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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4.목요일


미쉬파트


 


 


 



 


 


종로나 을지로에 나가보면 정말 많이 깔려 있는 곳 중의 하나가 점집입니다. 물론 미아리고개나 이런데 가보면 아예 블럭을 이루고 있지요. 요즘음 그런 구닥다리 점집말고 세련된 카페 식의 사주집이나 점집도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꼭 이런 곳에 가서까지는 않더라도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일년에 한번 정도는 토정비결이라도 재미삼아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한국사람들에게는 [인생을 결정짓는 신비한 운명이나 힘]을 믿는 성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사회에는 [비결]이라는 말이 참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원래 비결이라는 말의 의미는 숨겨진(비밀스러운) 방법이라는 것인데요. 사회 모든 분야에서 참 잘 쓰이고 있습니다. 성공의 비결, 공부잘하는 비결, 연애의 비결, 주식투자의 비결 기타 등등.... 이런 거 어디서 어떤 고수가 강연회 한다더라 하면 알음알음으로 해서라도 가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을 잘 포장하고 뭔가 있는 것처럼 만들어서 돈좀 벌어보겠다는 사람들을 뭐라고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게 사기같은 범죄만 아니라면요.


 


그런데 제가 씁쓸하게 생각하는 것은 언제부터인가 교회 안에서도 이 [비결]이 횡행한다는 것입니다. 혹시 주보를 일년정도 모니터링한 분이 계십니까? 거기 나와있는 주일설교의 제목을 보다보면 모르긴 몰라도 상당한 비율로 [비결], 혹은 [방법]이라는 말이 등장하고 있음을 보셨을 것입니다. [승리하는 비결], [인생의 성공의 방법], [성령의 능력을 받는 비결], [응답받는 비결], [교회 성장의 비결] 등등등... 이와 비스무레한 제목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설교들을 듣다 보면 대충 내용은 똑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뭐 이런 것이죠. 응답받는 비결은 첫째 기도를 열심히 하는 것입니다. 둘째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셋째 믿음으로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첫째 둘째 등의 순서에는 별의 별 내용이 다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런 설교들의 마지막은 결국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반드시 우리에게 축복해 주시니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믿고 기도해라.... 전 정말 지금까지 이런 설교 수천번은 들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교회는 온갖 비결들이 판을 치는 곳 같습니다.(이건 정말 웃기는 일입니다. 무슨 비결이 이렇게 흔해 터진 것인지...) 어떻게 보면 목사들의 설교는 수능 쪽집게 강사처럼 우리에게 뭔가 이익이 되고 유익이 되는 것들만을 골라서 전해주는 비결의 잔치판 처럼 보일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심각한 교회의 부패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신앙이라는 것 자체가 [뭔가 자신에게 이익이 되고 유익이 되는 것을 좇는] 것으로 변질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그런 것을 원하고 또 목사들도 그것이 맞다고 생각되기 때문에(어쩌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헌금 내는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일년의 대부분의 설교를 그런 내용으로 채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에게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신앙생활에 진짜 비결이 있을까요?


 


저는 신앙생활에 숨겨진 비결이나 방법따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신앙생활은 근본적으로 그런 질러가는 지름길을 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결을 찾는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쉽고 빠르게 그것을 얻기를 원하는 것이고 그것을 말하는 사람은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구합니다. 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리스도인에게는 그런 신앙의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 따위는 없습니다. 믿는 사람에게는 신앙의 방법과 길은 너무나 분명하고 정확하게 성경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십자가의 길이고 좁은 길입니다. 예수님께서 산상수훈에서 말씀하셨듯이, 그리고 율법의 정신에 나와 있듯이 인간의 욕망의 본성을 거부하고 자기 희생의 길을 걸어가는 것입니다. 이것은 분명하게 나와 있지만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길이라서 아무나 선뜻 가지 못하는 길이라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길을 여신 예수님이 계시기에 끝까지 갈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큰 길과 좁은 길


 


이 길은 꼼수나 쪽집게 과외는 필요 없는 길입니다. 아니 그런 것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길입니다. 왜냐하면 이 길은 자신의 이익이나 성공을 위해서 가는 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기를 희생하며 가는 길에 비결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다들 알면서도 못하는 것 뿐이지요. 그래서 예수님도 이 길을 좁고 험한 길이라고 하셨을 것입니다. 저는 오늘의 교회들이 이리로 가는 문을 닫아 걸고 길을 막고 서서 사람들에게 편하고 좋은 길로 가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하면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사업에 성공하고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도대체 교회에서 이런 설교를 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돈 많이 벌고 성공해서 하나님 일 많이 하라구요? 아닙니다. 그것은 다 인간들이 끼워맞춘 이유에 불과합니다. 돈없고 세상에서 성공 못하면 하나님의 일은 할 수 없을까요? 사람들은 단지 고생하고 힘든 일 하기가 싫은 것 뿐입니다. 편하게 살다가 천국가고 싶다는 이기적인 마음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성공의 비결] 운운하는 목사들의 설교가 잘 먹힐 수 밖에 없고 대형교회치고 이것을 말하지 않는 교회가 없는 까닭은 그렇게 해야 헌금 좀 내는 사람들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모두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을 바라는 인스턴트 신앙이 교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뭐가 어떻게 됐든 결과만 얻어내려는 사람들에게 [비결]은 언제나 귀를 솔깃하게 하는 단어입니다. 저는 교회에 이러한 비결 운운하는 사고방식이 하루속히 사라지길 바랍니다. 죽으면 하나도 손에 쥐고 가지 못할 무의미한 것들에 목이 매여 성경의 본래의 가르침을 다 상실해버리고 싸구려 성공론과 행복론을 말하고 있는 지금의 설교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속히 개혁되기를 바랍니다. 이는 목사도 평신도도 모두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진정으로 신앙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우리는 늘 이런 [비결]의 방법을 늘어 놓는 설교들을 들어야 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