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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에 근무하는 의사입니다. 원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지만 외국 대학에서 제약의학(Pharmaceutical Medicine)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10년 넘게 복수의 제약회사에 근무하면서 임상시험 및 신약 개발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백신 관련한 경력은 없지만, 일반적인 신약 개발 과정이나 개발 중인 약의 데이터에 기반해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하고 위험 대비 상대적인 유익이 얼마나 되는지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어제(2020년 12월 10일) 기준 COVID-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국내 발생 건수가 673명을 기록했고,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COVID-19 확산은 이전 특정 집단이나 지역에서 시작된 유행과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서 하루 진단되는 확진자 수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져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선별진료소.jpg

 

이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신속히 접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고, 내년 2~3월이면 초기물량이 들어와 접종을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나라는 방역을 다른 나라보다 잘하고 있어 급할 것이 없고, 다른 나라에서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된 후에 들여와도 괜찮다는 의견이 꽤나 많은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독감 백신에 대한 루머와 잘못된 정보로 인해 코로나 백신이 나와도 맞지 않겠다는 사람조차 있습니다.

 

의학적, 경제적 사실에 비추어 봤을 때, 이 주장은 전혀 효율적이지 못한 주장이라 생각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백신은 빨리 맞는 것이 좋습니다. 왜 백신 접종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 근거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mRNA 백신(화이자, 모더나)은 효과적인가 

 

백신에는 여러 형태가 있지만, mRNA 백신은 COVID-19에 대응하여 화이자와 모더나가 처음으로 개발한 백신으로 인류에게는 생소한 형태의 백신입니다. mRNA 백신은 기존의 데이터가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효과나 안정성 면에서 걱정을 합니다. 이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여기서는 코로나 백신 후보 물질 중 (러시아나 중국 백신을 제외하고) 가장 진행이 많이 되어 있고 처음으로 승인을 받은 화이자 백신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3상 임상시험 결과가 아직 논문으로 나오지는 않아서 화이자에서 배포한 보도 자료에 담긴 내용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특별히 출처를 따로 언급하지 않은 내용은 화이자 보도 자료(링크)와 3상 임상시험 계획서(링크)의 내용을 참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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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 시작된 이번 3상 임상시험은 11월 13일 기준 43,661명의 피험자(임상시험 대상자)가 등록되었고 이 중 41,135명이 두 차례 접종을 마쳤습니다. 

 

그중 최종 결과 분석 시점에 170명이 COVID-19 확진을 받았습니다. 162명이 위약을 맞은 피험자이고, 8명이 진짜 백신을 맞은 피험자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95%의 예방효과(vaccine efficacy rate)를 보였습니다. (p<0.0001)

 

170명의 COVID-19 확진자 중 10명이 중증(severe)이었는데, 이 중 9명은 위약을 맞은 피험자였고, 1명만이 진짜 백신을 맞은 피험자였다고 합니다.

 

≫용어설명

❖피험자: 시험을 진행하는 사람을 실험자, 시험 대상자는 피험자라 지칭함. 

❖위약: 실험을 진행할 때, 2개의 집단으로 나누어서 실험을 하는데, 첫 번째 집단에는 백신을 투여, 두 번째 집단에는 백신 효과가 없는 식염수를 투여함. 두 집단의 모든 시험 대상자는 본인이 어떤 약을 투여받았는지 모름. 여기서 두 번째 집단의 시험 대상자들이 맞는 식염수를 ‘위약’이라 지칭함.  

 

화이자에 따르면, 연령, 성별, 인종, 거주 지역에 따른 백신 효과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고, 백신의 예방효과가 낮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65세 이상 노인에서의 백신예방효과는 94%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예방효과가 얼마나 장기간 지속되는지 등 추가로 확인되어야 할 부분이 있고, 시험과 접종이 진행되며 예방률이 발표된 것보다 떨어지겠지만 효과는 있을 것 예상됩니다. 

 

현재 세계 의학계의 반응은 새로운 백신이 정말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의심하기 보다는 어떤 기준으로 누구에게 먼저 접종해야 할지에 대한 논쟁으로 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참조 링크1 / 링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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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보건기구 전문가 자문그룹 권고안 / 이미지 출처-블로그<랄라제니의 인생꿀팁>

 

→기사 원고 작성 이후, 화이자에서 더욱 세세한 비임상 및 임상시험 결과가 포함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것 이외의 자세한 정보를 참고하실 분은 <링크>

 

 

mRNA 백신은 안전한가

 

아직 mRNA 백신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대규모 장기간 데이터는 없습니다. 따라서 mRNA 백신이 안전하다고 100%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긴급사용승인을 받는다는 전제하에 이런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Q: 다른 나라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막 얻었거나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mRNA 백신들 (화이자나 모더나의 백신)은 일반 대중에게 접종하기에 안전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높은가? 

