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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2.화요일


메리메리


 




올림픽이 끝났다.
그보다 '연아의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끝났다.


 


그만큼 연아에 대한 관심이나 기대가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엄청났지. 특히 마오 vs 연아 구도에 대한 관심은 살인적인 수준이었음.
엄청난 압박감을 뚫고 무사히 경기를 마친 두 선수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연아를 보고 "너무 잘했다" 내지는 "저것이 사람의 점수?" "(말을 잃음)" 등등의 반응을 온 몸으로 앓으셨을 독자 제위께서도 이제 며칠 좀 지나고 마음을 가라앉히셨으리라 믿으며 이야기를...음... 하지만 아직 흥분은 진행중일 것이다. 228점이라 --;;


 


어쨌든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번 여자 싱글 피겨 경기 요모 조모를 살펴보며 다시 한 번 그 때의 재미를 곱씹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사실 잘 했다, 못 했다 정도의 구분은 어느 정도 되지만 "선수들이 막 후다닥 달리고 뛰고, 잉? 머가 지나갔냐?" 하는 사이에 이 점수가 나왔다, 저 점수가 나왔다, 추가점수, 다운그레이드, 울고 웃고... 먼 일이 일어난 거지 -_-? <- 이런 부분 쫌 있지 않으셨음?


 


먼 일이 일어났던 건지 사건의 내막을 좀 뒤져보고 그 엄청 재밌었던 걸 다시 신나게 즐겨볼 기회를 함께 갖길 희망해 본다.


 


그런데 필자는 '신의 눈' 방상아 해설위원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 그저 피겨를 공부하며 즐기는 팬의 한사람일 뿐;; 고 점 마음에 두고 보아주시라.


 


그리고 요기가 미국이라 대충 이 동네 반응도 좀 둘러봤어.
남의 나라 애들이 우리 연아 보고 뭐라 하는지도 한 번 흐뭇한 마음으로 감상해보시라.


 


 


1. 연아 vs 마오 1차전.


 




역시 이번 여자 싱글은 이 구도로 한 번 훑어보지 않을 수 없음.


 


자, 그럼! 쇼트부터


 


우선 설명하기 전에 '재밌게 관전하기 위한 최소한 정보'


 


'쇼트는 뭘 하는 거냐.'


 


2분 50초 동안 다음의 요소를 한 번씩 꼭 해야 되는 거야.


 


-더블(2회전) 악셀 점프 (2악셀,로 표시할께)
-컴비네이션 점프 (3+2, 2+3, 3+3 중 하나의 점프를 하면 되는 거임.)
-스텝 후 3회전 점프
-플라잉 스핀 (뛰쳐 올라 날았다가 떨어져서 제자리 돌기)
-레이백 스핀 or 사이드리닝 스핀 (등을 뒤로 제끼거나 옆구리를 옆으로 꺾어 돌기)
-체인지 풋 컴비네이션 스핀(자세를 3번 바꾸고 중간에 발도 한 번 바꾸면서 돌기)
-스파이럴 시퀀스 (한 다리를 힙 높이 이상으로 들고 쭉 미끄러지기)
-스텝 시퀀스 (발로 요란한 스케팅질 하며 어울렁어울렁~_~ 몸동작 곁들여 앞으로 나가기)


 


각 요소는 '하기만 하면 주는 기본점' + '잘 한 정도에 따라 주는 추가점'으로 점수를 받는다.


 


점프는 어떻게 뛰는 게 먼 점픈지 우린 봐도 모르는 거고 -_-;
뭐가 어려운, 그래서 점수 많이 주는 점픈지만 대충 보자.


 


어려운 순서 ;  토룹 <  살코 <  룹  <  플립  < 러츠  < 악셀


1회전 점수  ;  0.4  =  0.4  <  0.5  =  0.5  <  0.6  < 0.8
2회전 점수  ;  1.3  =  1.3  <  1.5  <  1.7  <  1.9  < 3.5
3회전 점수     4   <  4.5  <  5.0  <  5.5  <  6.0  <  8.2
4회전 점수  ;  9.8  <  10.3  < 10.8  < 11.3  < 11.8  < 13.3


 


점수만 봐도 마오가 뛴 3악셀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 알 수 이씀 -.-
많이 들으셨겠지만 3악셀은 말만 트리플이지 앞으로 뛰어올라서 뒤로 떨어지니깐 3바퀴 반 도는 거야.
다른 점프와 달리 '달리는 상태에서' 뛰어올라야 하는 거라 더 어렵기도 하대.


 


그럼 이제 연아와 마오의 기술 내용을 봐볼까.


 


우선 쇼트에서 각자가 하기로 한 기술들을 쭉 모아놓고 보면, 클린했을 때 연아가 받을 기본점은 총 34.9 이고 마오는 34.4. '거의 똑같이 어려운' 프로그램들을 가지고 나온 두 여자들의 승패가 갈린 건 역시 '추가점'.


그 중 제일 차이가 많이 난 점프는, 마오가 목숨 걸고 시도한 '3악셀+2토룹' vs 연아가 뛴 '3러츠+3토룹'.


 


마오의 3악셀+2토룹은, 앞에 3악셀이 빡시니까 뒤를 2회전 점프로 한 건데 기본점은 9.5 (3악셀 점수+2토룹 점수)
연아의 3러츠+3토룹 점프의 기본점은 근데 10점(!) -,.-
아무리 3악셀을 뛰었다고 해도 기본점부터 연아에게 밀린 것이다.


근데 마오는 콤비네이션 점프서 왜 무리하게 그~~ 어렵다는 3악셀을 뛰었나? 뒤를 3이 아닌 2점프로 뛰기까지 하면서? 그냥 악셀 아닌 3+3점프를 뛰는 게 낫지 않았을까?


 


다른 선수들 점프를 살펴보면, 콤비네이션 점프의 뒷 점프는 '토룹(3회전이든 2회전이든.)'을 많이 뛰거든? 아무래도 바로 이어 뛰는 점프니깐 힘들어서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점프를 뛰는게 아닌가 싶어.


 


그런 만큼 3+3 점프의 뒷 점프는 토룹으로 뛴다,는 걸 공식으로 갖구 생각하면 3악셀을 제외하고 앞 점프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점프가 연아가 뛴 러츠. 그니깐 3+3을 뛸 때 '현실상 가장 점수 많이 받을 수 있는 점프'가 연아가 뛴 3러츠+3토룹.


 


그럼 마오도 같은 걸 뛰지, 왜 안 그랬을까?


 


악셀보다 아무리 덜 하다곤 해도 러츠도 어려운 점프임미다. 3러츠 뒤에 3회전을 또 뛰는 건 왠만해선 무척 무리.


그런 이유로, 3러츠+3토룹,을 뛰는 여자 사람 자체가 세상에 '연아밖에 없다'.


 


쇼트에서 3위를 한 캐나다 로쉐트는 3러츠+2토룹,을 뛰었다. (기본점 7.3. 거 봐, 얘도 날고 기는 앤데 3러츠 뒤엔 2토룹을 뛰었잖아.)
5위 미국의 플랫은 3플립+3토룹 (기본점 9.5.. 어린게 깡도 쎔! 추가점은 적었지만.)



6위 미국의 나가수는 3러츠+2토룹 (역시 7.3)


 


그니깐, 마오는 결단을 내린 거지. 3러츠+3토룹 말고 젤 비싼 3+3 점프는 사실상 3플립+3토룹인데 요 점프의 점수는 이번에 마오가 뛴 3악셀+2토룹과 같은 9.5.


 


둘 중 멀 뛸까? 그래, 이왕 뛸 거면 연아가 못 뛰는 유일한 점프인 3악셀을 뛰자.


