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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배제 이후, 48시간의 상황 

 

지난 24일 오후 6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를 발표했다. 여당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가능성을 언급했고, 야당은 추 장관과 윤 총장 모두 국정조사를 해야한다고 응수했다.

 

국민의힘 추천 초대 공수처장 후보 석동현 변호사는 “대통령이 나서서 윤석열 총장을 해임하라!”고 핏대를 세우는가 하면, 이를 받아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정의당, 일부 언론, 참여연대마저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하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걸고 넘어지고 있다.

 

‘자기 식구 감싸기’의 최고봉인 검찰에서는, 조상철 고검장을 비롯 6명(장영수, 조상철, 강남일, 고본선, 오인선, 동참)등이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 ‘검찰 상황에 대한 일선 고검장들의 의견’이라는 글을 올려 추 장관에게 윤 총장의 직무정지 및 직무배제 조치는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면서 판단 재고를 간곡히 건의했다.(그걸 왜 내부게시판에...)

 

또, 전국의 70여 명 평검사는 이를 두고 반발, 2013년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태 이후 7년 만에 평검사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단, 사표를 낼 정도로 강한 반발은 없다...? 응?)

 

여기까지가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요구 및 직무배제’ 조치 이후 약 48시간 동안 법무부와 검찰 안팎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추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갈등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본격적인 전면전은 처음이다. 지난 1월, 추 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 고위직 검사 인사를 단행하면서 ‘총장 라인’을 찢어 놓는가 하면, 8월 차장이하 검사 인사와 10월 국정감사를 거치며 아슬아슬한 설전이 오가는가 싶더니 급기야 ‘총장 탄핵’이라는 최후의 칼을 빼든 것이다.

 

대통령 탄핵은 두 번의 사례가 있어 익숙하지만 처음 있는 검찰총장 탄핵 시도에 그 의미와 절차에 대해서 언뜻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이 사이를 비집고 검찰과 언론들은 배제 조치가 적정했는가와 두 인물의 갈등으로만 몰아가고 있다.

 

그래서 최초의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 시도인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가 무엇인지, 지금까지 나온 주장과 논의(라고 쓰고 어그로, 야바위라고 읽는)들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하나하나 디벼보자.

 

대기발령자 윤석열의 6가지 혐의

 

법무부 장관의 현직 검찰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는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윤 총장은 출근의무가 사라졌다. 즉, 현재 대기 발령 상태이다. 총장으로서 받았던 장관급 예우 또한 모두 정지된다. 엄밀히 따지면 윤총장은, 24일 관용차가 아닌 카카오택시나 서초구 마을버스를 타고 귀가했어야 옳다. 공무원인 윤총장이 대기발령의 의미와 규칙을 모를 리 없겠지만, 사람이 갑자기 당황하고 뒤통수가 얼얼하고 그러면 우왕좌왕할 수 있다. 그 정도 위반은 넘어가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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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1>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직무배제 조치와 함께 내건 그의 징계혐의는 모두 6가지다.

 

① 수사 당사자인 언론사 사주(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와의 부적절한 만남으로 공정성 훼손

② 조국 전 장관 사건 판사 불법사찰

③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사건의 감찰 방해

④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 외부 유출

⑤ 정치적 중립 손상

⑥ 법무부 감찰 조사 불응

 

이와 같은 혐의에 대해 윤 총장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① 홍석현 회장을 만나서 별다른 이야기하지 않았고

② 인터넷 검색으로 다 알 수 있는 내용이었고, 공소유지를 위해 통상적으로 해오던 일이었으며

③ 사건 성격상 민원 침해를 주장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를 따랐고

④ 당시 휴가 중인 총장이 업무를 못 보는 상황에서 대검 참모들과 상의한 적은 있지만 유출 경로가 불명확하고

⑤ 단 한 번도 정치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으며

⑥ 충분히 서면조사를 받겠다고 했지 조사 불응이 아니다.

