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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12.금요일


신짱


 




딴지와 진중권 교수가 만났다.


 


사실 딴지와 진중권 교수와의 만남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인터넷, 논객, 토론, 독설, 욕설, 유머, 똥침 등등 둘의 공통 단어 목록을 길게 늘어뜨릴 필요도 없이, 가장 최근의 상황만 놓고 볼 때도 그렇다. 


 


둘 모두, 본의 아닌 아이돌과 본의 아닌 정론지로 등극시켜 준 가카의 은덕에 필히 보답해야 할, 가카의 성은을 입은 자들이 아니던가.


 


본지의 정론지 등극과정이야 독자제위께서 더 잘 아실 터, 진교수 역시 지난 2년간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대한민국 최초의 지식인 아이돌로 등극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여기서 진교수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로 ‘아이돌’이란 표현에 시비를 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트위터에 가입하자마자 수천명의 팔로워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이돌’이라 지칭 받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지식인 이전에, 계급장 떼고 진흙탕 속으로 뛰어들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키보드워리어의 원조로서, 그의 지나온 행적 상당수는 대한민국의 초특급 이슈들과 중첩된다. 때로는 대중과 싸우고 때로는 대중과 한편이 되며 극단적인 호불호의 상징적 존재가 되어 버린 논객 진중권.


 


일당백의 놀라운 기동성과 화력으로 자신의 수많은 안티마저 팬으로 돌려버린 진중권의 최근 활약상이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벌어진 몇몇 유쾌하지 못한 소극까지.


 


저열한 쥐새끼들이 벌인 유치한 소극의 내막은 솔직히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다. 그냥 이 모든 과정을 비슷하게 겪어온,(아, 글고보니 딴지에게는 아직 직접적인 탄압의 손길은 미치지 않았다.) 딴지와 진중권의 생각보다 짧은 인연이 의외였을뿐.


 


진교수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고, 그가 흔쾌히 받아들여 인터뷰가 성사됐다. 공교롭게도 그는 3월 중순경 3년 예정으로 출국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내에서의 마지막 인터뷰가 될 공산이 크다. 인터뷰는 특별한 이슈를 중심으로 하기 보다 출국 전 편안한 분위기의 뒷담화 같은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기왕 (외국) 나가시는 김에 화끈하게 질러주고 나가주십사 하는 인터뷰 전의 요청이 얼마나 반영되었는가는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인터뷰는 3월 3일 오후 1시경 홍대 앞 카페에서 이루어졌으며, 찍사로 죽지않는돌고래님이 동행했다.


 













 




신짱 - 오늘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에 진선생님 관련된 사안들이 제대로 하려면 엄청나게 많습니다. 최근 이슈만 하더라도... 한예종, 변듣보 건도 있고 그런 것들은 많이 나오기도 했고, 저도 좀 지겹습니다.


 


진중권 - 하도 달려드니까... 귀찮게 만드는 거지. 내가 걔(변희재) 명예훼손해서 뭐해 도대체. 이해가 안가는 거야.(웃음)


 


신짱 - 그 건 관련해서는 저번에 딴지에서도 한윤형씨가 진빠 1호를 자처하면서 채변검사 를 했습니다. 그정도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이런 겁니다. 딴지일보가, 딴지뿐 아니라 인터넷 매체 상당수가 그럴텐데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작가와 독자간의 갭이 과거보다 크지 않은 것 같거든요. 진교수님의 경우 지식인중에서 그런 부분에서 선두주자인 것 같구여. 실제로 키보드워리어의 원조라는 평도 있고요. 키보드워리어라던가 논객에 있어서 현재 본의 아니게 아이돌의 위치에 계십니다. 그래서 오늘 인터뷰 주제는 아이돌 중권입니다.


 


진중권 - 아이구 이런... 


 


신짱 - 본인이 외모는 몰라도 뇌주름은 자신있다고 말씀하신 적도...(웃음)


 


진중권 - 아니 남들이 그렇게 얘기한다는 거지. 아니 내 어딜 보고 그러느냐고 했더니...


 


딴지일보


 


신짱 - 딴지일보와의 인연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시죠?


 


진중권 - 그게 언제야 그게...


 


신짱 - 오기 전에 제가 출력해 오려고 했는데, 딴지 디비에 뭐가 있는지는 며느리도 몰라요. 그게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더라구요. 제 기억엔 '음경반전지음'이란 제목으로 조선일보 관련해서 '좃 디비지는 소리'라고 일갈했던 글을 쓰셨는데, 혹시 기억하십니까?