 

A: 제 대답은 ‘그렇지 않다’ 입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제 아들에게도 백신을 맞을 기회가 내년 1월에 주어진다면, 저는 주저 없이 맞으라고 할 것입니다.

 

mRNA 백신에 대한 걱정은 크게 2가지입니다. 

 

 아직까지 실제 사용 경험이 없다.

 

 RNA가 유전자 발현과 관련된 물질이기 때문에, mRNA 백신은 우리 몸을 이루는 유전정보에 영향을 줘서 예상치 못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지 않을까.

 

미드 <체르노빌>에서도 방사능이 우리 몸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를 변형 시켜 각종 암과 피부질환 등 여러 질병을 유발합니다. 일반 시민 입장에서 1번은 물론이고, 2번에 대해서 걱정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겨우 수만 명을 대상으로 몇 개월 동안 시행한 임상시험 결과만으로 mRNA 백신이 장기적으로 우리 몸의 유전정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냐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여러 매체에서도 이런 말들이 나옵니다.

 

mRNA(messenger RNA)는 DNA를 기반으로 생성되어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하는 데 역할을 합니다. 중요 포인트는 DNA를 기반으로 RNA가 생성되는 것이지, 반대로 RNA를 기반으로 DNA가 생성되는 일은 우리 몸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mRNA 백신이 우리 몸의 유전정보에 영향을 주거나 그로 인해 장기적인 안전성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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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를 시작으로 단백질이 형성되는 과정을 담은 그림이다. 위의 과정을 보면 DNA로부터 mRNA가 생성되고, mRNA로부터 단백질이 생성된다. 반대의 과정은 일어나지 않는다. / 회색의 이중나선이 DNA. 분홍색의 단일나선이 mRNA. 비엔나소시지처럼 빨간색의 동그라미가 붙어있는 것이 단백질.     

 

앞에서 언급한 화이자의 3상 임상시험에서는 두 차례 백신 접종 이후 수 주 동안의 기간에는 백신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인한 부작용이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세포 내에서 RNA는 신속하게 분해되므로 백신의 형태로 투여된 mRNA가, 유전정보에 대한 영향 외에도, 일반적으로 장기적인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mRNA 백신의 장점이므로 mRNA 백신에 대해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세계 최초 코로나 백신 접종한 영국에서의 백신 부작용 사례에 대하여

  

12월 9일, 많이들 알고 계시는 것처럼 영국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 첫날 두 건의 심각한 과민반응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에 MHRA(영국 의약품건광관리제품규제청)에선 백신 접종과 관련한 몇 가지 권고를 추가하였습니다(참조 링크). 

 

이 케이스들을 근거로 저의 주장에 반박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두 건의 과민반응이 앞서 말한 저의 주장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mRNA 백신에 대해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거나 1월 시점에 미국에 있는 제 아들에게 백신을 맞으라고 하는 데 주저할 것 같지 않다는 제 의견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관련한 사실 몇 가지를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① 두 건의 심각한 과민반응을 경험한 두 명은 모두 이전에 유사한 과민반응을 경험했던 사람들입니다.

 

② 이 두 명은 모두 이전의 과민반응 때문에 이러한 심각하고 급격한 과민반응이 생겼을 때 즉각적으로 주사할 수 있는 치료약(에피네프린 자동 주사기)을 휴대하고 다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③ 이전에 이러한 과민반응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임상시험 참여 제외 기준 (exclusion criterion)에 해당되어 임상시험 참여에서 배제되었습니다. 

 

④ 영국 정부는 이 백신의 안전성이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된 적이 없는 집단까지 대상으로 하여 접종을 시작한 것이었고 이번의 사례를 통해 이전에 심각한 과민반응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에서는 이 백신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재확인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⑤ 그 결과로 MHRA(영국 의약품건광관리제품규제청)에서는 이전에 심각한 과민반응을 경험하였거나 에피네프린 자동주사기를 휴대하고 다닐 것을 권고받은 사람들은 화이자 백신을 맞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두 건의 과민반응은 일반적으로 mRNA 백신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백신에 대해 우려하는 장시간이 지난 후에야 나타나는 드문 부작용이 아닙니다. 영국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접종 후 즉각적으로 나타나며 비교적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종류의 부작용입니다. 얼마 전 미국 내 화이자 임상시험 대상자 21,720명 중 4명에게서 안면마비 증세가 나타났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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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접종받는 90세 할머니. / 부작용 사례와는 관계없음.

