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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2.화요일


김지룡


 


 


아빠의 어린 시절을 경험시켜주자


 


주말에 아이들과 노는 것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말하는 아빠들이 꽤 있다. 경제상황이 어려워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한다면 충분이 공감이 가는 말이지만, 대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돈이 드는 일이라 부담이 된다는 말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노는 것이 돈이 드는 일이 되어 버린 것일까.


 


즐거움은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30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40대의 아빠들은 어렸을 때는 그렇게 놀았을 것이다. 경제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고,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 가장 간단한 방법은 ‘돈이 드는 곳에는 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놀이동산’처럼 입장료를 내야 하는 곳을 가지 말라는 말이다.


 


진화학자인 스펜서(Spencer)는 “인간은 일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먹이를 구하는 등의 생존을 위한 에너지 이외에는 방출할 필요가 있는데, 그러한 활동이 놀이”라고 했다.


 


‘놀이동산’ 같은 곳에서 하는 일들이 과연 ‘놀이’에 속하는 것일까. 놀이동산에서 아이들은 사실상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그저 ‘놀이’라고 불리는 서비스를 받을 뿐이다.


 


‘놀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아이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이에 대한 ‘과잉서비스’다. 이런 과잉서비스에 익숙해지면 어른이 되어서도 즐거운 시간을 마련하려면 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렸을 때 오징어나 구슬치기를 한 기억을 떠올려보자. 배고픈 것도 잊고 힘든 것도 모르고 놀았다. 그렇게 에너지를 방출하고 나면 피곤하기는 하지만 아주 상쾌한 느낌이었다. 놀이동산에 다녀와도 피곤하기는 하다. 하지만 몸을 움직였기 때문에 피곤한 것이 아니라 장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다 지친 것에 불과하다.


 


돈이 드는 곳에서는 아이들이 수동적으로 행동하지만, 돈이 들지 않는 곳에 가면 능동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비용이 적게 들뿐더러, 그런 곳에서 노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훨씬 더 ‘놀이’에 가깝다.


 


이런 ‘능동적인 놀이’는 집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동네에서 했던 놀이를 했던 아이들과 함께 해 보자. 이런 일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서 효능이 있다. 아들아이는 세 살 때 내게 재미있는 질문을 했다.


“아빠는 태어날 때 아가로 태어났어, 어른으로 태어났어?”


 


아이에게는 아빠도 아가였던 시기나,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놀이를 통해 아빠의 어린 시절을 경험시켜주는 것은, 아이에게 아빠도 자신과 같은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이다. 아빠도 그 나이 때는 비슷한 것을 좋아했고, 비슷한 생각을 했고, 비슷한 고민을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아이가 알게 되면, 아빠와의 공감대가 훨씬 커질 것이다.


 


 


1. 나무 타기 해 주기


 



 


어렸을 때 자주 나무를 타고 놀았다. 그런데 요즘은 무슨 영문인지 나무 타기가 쉽지 않은 일이 되어 버렸다. 나무 종류가 달라진 것인지, 아니면 나무를 너무 곧게 잘 키워서인지, 아이들이 쉽게 타고 오를 수 있는 나무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가끔 공원이나 숲에서 아이들이 타고 오르기 쉬운 나무를 발견하면 무척 반갑다. 아이들은 대개 나무를 타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아빠가 도와주어야 한다. 발을 받쳐주어 나무에 오르게 하고, 어디를 디디면 되는지 알려주어야 한다.


 


아이가 나무는 타고 싶지만 겁이 나서 머뭇거릴 수도 있다. 이럴 때 ‘떨어지면 큰일 나니까 조심해야 돼’라는 말은 도움커녕 오히려 겁이 나는 것을 더 부추기는 역효과만 날 뿐이다. ‘혹시 떨어져도 아빠가 밑에서 받을 테니까 안전해’라고 격려해 주는 것이 낫다.


 


 


2. 집에서 뽑기 해 먹기


 


어렸을 때 ‘뽑기’는 최고의 과자였다. 무늬를 깨뜨리지 않고 뽑으면 하나 더 주었다. 하나 더 먹고 싶은 마음에 바늘에 침을 묻혀서 정성껏 뽑은 적도 있다. 그거 하나 더 먹으려고 20분이나 공을 들였던 ‘바보 같은 일’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요즘도 공원 같은 곳에서 뽑기를 발견할 수 있지만, 위생상태가 영 미덥지 못하다. 그리고 원료에 비해 꽤 비싼 편이어서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집에서 아이와 함께 뽑기를 만들어 보자.


