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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2.26.금요일


신짱


 


오늘, 비공식적인 대한민국의 여왕 즉위식이 거행되었다.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온국민이 이 때아닌 왕정복고의 의식을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았으리라.


 


온 국민이 여왕즉위식을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던 바로 그 순간, 우리는 여왕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만큼이나 환상적인 타이밍 감각을 보여준 어떤 '것'들의 존재를 뒤늦게 알아차리게 되었다.


 


MBC, 김재철 씨 신임사장으로 선임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든 노력과 엄청난 압박감을 딛고 이룩해낸 어느 19세 소녀의 감동적인 퍼포먼스. 그 감동의 여운을 온전히 즐기기에, 그녀에게 합당한 격려와 찬사에만 몰두하기에도 부족했던 오늘 하루. 쥐벼룩들이 우리에게 허락한 시간은 채 반나절이 되지 않았다. 


 


일상의 소소한 감동과 행복마저 허락지 않는, 저 더러운 쥐벼룩들과의 싸움은 지금부터다. 우선 발빠르게 나온 MBC 노조의 결의문을 옮겨놓는다.


 


[결의문]


권력의 나팔수로 정권을 찬양하며 살 수는 없다



마침내 MBC에 낙하산 부대가 내리 꽂혔다. 이명박 정권이 언론 자유를 유린한지 꼭 2년, 뉴 라이트 점령군을 투입해 방문진을 MBC 장악의 전진 기지로 삼은 지 꼭 일곱 달 만이다. 특보 사장을 내세워 YTN의 양심에 수갑을 채우고, KBS를 정권의 놀이터로 만든 이명박 정권이 드디어 공영 방송, 민주 방송의 심장에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침략의 역사는 불행히도 부역의 역사다. 김재철 사장, 그는 부역자로 나서지 말라는 후배들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결국 정권의 용병을 자처했다. MBC 사장이라는 순간의 탐욕에 눈이 멀어 이명박 정권의 MBC 장악에 앞장 설 칼잡이로 나선 것이다. 그의 칼끝은 권력에 복종하고 정권을 찬양하라는 협박과 함께 후배들의 양심을 가차 없이 베어 낼 것이다. 진실을 원하는 국민들의 눈과 귀에 거짓과 어둠의 장막을 드리울 것이다.


 


그러나 침략의 역사는 또한 저항의 역사다. 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려는 낙하산 용병들이 투입된 자리에는 어김없이 언론 자유의 새 희망이 자라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집요한 탄압에 처절한 투쟁으로 맞선 YTN이, 새로운 노조와 함께 위대한 반란을 시작한 KBS가 이를 웅변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마침내 침략의 역사는 승리의 역사다. 우리는 황선필, 김영수, 최창봉, 강성구를 비롯해 MBC에 투하된 수많은 정권의 하수인들을 목숨 건 총파업 투쟁으로 몰아낸 승리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렇다.  MBC는 낙하산의 무덤이다. 이제 우리 여기에 세울 또 하나의 비석을 준비하려 한다.


 


MBC는 외롭지 않다. 앞에는 먼저 싸움을 시작한 YTN과 KBS 동지들이 있고, 뒤에는 언론 자유의 마지막 희망을 지키려 모여드는 국민들이 있다. 이에 우리는 우리 모두의 결연한 의지를 모아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MBC를 정권의 채널로 만들려는 김우룡을 비롯해 방문진을 점령한 공영방송 파괴 5적들은 당장 국민에게 석고대죄하고 물러가라. 정권의 압력에서 자유로운 인사들로 방문진을 새로 구성하지 않고서는 결코 MBC의 독립성과 공영성을 지킬 수 없다.          


 


하나. 방문진의 용병을 자처한 김재철 사장은 MBC 사장자리를 얻기 위해 이명박 정권에게 무슨 약속을 했는지 고백하고, 황희만, 윤혁 이사 이사와 함께 지금이라도 자진 사퇴하라. 그러지 않으면 MBC 사옥만 맴돌다 쫓겨난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하나. 이명박 정권과 방문진의 MBC 장악 음모에 맞서 총파업 투쟁을 결의한 우리 2천여 MBC 조합원들은 모든 것을 걸고 공영방송 MBC를 지킬 것이다. 단호하고 끈질긴 투쟁으로 반드시 공영방송 파괴 5적과 낙하산 경영진을 몰아낼 것이다.


 


권력에 짓밟힐지언정 권력의 노리개가 될 수는 없다. 영혼을 팔고 정권을 찬양하며 살 수는 없다. 더 이상 무슨 명분이 필요하겠는가. 자 이제 결전에 나서자.



2010년  2월  2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