 

영국 부작용 사례의 해석

 

① 이러한 두 건의 과민반응을 경험한 이후로 MHRA에는 과민반응의 과거력이 있는 사람들은 접종을 받지 말 것과 함께 접종 후 15분간 이상 반응이 없는지 관찰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이 두 가지 조치만으로도 이후에 같은 백신을 접종받는 사람들에서는 이러한 이상 반응 빈도가 현저하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② 새로운 약이나 백신이 허가를 받게 되면 그 적용대상을 임상시험에 포함되었던 환자군으로 국한하고 임상시험의 제외기준에 속하였던 군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심각한 과민반응의 과거력이 있는 사람은 제외기준에 속하였으므로 허가 후 실제 사용 시에도 그러한 군은 접종에서 제외되는 것이 적절하였다고 생각하지만, 영국 정부에서는 과민반응의 과거력이 있는 사람을 포함하여 접종대상을 지나치게 넓게 잡은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③ 영국에서의 이번 부작용은 처음 사용해 본 mRNA 백신이 가지는 안전성에 대한 불확실함이 드러난 사건이라기보다는 안전성에 대한 고려로 임상시험에서 배제되었던 집단에까지 백신 접종을 시도한 영국 정부의 조급함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언제쯤이면 안심하고 코로나 백신을 맞을 수 있을까

 

영국이 이미 접종을 시작하여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지만, 우리나라가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첫 나라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가장 초기에 사용될 것으로 기대되는 mRNA 백신이 이전에 사람에게 사용된 적이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수만 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만으로는 안전성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합니다. 그러므로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사용되고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된 후 우리나라에서 접종을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도 100% 동의합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로 검증이 이루어지면 mRNA 백신의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내년 초에 빨리 접종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 내년 하반기까지는 기다려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이들이 꽤나 있습니다. 하지만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에서 중요한 것은 사용된 기간보다는 그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의 수입니다. 

 

예를 들어, 

 

① 6개월이 지났지만, 백만 명만 접종받은 경우

②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오천만 명이 접종받은 경우

 

이 두 경우를 비교할 때, ②번에 해당하는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서 더 확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막연하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다거나 언제 이후에 백신 접종을 시작하자는 주장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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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모더나 백신 간에 차이가 없지는 않지만, 둘 다 mRNA 백신이라는 새로운 범주(class)의 백신에 속하므로 mRNA 백신이라는 범주의 측면에서는 두 백신을 하나로 묶어서 두 백신을 접종받은 인구수를 합해서 생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화이자 백신은 올해 연말까지 적어도 2,500만 명 분은 공급이 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참조 링크). 공급되는 즉시 동일한 수의 접종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늦어도 내년 2월 중순 정도까지는 두 백신 중 하나로 2회 접종을 마친 후, 수 주 이상 지난 사람의 합이 적어도 3천만 명 이상은 될 것으로 가정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3천만 명이 새로운 백신 접종을 받고도 치명적인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는다면 이는 그 백신이 치명적인 부작용을 가지지 않거나 있더라도 그 빈도가 천만 명당 한 번보다 더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정도 수준으로 안전성을 확신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보입니다. 혹시 더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확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그 이유를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이유로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우리에게 필요한 수준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이후라면 주저하지 않고 백신을 맞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백신 접종을 늦게 시작한다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 화이자 백신을 위해 영하 70도를 유지할 수 있는 콜드체인 구성에 관한 문제, 백신 외의 코로나 치료제에 관한 것 등을 다뤄보겠습니다.

 

<계속>

 

 

 

Reference

 

-Pascolo S. (2006) Vaccination With Messenger RNA. In: Saltzman W.M., Shen H., Brandsma J.L. (eds) DNA Vaccines. Methods in Molecular Medicine™, vol 127. Humana Press. https://doi.org/10.1385/1-59745-168-1:23, Schlake T. (2012) Developing mRNA-vaccine technologies. RNA Biol. 2012 Nov;9(11):1319-30.

 

-Pascolo S. (2006) Vaccination With Messenger RNA. In: Saltzman W.M., Shen H., Brandsma J.L. (eds) DNA Vaccines. Methods in Molecular Medicine™, vol 127. Humana Press. https://doi.org/10.1385/1-59745-168-1:23 

 

-https://en.wikipedia.org/wiki/Rule_of_three_(statis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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