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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에 근무하는 의사입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지만, 외국 대학에서 제약의학(Pharmaceutical Medicine)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10년 넘게 복수의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임상시험 및 신약 개발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요 며칠 동안, 일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최고 기록을 갱신하며 하루 1,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어제, 13일 기준 국내 발생 682명으로 1,000명대 아래도 다시 떨어지긴 했지만, 상황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며 국민들 사이에 백신에 대한 관심과 염원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백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잘못된 정보도 많이 퍼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줄.jpg

 

얼마 전, 독감 백신에 대한 루머와 잘못된 정보로 많은 사람들이 독감 백신에 대해 과도한 두려움을 가졌던 것처럼 코로나 백신에도 과도한 두려움으로 국내 백신 접종을 서두르지 말고, 다른 나라에서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된 후에 들여오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꽤나 많습니다.

 

의학적, 경제적 사실에 비추어 봤을 때, 이 주장은 전혀 효율적이지 못 한 주장이라 생각합니다. 충분한 과거 데이터가 없는 코로나 백신의 접종을 하는 첫 나라가 될 필요는 없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말했던 시기인 내년 2~3월부터는 접종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수준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간보다는 접종받은 ‘인구수’입니다. 영국은 이미 화이자 백신으로 접종을 시작했고, 미국도 화이자 백신으로 오늘(14일)부터 접종을 시작합니다. 늦어도 내년 2월 중순까지 화이자, 모더나 두 백신 중 하나로 2회 접종을 마친 후, 수 주 이상 지난 사람의 합이 적어도 3천만 명 이상은 될 것입니다. 

 

이 인원들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안전성이라고 보입니다. 

 

위의 내용과 의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화이자, 모더나의 백신 형태인 mRNA 백신은 안전하다는 것이 지난 기사(링크)의 내용이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백신 접종을 늦게 시작한다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 화이자 백신을 위해 영하 70도를 유지할 수 있는 콜드체인 구성에 관한 문제, 백신 외의 코로나 치료제에 관한 것 등을 다뤄보겠습니다.

       

 

그래도 백신 접종은 가능한 한 늦추는 것이 좋지 않을까

 

백신 접종을 늦추는 것이 좋겠다고 주장할 때 흔히 드는 근거는 아래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1.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환자 수가 많지 않으니 접종 시작을 늦추는 것이 크게 해롭지 않다.

2. 백신 접종을 늦춘다면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으니 낮은 가격에 들여올 수 있어 이익이다.

 

아마 요 며칠 사이에 1번에 동의하시는 분들은 줄어들지 않았을까 합니다. 저는 두 가지 주장 모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1번 근거에 대한 반박

 

1번 근거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환자 수가 많지 않으니 접종 시작을 늦추는 것이 크게 해롭지 않다.”

 

지난 편에서 저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2월 중순 정도면 새로운 mRNA 백신의 안전성을 넉넉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으로 한동안은 확진자 수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백신 접종을 늦추는 것에 의한 부정적인 효과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계산하기 위해) 2월 중순 시점에는 지금보다 확진자 수가 줄어든다고 가정하고 그 시점에서 백신 접종을 두 달 늦추는 것이 어떤 영향이 있을지 대략적으로 계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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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3일 기준 우리나라 누적 확진자누적 사망자 수는 각각 42,766명, 580명입니다. 치명률은 580/42766=1.35%로 계산됩니다. 

 

백신을 맞은 경우 COVID-19에 걸리더라도 치명률은 백신을 맞지 않은 경우에 비해 더 낮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겠지만, 백신 접종을 늦추는 것에 의한 부정적인 효과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계산하기 위해, 1.35%의 치명률을 그대로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인구가 5200만 명이고 이 중 3000만 명이 백신을 맞으며 백신의 예방효과는 70%라고 가정할 때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의 예방효과는 90%를 넘는 것으로 보고되었지만 실사용에서의 예방효과는 이보다 낮은 70%라고 보수적으로 가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예방접종에 의해 감소하는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는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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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에서 2월 중순 정도면 새로운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했습니다. 2월 중순 정도면 그 백신이 1000만 명 당 한 명 정도의 비율로 나타나는 드문 부작용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보수적으로 코로나 백신이 100만 명 당 한 명의 빈도로 치명적인 부작용을 가진다고 가정하고 위에서처럼 3,000만 명이 이 백신을 맞는다고 해도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30명으로 계산됩니다.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확진 및 사망과 혹시 모르는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를 놓고 비교해 보면 백신 접종을 가능한 한 늦추자는 주장에 동의하기 힘들다는 것은 명확합니다.