 


3악셀은 마오,라는 플레이어의 유니크한 존재의미를 부여하고 연아와의 차별성을 만드는 것이니만큼 3악셀을 뛰는 건 쇼트에서든 프리에서든 마오에게 중요한 거다.


 



 


마오가 왜 이렇게 3악셀에 집착했는가,에 대해서 얘기해도 볼까? 그러니까, ‘그렇게 어려운 점프 뛸 바에는 다른 점프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낫지 않겠냐’고들 하는 얘기에 대해서.


 


결론만 말하면 그게 쉬우면 누가 안 하겠어.


 


마오가 점프가 정확하지 않아서(다시 말하면 점프가 약해서) 추가점을 연아보다 덜 받는 것이다.. 라고들 하는데, 맞긴 맞아. 마오 점프는 정확도, 퀄러티 등등에서 연아만큼 추가점을 받을 수가 도대체 없다. 그럼 마오가 정말 그렇게 점프가 엉망이고 후지고 바보인 얘냐.


 


결론부터 말하면 ‘연아가 괴물일 뿐' 마오의 점프 추가점은 정상급 선수 사이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 연아 외의 다른 여자 선수들을 봐도 그렇고 남자선수들을 봐도 점프 하나에 추가점을 2점씩, 1.8점씩 주루룩 먹고 떨어지는 놈은 하나도 없다.


 


마오가 3악셀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여기에 있는 거지.
'인간으로서 연아 같은 추가점을 얻어낼 수 없을 바에는 할 수 있는 최고 어려운 점프를 가능한 많이 뛰어서 기본점이라도 확보한다'는 게 연아를 이길 유일한 전략이었다는 것.


 


3악셀에 집착하지 않고 안전한 프로그램으로 경기에 임함미다,라는 건 그니깐 ‘연아를 이겨라’라는 무시무시한 명령이 떨어진 이상 마오에겐 선택할 수가 없는 옵션이었던 게야. ‘능력이 되든 안 되든’ 상관없이.


 


이번에 5번째 올림픽에 도전했던 스피드 스케이팅 이규혁 선수가 경기 당일 날 아침 일어나며 컨디션 안 좋은 걸 스스로 느끼고 ‘질 것임을 아는’ 경기를 뛰었는데, 그게 참 슬펐더라고 말했다지? 아사다는 그 슬픔과 불안에 1년 이상을 눌려왔을 거라구 생각해. 이게 어디 사람이 할 짓임? 오서 코치가 연아에게 얼마나 좋은 선택이었는지 다시 느끼게 된다. 올림픽이 얼마나 재밌는 경험일지 ‘신나하도록’ 내내 독려해 주었다는 오서코치. 마오의 돼랑이 코치는 하는 말들만 봐도 어지간하지만 보기만해도 갑갑하단 말이지.
(이 부분 쓰고나니 같은 예로 다른 말씀을 하신 분이 있군요. 뭐 ‘참고’하진 않았음을 양심적으루다가 밝힘미다;)


 


어쨌든. 마오가 그렇게 나름 비장했을 각오로 마오가 이를 악 물고 성공시킨 3악셀+2토룹 점프. 추가점은 달랑(?) 0.6 --;


 


콤비네이션 점프의 추가점은 '가장 어려운 점프의 퀄러티'에 따라 주어짐.
3악셀 뒤에 뛴 2토룹이 '왜 이렇게 낮냐' '자세가 웃기다' 등등의 지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추가점은 3악셀 점프의 자세, 랜딩, 비거리, 높이 등등을 갖고 주어지는 거니깐 2토룹은 회전수만 채우면 뭐 큰 문제 없음.


 


그리고 마오 쇼트의 이 3악셀-이것은 제대로 된 악셀임미까?


악셀은 땅에 떨어질 때 주행방향을 향해 등짝을 보인 상태에서, 오른쪽 발목이 밖으로 훅 꺾인 채로 떨어져야 된다. 근데 텔레비전에서 슬로우 모션으로 설명을 해 주는걸 보니깐 삼 회전 반을 모두 돈 건 사실이다. 근데 떨어질 때 '발목이 거의 안 꺾이고 수직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롱엣지,까지 가지는 않은 듯. 어쨌든 뭐, 그랬다.


 


그럼 연아의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만 10점짜리) 추가점은?
2.0점.


 


결국 트리플 점프 승패는 기본점부터 추가점까지 앞선 연아의 승. (12.00  vs 10.10)


 


콤비네이션 점프만 갖고 얘기하자만, 사실 이번 쇼트에서 '연아를 이겨먹을 수 있는 콤비네이션 점프'를 뛴 선수가 딱 한 명 있었어.


 


그랑프리 파이널 때 '원숭이'논란-_-;을 일으킨, 안도 미키.


 




안도는 3러츠+3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했어. 기본점이 무려 11점!!!
이것만 성공하면 추가점을 0점 받아도 큰 점수를 획득하는 것!


 


...그러나 두 번째 점프 회전이 부족한 상태로 바닥에 꽝, 하고 착지; (두 발 착지는 아니고)


 


덕분에 '두 번째 점프를 2회전 취급하여 기본점 책정'(=다운그레이드)
기본점이 7.5로 깎인데다 얼음 위에 후지게 떨어져서 '마이너스 추가점'까지.
(기본점 깎이고 +는 커녕 -추가점까지 받았으니 거의 5점 이상 날려먹었달까. 여기서 메달 후보 진영과는 안녕)


 


안도는 세계 유일 4살코 점프를 성공시킨 장본인이야. (이 점프, 콤비네이션도 아니고 딱 한 번 뛰는 싱글 점프인데 기본점이 10.3점)



점프에서 자신이 있는 만큼 나름의 승부수를 던졌던 것 같은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여담이지만, 4회전(쿼드러플) 점프 점수를 보면, 정말 탐스러웁다!  (그래서 별 필요도 없는데 위의 점프점수 기록표에 괜히 집어넣어 봤음!)


 


이번 남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딴 러시아의 플루쉔코가 4토룹+3토룹 구성의 콤비네이션 점프를 뛰었는데 기본점이 13.8점! 뭐 근데 콤비 점프인데, 싱글로 뛴 안도의 4살코 점프하고 기본점이 비슷하네. 안도의, 여자의 4살코? 이거 진짜 괴물의 짓인 거임. 그나저나 4악셀을 뛰면 기본점이 13.3 ?! 하앍하앍하앍 탐스럽다 +ㅁ+!!! 4악셀+4악셀 콤비네이션을 뛰면 그럼 26.6!! 하앍하앍하앍하앍!!


 


.....그나저나 계속 마오와 연아 경기를 보자면 스텝+트리플 점프에선 둘 다 3플립을 뛰었다.
연아 추가점 0.8, 마오 추가점 0.2.


 


다른 요소는 스텝시퀀스를 빼고 (연아 추가점 0.7, 마오 추가점 1.0) 연아의 추가점이 조금씩 많거나 비김.


 


총 추가점수                                   연아  9.8  vs 마오 7.1
기본점+추가점 = 총 기술점수          연아 44.70 vs 마오 41.50
구성 점수(안무, 연결 등)                연아 33.80 vs 마오 32.28.
총 쇼트프로그램 점수                    연아 78.50 vs 마오 73.78


 


그럼 이 동네 분위기를 대충 볼까.


근데 볼래도, 이건 뭐 한국 언론에서 이미 전부, 싹슬이 해 전달한 것들이라 --; 안 나온 걸 찾기도 힘들다;;


살짝 구경만 해보자.


 


피겨계의 전설 '대머리 해밀턴‘ 씨를 포함한 NBC서 중계를 했던 세 사람이 '오늘의 경기' 뭐 이런 총평을 함.