 


진중권 - 쓰다 만 것 같은데요. 하다가 말았던가 왜 그랬지?


 


신짱 - 시리즈이긴 한데 제 기억에 두 편인가...


 


진중권 - 예 그런 거 같아요.



진중권이 딴지에 쓴 <음경반전지음>, 이 원고 확보하고 계신 분은 신고 바란다.


 


신짱 - 최근에 딴지 보셨습니까?


 


진중권 - 최근에 봤지요. 근데 뭐 봤더라 뭘 봤는데 기억이 안나네.


 


신짱 - 아무튼 뭔가를 보긴 보셨겠지요?(웃음) 예전에도 많이 보셨죠?


 


진중권 - 예전에 많이 봤지요.


 


신짱 - 키보드워리어 원조이자 비평가이시도 하시고 독자이기도 하고 작가이기도 하신데, 딴지 평가 좀 해주세요. 들어가기 전에 사상 검증부터.


 


진중권 - 아니 그걸 왜 나한테 평가를 하라고... (웃음) 얼마 전에 들어보니까 유일하게 정론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신짱 - 고종석씨가 그랬죠.


 


진중권 - 고종석씨가 그랬던가. 지금 뭐 언론 자체가 무슨 북조선 같아졌어요. 분위기가. 옛날에 3공 때 박정희 때, 전두환 초기 때 언론 분위기랑 상당히 비슷해요. 그러니까 엠비 찬양 이런 거 있자나요. kbs도 그렇고...


 


신짱 - 최근에는 경향신문이랑 오마이뉴스가 <삼성을 생각한다> 그 건 때문에 말이 많더군요. 저희도 그런 고민 좀 해봤으면 좋겠어요. 근데 삼성이 광고를 해줘야 뭐...(웃음)


 


진중권 - 경향신문은 모르겠어요. 경향은 그런 게 있을지 모르겠는데 오마이뉴스는 아마 그런 게 있을 거예요. 오마이뉴스 경우는 나도 글을 쓰다 짤려요. 가끔 그쪽 변호사가 보고 이건 문제가 있다 이건 안 실린다 여러번 있었거든요. 아마 그런 차원이었을 것 같아요. 근데 이게 알거 다 아는 사람에게는 삼성이니까 이상한 거잖아요. 나 같은 경우 삼성이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경우에도 여러 번 그런 적 있어요. 변호사가 와서 이거 표현이 문제가 될 것 같다. 나는 그런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잘 모르겠어요. 경향의 경우 삼성의 눈치를 본 것 같아요. 오마이뉴스는 아닌 것 같고.


 


근황


 


신짱 - 그렇군요. 간단한 근황 좀 말씀해주시죠. 3월 중순경에 출국하신다고 하셨는데요.


 


진중권 - 일단은 어차피 나가기로 되어 있었던 건데... 원래 올해 나가기로 되어 있었어요. 계획을 그렇게 해놨는데 중대에서 갑자기 짤라버리자나요. 아놔 황당해서. 이 자식들 한 학기만 기다리면 알아서 나갈 사람을(웃음). 좀 애매모호했죠. 난 어차피 나갈 사람인데 애들이 뭘 또 해임 부당하다 이러니까 난 중간에 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애매모호함이 있어서 애들이 뛰는데, 싸우는데 내가 몸 실어주기도 뭐하고 이게 대단한 직도 아니고... 나 같은 경우는 중대에서 뭐랄까 자기들이 도와달라고 해서 나는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간 거거든요. 근데 갑자기 시혜를 베푼 것처럼 하면 난 황당하지. 나 같은 경우 안된다 그러길래 어우 알았다 그냥 관뒀거든요. 그런건데 갑자기 일이 이렇게 되니까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었죠. 애들이 아마 나한테 실망한 부분도 있을 거에요. 같이 싸워주고 그래야 하는데 내가 안 나서고 그런 거에 대해서.