 

-2번 근거에 대한 반박

 

2번 근거 “백신 접종을 늦춘다면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으므로 낮은 가격에 들여올 수 있어 이익이다.“

 

백신 돈.jpg

이미지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이번에는 백신 도입을 늦추는 대신 여유를 갖고 유리하게 협상하여 백신을 더 싼 가격에 들여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해외 언론 보도(링크)에 따르면 현재 3상 임상시험 결과가 공개된 3가지 백신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의 가격은 아래와 같습니다.

 

-화이자 : 39달러

-모더나 : 64-74달러

-아스트라제네카 : 6-8달러

 

백신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다른 회사의 백신 가격도 대략 아스트라제네카와 모더나 사이일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백신 도입을 서두르느라 불리한 협상을 하게 되면 1인당 100달러의 가격에 백신을 들여오게 되는 반면, 이 보다 두 달 늦게 백신을 들여온다면 같은 백신을 현재 알려진 가장 낮은 가격인 1인당 6달러로 들여올 수 있다고, 두 경우의 가격 차이가 실제 예상되는 차이보다 크도록, 보수적으로 가정해 보겠습니다.

 

앞부분에서 가정한 것처럼 3,000만 명에게 접종하기 위해 실제 구매해야 하는 양은 3,500만 명 분이라고 하면 백신 도입 비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른 도입 : 30,000,000 x 100=3,000,000,000달러

-2개월 후 도입 : 30,000,000 x 6=180,000,000달러

 

두 경우의 차이 28억 2천만 달러입니다. 대략 3조 1000억 원 정도 됩니다. 

 

쥐디피.jpg

 

이제 백신 접종을 늦춤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비용을 계산할 차례입니다. 

 

백신 접종이 미뤄지고 COVID-19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이 늦어짐에 따라 발생하는 많은 비용이 있겠지만 경제적인 영향 그중에서도 GDP가 받는 영향만을 계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GDP 1조 6,420억 달러입니다(참조 링크). 

 

올해 4월 IMF 전망치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작년이 2%였고 올해는 -1.2% 일 것으로 예상되어, COVID-19가 없었다면 올해 적어도 작년만큼은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 오히려 1.2%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이므로, COVID-19가 GDP 성장률에 미친 영향은 -3.2%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년에는 COVID-19의 영향으로 GDP 성장이 연 2% 떨어진다고 가정해 보고 (올해의 3.2%보다 내년에 영향이 크면 컸지 적다고 보아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지만, 보수적으로 2%라고 임의로 잡아 봤습니다) 유리한 가격 협상을 하기 위해 소요된 두 달 간 GDP가 받는 영향을 계산해 보면, 이렇습니다.

 

1,642,000,000,000 달러 x 0.02/6 = 5,473,333,333 달러 (대략 6조억 원)

 

두 달 추가 협상으로 인해 인당 백신 가격이 100달러에서 6달러로 줄어든다고 극단적으로 보수적 가정했을 때조차 줄어드는 백신 구매 비용(28억 2천만 달러)이 COVID-19 장기화에 따라 예상되는 GDP 감소(54억 7천만 달러)의 절반 정도 되는군요. 

 

백신 도입 지연에 따른 실제 GDP 감소는 이보다 상당히 클 것이고 관련된 사회적 비용 중 GDP 계산에 잡히지 않는 것도 상당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어느 쪽이 재정적인 측면에서 이익인지는 아주 분명합니다.

 

 

영하 70도 보관이 필요한 (화이자)백신을 위한 콜드체인 비용과 실현 가능성이 문제일까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에서 6개월간 보관이 가능하고 냉장 상태 (2-8도)에서 30일, 실온에서 12시간까지 보관이 가능합니다(참조 링크). 이에 비해 영국에서 접종을 시작한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에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초저온 콜드체인을 구축하는 것에 대한 비용을 문제삼아 이른 시기에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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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초저온 유통망을 전국적으로 만드는데 비용과 시간이 얼마나 드는지 모릅니다. 그 비용이 천억 원 대일지 조 단위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초저온 유통망을 만드는 비용이 위에서 살펴본 늦게 접종을 시작해서 아낄 수 있는 (낮은 가격으로 인한) 구매 비용과 그로 인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GDP + 그 외 여러 부가적인 피해들’보다 크진 않을 것 같습니다(앞에서는 극도로 보수적으로 계산했기 때문에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입니다).    