 


"그녀가 하는 모든, 정말 모든 것들이 '피겨스케이팅이란 무엇인가'하는 걸 보여줘요. 심판들 찾는 그 퀄러티를 보여주는 거죠, 레벨도 갖췄구요, 속도도 필요하다면 갖추고 있죠. 유연성이요? 스파이럴 시퀀스 보면 알잖아요. 갖추고 있어요. 3+3 콤비네이션 점프가 필요하세요? 문제없죠. 트리플 플립이요? 플라잉 싯스핀? 오케이죠. 예술적인 연기력이니 뭐니 하는 것도 그렇고, 대체 약점이 없어요."


 


또 여담인데, 연아랑 마오 경기 전에 이 사람들, '한일전'에 대한 언급도 하더라. 두 사람의 개인적 라이벌 관계도 주목할만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국가적 라이벌 관계를 두고 생각해 보면 두 경기가 갖는 특별함이 더 깊게 다가온다, 대충 이런 내용의 이야기. 우리나라는 그냥 남의 나라 경기는 안 틀어줘 버리고 남의 나라 경기 중계는 대체 빠르군요, 잘쏩니다, 자빠졌네요, 아아!놀랍습니다,  일관인데. (심지어 우리나라 경기도!) 이 사람들 보니 별걸 다 아는구나 싶더구만. (부러움)


 


신문도 봐 볼까? 2월 24일 뉴욕타임즈. "연아를 따라잡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말입니다"
(http://www.nytimes.com/2010/02/25/sports/olympics/25skate.html?ref=olympics)


 


우리나라서도 보도된 기사지만 ‘연아의 인터뷰’가 맘에 들어 살짝 요약, 발췌해 덧붙임.


 


연아는 부드럽고 섹시한 쇼트 프로그램으로 관중 환호를 받았고 결점이 거의 없는 스케이팅을 했다. 무슨 일상적인 일이라도 되는 듯이 세계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연아)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았어요. 다른 경기랑 똑같던걸요. 편안했어요."


 


하지만 뒤에서 추격하고 있는 라이벌 아사다 마오와 조애니 로쉐트가 있다.
이런 압박감을 19살 연아도 인정했다. "쫌"(a little bit) 긴장되긴 한다고.


 


NBC기사도 하나 보고 갈까. "금메달 놓고 연아랑 마오랑 한 판 붙겠읍니다." 역시 요약 발췌.
(http://www.nbcolympics.com/news-features/news/newsid=444800.html#kim+asada+will+battle+gold)


 


(오서) "두 요정이 이렇게 가까이서 훌륭하게 스케이팅하고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다는 건 관객에게 좋은 일이죠. 모두한테 진짜로 신나는 일이잖아요. 연아한테도 신나는 일이고 말이죠."


 


연아는 화요일날 블록버스터급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세계 신기록을 경신한 건 말할 것도 없고 78.5점은 아사다보다 5점이나 앞선 것이다. 그치만 기록은 전적으로 프리에 달렸다고 하겠다.


 


미국의 많은 국민들도 연아의경기를 응원하며 지켜보았다.
그 한 분을 직접 초청해 본다.


 



 


어쨌든 쇼트 점수는 5점 차. 분위기는 50점 차?
언론은 모두 연아의 손을 들고 그녀를 Queen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또 그 다음 날. 프리가 펼쳐진다.


 


 


2. 연아 vs 마오 2차전.


 


사실 결과만 두고 보면 프리 프로그램을 둘의 '대결'이었다,라고 하기엔 무안한 감이 좀 있지 말임미다. 어쨌든 그들은 서로를 끊임없이 의식하며 경기를 준비해 왔을 테니깐.


 


그리고 마오의 경기, 실수는 있었지만 '세계 정상급 실력이 없으면 절대로 해낼 수 없는 연기였다'. 그 파워와 시원시원한 동작, 감정을 실은 연기력, 어려운 기술 등등.


 


처음 볼 땐 연아 때문에 흥분해서 실수만 눈에 들어오더니 다시 보니까 정말 감탄스러울 뿐이더라.


 


하지만 좀 더 '현실적인' 비교대상을 가져와 연아의 성취를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 그래서 이분을 초청해 봄.


 


이번 올림픽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이반 라이사첵 님.


 




대체 연아의 이 점수를 보면 남자선수와 비교를 해보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게 넘 자연스럽달까. 기사들도 이미 다 났던데 ‘뭘 얼만큼 어떻게 잘 한 건지’ 조금 살펴보겠다.


 


우선 ‘프리에서 꼭 해야 하는 것들’을 살펴볼까. 사실 프리에서 꼭 정해진 건 없어. 4분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십 초 동안 ‘균형잡힌 프로그램’을 할 것만이 권장돼.


 


균형잡힌 프로그램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최대 7번 점프. (최소 1번 악셀)
-최대 3번 스핀. (콤비네이션 스핀, 플라잉 스핀, 단독 스핀)
-최대 한 번의 스텝 시퀀스.


 


남자는 규칙이 쫌 달라.
점프를 한 번 더 뛸 수 있고, 스텝 시퀀스가 한 번 더 들어가고, 시간이 여자보다 30초 더 주어진다.


 


자, 그럼 우선 세 선수의 기술 점수 비교를 해 볼 건데, 구성 요소가 넘 많으니깐 표로 발라볼게.



근데 이게 표가 좀 큰데 복잡하구;; 그냥 표 밑에서부터 쭉 보셔도 된다.


 


(비교를 위해 남자 꺼는 제일 점수 낮은 점프 하나랑 곡선 스텝 스퀀스 하나를 뺏다. 또한 비교를 쉽게 하기 위해 연기 순서가 아닌 비슷한 요소 순서로 배열했다.)


 









































































































































































 


마오


기본


추가


연아


기본


추가


라이사첵


기본


추가


점프


3플립+2룹


7.0


0.60


3러츠+3토룹


10


2.0


3러츠+3토룹


10


1.4


3플립+2룹+2룹


(다운그레이드)


5.17*


-0.48


2악셀+3토룹+2룹


6.3


1.4


3플립+2토룹+2룹


9.13*


-0.40


3악셀+2토룹


9.5


0.20


2악셀+2토룹


7.5


2.0


3악셀+2토룹


10.45*


-0.56


3룹


5.5


0.6


3플립


5.5


1.8


3룹


5.5


1.0


1토룹


0.44*


0.0


3살코


4.95*


1.4


3살코


4.5


1.0


 


 


 


3러츠


6.6*


2.0


3러츠


6.6*


1.4


2악셀


3.85*


1.00


2악셀


3.85*


1.4


(2악셀. 점수 젤 낮으니 뺌)


(3.85*)


(0.8)


3악셀


8.2


0.8


 


 


 


3악셀


8.2


0.6


스핀


플라잉 콤비네이션 4


3.0


0.8


플라잉 콤비네이션 4


3.0


0.8


프라이 체인지 풋 콤비 스핀 4


3.0


0.5


플라잉 싯 스핀 4


3.0


0.8


플라잉 싯 스핀 4


3.0


0.6


플라잉 싯 스핀 4


3.0


0.8


체인지 풋 콤비 스핀 4


3.3


0.8


체인지 풋 콤비 스핀 4


3.5


1.0


체인지 풋 콤비 스핀 4


3.5


1.0


스텝


직선 스텝 3


3.3


1.1


직선 스텝 3


3.3


1.0


직선 스텝 3


3.3


0.9


스파이럴


스파이럴 시퀀스 4


3.4


2.6


스파이럴 시퀀스 4


3.4


2.0


 


 


 


총점


 


55.86


8.82


 


60.90


17.40


 


67.18


7.64


합계


 


64.68


 


78.30


 


74.82



 


*점프 기본점 옆에 *표시는 “2분 넘어 뛰어서 기본점 10% 가산점 받은” 점프를 의미한다.
*요소 옆에 써있는 숫자는 ‘레벨’
*마오의 1토룹, 점프는 3토룹 뛰려다 자기 발에 걸려서 그냥 폴짝, 하고 지나간 고 점프.