 

윤총장은 장관이 내린 직무배제 조치 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했다. 그리고 내달 2일 징계심의위를 앞두고 특별 변호인을 선임했다. 검찰총장에 대한 이와 같은 혐의에 대한 진위 여부 및 징계 수위(해임, 면직, 정직, 감봉 및 견책)는 모두 징계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직무배제란 무엇인가

 

대통령 탄핵 때를 생각해보자. 대통령 탄핵에 따른 효과는 직무정지다. 국회에서 탄핵이 의결되는 순간부터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된다. 그리고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파면되거나 직무에 복귀하거나 중의 하나다. 공무원인 검사와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요구 및 직무배제는 사실상의 탄핵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공무원의 경우는 비위행위의 정도에 따라서 해임,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때문에 비교적 중징계에 해당하는 해임, 면직 또는 정직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면 직무를 정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총장 때에 처음 직무배제가 내려진 것이다. 직무와 관련, 죄를 저지른 자는 더 이상 그 일 하지 말고, 그 죄가 명명백백히 밝혀져 징계를 받든, 무혐의를 받아 다시 원상복귀하든 결정이 날 때까지 어떤 꼼수도 못 부리도록 대기하고 있으라는 거다. 추 장관이 뭣 모르고 별거 아닌 사유를 침소봉대해 오버액션을 한 게 아니란 말이다.

 

또 한 번 생각해보자.

 

왜 채동욱 전 검찰총장 때는 이런 일이 안 벌어졌나. 채동욱 전 총장 때는 위법사항도 아닌 혼외자 논란이었고,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를 하자고 해도 시효가 훨씬 지난 시점(혼외자가 있다 한들 혼외자를 만든 시점을 비위행위 시점이라고 본다면)에서 주의, 경고만 가능한 사안이었다.

 

검사징계의 더러운 역사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직무배제 한 것에 대해 '어쩌다 이런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흥분을 '왜 그동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꾸어보면 이 사태의 본질이 드러난다.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는,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총리, 국무위원, 법관, 기타 법률에서 정한 공무원에 대한 탄핵’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48조 제4호에 근거한다. 법률이 정한 공무원에 해당하는 검사이자 검찰총장인 윤 총장의 징계청구는 직접적으로 검찰청법 제37조와 검사징계법 제7조에 따른다.

 

직무배제는 검사징계법 제8조 제2항 “법무부장관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징계혐의자에게 직무 집행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라는 규정과 제8조 제3항, 제4항에 따른 조치이며, 여기에 법무부장관 추미애가 검찰총장 윤석열의 직무 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같은 검찰총장의 직무배제 조치의 근거가 된 검사징계법은 지난 2014년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바바리맨(공연음란죄)’ 활약으로 마련되었다. 현직 지검장이 수차례에 걸쳐 노상에서 자신의 주요 신체 부위를 노출하고 자위행위를 하였고 그 증거가 CCTV에 명확히 남았음에도 당시 법무부장관은 김수창이 사표를 내고 검찰을 나갈 수 있도록 의원면직 처분을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검찰은 김수창에 대해 치료를 전제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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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검찰과 경찰의 진위 공방까지 이어졌다. 현직 검사장이 길에서 음란행위를 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인데,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김수창의 사표가 무사히 수리돼 의원면직 처분됐다.

 

당시 법무부는 “검사장이 경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지휘 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며 사표 수리의 입장을 밝혔다. 이것은 누가 봐도 ‘개소리’다. 의원면직으로 처분되면 김수창은 퇴직 후에도 월 400만 원에 달하는 연금을 따박 따박 받고, 무사히 변호사 개업도 할 수 있다. 이때 법무부장관은 그 이름도 찬란한 황교안. 김수창은 지금도 변호사로 활약 중이다.