 




그래서 원래 나가려고 되어 있었던 거니까 필리핀 가서 어학을 좀 들을려구여. 영어를 좀 해볼까 회화를... 한예종에 있을 때 국제심포지움을 했는데 그때 인터뷰를 내가 조직했거든요. 영어로 모든 자료를 다 하고 영어문답 다 만들고 녹취 파일을 열여섯개를 풀었어요. 열여섯시간을 다 풀고 나니까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들리더라구여. 두달 지나니까 다시 안들렸지만(웃음). 그때 불편했던 게 그래도 말을 좀 할 줄 알았으면 좀 더 인터뷰를 잘했었을텐데... 태어나서 외국사람하고 말 해본 게 처음이었거든요. 어쨌든 인터뷰 다 했고 녹취 다 풀었고 책까지 냈고 머 되긴 되더라구요. 하니까.


 


신짱 - 독일어는 잘 하시잖아요.


 


진중권 - 네. 그런데 영어는 해본 적이 없잖아요. 처음 했는데 조금만 내가 영어를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서요. 이제 그런 기회도 많아지니까요. 외국 사람 만날 일도 많아지고.


 


신짱 - 그럼 이번에 가시는 거는 영어공부 겸 비행기...


 


진중권 - 네 겸사겸사죠. 세스나를 타게 되면 관제탑하고 교신을 해야 되는데 영어로 해야 되거든요. 근데 영어는 독해 문법 번역은 다 하지만 말하는 거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잖아요. 회화를 좀 배우려고...


 


신짱 - 책도 쓰신다고 들었는데...


 


진중권 - 가서 책도 쓰구여.


 


신짱 - 책은 미학관련 책이신가요?


 


진중권 - 미술사 2 이런거 써야죠. 서양미술사2.


 


신짱 - 그러면 가셔서 언제쯤 다시 오실 계획인가요?


 


진중권 - 모르겠어요. 한 3년 잡고 가요.


 


신짱 - 어우 굉장히 오래 갔다 오시네요.


 


진중권 - 네. 필리핀에서 3년 가 있을지 돌아다닐지 잘 모르겠고. 모르겠어요. 필리핀에서 살아보고 괜찮으면 아예 그냥...


 


신짱 - 근데 3년이란 시간이 참 공교롭네요(웃음)


 


진중권 - 아니 얘덜이 너무 귀찮게 하니까(웃음)


 


신짱 - 독자 입장에서 제일 궁금한 게 아이돌로서 진중권님의 무기는 그 외모도 외모지만 글이신데 외국 나가셔도 한국 상황 관련 글은 쓰실 생각이신지요?


 


진중권 - 아마 그러지 않을까. 인터넷만 되면 어느 환경에서든.


 


신짱 - 아 글까지 끊는 건 아니시군요.


 


진중권 - 아니 내가 여기 있으면 몸이 피곤하거든요. 애덜이 계속 뭐 걸고 뭐 걸고 하여튼 이번에 검찰에서 또 항소를 했더라구여. 쉽게 말해 귀찮게 굴겠다는 얘기라구여. 끝까지 잡아서 물고 늘어져서 귀찮게 굴겠다. 내가 몸이 여기 있으면 피곤한 일이 벌어질 것 같아요. 소송만 해도 몇 개냐 그거 사람 잡거든요. 왜냐 거기 가야되니까. 경찰 가야지 검찰 가야지 법원 가야지 그게 한두번입니까. 계속 스트레스 받아야 되구 법원에서 편지 받는 것도 결코 유쾌한 체험은 아니거든요.


 




신짱 - 원래 계획이 있었다고는 하나, 구체화 된 건  현재 한국에서의 피곤한 상황과도 관련이 있는 거겠네요.


 


진중권 - 네 그렇죠.


 


신짱 - 근데 나가서 쓰시게 되면 다른 측면에서는 더 좀 마음 편하게, 시원하게 쓰실 수도 있겠네요.


 


진중권 - 그렇죠. 그럴 수도 있죠. 나가면 지들이 어쩔 거야(웃음). 아예 비자를 얻어 나갈까 그런 생각도 있고...


 


신짱 - 근황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한예종이니 변듣보니 소송 관련해서 간단하게 정리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진중권 - 아우 얘기하기도 싫어요 피곤해요. 변듣보 이건 관심도 없고 내가 걔 명예훼손을 해서 얻는 게 도대체 뭐가 있어(웃음)


 


大衆


 


신짱 - 하하. 네. 알겠습니다. 근황은 이정도로 하고요. 전에 직접 쓰신 바도 있고 지식인은 대중과 각을 세울 수 밖에 없는 게 숙명인데요. 언젠가부터 본의 아니게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 지식인이 되셨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94년인가요 그때 <미학 오딧세이> 때부터 진선생님의 이름을 알고 있는데 지금처럼 지지를 받는 모습은 처음인 것 같아요. 질문 많이 받으셨겠지만 소회가 어떠신지? 느낌이 묘하실 거 같은데요.