 


마오와 연아 기술 점수 비교부터.


 


우선 '계획했던' 요소를 모두 수행했으면 마오 기본점 64.00 ;  연아 기본점 60.90.



‘기술요소만 보면 마오의 프로그램이 연아의 프로그램보다 어렵다’.
(방상아 해설위원이 연아의 원래 기본점수가 62.5라고 하는데 채점표를 아무리 봐도 예정하고 다르게 수행한 요소도 없고;; 모르겠당;; ‘신의 눈’에게 반항하려는 건 아니고 저는 능력이 없어 그저 채점표에 의존할 뿐;;)


그런데 마오가 3플립+2토룹+2룹 점프를 다운그레이드 받고 (2플립+2토룹+2룹 점프로 계산됨) 3토룹을 1토룹으로 뛰면서 마오의 기본점이 ‘55.86’으로 강등.


 


콤비네이션 점프를 보면, 구성이 같은 점프는 없었어.
하지만 비교를 하자면, 제일 어려웠던 점프는 쇼트에서와 같은 ‘연아 3러츠+3토룹’ vs ‘마오 3악셀+2토룹’. 추가점에서 연아2.00, 마오 0.20 (10배 차이;;) 결국 12 vs 9.7로 연아 승.


 


담으로  3+2+2 점프. 마오가 뛴 것은 “원래 기본점은 8.5”인 것으로 연아의 것(기본점 6.3)보다 어려운 점프였다. 근데 다운그레이드 받고 기본점이 5.17로 강등. 랜딩이 후져서 추가점도 마이너스. 연아 8.1 vs 마오 4.69로 연아 압승.


 


마지막 ‘연아 2악셀+2토룹’ vs ‘마오 3플립+2룹’ 점프. 9.5 vs 7.6으로 연아 승. 이건 기초점도 기초점이지만 추가점이 차원이 심했음.


 


단독 점프 중에 둘이 똑같이 뛴 점프는 2악셀 하나다. 두 명 다 이 점프는 후반부에 뛰어서 기초 가산점 10프로를 똑같이 받았고, 추가점은 연아 1.4 vs 마오 1.0. 또 연아의 승리.


 



 


보이시나? 연아에게 쏠린 저 점수들이.



‘마오에게 너무 점수를 퍼줬다’고 하지만 사실이고 아니고를 떠나 저 결과를 보면 그런 잔인한;; 말은 난 개인적으로 도저히 하고 싶지 않다.


 


프리에서의 마오의 3악셀이 회전부족(다운그레이드)감이다, 하는 소리.
만약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받았으면 마오의 3악셀+2토룹, 싱글 3악셀의 기초점이 각각 4.7점씩, 총 9.4점이 빠지게 돼.



게다가 ‘랜딩할 때 날의 각도나 자세 지적’까지 당해 마이너스 추가점까지 받았다면 지금에서 10점 이상의 점수가 훅 빠진다.


 


그럼 은메달은 3위를 한 캐나다 로쉐트의 것이 됐을 것.


 


근데 진짜 마오의 3악셀은 진짜 회전 부족이었을까?


 


이 동네 해설가들은 경기할 땐 우선 "해냈습니다!" 소리지르더라. 나도 ‘장난 아니다 후덜덜’하면서 봤음. 근데 점수 판정 기다리면서 슬로우비디오로 보여주는데, 내가 봐도 '30도 정도' 덜 돈 듯 보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인정해주거나 다운그레이드를 주겠거나 하겠군요.'라는게 NBC 해설자들 얘기. 뭐 결국 프리 프로그램 세계최초 여자 싱글 트리플 악셀을 마오가 2차례 인정받았다.


 


점프 외 나머지 요소들은 쇼트 때와 마찬가지로 큰 점수 차이가 없었어. 눈에 뛰는 것은 마오의 '스파이럴 시퀀스' 추가점. 무려 2.6 (!).


 


이번엔 연아랑 라이사첵을 비교해 볼까?



뭐 골프선수 미쉘 위나 소렌스탐이 도전했던 것마냥 '남자도 이겨라'라는 미친 발언을 하려는 건 아니다.


(연아도 이 소리 들으면 부담느끼긴 커녕 웃을걸? -.-)


그냥 '넘 지나치게 잘해서!', 거의 남자 점수가 나와버려서 얼마나 잘했는지 비교하며 스릴과 소름끼침(!)을 느껴보자는 것이야.


 


우선 위에 표를 보면 라이사첵이 연아보다 한 번 더 뛴 점프는 빼고, 스텝 시퀀스 하나 빼고 계산을 해 봤어.



그래, 보이지? 연아 78.30 vs 라이사첵 74.82
‘라이사첵도 연아한테 발렸(?)슴..미다(?).


근데 라이사첵도 그렇고 남자들은 다 스파이럴 시퀀스를 안 하네? 징그러워서 그러나? 남자가 쫄바지 입고 다리 들고 미끄러지는 건 역시 영 아름답지 않은 건가 아니면 유연성이 뭐 그런가? 남자 싱글 경기는 메달권 아니면 잘 안 챙겨봐서 잘 모르겠네.


어쨌든. 라이사첵이 만약 스파이럴을 해서 기본+추가점을 연아랑 똑같이 받았다면 연아가 일 점 정도 뒤지는 것. 연아한테 여전히 놀라운 결과.


 


기술 구성 점수만 보면 근데 연아가 라이사첵보다 낮아. 60.90 vs 67.18
근데 추가점이 연아 17.40 vs 라이사첵 7.64


연아보다 더 뛰고 더 돌았지만 퀄러티로 라이사첵은 압사.


 


게다가 힘이 좋으니 남자는 2분 이후에 점프를 (보통 한 번) 더 뛸 수 있잖아. 그래서 연아가 남자라 2분 후 점프를 더 뛰었다면-


 


...그만 하지, 뭐 --;


 




자, 이젠 기술점수는 두고 ‘구성점수’를 보자구.


 


쇼트 설명할 땐 말 안 했는데, 구성점수를 이루는 다섯 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슴미다.


 


-스케이팅 기술
-전환, 연결 (각 요소 사이를 얼마나 어렵게, 예술적으로 했나 + 각 요소 들어가기 전 얼마나 어려운 자세(기술)을 코 앞에 붙여놨나)
-연기, 수행 (연기력, 뻔뻔하고 매끄럽게 얼마나 잘 경기했나)
-안무, 구성
-음악 해석력 (음악과 연기의 조화가 얼마나 됨미까)


 


각 요소는 우선 10점 만점. 모든 심사위원이 각 요소에 대해 채점한 점수를 평균 낸 다음, 여자는 1.6점을 곱하고 남자는 2.0점을 곱해주는 가중치로 점수를 낸다. (아무래도 남자가 연기 시간이 기니깐 고걸 인정해서 가중치를 더 주는 게 아닌가 싶음.)


 


그럼 마오, 연아, 라이사첵, 다시 비교 나간다.















































요소 사람


마오


연아


라이사첵


스케이팅 기술


8.55


9.05


8.20


전환+연결


7.85


8.60


7.95


연기, 수행


8.50


9.15


8.50


안무, 구성


8.45


8.95


8.35


음악 해석력


8.55


9.10


8.40


단순 합계


41.9


44.85


41.40


가중치 계산 합계


67.04


71.76


82.80



 


연아가 또 마오랑 라이사첵을 몽땅 발라버렸다.
마오가 3토룹 시도하면서 제 발에 걸려 넘어졌는데 이게 전환 부분에서 점수가 깎이는지 스케이팅 기술에서 깎이는지 잘 모르겠다. 연아랑은 그렇다 쳐도 라이사첵이랑 비교했을 때 발이 걸려 넘어진 만큼? 빠지는 부분은 어느 쪽에도 없어 보이는데.