 

이 일을 계기로 검사징계법 제8조 제3항과 제4항을 개정하게 된다. 윤 총장은 이 규정에 의거하여 ‘법무부 소속 기관 대기’ 조치를 받은 상태다. 김수창의 자위행위가 윤석열의 손을 묶은 것이다. 하여튼 더럽게 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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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 챌린지

 

추장관의 발표직후, 국민의힘 추천 공수처장 후보 석동현 변호사는 “대통령이 윤총장을 해임하라” 나서고 있다. CBS 권영철 대기자도 윤 총장의 직무배제 결정 이튿날 아침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에 왜 대통령은 침묵하냐”고 따졌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도 ‘고마해라’면서 “추장관과 윤총장의 권력싸움”으로 몰고 갔다. 여기저기서 아무말 대잔치가 성대하게 열리고 있다.

 

일단, 대통령 개입을 운운하는 가장 현란한 ‘아무말’부터 살펴보자. 추 장관이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조치를 발표하기 직전 청와대에 보고를 했고, 문 대통령은 묵묵부답이었다. 이를 두고 대통령이 가만히 있는다고 (채동욱 혼외자 사건이나, 제주에서 김수창이 바바리맨으로 활동 중 일 때 가만히 있던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아무말하지 않던) 사람들이 광광 외치는 중이다.

 

그동안 검찰개혁의 목소리를 높였던 참여연대에서도 “징계회부 자체만으로 직무를 정지하는 것은 과하다”고 비판하면서 “대통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며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링크)

 

참여연대의 입장은 이렇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박영민 간사(이하 박): 징계회부 자체만으로 직무정지하는 것은 과도하다라는 입장이다. 그리고 만약에 법무부가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할 정도로 정말 중대한 사유가 있었다면 그것에 대한 국민들에게 충분한 증거나 납득할 만한 사유들을 제시해야 한다.

 

헤르메스아이(이하 헤): 대통령 탄핵 때도 보면 수많은 혐의들이 언론을 통해서 밝혀냈고 드러났다. 그러한 혐의들이 법원에서 밝혀지기 전이라도 대통령의 탄핵과 직무배제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국회에서 탄핵의결 되면 헌재에서 결정 나오기 전까진 직무에서 배제된다. 검찰총장도 마찬가지 아닌가? 검찰총장의 징계 혐의가 있으니, 직무에서 배제되는 게 옳지 않나?

 

박: (대통령은) 탄핵이 될 만한 그런 사유나 그런 무게 같은 경우에는 국회에서 통과를 시킨 것이잖나? 그 정도로 충분한 증거나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까지 국민들한테 충분한 설득이 있었는지의 과정들이 분명히 있는 것이고 지금과는 맥락이 다르다.

 

헤: 대통령 탄핵을 국회의결을 거치는 이유는 대통령은 국민이 뽑은 선출직 공직자라서다.. 민주적 정당성을 위해 국회에서 의결을 하는 절차를 둔 것이지만, 임명직인 검찰총장 은 경우가 다르지 않나?

 

박: 대상이 누가 됐든 간에 검찰은 단순한 국가기관이라기보다는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커진 권력이 남용되는 것은 당연히 경계해야 되고 참여연대는 그것 때문에 검찰개혁에 대해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조직이 독립성을 보장받지 않아야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성명은) 직무정지를 하는 것이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는 우려의 표현이다.

 

검찰청법 제37조에 따르면 징계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검사는 해임, 면직, 정직 등의 처분을 받지 않도록 되어 있다. 윤 총장에 대해 법무부장관이 징계처분을 거치고 해임청구를 해야만 대통령이 해임을 할 수 있다. 대통령이 재량으로 해임하라는 건 대통령 더러 불법을 저지르고,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란 소리다.