 


진중권 - 때로는 지지를 받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건 본질적인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고 결과적으로 어떨 때는 지지를 받는 거고 어떨 때는 배척을 받는 거고 그런 것이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커다란 소회가 있거나 하진 않아요.


 


신짱 -  굉장히 비평가적 태도로 말씀하시는데요. 맞는 말씀이긴 하지만 내가 이성적으로 아는 것과 실제로 겪었을 때 느낌이 다를 수 있지 않을까요?


 


진중권 - 글쎄요. 지금은 대중들이 답답해 하는 것 같아요. 자기들 입을 막았으니까 누군가 속시원하게 얘기해 주어야 하는데 그걸 내가 대신 해주니까 거기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감정이 투사되고 그런 역할을 내가 하는 거죠. 쉽게 말해 지금의 내 역할은 예전 탈춤판의 말뚝이 같은 역할, 양반들 신랄하게 풍자하고 비판하고 뭐 이러면서 서민들의 카타르시스... 그 정도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해요.


 


신짱 - 제가 그 질문 드린 이유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서 지지를 받을 수도 있고 안 받을 수도 있다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사람이다보니 칭찬을 받고 지지를 받다보면 일종의 다른 의미에서 자기검열이 올 수 있지 않을까요? 평소 같으면 꼭지가 돌아서 나서야 할 사안인데 대충 상황이 보이잖아요. 아 이거 또 나가자니 귀찮을 수 있고... 


 


진중권 - 아 그런 건 없어요. 그런 거 다 따져가지고 논조를 바꾸거나 할말을 안 하거나 그건 내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웃음)


 


신짱 - 자신 있게 말씀하시네요. 논조의 변화는 아니더라도 침묵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잖아요?


 


진중권 - 글쎄요. 침묵하면 시간이 없거나 관심이 없어서 침묵하는 거지 특별히 이건 내가 침묵해야 겠다 이런 건 없는 것 같아요.


 


지난번 오마이뉴스의 삼성 건 같은 건 내가 알겠거든. 뭔지 대충. 경향신문은 그런 거지만 오마이뉴스는 아닌 것 같다 생각이 드니까 가만히 있는 거지.


 


신짱 -  제가 볼 때 최근의 글들은 딱히 논쟁적인 글 보다는 주로 반 이명박에 집중된 글들이 많다는 느낌이 들어서 여쭤본 거였습니다.


 


진중권 - 지금은 일단 화력이 딸리니까. 저 사람들은 언론이란 걸 다 막아놓고 있어요. 지금 있다고 해봐야 기껏해야 경향 한겨레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정도 남았고, 전체언론은 연합뉴스부터 해서 KBS 심지어 MBC도 슬슬 바뀌고 SBS에다 조중동에다 문화일보 국민일보 세계일보 이거 완전 무슨 뭐랄까 거의 뭐 북조선 언론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럴 때 각을 세워 주는 건 필요하다고 봐요. 그것만 가지고 모든 게 된다고 생각하진 않고 머 어떤 사람은 까는 것만 가지고 부족하다 머 대안이 필요하다 맞아요 하지만 까는 것도 필요해요.(웃음) 쉽게 말해 깐다고 해서 대안을 만들지 말라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항상 하는 말도 대안은 필요하다 씽크탱크 만들자 라고 얘기하는 거죠.


 




문제는 뭐냐면 그것만 갖고 되는 게 아니고 시각을 조직해 주는 것도 중요하니까. 예컨대 특정 사안에 대해서 가령 이번 세종시 관련해서 국민투표를 한다는둥 만다는둥 이런 특정사안에 대해 어떻게 봐야 하나 시각을 조직해주는 작업도 필요하거든요. 저 사람들이 왜 저렇게 세종시 갖고 난리를 치는지 왜 아직까지 포기를 못하고 있나, 그런 분석이라던가 그것도 여전히 필요한 작업이라 생각해요.