 

그러므로 초저온 유통망 설치 비용을 아끼기 위해, 더 늦게 보급되는 다른 백신을 기다리는 것이 적어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현명한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영하 70도에 보관해야 하는 백신을 전국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작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과 오늘(14일)부터 접종이 시작되는 미국에서는 영하 70도 보관이라는 조건이 장애가 된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백신의 보관이나 배송 같은 분야에 대해서는 거의 완벽한 문외한이지만, 미국에서 화이자 백신을 영하 70도 보관 조건을 지키면서 전국적으로 공급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것은 거의 확신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코로나 백신 생산 및 공급을 지원하는 범정부 기구(?)인 Operation Warp Speed의 Chief Operating Officer를 맡고 있는 사람은 현역 육군 4성 장군인 Gustave F. Perna입니다. 1981년부터 군생활을 시작하여 중대장 때부터 모든 지휘관 경력 군수와 관련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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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군 4성 장군 Gustave F. Perna

 

각종 무기 및 엄청난 양의 재래식 탄약의 수명 주기 관리, 전 세계에 있는 미군들에 145억 달러 상당의 식품, 의류, 섬유, 의약품, 의료용품, 건설 및 장비 품목 조달, 이라크 미군부대 지원부대 지휘 등의 경력이 있는 군수에 관한 최고 전문가입니다.

 

이런 전문가가 영하 70도 보관 조건을 지키며, 전국적인 백신 공급은 가능하다고 한 것이 허무맹랑한 허풍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선 조금만 더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영하 70도 보관 조건과 관련하여, 영국이나 미국 같은 나라들에서 이미 해결하고 있는 문제를 K 방역으로 눈부신 성과를 보여 온 우리나라가 너무 겁내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편 기사를 쓴 후 백신, 특히, 화이자 백신에 대해 몇 가지 정보가 추가로 공개되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신뢰할 만하고 의미 있는 것은 가장 저명한 의학학술지 중 하나인 뉴잉글랜의학저널에 실린 화이자 백신 3상 시험 결과 논문일 것입니다(무료 공개되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링크를 통해 읽으실 수 있습니다).

 

하바드 의대 루빈 (Eric J. Rubin) 교수가 위 논문에 대해 같은 학술지에 기고하여 함께 출판된 논설(editorial)에 들어 있는 아래 문장을 인용하여 이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The logistic challenges of manufacturing and delivering a vaccine remain daunting. This vaccine, in particular, requires storage at −70°C, a factor that may limit its deployment in some areas. Nevertheless, the remarkable level of safety and efficacy the vaccine has demonstrated thus far make this a problem that we should welcome solving.” 

 

“(해석) 백신의 유통이나 제조와 관련한 물류상의 어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 (화이자의) 이 백신은 특히 영하 70도에 보관되어야 해서 지역에 따라 접종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놀라운 효능과 안전성은 이러한 보관조건과 관련한 어려움을 우리가 기꺼이 풀고 싶은 것으로 만들었다.”

  

 

그래도 불확실한 백신보다는 확실한 치료제가 더 나은 거 아닌가

 

의사면허 딴 지 올해가 20년째입니다. 병이 생긴 후 치료하는 것이 병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보다 낫다고 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자주 보는 것은 20년 동안 한 번도 겪지 못한 특이한 일입니다. 의사가 된 후만 따지지 않고, 45년간의 제 인생을 통틀어서도 처음 보는 현상입니다.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늘었을까 생각해 보면 아마 mRNA 백신의 불확실성이 너무 과장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mRNA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서는 지난 기사(링크)에서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기사부터 여기까지 기사를 읽은 분 중에 다수는 적어도 내년 2월 중순 정도 시점이 되면 mRNA 백신에 대한 불확실성이 대부분 제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동의하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여기서는 치료제의 확실성에 대한 의문을 잠시 제기해 볼까 합니다. 제가 느끼기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셀트리온의 치료제로 범위를 좁혀서 몇 가지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이 치료제에 대해서 많은 것이 알려지지는 않지만 몇 가지 알려진 사실은 아래와 같습니다(참조 링크1 / 링크2 / 링크 3).

  

327명을 대상으로 한 2상 임상시험의 환자 모집을 마쳤습니다. 이 임상시험은 아직 진행 중이고 치료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이 약의 효과에 대한 외부에서 접근 가능한 (publicly available) 자료는 셀트리온에서 발표한 보도자료 말고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2020년 12월 3일 12시 기준).

 

(Pubmed, Embase, Google에서 셀트리온의 해당 약제의 개발명인 CT-P59나 성분명인 Regdanvimab 둘 다 검색어로 해서 찾아봤지만 검색되는 자료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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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셀트리온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총 18명의 경증 COVID-19 환자를 대상으로 1상 임상시험을 시행하였고, 이 중 15명은 CT-P59 (Regdanvimab), 3명은 위약(placebo)를 투여받았습니다.

 

CT-P59 (Regdanvimab)를 투여받은 15명의 환자 20mg/kg, 40mg/kg, 80mg/kg 세 용량 중 하나를 받는 군에 무작위 배정되었습니다(참조 링크). 

