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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에는 약 38만 발의 대인지뢰가 매설돼 있는데,

한국군 단독으로는 15년이 걸릴 걸로 예상합니다.”

 

 - UN 총회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1.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지만, 매년 4월 4일은 UN이 정한 “국제지뢰 인식과 제거 활동 지원의 날”이다. 줄여서 ‘지뢰의 날’이라고 할 수 있을 거다. 한때 1억6천만 개가 넘을 거라던 지뢰의 숫자도 국제사회의 노력에 의해 많이 제거됐지만, 역시나 한반도와는 별개의 문제다(여전히 냉전인 땅이지 않은가? 이 때문인지 2018년 판문점 정상회담 때 남북은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지뢰제거를 약속했다 - 실제로 그해 10월부터 지뢰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전쟁영화를 보면 등장하는 뻔 한 클리셰 중 하나가 지뢰를 밟고, 그대로 멈춰서 있는 거다. 밟은 다음 발을 뗄 수 없는 상황! 한국 영화 JSA에도 이런 장면이 있었고, 어지간한 전쟁 영화, 드라마에서는 한 번 쯤은 다 등장하는 장면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지뢰는 없다. 상식적으로 밟자마자 터지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밟고 뗀 다음에야 터진다면, 치명상을 입힐 순 있겠지만, 밟자마자 터지는 것 보다는 효과는 반감될 거다. 압력식 지뢰의 대부분은 밟자마자 터진다. 만약 밟자마자 터지지 않는다면? 그건 오래돼서 정상작동을 하지 않는 경우이거나 이전 세대 지뢰. 즉, 압력이 해방됐을 때 터지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을 경우다. 

 

다시 말하지만, 영화가 잘못된 거다. 지뢰는 밟자마자 터지는 거다. 

 

 

2. 지뢰를 찾게 된 이유?

 

지뢰를 찾게 된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적의 걸음걸이를 멈춰 세우기 위해서다. 고대 로마시절부터 해서 적군의 발을 멈춰 세우기 위해 지뢰 비슷한 걸 만들기 시작했다. 화약이 없던 시절에도 적군을 세우기 위해 ‘마름쇠’ 같은 걸 잔뜩 뿌렸던 걸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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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당시에도 왜군들의 발을 묶기 위해 대량의 마름쇠를 뿌렸고, 지금도 상당수가 유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화약이 등장하고 이게 터지면서 발을 묶는 지뢰의 원형은 언제 나왔을까? 중국 금나라 시절의 진천뢰(震天雷)가 그 효시라는 말이 있다. 이 진천뢰란 무기는 겉표면이 도자기 재질로 적군이 다가오면 심지에 불을 붙여서 터트리거나 투척용으로 던졌다고 하는데, 이건 지뢰라기보다는 수류탄 혹은 클레이모아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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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진천뢰를 참조하여 임진왜란 직전인 1591년. 군기시의 화포장 이장손이 만든 게 비격진천뢰란 말이 있다. 진천뢰와 비격진천뢰의 관계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긴 하다.

 

이 지뢰가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게 2차 엘 알라메인 전투 당시의 롬멜이다. 사막의 여우 롬멜은 몽고메리가 끌고 온 ‘양’ 앞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 상황에서 롬멜은 전면 60킬로미터, 폭 8킬로미터에 50만발의 지뢰를 매설하게 된다. 말 그대로 ‘악마의 정원’을 만든 거다. 이 지뢰들은 전쟁이 끝난 지금까지도 계속 발견되고, 터지고 있다(무려 7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터진다니...). 

 

롬멜의 경우에서 보듯이 지뢰는 가성비 최고의 무기 중 하나다. 대인지뢰 한 개를 만드는데 평균적으로 3~30달러 정도 소요된다. 그런데, 이 3달러짜리 지뢰가 일단 땅속으로 들어가면, 1개 제거 하는 데 평균적으로 300~1천 달러가 소요된다. 더 무서운 건 이 지뢰를 제거할 때 평균 1천 개당 1명 꼴로 인명피해를 수반해야 한다는 거다. 이 대인지뢰 때문에 전 세계에선 매달 2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이 중 20%는 15세 미만의 어린아이다. 

 

눈치 챘겠지만(너무 당연하지만) 지뢰란 건 일단 땅에 묻히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애물단지가 됐다. 

 

“지뢰탐지기가 있지 않은가?”

 

2015년 8월에 있었던 목함지뢰 사건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지뢰는 탐지 자체가 어렵다(요즘엔 나중에 제거를 위해서 일부러 플라스틱 지뢰에 쇠를 넣거나 여러조건이 맞아야 활성화되는 스마트지뢰가 나왔지만... 역시나 압도적인 대다수 지뢰는 그냥 밟으면 터지는 멍텅구리 지뢰들이다). 

