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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니가 뭔데'와 '그래주면 고맙고' 사이에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차원에서 수감 중인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지 4년 째가 되는 12월 9일에 하려고 당초 계획했으나 당 안팎의 반발 기류가 거셌다. 암만 싫어도 명색이 당대표를 대신하는 비대위원장인데 ‘니가 뭔데’, ‘당신이 할 소릴 아니다’, ‘할 거면 혼자하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모자라, 초선의 같은 당 대변인에게 ‘뜨내기’라는 조롱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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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대변인의 페이스북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와중에도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는 듯 했다. ‘사과 못하게 하면 비대위원장도 못한다’는 자못 비장한 결기까지 내비쳤으나 일부 당내외 인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래주면 고맙고’를 시전해 웃픔을 자아냈다.

 

 

2. 계획은 이랬다 

사실 대국민 사과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들어설 때 예견된 일이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시그니처 무브는 총선 공천권을 거머쥐었던 민주당 비대위원장 시절, 아니,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경제 민주화 공약 만들던 시절부터 ‘중도층 공략’이다. 이번에도 탄핵-대선 패배-지방선거 참패-총선 참패의 연속 크리를 맞고 다 무너진 보수 야당을 재건하겠다며 중도층을 핵심 타겟으로 잡았다.

 

그래서 지난 8월에는 광주 5.18 묘역에 가서 무릎을 꿇었다. 민주당 비대위원장 시절 중도 표심을 잡겠다며 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을 홀대한다는 비판에 시달렸던 그가 이번에는 같은 목적, 정반대 행보를 펼쳤다.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기본전략은 5.18 민주화 운동과 두 전직 대통령의 수감에 대한 당 차원의 공식 사과를 통해 과거와 이별하고, 기존의 당론보다 왼쪽에 있는 정책 이슈를 선점해 중도(개혁) 보수 포지션을 취한 뒤, 정치권 밖에서 참신한 인재를 영입,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이기고 기세를 몰아 대선까지… 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3. 1차 실패 

참신한 인재 영입은 사실상 실패했다. 택진이형 만났다가 쿨하게 까였는지 '또 만날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그 사람을 또 만날 일이 뭐가 있냐’고 정색한 게 대표적 케이스. 가뜩이나 당 내부 인재는 개무시하고 자꾸 밖으로만 돈다는 비판이 부담스러웠는데 실적까지 없으니 얼마 전부터는 열심히 당내 대권 후보들을 밀어주기 시작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한테 가서도 으쌰으쌰 해주고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까지 두루 살피셨드랬다. (그래서인지 이분들은 대국민사과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중도 없이 대권도 없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이 더 컸겠지만)

 

소신이었던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 이슈 선점도 내부 반발로 녹록지 않다. 12월 9일 통과된 공정경제 3법(상법 일부 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보수정당과 언론은 기업규제 3법이라고 부른다)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협조 의사를 내비쳤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다.

 

이번에도 내부 반발이 문제였다. 법안 통과를 앞두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전속 고발권이 유지된 것을 두고 전속 고발권 폐지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며 여당을 비판했지만 당 내부 인사들은 공정 3법 통과 자체에 반대하는 표를 던졌다. 그나마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면을 봐서 필리버스터까지는 하지 않았다는 게 세간의 분석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개정안이 완화된 것을 문제 삼고 있는데 당내 의원들은 개정안 자체를 거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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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사과 문제로 돌아와서, 처음부터 입지가 탄탄하지 않았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시간이 갈수록 코너에 몰리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건과 공수처법 강행 돌파 이슈로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과 민주당 정당 지지율이 내려갔지만, 이탈한 지지세를 국민의힘이 받아 먹지도 못하고 있는 게 현 상황이다. 딱히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와 국민의힘 지지율이 영 힘을 받지 못하는 건 김종인 때문이다, 라는 다소 모순적인 평가가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김종인 리더십은 국민의힘을 장악하지 못했고, 김종인을 국민의힘 리더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인사가 적지 않다는 게다. 

 

 

4. 주호영, 마음을 바꾸다 

그럼에도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사과 의지를 꺾지 않았다. 뭐 하나 맘 먹은 대로 되는 것도 없이 여기까지 왔는데 이것까지 못하게 하면 비대위원장 자리가 무슨 의미냐 싶었을 거다. 직을 걸겠다는 말에 그렇게 함부로 직을 거네 마네 하는 건 경솔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런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직에 걸맞는 대우를 했는지도 의문이 드는 게 사실.