 

위 보도자료에 따르면 CT-P59를 투여받은 환자는 위약군에 비해 COVID-19으로부터 회복기간이 평균적으로 44% 짧았던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CT-P59를 투여받은 환자 15명 중 아무도 COVID-19로 인한 입원이나 추가 항바이러스제 투여가 필요 없었던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 자체로는 긍정적인 결과이지만 환자 수가 15명에 불과하다는 점과 18세에서 60세 사이의 저위험 환자군만 해당 임상시험에 포함되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들 환자에게는 아무 치료 없이도 입원이나 항바이러스제 투여가 어차피 필요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셀트리온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2상 임상시험의 결과를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시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영어로 되어 있는 해당 보도자료에 미국 FDA나 유럽 EMA에 대한 임시사용승인신청 계획은 언급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사용승인신청을 할 계획이 있는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참조 링크).

 

CT-P59는 (Regdanvimab) 중증 COVID-19 환자에게 사용하는 약이 아닙니다.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만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고, 이 약으로 기대되는 치료 효과는 회복 시간 단축 및 중증으로 진행되는 비율의 감소입니다. 

 

1상에서 회복 시간 단축을 보였으므로 2상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약으로 치료하게 되면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얼마나 줄어들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2상에서도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보이더라도 이 약은 이미 COVID-19에 걸린 사람이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을 줄여주거나 회복 기간을 줄여 주는 치료약이지 감염 위험을 줄여주는 백신은 아닙니다. 

 

따라서 이 약이 시판되고 충분한 효과를 보이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 예방을 위한 노력은 그대로 계속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계속 지불해야 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2상 임상시험에서 사용 중인 용량이 얼마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1상에서 사용한 20mg/kg, 40mg/kg, 80mg/kg 세 용량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어느 용량이 채택되었더라도 저용량이라고는 할 수 없는 양이고, 항체치료제라는 특성상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를 모두 고려할 때 백신에 비해 치료제가 가지는 불확실성이 그다지 낮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치료제는 안 좋고, 백신은 좋다 류의 편협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일부 사람들이 백신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치료제는 부작용 위험이 전혀 없는 대안인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국산 치료제나 백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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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을 쓰다 보니 이제 저도 지쳐서 모 기자를 인용해서 “왜요?”라고 그냥 짧게 답하고 끝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이재갑 교수님이 연초에 말씀하셨던 것처럼 코로나바이러스는 국적도 종교도 따지지 않습니다. 그에 대한 치료제나 백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국산이라서 효과가 더 좋거나 더 안전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혹시 국내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어 우리나라가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이익이 있을 수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치료제가 되었든 백신이 되었든 국내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는 것입니다. 

 

치료제, 백신 모두 외국에서는 이미 사용허가를 받은 제품이 있는 상황에서 국산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몇 달 정도는 추가로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국산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위에서 살펴본 COVID-19에 의한 영향이 그만큼 더 지속되어서 발생하는 비용보다 크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코로나를 빨리 끝내는 것에만 집중합시다

 

우리 모두 생각지도 못 했던 전염병으로 상상도 못했던 어려움을 일 년 내내 겪고 있습니다. 전염병으로 인해 망해 버린 자영업자도 있고 열심히 친구들과 뛰어놀고 학교에서 더불어 지내는 법을 배워야 할 시기에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 일 년을 보내 버린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도 있습니다. 

 

입학하면서 산 교복 동복을 한 번도 못 입어 본 채로 하복을 사야 했던 중1 아이들도 있네요. 무엇보다 600명에 가까운 분들이 이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었고, 그 수는 날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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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산한 홍대 거리

 

국뽕도 좋고 다 좋지만, 어떻게 하면 이 전염병을 빨리 끝낼 수 있을지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골드만삭스에서는 미국, 일본을 포함한 웬만한 나라들은 내년 3, 4월까지는 인구의 50%가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전망했더군요(참조 링크).

 

그 시점에는 그 나라들은 팬데믹에서 거의 벗어나 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 시점에 우리는 백신 접종을 막 시작하려 하고 있다면, 남들은 다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간 시점에 우리만 아직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어야 한다면 그 동안 K 방역으로 쌓은, 모든 국민의 희생이 들어간, 성과는 모두 사라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 

 

내년 4월에 일본은 COVID-19 종식을 자축하며 벚꽃놀이를 즐기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를 적용해야 하는지 2.5단계를 적용해야 하는지 논의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은 일입니다.

 

전 지구적인 비상상황에서 우리는 K방역으로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아주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자만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국뽕에 취해 국산 치료제와 K방역이 있는 우리는 백신이 필요 없다고 자만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본 기사 내용과 관련하여, 의견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 계시면 댓글로 많은 의견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