 


짜증나는 게 그런 사람이에요. 뭐 그거 갖고 안된다 누가 된다고 그랬어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런 부족한 부분을 채우란 말이야. 근데 또 메타비평으로 가잖아요. 나는 그런 태도가 짜증나거든요. 해라! 씹든지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던지 둘 중 하나만 해라. 평론하지 말란 말이죠


 


신짱 - 말씀하시는 동안 다음 질문이 어느 정도 나왔네요. 이런 시각도 있지 않습니까? 일부 진보진영 일각에서 얘기하는 반엠비 전선의 한계랄까 이런 부분들...


 


진중권 - 한계는 있죠 분명히. 그런데 한계가 있다고 해서 만능이 있는 것도 아니란 거죠. 그 한계는 한계대로 있는 거고 그게 의미가 없다는 거는 아니란 겁니다.


 


신짱 - 한계는 한계대로 있는 거고 화력은 화력대로 가자.


 


진중권 - 그렇죠. 싸울 때는 싸우는 거지. 예를 들어 여러 가지 싸움이 있을 수 있잖아요. 특정한 경제정책을 놓고는 민주당과 진보신당이 대립할 수 있지만 어떤 특정사안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진보신당이 같이 갈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그때그때 사안에 따라 하는 거지.


 


문제가 되는 것은 반엠비 속에서 모든 차이를 묻어버리고 그냥 민주당으로 가자 이런 건 문제고, 또 그 반대세력은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과의 연대가 필요 없다 둘다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양쪽 다.


 


신짱 - 본인의 개인적인 견해는 없으십니까. 현재 느슨한 반엠비전선...


 


진중권 - 있죠. 지금 이미 반엠비전선이란 게 있잖아요. 그게 뭐 조직체로서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심정적으로 이미 존재하고 지방선거가 되면 구체적으로 선거전략으로 구체화될텐데 그런 걸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거기에 모든 걸 묻어가지고 자기반성 안하고 간다거나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신짱 - 보다 구체적인 견해가 없을까요? 예컨대 반엠비전선의 한계가 있다 이 부분에 동의하시는 부분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따로 대안을 세우거나 논의과정 중에 있어서 어떤 좀더 구체화된 분석이 있을 수 있을까 반엠비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진중권 - 반엠비만으로 해결이 안되니까 제가 진보신당에 있죠(웃음)


 


신짱 -  제가 여쭤보고 싶은 거는 굳이 민주당이 아니라 진보신당인 이유는 무엇이냐 그 질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진중권 -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거죠. 민주당 또 엠비식으로 가고 있자나요. 자기들끼리 얘기하길 분배를 하다 실패를 했다는둥 거꾸로 된 진단을 내리고 있잖아요. 한나라당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으니까 그런 식이라면 한나라당 찍지 왜 민주당 찍겠어요. 지금 민주당이 아직도 그러고 있거든요. 그런게 문제가 되지 않느냐 이런 생각이 있죠. 그렇기 때문에 반엠비 전선해서 민주당 아래로 모두가 뭉쳐라 이런 건 좀 아닌 것 같단 생각이죠.


 


다만 유시민씨가 조금 곤란할 거에요 아마. 왜냐면 자기가 옛날에 우리한테 그랬거든요 그땐 민노당이었는데 민노당 찍으면 사표된다 얘기했는데 지금 자기는 국민참여당? 3번 찍으면 사표된다는 얘기 아니에요.


 


신짱 - 네. 처음에 대중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어쩌다 정치 얘기까지 넘어왔네요. 다시 처음 주제로 돌아가겠습니다. 전에 한국의 인터넷 문화가 굉장히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이유를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와 관련된 문제로 진단하셨는데 일종의 문화지체현상으로 분석하셨죠. 


 


진중권 - 네. 문화지체현상이다라기 보다는... 문화지체현상이란 건 아마도 서구를 중심으로 놓고 보면 그렇게 얘기할 수 있겠죠. 모든 나라가 서구를 따라갈 것이다라는 전제 하에. 물론 그런 측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는 각각 다른 근대들이 있는 것 같아요. 서구적 근대 한국적 근대 일본적 근대. 근대가 다 다르고 쉽게 말하면 인터넷이란 게 구술문화거든요. 대화체고. 내가 볼 때 서구에서는 문자문화가 발달했는데 서구 역시 구술문화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 그걸 잘 보여주는 게 트위터인 것 같아요. 트위터 같은 게 전형적인 구술문화죠.