 


어쨌든 종합. ‘연아가 남자였다면’ 어땠을까.
지금의 구성에서 남자 구성으로 바꾸면- 2악셀을 3악셀로 쭉 바꾼다. 2악셀 싱글 점프를 한 번 더 뛴다. 원 스텝 시퀀스 한 번 더 들어간다. 스파이럴은 뺐다. 구성요소 가중치를 2로 한다. (안 한 요소 점수는 라이사첵 점수로 대체)
그럼 프리 점수가 어떻게 될까?


 


180.5


 


쇼트+프리 점수가 아니다;
참고로 라이사첵은 프리 점수가 167.37인데, 연아가 힘이 좋아 2분 후 점프를 한 두 개 더 뛴다면 보너스 기본점이 또 생기니깐...


 


....고만하지용


 


점수놀이가 뭐 그렇게 대단하겠어? 연기를 즐기는 ‘예술적 감상’이 더 중요... (라곤 하지만 빠져들어 있다;)


 


점프를 얼마나 높이 뛰었기 때문에, 각 요소 전에 어떤 동작을 연결했기 때문에, 라고까지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실력도 안 되고 그 복잡한 걸 그래도 다 말씀드려볼까 하고 스핀이랑 점프 채점 기준 등등을 좀 봤긴 하거든? 근데.... 여러분께서 절대 알고 싶지 않으실 거란 확신(!)이 들었어 -_-; 그래서 기술 점수 분석은 요기까지.


 


아 드디어 연아와 마오의 점수 분석이 끝났다. 오래도 왔군. 후련하기 이를데가 없다. 기념으로 연아 경기에 대한 30, 40자 총평을 해볼까. 어디보자... ‘여자 선수가 100m 육상 9초대 벽을 먼저 깬 것과 같은 일’ 이라고 하면 될까? 가만있어 보자, 이건 어때. ‘삼디다스 공장장님이 만든 엠피쓰리가 몇 년 만에 아이팟을 더블 스코아로 후려 친겁니다’ 아니면 ‘하하가 송유근을 아이큐로 발라버린 충격’


 


...그만할게.


 


다음은 이 동네 반응을 구경해보자.
한국에 거의 나간 내용들이긴 한데 한국의 기사들은 ‘연아에, 마오에 대해 너무나 일방적인’ 저질 기사들이 넘 많아. 그래서 같은 얘기라도 좀 느낌이 훨씬 다를 것 같아 굳이 적어 보아.


 


NBC 중계는 보긴 했는데 연아가 울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나도 처 우느라 아무 것도 못 들었..;; (원래 귀도 먹귀인데;;)
경기 후에 세 명의 캐스터가 나누는 이야기만 함 들어보자.


 


해밀턴 ; 그녀가 해낸 것이 모두가 원하는 바로 그것이에요. 지금 시스템은 퀄러티, 모양새, 스핀, 눈부신 모든 것을 불러일으키도록 만들어졌는데, 그녀는 다른 누구와도 달라요. 대체 전혀 약점이 없어요. 움직임이나 흐름, 라인을 봐도 엄청난 스케이팅이기도 했고요 기술적 스케이팅이기도 하고 스피드도 그렇고 뭐 하나 이름만 대 봐요. 그녀가 다 갖고 있는 것일 테니까. 난 지쳤어요, 이제. (웃음)


 


해몬드 ; 뒤를 이어 아사다 마오가 나왔죠. 우릴 실망시키지 않았잖아요.


 


산드라 ; 정말 대단한 프로그램이었어요. 그녀는 (사람들 마음을) 공격했죠. 물러서지 않고 트리플 악셀을 두 번이나 뛰면서 역사를 만들었죠. 그녀는 스스로 자랑스러워해야 해요, 왜냐면 이번 프로그램은 그녀에게 있어 연아와 마찬가지로 무척 어려운 것이었거든요. 몇 개의 실수를 하긴 했지만 신경쓰지 말고 정말 스스로 자랑스러워하기 바래요.


 


해밀턴 ; (연아와 마오) 대단한 경쟁이죠. 같이 태어나서 친구가 됐다가 갑자기 한 명이 쭉 앞섰는데 마오는 아직도 그 엄청난 점프를 뛰겠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어요. 세계 무대에서 그걸 결국 3번이나 뛰었잖아요! 1 번도 아니고 3 번이나! 역사상 어느 대회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에요. 노력, 용기, 정말 다 자랑스러워요. 모든 요소들에 정말 용기가 넘쳤어요.


 


NBC의 다른 기사. '금메달리스트 연아에게 허용한 하늘의 한계란' (역시 발췌, 요약.)


 


19살로 이미 다른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수백반 달러를 갖고 은퇴할 수 있게 됐지만 연아는 다른 챔피언들의 전처를 밟으며 물러날 생각이 없다. 그녀 전에 금메달을 딴 시즈카 아라가와, 사라 휴즈, 타라 리핀스키, 옥산나 바이올 모두 올림픽 금메달이란 목표를 세우고 즉각 은퇴를 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다음 달 투린에서 자신의 세계선수권 챔피언 방어전을 치를 계획이다.


 


"아직 3월에 있는 월드챔피언십 연습을 해야 돼요, 그래서 토론토로 연습하러 돌아가려구요."


 


한국으로 돌아갈건지 묻는 질문에 그녀가 답한 말이다.


 


퀸연아가 이 먼 곳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로 한국의 위대한 스포츠 승리 중 하나를 이뤄낼 동안 수 백 만의 한국인들은 응원하고 박수치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워크홀릭이 가득한 이 나라가 연아의 연기를 지켜보기 위해 일손을 놓을 정도였다.


 


부상이 판치는 스포츠계에서 김연아가 1988년 카타리나 비트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챔피언 자리를 방어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성공이 한국 평창에 2018년 올림픽을 유치하는데 힘이 되길 기원하고 있다.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려서 더 많은 (한국)선수들이 경기에 참가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무척 강한 선수들이 많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아사다만이 제 라이벌이라곤 생각 안 해요. 제가 할 일, 필요한 걸 할 뿐이죠. 라이벌로 특별히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요."


 


위의 기사가 한국에선 ‘아사다는 내 라이벌이 아니다’라는 아주 비열한 문장의 제목으로 뽑혀 나왔던데. 경쟁구도 만드는 건 좋긴 한데 한 사람 그렇게 밟고 훅 보내야 경쟁이 되나.


 


어쨌든 일종의 덤으로. 미국에 한 피겨스케이팅 팬의 블로그(꽤 사람들이 많이 들락거리는 듯)에서 그 녀석의 ‘거침없는’ 평가도 가져와 봄.
(http://auntjoyceicecreamstand.blogspot.com/) 녀석의 이름이 Scott인 것 같고 꽤 뭐 이 쪽에선 유명한(?)놈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개인적인 의견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재치있고 재미지다.


 


연아의 의상은 너무 세련되고, 심플하고, 우아하고 딱 올림픽 챔피언의 의상이더군. 그 의상이 무의식적으로 심사위원들한테까지 영향을 끼쳤을 거야.
압박감에 대해 자기 책에도 쓴 것 같은데 한국에서 보내는 그 엄청난 압박감을 어떻게 저렇게 극복했을까. 믿기지 않아.