 


재료는 설탕과 식소다뿐이다. 준비물은 국자와 버너, 숟가락과 나무젓가락, 그리고 납작하고 모양이 같아서 딱 포개지는 접시 두 벌이다.


 


버너 위에 국자를 올려놓고 설탕을 넣는다. 설탕이 녹으면 가성소다를 조금 집어넣고 젓가락으로 젓는다. 설탕 녹은 것이 부풀어 오르면 접시 위에 톡 치듯이 덜어낸다. 그리고 다른 접시로 누르면 뽑기 완성이다. 접시에 미리 식용유를 발라두면 뽑기가 잘 떨어진다.


 


 


3. 딱지 만들기, 딱지치기


 


요즘 신문은 무척 두텁다. 신문이 반, 전단지가 반인 것 같다. 예전에는 전단지 같은 종이를 구하기 힘들었다. 전단지로 딱지를 만들어보자. 몇 겹으로 접어야 제대로 된 딱지가 만들어진다. 취학 전의 아이라면 굳이 딱지를 쳐서 넘겨야 한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없다. 취학 전 아이의 힘으로는 좀처럼 넘어가지 않으니까. 그냥 딱지로 바닥을 쳐서 소리를 크게 내거나, 부메랑처럼 공중에 날리며 노는 것이 좋다.


 



 


초학생 정도가 되면 딱지를 쳐서 넘기는 것이 가능해 진다. 아빠가 어렸을 때 사용하던 다양한 요령을 가르쳐 주자. 딱지를 잘 보고 바닥에서 많이 떨어진 곳을 노리는 것, 딱지를 세워서 치는 것, 발에 붙여놓고 바람을 일으켜 넘기는 것 등등.


 


 


4. 식탁에서 연필 따먹기, 지우개 따먹기


 


우리는 어렸을 때 놀이의 천재였다는 생각이 든다. 장난감 하나 없어도, 어떻게든 놀이를 만들어서 놀았다. 연필 따먹기, 지우개 따먹기도 그 중의 하나다.


책상 위에 연필을 놓고 손가락으로 퉁겨서 상대의 연필을 맞춘다. 상대의 연필이 떨어지면 내 것이 되어서 ‘연필 따먹기’다. 지우개로 하면 지우개 따먹기가 된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놀이를 전혀 알지 못한다. 연필이나 지우개가 ‘따먹기’를 할 정도로 소중한 물건이 아닌 것이다 (대신 유희왕 레어 카드를 따려고 한다). 학급 뒤의 분실물 통에 연필과 지우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도 가져가는 아이가 하나도 없을 정도다.


 


아이와 함께 연필 따먹기, 지우개 따먹기를 해 보자.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나 머리를 써야하는 게임이다. 연필의 끝부분을 강하게 퉁기면 빙글빙글 돌면서 공격을 한다. 자신의 연필은 안전하게 지키면서 상대에게 타격을 주는 방법을 고안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창의적으로 머리를 쓴다.


 


 


5. 종이배로 이순신 장군 놀이 하기


 


아들아이는 장난감 배만 보면 사달라고 떼를 썼다. ‘집에 배가 많이 있잖냐’고 말을 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렇게 배가 좋냐’고 묻자 임진왜란을 소재로 만든 그림책을 보여주면서 ‘배가 많이 필요해’라고 했다. 그냥 배가 아니라 함대를 소유하고 싶었던 것이다.


 


신문과 전단지를 모두 이용해서 종이배를 접으면 30척 정도가 된다. 대장 배는 신문을 여러 겹으로 접어 튼튼하게 만든다. 거실에 늘어놓으면 제법 멋있는 함대가 된다.


 


함대를 만들고 나면 ‘이순신 장군 놀이’를 할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썼던 전술을 재현해 보는 놀이다. 방바닥은 바다라고 하고, 이불과 쿠션으로 섬과 육지를 만든다. 한산도 대첩과 명량해전 등을 재현하면서 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