 


제가 늘 그랬거든요. 어차피 서구사람들도 구술문화였다가 문자문화였다가 또다시 영상의 구술문화거든요. 인터넷매체가 그렇다보니 분명히 서구에서도 그런 흐름이 나타날 것이다 이렇게 봤어요. 근데 딱 보니까 트위터가 그렇더라구요. 우리나라의 싸이월드 같은 게 미국 같은 데서는 안 됐자나요. 그것도 그때는 안됐을지 몰라도... 이 트위터 같은게 독특한 변형이잖아요. 그쪽도 이제 구술문화에 가까워 지는 거죠.


 


그런 면에서, 전에 일본사람들이 한국에 왔을 때 그 문제를 계속 역사적 후진성으로 얘기하는 것 같더라구여. 한국의 인터넷 문화의 특성을... 그래서 내가 그랬죠. 맞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사람들은 당신들의 과거이자 미래다 이렇게 말했어요.


 




죽지않는돌고래 - 멋있다+_+b


 


신짱 - 전에 이창동 감독님이었나요. 어느 인터뷰에서인가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대중들이 예전에는 자기들이 이해를 못하거나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으면 무시하거나 모른 척 했는데, 요즘에는 자기가 이해를 못하면 화를 낸답니다.


 


진중권 - 그렇죠.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어요. 대중들이 배워야 할 필요가 있어요. 대중들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게 자기가 무식하다는 걸 인정해야 되요. 그걸 인정을 안 할 경우가 문제가 되는 거거든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자기 분야 넘어가면 무식한 건 다 마찬가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 분야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생각을 해야 되는데 이 사람들이 어떤 식이냐면 모든 게 소비문화 비슷하게 흐르면서... 이거예요 내가 소비자다 생각을 해요. 니가 왜 나한테 싸가지 없게 구느냐 이런 식. 이런 틀이 있다 보니 황당하다는 거죠.                                 
       


전문가와 대중의 관계가 어떤 면에서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잖아요. 근데 이 사람들이 문화 자체에 상업주의가 들어오니까 모든 문화상품에 대해서 뭐라고 요구를 하냐면 나는 소비자고 너희들은 공급자니까 소비자한테 서비스해야 되지 않느냐 이런 식이라는 거예요. 황당해 진다는 거죠. 이게 섞여버리면서. 근데 이건 범주 오류인 거 같아요. 카테고리 미스테이크.


 


예컨대 영화를 보면서, 아니 극장에 환기시설이 왜 이따위야,  좌석이 왜 이따위야, 예약시스템이 말이 안돼, 이런 거 갖고 항의를 할 수는 있지만, 아니 영화 내용이 우리한테 맞아야 된다고 요구할 수는 없다는 거죠. 예컨대 <디워> 때 문제도 그런거잖아요. 우리를 무시했다느니 이런 얘기를 하고.


 


그러니까 이런 문제가 있는 겁니다. 영화관객이 항의할 수 있는 건 좌석이 왜 이렇게 후지냐 등등등 예약 시스템이 뭐가 잘못됐다 등등등 이런 건 항의할 수 있죠. 그건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니까. 근데 컨텐츠의 내용을 자기들 머리 수준에 맞추라고 할 수는 없거든요. 근데 많은 경우에 그런 문제예요. 좋게 보면 대중들의 자발성이 늘어났다는 건데 문제는 그 방향 자체가 잘못됐다는 거죠. 카테고리 미스테이크, 범주 오류라고 봅니다.


 


자기 권리주장을 할 영역이 어딘가, 자기가 겸허히 따라야 할 부분이 어딘가... 평론가라는 사람들은 아무리 봐도 자기보다 더 많은 영화를 봤고 자기들 하는 얘기 그 수준 다 너머에 있거든요. 그들의 견해를 받아들이든 안 받아들이든 경청할 필요가 있고 얘기하게 놔둘 필요는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자기들 견해에 맞추려고 하다 보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죠.



키보드 워리어 진중권


 


진중권의 인터넷 활약상은 아는 사람들에게는 전설처럼 전해져 오는 이야기이지만, 의외로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딴지에서 본좌오딧세이 스타편을 연재한 바 있는 한윤형님이 이를 깔끔하게 정리한 글이 있어 소개한다. 제목은 [지존 키워 진중권의 전투일지]


 


신짱 - 많은 분들의 기억 속에는 키보드워리어로서의 진중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근성과 인내력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의식적인 노력인가요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는 건가요?


 


진중권 - 히딩크가 한국에 첨 왔을 때 뭐라고 그랬어요? 뭐가 문제라고 그랬어요? 기억나세요?


