 위한 특수활동비 규제 연구 – 청탁금지법을 중심으로 한 법정책적 관점에서-”, 법과 정책연구 제18집 제4호, 한국법정책학회, 2018.12, 215-2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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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행정규칙이 아닌 법적 구속을 강제할 수 있는 특활비 사용에 대한 직접적인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국가재정법 제50조에 특활비에 대한 직접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국가재정법 시행령 등을 개정하여 특활비에 대한 구체적인 설정 및 사용에 대한 국회나 국민의 통제 방안을 규정하는 방안이다. 

 

아울러 최소한의 투명성을 갖추기 위해 전문가나, 전문가의 자질을 갖춘 민간인 또는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특활비 사용의 적합성과 타당성을 심사받을 수 있도록 법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특활비의 속성상 모든 것을 공개할 순 없더라도, 전혀 공개하지 않는 것도 사회의 민주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어, 국회의 특별위원회를 통해 보고를 받는 간접적 통제 방식을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한편, 법원에서도 “특수활동비라고 하더라도 정보공개법에서 추구하는 정당한 공익과 사익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 이상 가급적 공개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02.08.27. 선고 2001누17274 판결).  

 

순전히 기관장 가오 세워주기 용으로 전락한 특활비 이대로 괜찮지 않다. 어제 자로 추 장관이 춘장을 직무배제 조치하며 특활비 이슈에서 다른 국면으로 넘어갔는데, 이번만큼은 유야무야되지 않고 특활비 제도의 문제가 확실히 개선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