 


이 연기가 연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지켜보는 건 엄청나게 감동적이었다. 그렇게 완벽하게 지난 두 시즌동안 멋진 경기를 해 왔으면서 그녀에게 이건 세상을 얻은 일과 같은 거지. 기쁨과 안도감으로 흐르는 천재의 눈물. 추가점이나 구성점을 보면 심사위원들이 완전 연아 충격에 날라가서 스스로 아주 기뻐했다는 걸 알 수가 있겠더라고.


 


불쌍한 마오. 이길 가능성은 어떻게 해도 없었고 그녀도 그걸 알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의상을 입고 나와서 또 무시무시한 음악을 갖고 연기를 하더군. 타라소바가 만약 미쉘 콴에게도 같은 음악을 줬더라면 2006년 올림픽에서 기권을 했던 게 미쉘 콴의 비밀스런 기쁨이 됐을 것이다.


 


경기에 대한 마오의 리액션은 의외였다. 어쨌든 기쁜 얼굴로 인사를 했지만 전혀 기뻐보이지 않더라. 금메달에 대한 허기가 느껴지는 리액션. 점수를, 눈 깜빡이며 보는데 열받은 광대같이 보이더군. 애가 걱정도 되고.


 


마오는 타라소바한테 고마워해야 할 거야. 아무 것도 해주지 않은데 대해서.


 


어쨌든 전쟁은 끝이 났다. 누구는 아사다가 불쌍하다, 하고 또 다른 누구는 동정할 필요 없다, 하는데 둘 다 맞다. 특히 동정할 필요가 없다,는 부분에 대해선. 하지만 증오하고 적으로 삼고 비난하며 잘못을 찾아 꼬투리를 잡고 헐뜯을 필요는 더욱 더 없다. 열심히 노력한 정상급 선수에 대한 응원과 이번 실책에 대한 연민은, 선택이다.


 


 


3. 올림픽엔 김연아와 아사다 뿐인가?!


 


마오랑 연아 경기만 눈 부릅뜨고 보느라 다른 재밌는 것들을 도통 구경 못 하셨나?! 그럼 안 되지!! 얼마나 재밌었는데 그걸 놓치나!!


눈에 띄는 몇 선수들만이라도 좀 살펴본다.


 


1) 곽민정.


 



 


기특한 녀석! 엄청 잘했지! 스핀 때 다리를 등으로 접어 올렸을 땐 그냥, 악!! 누구님 표현대로 한 마리 ‘학’ ! 아름다웠다!


 


올림픽 전엔 저번 4대륙 대회 외에 아무런 시니어 경험이 없었던 아가씨야. 최고 성적은 08, 09 시즌에 있었던 주니어 그랑프리 멕시코 대회에서 3위. 주니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22위. 그런 애가 덥썩 올림픽에 나와 ‘13등’을 했다.


 


쇼트에선 사실 랜딩 등의 실수로 받은 마이너스 점수 외에 플러스 추가점수는, 적어도 점프에선 전무하다. 다시 말해 기본점만 받고 추가점은 빵쩜임미다. 유연성이 너무 좋으니까 스파이럴에선 추가점을 받았고, 민정선수의 특기는 보셨다시피 스핀임. 속도도, 축을 이루는 발이 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무척 훌륭하지. 추가점수도 잘 받았어.


 


프리 프로그램? 정말 잘했지!! 3플립과 3루프, 3러츠+2토룹 총 3개의 점프에서 실수가 있어 감점을 받았지만요, 3러츠에선 추가점을 0.8점, 그리고 원래 장기인 스파이럴과 스핀에선 모두 레벨4를 받고 추가점을 1점씩이나 받았어. 정말 대단해! 기특하고 또 기특함!


 


...근데 밥 좀 먹어야겠어; 그 마른 몸에 근육은 어디 있는 거야? 피겨 하려면 근력이 아주 많이 필요한데 말야. 그래선지 스케이팅 속도같은 건 좀 많이 떨어지긴 하더라. 하지만 저번 4대륙 대회보다 표현력 등등도 너무 좋아졌음! 점프도 실수없이 꽤 잘 잘 뛰고. 4대륙 대회에선 대체 프리를 하는데 ‘계속 팡팡’ 뛰어올라서 얼마나 놀랐던지.


 


다음 올림픽엔 동메달 정도는 노려봅시다.


 


2) 조애니 로쉐트


 



 


이 분을 빼놓을 수가 없지. 빼놓는다면, 올림픽 반 만 본 거야. 쇼트프로그램 하기 이틀 전에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대회에 출전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도 설왕설래했지만 결국 출전. 그리고 무척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어.


 


딱 보면, 아사다 마오나 김연아나 곽민정, 안도미키 이런 인간이 ‘피겨선수’라고 알고 있던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육중함’을 지닌 선수. 살보단 ‘뼈대’가, 딱! 벌어지셨단 말이지. 팔다리도 그냥 굵다기 보단 ‘강하다’는 인상. 힘이 좋아서 그런지 점프를 원래 꽤 잘 뛰는 선수임. 그런데 얼마 전 있었던 그랑프리 파이널 때는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라고 믿기 힘들게 연신, 계속 넘어져 주셔서 연기를 했다기 보단 ‘빙판에서 굴러다녔슴미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 때는 (역시 정신력이 중요한 것인가!) 정말 훌륭한 연기를 선보임. 유연성은 좀 떨어지는 듯? 몸의 강직함, 때문인가 싶기도 하지만 못지 않은 강직함을 가지고 있는 저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일본의 시즈카 아라가와를 보면 꼭 그 강직함이라는 게 유연성의 적인 것은 아니야.


 


아라가와의 트레이드 마크, 이너바우어. 아래 사진 보이지? 허리가 뒤로 접힌다.


 




유연성 뿐 아니라 다리 근력도 아주 많이 필요되는 거라서 진짜 진짜 어려운 자세인데 저 퀄러티는 정말 하늘이 내린 것임. 연아도 저렇게까지 넘어가지는 못해.


 


재밌는 건 아라가와가 금메달 딴 뒤에 일본에선가 아이스쇼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아라가와가 코 앞에 있는데 연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녀 앞에서 이너바우어를 해 보였었지. ‘잘하는 녀석이 있으면 뭐해, 난 내 연기를 한다.’는 깡이랄까. 일본 아나운서들도 ‘아라가와 앞에서...’하면서 웃던걸? 히히. 아, 뭐 그랬다고. 로쉐트 얘기하다 말이 딴 데로;;



다시 로쉐트. 쇼트 프로그램 의상은 연아의 프리 프로그램 의상을 제외하고는 ‘베스트 드레서’로 꼽아주고 싶어. 등에 있는 장미문양이 정말, 정말 아름다웠어. 그 아름다운 옷을 입고 프로그램을 끝내더니, 아무래도 어머니 생각이 많아 나는지 펑펑 눈물을 흘렸는데, 와, 보는데 막 같이 눈물나 죽겠더만.


 


해설자들도 (특히 해밀턴님) 울먹울먹하시는데 정말 코끝이 찡하더라. 그리고 쇼트 프로그램 시작 전에, 또 중간에 계속 초로의, 백발의, 붉은 티셔츠를 입은 백인 중년 아저씨를 계속 미국 카메라가 잡아주는 거야. 눈치 딱 오지. 아, 저 분이 아버지구나! 얼-마-나- 슬픔을 가득 담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 보기만 해도 막 가슴이 미어지더라고 아주! 그 분 때문에 진짜 더 많이 울었어.