 


신짱 - 체력이 약하다...


 


진중권 - 기술 얘기 안하고 체력 얘기했죠. 제가 항상 이야기 하는 게 키보드워리어가 되기 위해선 체력이다.


 


일동 개공감.


 


진중권 - 누가 마지막 말을 쓰느냐. 근성과 체력이 가장 중요한 거다. 그렇게 얘기하는 거죠. 상대를 가리거나 그러는 게 아니라 끝까지 붙어서... 압박축구라고 하잖아요. 그 기본 스킬이 체력이다.


 




신짱 - 인터넷에서는 논리가 세다고 해서 이기는 게 아니잖아요. 일대다로 붙을 경우에 감당도 안 되고 말도 안 통하고...


 


진중권 - 일대다로 했을 때도 이기는 방법이 있어요.


 


신짱 - 비법 좀 알려주시죠


 


진중권 - 예전에는 게시판 문화였잖아요. 게시판에서는 항상 논의를 주도하라는 거예요. 난 절대 남의 글 밑에다가 답글 안 달아요. 내가 바로 일반글을 써요. 밑에 답글이 달리게 만들죠. 어떤 넘이 얘길 했는데 거기다 답글을 다는 게 아니라 제목을 아예 누구봐라 이러면 걔가 답글을 달거든요. 그러면 그 밑으로 좌악 달려요. 몇 대만 톡톡 쳐주면 몇 번만 답글을 달아주면 밑으로 주욱 답글이 달리기 시작하죠. 돋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막 떠들게 놔둔 다음에 나는 새로운 라운드를 딱 치죠. 그럼 밑으로 쫘악 달리고 이렇게 되면 혼자서도 몇천명과 놀 수가 있죠. 주도권을 딱 잡는 방법이 있어요.


 


신짱 - 근데 이게 소위 인터넷 용어로 네임드만 가능한 전략 아닌가요. 어디 듣보잡이 그런거 한다고 해서 관심 끄는 거 아니잖아요?


 


진중권 - 아니 그걸 끌고 갈 수 있어요. 자기가 잘 하면 잘만 구사하면. 물론 기본 스킬은 있어야겠죠. 말도 안 되는 글을 올려놓으면 사람들이 열어보질 않을테니까. 기본적인 실력만 있으면 주도를 하는 거죠. 거의 드리블 하는 거예요. 동네꼬마들 다 쫓아오게.


 


신짱 - 이것도 근성에 해당되는 얘기일 수 있겠는데요. 진교수님이 또 유명한 게 글쟁이로서 엄청난 다산이시거든요. 책도 엄청 내셨고 강연에다 라디오 나오시고 토론회 나오시고 그러면서 인터넷에 글도 많이 쓰시고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요?


 


진중권 - 다산까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일년에 책을 두 권 정도를 내요. 적을 때는 한권이고 많을 때는 두 권. 이런 거죠. 책을 작정하고 쓴다기 보다 썼던 글을 모아서 내는 경우가 많으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중복되는 거고 그렇게 하는 거지 그 모든 걸 다 어떻게 해요.


 


신짱 - 잘 쓰시는 걸로도 인정 받으시지만, 사안이 생겼을 경우에 그 스피드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는데요.


 


진중권 - 글을 둘로 나눠요. 하나는 뭐냐면 오프라인으로 나가서 책이 될 글과 하나는 인터넷에서 날려 버리는 글이 있거든요. 오프라인으로 나가는 것은 일시적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야 되요. 꽤 시간이 흘러도 읽힐 수 있는 글이구 온라인으로 날리는 글은 순간적인 거죠. 요 때가 지나면 맛이 떨어지는, 의미가 떨어지는 글로 나뉘죠.


 


대개는 잡지 연재가 되면 그걸 묶어서 약간 가공해서 책으로 나가는 방식이죠. 쉽게 말하면 여러번 하는 게 아니라 잡지에 글을 기고할 때도 염두에 두어야 해요. 책이 될 수 있다라는 거 전체적인 스키마를 딱 생각해서 이게 어디 꼭지에 들어간다던가 하다보면 뭐 신문기고랑 책 내는 작업이 하나가 되는 거죠. 또하나는 인터넷에 날리는 거고.


 


신짱 - 많이 읽으셔야 할 것 같은데, 정보취합은 어떻게 하십니까?