 

여기서 재밌는 건 주호영 원내대표의 행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사과에 대놓고 ‘나는 반댈세’하더니, 지난 10일,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사과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한 인사들이 모인 ‘문재인 정권 폭정 종식을 위한 정당, 시민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석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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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윤상현 무소속 의원과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정규재 팬앤드 마이크 대표 등이 모인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성토와 함께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한 데 모였다. 홍준표, 이재오, 김문수, 정규재 같은 인사들이야말로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여가 어데라고 와서 주인 노릇을 하고 있어!’하는 분들이었던 바, 주호영 원내대표가 여기 참석한 것을 두고 일부 언론은 국민의힘이 다시 극우와 손잡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주말에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사과문 초안을 흔쾌히 오케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두 전직 대통령을 대신해서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당이 정권을 잃고도 혁신을 못해 나라가 어려워졌다는 내용이라면 그 정도는 당연히 반성할 수 있다는 공감을 표했다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사과를 둘러싼 국민의힘 내외부의 갈등과 해소과정은 김 위원장의 당내 영향력 유지 여부를 넘어 자못 상징하는 바가 크다. 자타공인 대한민국 제1 보수야당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5. 아직도 모르는, 국민의 힘 

탄핵 국면에서 분열했다가 총선을 앞두고 가까스로 다시 합친 미래통합당은 여전히 ‘탄핵의 강’을 넘지 못하고 불씨를 남겨놓고 있었다. 총선 때문에 무리해서 한 집 살림을 차렸지만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자 황교안 당대표는 자진 사퇴했고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꾸려졌다. 뒤늦게 선대위원장으로 모셔온 김종인에게도 책임론이 전가되는 등 반발이 없지 않았으나 그땐 누구 하나 나서는 이를 찾기 힘들 정도였으므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탄핵이 오나 자유한국당을 지켰던 중진급 의원들은 짐짓 모른 척 그냥 넘어가는 식이었다. 공천탈락으로 무소속 출마 후 당선된 홍준표 의원 비롯한 당 외부의 네임드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면서 화려한 복귀를 꿈꾸었을 테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당내 분위기가 안정되자 안팎에서 기다렸다는 듯 김종인 체제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처음부터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중도층 공략에 성공하기를 기대하지도 바라지도 않았을 터. 당론을 모아 한 방향으로 추진해도 혁신이든 쇄신이든 될까 말까한데 시작부터 이 지경이었으니 김종인 할아버지(이분 할아버지는 진짜 레전드이긴 하지만;;;)가 와도 안 될 일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하겠다는 대국민 사과라는 게 그렇게 막 엄청나고 큰 논란을 일으킬 일이 아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항소와 상고 끝에 대법원의 판단까지 물어 유죄가 확정되었다. 선고된 형량을 미루어보아 죄가 그리 가볍지도 않다. 정치적 단죄가 아니라 사법적 판단으로 복역중이라는 말이다. 직전의 두 대통령이 나란히 수감되어 있는 상황에서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이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것을 두고 무슨 논란이 일고 이러는 게 더 의아하다. 일단 사과는 하고 나서 다시 표를 달라, 집권할 수 있게 해달라 하는 게 기본 예의 아닌가.

 

‘이미 사과할 만큼 했는데 몇 번이나 더 하라는 말이냐’, ‘김종인에게 무슨 대표성이 있다고 본인이 나서서 당 이름을 걸고 대국민 사과를 하냐’는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의 반대 의견도 기가 차다. 이미 여러 번 사과했는데 한 번 더 하면 없던 문제가 다시 생기나? 당대표가 없는 지금 국민의힘에 김종인 비대위원장보다 더 당을 대표할 만한 인물이 있나? 바깥에서 잠깐 비상대책 세우러 온 사람이 사과하는 게 마뜩잖으면 새누리당 시절 이명박 대통령 때부터 오래오래 국회의원 해드신 분들이 진작에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사과했으면 될 일 아니겠나.

 

‘뭘 자꾸 사과하냐. 지난 일을 왜 계속 들먹이냐. 그러다 지지층까지 실망해서 떨어져 나간다’ 이런 말들,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나. 저기 바다 건너 가까운 나라에 소위 애국보수라는 정치인들이 식민지 강제 징용과 위안부 문제를 놓고 노상 하는 말과 꽤나 닮았다.

 

이 타이밍에 국민의힘이 대국민 사과를 한다면 적어도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서울, 부산시장 보궐 선거나 향후 대선까지 내다봤을 때 손해볼 일은 아니다. 대통령 직무 수행지지율이나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져도 국민의힘으로 옮겨 붙지는 않는 이유가 오로지 국민의힘에 대한 비호감 때문이라는 걸 알 사람은 다 아는데 저분들만 모른다.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 국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면죄부를 준다거나, 박근혜 때나 지금이나 거기서 거기라거나, 오히려 지금이 더 안좋다고 생각하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국민의힘에는 그걸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분이 한둘이 아니다.