...근데 ‘아버지가 아니셨단다’ -_-; 캐나다 빙상연맹에서 ‘로쉐트 선수 아부지 자리임미다’ 라고 방송국에 가르쳐 줘서 딱 보니까, 아주 그럴듯한 나이와 그럴듯한 표정의 아저씨가 앉아있길래 ‘이거다!’하고 찍었던 것 뿐. 사실 ‘가족의 친구’였다고. (보고 운 사람 무안하게 -_-;) 프리에선 제대로 아부지를 보여주더라. 흠... 흠흠..;;


 


어쨌든. 프리프로그램 끝나고 있던 NBC 중계담당 세 분의 대화를 들어보자.


 


해몬드 ; (아사다의) 용기 얘길 먼저 꺼내셨군요. 조애니 로쉐트 얘기가 나오기 전에요.


 


산드라 ; (숙연하게) 정말 절망적인 상황이었죠. 하지만 다시 일어나서 어머니, 아버지, 코치를 위해 그걸 해냈어요.


 


해밀턴 ; 어렸을 땐 어머니를 존경하고 베스트 프랜드로 여겼겠죠. 그런데 문득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그녀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어머니께 배운 모든 것을 가지고 나와서 이 올림픽에 쏟아 부어 메달리스트가 된 거에요. 정말 엄청난 일이죠.


 


산드라 ; 그녀 덕분에 우리가 우리 부모님, 아이들에 대해 함께 생각할 수 있었고, 그녀의 이 용기있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모두 하나되는 경험을 했어요.


 


해밀턴 ; 많은 사람들이 말하길 그녀의 영감이 각자의 안으로 스며들었다더군요. 저도 16년 전 바로 오늘 밤 아버지를 잃었어요. (눈물에 목이 잠김) 삶이란 게 참 부서지기 쉬운 것인데요, 우리를 키워주고 많은 걸 준 그 분들로 인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몰라요. (로쉐트에게) 감탄할 뿐이에요. 정말 감명받았어요.


 


해몬드 ; 프로그램 끝에 하늘로 키스를 보낸 그녀를 우린 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3) 미라이 나가수


 




미국 선수. 16세. 이번에 총 4위를 했지. 정말, 정말 연기도 잘 했지만 개인적으론 ‘드디어 코피 터진 스케이터 탄생’ !!!


 


나 진짜 오래 전부터 이런 순간이 올 줄 알았음!! 왜 플라잉 스핀 같은 것도, 날아올랐다 착지해서 스핀 도는 건데 착지 때 조금만 발을 잘못하면 바로 코를 얼음에 처박을 것 같지 않아? 난 항상 그게 불안불안(기대기대?--;)했는데, 근데 진짜, 아무도 안 박더라고!! 정말 스케이트 잘들도 타는 거지!


 


특히 페어 스케이팅 경기에서 보면 데드 스파이럴이라 그래서 남자 선수가 제 자리에 자기 발 고정하고, 여자 선수 손목을 잡고, 여자선수는 발 한 쪽을 얼음에 댄 상태로, 남자가 여자 선수를 돌리는 게 있어. 실내화 주머니 들고 원심력 이용해 빙빙 돌면서 붕붕 날리는 것 같이. 그게 여자 몸이 얼음에 가까울수록 (자세가 낮을수록) 점수가 높은데, 여자 선수가 얼음을 얼굴 정면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라면 잘못해서 코를 빙판에 갈 수도 -_-; 있겠다는 생각이(...기대가?!) 정말 많이 들었거든.


 


싱글 선수들의 싯스핀 자세도 그래, 앉은 자세에서 발 바꿔 돌다보면 뭐 날이 얼굴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할 수도 있지 않은 건가? 특히 얼음에 대지 않은 한 다리를 다른 다리 무릎에 기역자로 올려 얼굴을 부츠에 가까이 하는 자세. 와, 근데 진짜! 경기를 몇 년 동안 몇 경기나 봤는데 진짜 아무도! 얼굴을 안! 갈더라고!!


 


그러다 바로 오늘! 연기가 끝난 나가수의 얼굴을 보는데- 코피가 터졌다!! 그래, 이거지! 바로 이거야! 이런 날이 언젠간 올 줄 알았어! 드디어 코가 나간 선수가 나타났어!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근데 보니까 코 끝이 나간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코피. 코 안에서 흐른 출혈이었다 -_-; 공기가 건조해서 그런 것 같다나 뭐라나.


 


놀리려는 건 아니에요. 부상을 기원하는 것도 아니고. 저는 그냥 코 끝이 까진 정도의 부상이 왜 안 일어나는지 궁금하다가 예상이 적중한 걸 보고 자지러졌을 뿐임미다.


 


어쨌든 얘가 이렇게 잘 할 줄은 곽민정이 13위나 할 줄 몰랐던 것처럼 아무도 예상치 못한 거였어. 스핀 속도, 유연성, 어느 정도의 파워, 모두 좋았음. 의상도 모두 좋았고. 그리고 프리 프로그램 마지막 주자로 연아, 마오, 로쉐트, 안도 전부가 연기 끝난 김빠진, 그러나 자신에게는 무엇보다 부담되는 상황에서 클린을 때렸다는 것은 정말 그 정신력에 칭찬을 해줄만 한 거야.


 


무엇보다 미국은, 나가수가 다음의 저 녀석을 이길 줄 전혀 예측 못했었지.


 


4) 레이챌 플랫.


 




미국 16세 선수. 저 위에 인용했던 블로거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그녀는, 이랬다.


 


정말 안 됐다. 자기도 20년 내에 지금 이 프로그램을 다시 볼 거 아냐.
그럼 알겠지, 옷이 얼마나 꼈는지.


 


웃겨서 가져오긴 했지만; 뭐 꼭;; 동의하는 건 아님;; 통통하고 오동통하고 오동통통통한 그녀에게 자신감 넘치는 그 핑크는 강렬하긴 했지만.


아는 사람은 얼굴이 익숙할지도 몰라. 그랑프리 파이널, 연아가 프리에서 실수가 많았던 그 때 연아 대신 프리 1위를 차지한 선수야. 뭐 아직 나이도 어리고 그 때의 1위가 ‘자기가 잘해서 한 1위’라고는 보기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연아를 젖히고 1위를 했고!’ 자국내 랭킹 1위 선수였기 때문에 미국이 꽤 기대를 해보긴 했던 것 같아. 경기 전에 코치랑 플랫이 메달 가능성에 대해 이런 대화도 나눴다는군. ‘메달을 딸 수 있을지도 몰라............ 앞에 얘들이 다 실수만 해준다면.’


 


미국은 1960년대 이후에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에서 메달을 못 딴 첫 해’가 바로 올해였어. 경기 전부터 미국은 패배를 예감하면서도, 애써 이 아이에게 기대를 걸어보며 그 패배감을 외면하려 했었지. 근데 같이 나온 나가수가 레이첼을 발르고;; 4위를 차지. 플랫도 잘했지만-쇼트5위, 전체 7위를 차지했으니까. 미국에선 미국의 무서운 10대가 일을 저질렀다, 등으로 표현을 하더군. 나가수나 플랫이나 아주 어리고 시니어 경험이 거의 전무한 선수들이었으니.


 


뭣보다 ‘연기’와 ‘댄싱’이 확실하게! 되는 선수입니다. 힘과 스피드도 느껴지고. 앞으로가 정말 기대됨!! (할 수 있으면 쇼트 프로그램 한 번 구경해 보시길. 정말 깜찍하다. 특히 그 미국적인 댄스!)


 


5) 안도 미키.


 




쇼트에서 무리한 콤비 점프를 시도한 이후 메달권에서 쭉 멀어진 당신. 그래도 프리에서 개인 신기록, 총 점도 개인 신기록을 달성해냈으니 심심한 위로를 표한다. 근데 안도가 총 몇 위 했는지 기억하는 분 계신가;; 영 아웃오브 안중이 돼 버려서. 5위 했음. 3토 룹 때 실수를 해서 마이너스 당한 것 빼곤 프리에선 실수가 없었어. 뭐, 잘했다. 토닥토닥. 근데 왜 스텝 시퀀스가 레벨2밖에 못 받았나. 작년에 어깨부상이 있었다더니 아직 힘든 것일까.