 

대통령의 침묵은 어떤 의미인가

 

시사평론가 이동형씨는 대통령이 나서서 해임하라든가 하는 건 “불법”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대통령이 나서서 윤석열 총장 해임하라고 하는 건 불법이다. 그걸 어떻게 하나? 그리고 야당에서 그런 소리 하는 건 정치적 요구이다. 그리고 공개적으로 입장표명하면 또 그거 가지고 뭐라 할 것 아닌가?

 

그리고 대통령더러 어떤 입장을 밝히라는 것도 그렇다. 추미애 장관이 직무정치 및 징계청구할 때 보고했는데, 대통령이 아무 말 안했다는 거 아닌가. 그거 사실상 승인, 묵인으로 봐야 하지 않나. 눈치가 있으면 알아먹어야지.

 

그렇다면 묵묵부답인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은 무엇일까. 강기정 전 정무수석의 추측이다.

 

그동안 윤석열 총장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도전했을 때(조국 장관 임명 때)도 총장의 임기에 대한 여부를 말씀하지 않았다. 스스로가 결단하거나 아니면 명백히 공직자의 부당함이 절차에 따라 확인되기 전까지는 존중해 준다는 생각이 대통령이 보여준 그동안의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내달) 2일에 징계위가 열린다고 하니 징계위의 결정을 지켜보는 것이 수순이라고 본다.

 

그렇다. 대통령은 정해진 법규정과 절차를 존중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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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

 

야바위들

 

장관은 법에 따라 징계사유를 발표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징계심의위원회도 빠른 시일 내에 개최된다. 윤 총장의 방어권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절차적 정당성을 위반했다고 볼 여지는 없다.

 

이에 6명의 고검장 이하 반발하는 검사들(그렇지만 사표는 단 한 사람도 안내는)은 발표된 징계사유에 대한 소명 절차를 주지 않아서 절차적 정당성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동안 윤 총장에게 소명기회가 없었는가.

 

법무부 대면 감찰에 윤 총장은 ‘어디 일개 평검사가 오나? 급이 안 맞다!’라며 불응했다. 국정감사 등에서도 법무부장관에게 하극상으로 충분히 오인될 발언을 한다거나, 특수활동비 내역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해왔다. 극회 국정감사도 있었고, 대정부질의도 있었고 국민은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고 총장이 어떤 행태를 보여 왔는지, 지휘감독자인 추미애 장관이 내린 조치들을 다 지켜봐왔다.

 

더구나 소명기회를 주지 않아 절차적 정당성을 위반했다는 것은 소명하라고 징계심의위원회를 연다는 사실을 망각한 지적이다. 소명하라고 징계심의위원회를 여는 것 아닌가. 발 빠르게 선임한 변호인들은 고스톱 치자고 불렀나? 이러니까 “소환 없이 기소질하는 당신들이 할 말은 아니지 않냐?"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추 장관과 총장의 권력 싸움을 보는 국민이 지친다는 말도 비열한 야바위다. 정확히 하자. 검찰개혁 일련의 과정을 ‘추미애 vs 윤석열’ 대결구도로 오도하는 뉴스 홍수가 신물이 난 거다. 지휘감독자와 피지휘감독자의 충돌이 어떻게 대등한가. 윤총장 본인 말대로 급이 맞나? 언론이라면 본질이 되는 전선을 명확히 짚어야 한다.   

 

이는 추미애와 윤석열의 싸움이 아니다. 

 

70년 무소불위 권력기관의 체질을 바꾸는 첫 발자국이다.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해 작성자인 성상훈 검사와 총장은 “인터넷에 나온 내용”이며 “공소유지를 위해 해온 통상적인 일”이라고 했다. 공소유지를 위해 판사의 가족사항, 법원내에서 빨갱이들 모임이라고 낙인찍은 우리법연구회 후신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 여부 조사, 그리고 취미까지 알아야 하는지는 법공부만 15년하고 있는 나도 몰랐다. 내가 알고 있는 법 지식으로는 오직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관계, 법률, 판례, 증거를 통해서만 공소유지 및 공소사항을 다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