 

6. 배지냐, 당이냐 

물론, 그럴 수 있다. 재집권이고 뭐고 나는 여전히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분들이라면 그렇다. 그런 분들 입장에서는 죄가 없는데 왜 사과를 하냐는 주장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동의는 하지 않지만 어떻게 남의 생각을 막을 수 있겠나.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고 나발이고 다음 대선이고 나발이고 당장 다음 총선 때 내가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도 충분히 대국민 사과에 반대할 수 있다.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먹히는 방향이 그쪽이라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시민사회 운동하던 이재오를 불러놓고 ‘정치가 뭔줄 아나? 국회의원하는 거다’라고 했다는데 그분들 입장에서는 당장 배지 한 번 더 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일 수 있다. 그거 반대한다고 다음 대선에서 못 이길 것 같지도 않다는 자체 판단이 섰다면 더욱 격렬하게 반대해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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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비대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분들, 그럴 수 있다. 누군가와 원수를 지면 암만 옳은 일도 따라서 하기는 싫은 법이니까. 무소속 홍준표 의원, 얼른 복당해서 차기 대선 주자 행보를 해야하는데 그걸 김종인 위원장이 막고 있다. 김종인을 반대해야 본인이 산다.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배현진 의원이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향해 “무책임한 뜨내기의 변으로 들려 무수한 비아냥을 불러올 뿐”이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저격한 데에서는 흡사 일본을 꾸짖는 조선중앙TV 아나운서가 떠오를 지경이었다. 같은 아나운서 출신이라 통하는 부분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정치 3년차 초선의원이 자당 비대위원장을 그렇게 힐난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이 지점에서 홍준표 의원이 떠오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 와중에 앞서 언급한 주호영 원내대표의 행보는 또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무작정 김종인 비대위원장 편을 들기에는 본인 지역구와 당내 입지가 걱정되고 완전히 척을 지자니 TK의 맹주 자리를 놓고 다투는 홍준표 의원 손을 들어주는 격이 되기 때문. 원내대표라는 자리에 걸맞게 적당히 양쪽을 오가면서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데에 역할을 하는 모양새가 최선이었을 게다.

 

국민의힘이 수감된 두 전직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란 여전히 어려워보인다. 이를 보면서 누군가는 ‘쟤네들 아직 정신 못차렸다’며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문제는 문제다. 대한민국 제1보수야당이 수감된 두 전직 대통령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이성에 근거한 합리적인 판단이나 대단히 뚜렷한 사상과 이념의 지향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정치적 이해득실과 일부 지지자들에 대한 영향력 유지를 위함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명색이 법치국가의 보수정당이 사법부의 판단을 이렇게 쉽게 무시하고 모른 척하는 데에서는 더욱.

 

발표된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대국민 사과가 국민의힘 전체를 대표한 것이기를 바란다. 만약 그의 대국민 사과가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조롱거리가 된다면 그건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와 국민에게 불행한 일일 것이다. 유죄 선고를 받은 전직 대통령 당사자들도 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마당에 그들의 범법 행위에 피해를 본 국민들이 이름만 바꾼 과거 집권 여당의 제대로된 사과조차 받지 못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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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습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동시에 구속 상태에 있습니다.

저는 오늘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국가를 잘 이끌어가라는 공동경영의 책임과 의무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게 됩니다.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기도 합니다. 저희 당은 당시 집권 여당으로서 그러한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통치 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이 있습니다.

대통령을 잘 보필하려는 지지자들의 열망에도 제대로 보답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자리에 연연하며 야합했고, 역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지혜가 없었으며, 무엇보다 위기 앞에 하나 되지 못하고 분열을 했었습니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받아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하였으면, 국민을 하늘처럼 두려워하며 공구수성(恐懼修省)의 자세로 자숙해야 마땅했으나, 반성과 성찰의 마음가짐 또한 부족하였습니다.

그러한 구태의연함에 국민 여러분께서 느끼셨을 커다란 실망감에 대해서도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탄핵을 계기로 우리 정치가 더욱 성숙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했는데 민주와 법치가 오히려 퇴행한 작금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끼며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는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특정한 기업과 결탁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 과정의 편의를 봐준 혐의 등이 있습니다.

 또한 공적인 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한 죄상도 있었습니다. 국민과의 약속은 져버렸습니다.

다시는 우리 역사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겠습니다. 쌓여온 과거의 잘못과 허물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며, 정당을 뿌리부터 다시 만드는 개조와 인적 쇄신을 통해 거듭나겠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헌정사의 모든 대통령이 불행한 일을 겪었습니다. 외국으로 쫓겨나거나, 측근의 총탄에 맞거나, 포승줄에 묶여 법정에 서거나, 일가친척이 줄줄이 감옥에 가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우리나라 어떤 대통령도 온전한 결말을 맺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되어있습니다. 국가적으로도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런 모든 역사적 과정에 대해서도 오늘 이 기회를 빌려 반성하고 사죄하며, 우리 정치의 근본적 혁신의 방향을 모색하는 과제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몇 번의 선거를 통해 국민 여러분께서는 저희 당에게 준엄한 심판의 회초리를 들어주셨습니다.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며 언제나 반성하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아울러 정당정치의 양대 축이 무너지면 민주주의가 함께 무너진다는 각오로써, 국민의힘은 국민의 힘으로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민생과 경제에 대한 한층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준비하겠습니다.

이 작은 사죄의 말씀이 국민 여러분의 가슴에 맺혀있는 오랜 응어리를, 온전히 풀어드릴 수는 없겠지만, 다시 한 번 진심을 담아 고개 숙입니다. 저희가 이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용서를 구합니다.

 

2020년 12월 15일
국민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