미키의 이번 올림픽 프로그램은 좀, 허전하다. 안무도 ‘느낌’이 없어. 요소와 요소 사이의 연결도 심심하기 이를 데 없고. 구성점수에서 연결 점수 부분은 7.25점 받았군. 다섯 개 요소 중에 점수가 제일 낮다.


 


이렇게 기술적으로 꽤 괜찮은 녀석도 마음에 남는 안무의 연기를 하지 못하니, 사실 이번 올림픽에선 개인적으로 ‘안도에 대한 인상이 전혀 없다’. 쇼트에서 시도한, 실패한 그 엄청난 점프에 대한 것 빼고.


 


아... 하나 있다. 그... 제발, 그 놈의, ‘의상’


쇼트 프로그램 의상은 꽤 괜찮았음미다. 근데 프리 프로그램 그거, 그건 대체...
제 의견을 대신해, 내멋대로 떠든다,의 스캇 블로거님을 다시 소환해 봄미다.


 


새로운 의상으로 또 조롱을 당했군.


 


 


6) 알레나 레오노바.


 




러시아 선수. 이번 대회 9위를 했는데 ‘러시아로선 최고의 기록을 낸 여자 싱글 선수’이다. 먼 소린지 알겠지? ‘러시아 피겨의 영광은 이제 안드로메다 블랙홀 속으로’ 훙, 사라졌다. 남자 싱글은 4년 전 금메달 따고 은퇴했다가 6개월 전에서야 올림픽 준비 시작하고 나온, 은메달을 딴 플루셴코가 있지만 페어팀도 뭐 중국의 무시무시하게 엄청, 엄청, 엄청난 팀들에 완전히 발려버렸고.


 


이번에 나온 러시아 페어팀은, 그나마 한 명이 일본 여자 선수. 그리고 여자 싱글은, 9위라... 레오노바, 올림픽에서 9위면 물론 아주 잘 하는 녀석이다. 하지만 아... 진짜 보고 있으면 ‘정말 쟤가 러시아의 최선입니까(좌절)’ ‘어쩌다가 러시아가...(회한)’ 이런 생각이 많이 듬.


보면 알겠지만 작고 딴딴해 보이고, ‘힘이 좋아 보이는 녀석’임. 근데 지난 그랑프리 파이널 때 보신 분은 알겠지만 로쉐트랑 같이 얼음 위를 굴러다녔음. 특히 파이널 경기 프리 프로그램 때는 엄청나게 넘어지고 닭똥같은 눈물을 철철 흘리더라. 얘 이번 프리 프로그램 안무가 희안하고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끝이 나서 ‘웃지 않으면’ 정말 보고 있기 힘들거든? 근데 울상으로 그 동작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아, 이건 정말...;;;;


근데 이번엔 ‘넘어지진 않았네요’ 3러츠, 2악셀 랜딩하면서 아주 기우뚱해서 점수가 마이너스 쭉 빠지긴 했지만. 플라잉 싯 스핀은 정말 회전도 조금 뿐이고 속도도 ‘거.북.이.밥.먹.는.다’ 속도.
그래도- 잘했다. 넘어지지도 않았고, 9위니깐.


 


7) 카롤리나 코스트너.


 




이탈리아 선수. 이번 유럽 선수권대회 우승자. 응? 누군지 기억 안 난다고? 왜 그, ‘계속 얼음 위를 굴러다니던;;’ 그 아이임. 첫 점프 손 짚고, 둘째 점프 넘어지고 다음 3+3 점프는 2+2로 바꿔뛰고 또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다음 3회전이랑 3+2 성공. 총 6개의 점프 중 4개를 강력하게 날려먹었음. 울지 않은 걸 보면 그래도 강한 선수임;;


 


올림픽에서 이렇게 굴러다닌 애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녀석 하나인 듯 해. 첫 점프의 중요성이 이 녀석을 보며 가슴에 깊이 박혀오더라. 유럽선수권 1위자인데, 대체 이 무슨 날벼락임.


 


유럽선수권이 이제 좀 옛날같은 강력함은 사라진 듯 하긴 해. 4대륙(유럽 빼고 나머지 대륙) 선수권에 좋은 선수들이 워낙 많이 나오니깐, 특히 아시아에서. 남자 싱글에도 일본 선수 몇이 아주 위협적인 기록을 내고 있고 미국 선수들도 잘하고. 페어는 거의 중국에서 나온 세 팀의 독주고 (아, 독일의 사브첸코&졸코비 팀도 있지! 정말 대단하고 아름다운 팀.) 여자 싱글은- 여기 김연아 납십니다; 연아 빼고 일본 선수 셋이 전부 8위 안에 들었다. 8명 중 4명이 아시아에서만 나온 것.


 


유럽의 저력을 보여주세요;; 다음엔 좋은 경기 펼치지길.


 


8) 첼시 리.


 




오스트레일리아 대표 선수. 이 선수도 16세 아가. 최고 성적은 저번 시즌 4대륙에서 13위, 4대륙은 14위.. 그리고 뭣보다 주목할 건 ‘올림픽 3주 전에 참가 사실을 통보받았다’


 


원래 참가하기로 한 애한테 먼 일이 생겼나부지. 어쨌든 이 녀석, 정신없이 준비해서 올림픽에 뛰쳐 나왔다. 그리고 쇼트 18위, 전체 20위. 꽤 좋은 성적임미다. 그나저나 이 녀석, 어머니가 미국인이고 아버지가 중국인인 듯. 국적은 오스트레일리아. 대박 글로벌 키드다;;


 


정신없이 준비해 대회에 나왔는데 쇼트 52.16 프리 86.00 기록. 프리 때 한 번 넘어지면서 1점 감점을 받고 연기 후 좀 시무룩하긴 했지만 점수 발표를 기다리면서 기대되는 얼굴, 발표 후 양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예쓰를 외치는 모습이 인상깊었달까.


 


정상에 있다는 건 참 불행한 일이야. 프리 131점을 받은 마오도 결국 눈물을 보였고, 페어 경기서도 프리 134.00을 받으며 총 점 210.60을 기록했던 사브첸코&졸코비 팀도, 프리 139.91을 받으며 총 점 216.57라는 엄청난 기록을 낸 슈 센&홍보자오 팀도 그 큰, 엄청난 점수를 받고도 웃지를 못했지. (슈 센 팀은 금메달 확정된 후엔 환호했지만)


 


그렇게 대단한 성과를 내고 남들의 질시를 받으면서도 만족할 수 없다는 게, 그래서 1등인 거고 또 그런 불만족 자체가 특권인진 모르겠지만 바라보는 순간엔 참 안타깝게 느껴진다. 첼시 리처럼, 52점 받고 만세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그들보다 더 행복한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


 


4. 끝.


 


정말 재밌는 경기였어. 이런 걸 보려면 또 4년을 기다려야 하다니. 아흑. 아무래도 세계선수권과는 다른 긴장감이 있단 말이지. 뭣보다 빙질이 정말 좋았던 건가? 준비들을 잘 해서 그런가. 여자 경기 때도 상위권 선수들의 큰 실수 같은 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는데 말야, 남자 싱글이나 페어 경기도 그랬어. 특히 쇼트 경기에서 세 종목 모두 연달아 나왔던 그 클린, 클린, 클린 소리에 정말 가슴이 다 뻐근해지더구만! 대단했음!


 


그럼 행복한 하루 보내시고.


올림픽 여자 싱글 경기 관전 후기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