 

문제는 이 지뢰가 대한민국에 널리고 널렸다는 거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도대체 몇 개가 깔린 건지 그 숫자도 다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라는 말이 맞을 거다. 

 

 

3. 한반도의 지뢰

한반도에 본격적으로 지뢰를 심기(!?) 시작한 건 6.25 한국 전쟁 당시였다. 한 치의 땅도 빼앗기지 않겠다며 치열한 고지전을 펼쳤던 1951년부터, 그러니까 전선이 고착화되면서 부터는 모내기 하듯이 지뢰를 심었다. 이게 문제가 심각한 게, 한국군, 북한군, 중공군, 미군, UN군 가리지 않고 지뢰를 심기 시작했다.

 

(어떤 일괄된 계획도 없이 눈앞의 방어선을 만들기 위해 매설했기 때문에 유실되거나 매설하고 잊어먹은 경우가 많다. 수많은 불발탄부터 시작해서, 홍수에 떠내려가거나 땅 속 깊숙이 들어간 지뢰 등등을 누가 기억할까? 한국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70년이 다 돼 가는데, 이때 어디에 몇 발이나 지뢰를 심었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즉, 이때 매설한 지뢰는 어떻게 손 써볼 수가 없다는 소리다)

 

그리고 휴전이 됐다. 이때부터가 진짜 문제였다.  

 

“적을 막기 위해선 지뢰만한 물건이 없다!”

 

다시 말하지만, 지뢰는 적의 접근을 막을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물건이다. 이러다 보니 남북한은 1950년대 중반부터 비무장지대에 미친 듯이 지뢰를 매설하기 시작했다(절정은 1960년대였다). 비무장지대 안에 매설된 지뢰의 숫자는 그 누구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100만발의 지뢰가 비무장지대에 매설돼 있다는 설부터 시작해서 많게는 200만발 이상 매설 돼 있다는 말까지 있다. 2016년 합참의 발표에 의하면 DMZ와 민통선 지역에 약 127만발의 지뢰가 매설 돼 있고, 북한 쪽은 80만 발이 매설돼 있을 거라는 추정치가 제시됐다)

 

이 지뢰 매설은 1980년대까지 꾸준히 진행됐다. 한 마디로 어마무지하게 매설했다는 거다. 이건 남한 측의 경우이고, 북한 측은 아직까지 얼마나 매설했는지 공식적인 기록 자체가 없다. 

 

모르긴 몰라도 북한 측도 어마어마한 양을 매설했을 거라 추정하고 있다. 목함지뢰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지뢰를 포함해 수많은 대인지뢰, 대전차 지뢰를 비무장지대에 꾸준히 매설했다. 이 지뢰들은 1990년대가 되면, ‘체제유지’의 보루가 돼 주었다. 

 

‘고난의 행군’으로 대변되는 북한의 식량난은 북한 체제 자체를 위협할 정도가 됐다. 북한은 이때부터 ‘탈북민’들을 막아야 할 수단이 필요했다. 철책의 고압전류와 지뢰가 이들 체제의 보루가 돼 주었다. 지뢰는 탈북민들을 막아서는 확실한 수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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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렇다면 이 지뢰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전쟁상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지뢰는 설치해 놓은 상태도 괜찮겠지만, 전쟁 이후를 생각한다면, 그러니까 남북한 교류를 생각하고, 비무장지대 활용을 고민한다면, 더 나아가 통일을 생각한다면 지뢰지대는 개척해야 한다. 문제는 정확한 ‘실상’을 아무도 모른다는 거다. 

 

한국을 예로 들어보겠다. 

 

대인지뢰의 경우 매설된 곳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바로 <계획 지뢰지대>와<미확인 지뢰지대> 다. 계획지뢰지대는 대충 이해가 갈 거다. 

 

“야, 이쪽으로 적군이 올 거 같으니까 미리 지뢰 심어놓고 대비해 놓자.”

 

라고, 계획을 세우고 지뢰를 매설해 놓은 거다(물론, 다 지도에 표시해 놓고 하더라도 매설할 때 박아놓은 경시줄 다 치우면, 매설한 사람도 어디에 지뢰를 심어놓았는지 모른다. 이게 지뢰의 무서운 점이다). 그래도 계획지뢰지대는 어디에 심어놨는지 다 알고 있기에(매설지도가 있으니 수월하다) 조심조심 개척해 나가면 된다. 

 

문제는 미확인 지뢰지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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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이 한국전쟁 과정에서 너나 할 거 없이 눈앞의 전선을 사수하기 위해서 무작위로 매설한 지뢰들이 문제인 거다. 이건 그 수량이 얼마나 되는지, 어디에 매설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거기다가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까지 미친 듯이 뿌려 놓은 지뢰들은 그 수량과 위치 지뢰의 종류(대인지뢰인지, 대전차지뢰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지뢰들, 어떻게 해야 할까.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