 


진중권 - 인터넷 서핑하면 되죠. 대개 어떤 사안에 대해서 네이버로 검색하면 기사들이 다 뜨자나요. 딱 보면 견해, 스펙트럼들 나오고 보수 진보 다 보면 어떤 사안인지가 파악이 되요. 거기서 입장을 정하고 포인트를 정하는 거에요. 요걸 봐야 한다 포인트를 봐야 한다. 그걸 조명을 하는 그런 글들을 쓰죠.


 


신짱 - 이 기회에 정보 찾고 취합하실 때 본인의 즐겨찾기 목록이라고 할까, 그런 거 있으면 공개해 주시죠.


 


진중권 - 많진 않아요. 한겨레, 오마이뉴스, 경향, 프레시안 딱 그 정도예요.


 


신짱 - 딱 신문만 보시나요?


 


진중권 - 신문 딱 보고. 네이버검색. 그거 하면 온갖 신문들 기사 뜨자나요. 그렇게만 봐요. 조중동별로 따로 들어가진 않고 조중동은 기사검색에서 걸릴 때만 보고. 어떤 특정한 사안이다 하면 모든 걸 다 봐야 하거든요. 조중동 문화일보 아니면 매경부터 다 쭉 보게되면  어떤 사태인지가 짐작이 되요.


 


신짱 - 뉴스를 볼 때는 그 정도로 되는데 진교수님 글 보면 인터넷 유행어라던가 그런 흐름들을 잘 캐치하시던데요. 따로 활동하시거나 들어가는 커뮤니티가 있으신가요?


 


진중권 - 그런거는 디씨에 들어가서. 요즘은 많이 안 들어가는데 가끔 들어가서 눈팅하고 애덜이 어떤 용어를 많이 쓰느냐 맘에 드는 용어들, 듣보잡도 사실 거기에서 온 것 같은데 디씨에서 본거 같고. 그런 용어를 빌리는 거죠. 나도 대충 감이 있기 때문에 새로 듣는 말이라 해도 구십 퍼센트 정도는 알아 듣거든요. 근데 츤데레 이런 건 나도 잘 모르겠더라구요(웃음) 그래서 검색해 봤더니 아 츤츤하다 데레데레하다의 합성어이고 뭐 등등 어떤 캐릭터를 말한다는 것쯤 알고.. 왜냐하면 제가 일본만화 많이 읽고 그런 세대가 아니잖아요.


 


신짱 - 전에 촛불집회 당시 진중권 모에화 버전이라고 네티즌이 그린 그림 보셨나요?


 


진중권 - 못봤어요.


 


신짱 - 그 왜 칼리티비에 찍혔자나요 왜 때려요 왜 때려요 하시던...


 


진중권 - 아 포로리 머 이런 거 봤어요. 그니까 그런 거 내가 잘 모르잖아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무슨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더라구요.


 



바로 이 그림. 이래서 아이돌 중권이란 소리가...


 


아 그리고 낚시질도... 내가 낚시질의 원조에요.


 


신짱 - 네. 그 얘긴 유명하죠. 예전 조독마(조선일보 독자마당) 시절에..


 


진중권 - 낚시를 뭘로 했냐 김대중 욕하는 걸로 했어요. 제목에 김대중 욕을 하면 개떼같이 열어보거든요. 오늘은 몇 마리나 걸렸을까. 그 담에 "밑에 이 글 열어보지 마세여" 라고 글을 달아요. 그렇게 딱 해놓은 다음에 본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어볼 수 밖에 없는 게 너희들의 운명이야" 뭐 이런 식...(웃음)


 


안티조선 운동이 한창일 당시, 진중권이 홀홀단신으로 적들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조선일보 독자마당에 팀투하여 도장깨기를 시전할 때의 얘기다. 결국 네티즌들의 추대로 조선일보 밤의 주필로 취임하게 된 진중권은 희대에 남을 명 취임사를 남긴다. 다음은 전문. 다시 봐도 재미있지만 많이 봐서 지겨우신 분들은 패스하시라.


 


[취임사]조선일보"밤의주필"직을 수락하며



친애하는 밤의 독자 여러분,


 


저를 조선일보 주필로 추천하시는 독자 여러분의 글을 읽고, 오늘 본인은 본인의 향후 거취를 놓고 깊이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른 분이 저를 또한 민주노동당 의원 후보로 추천하셨기 때문입니다.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끝없이 되뇌며, 주필이냐, 국회의원이냐의 두 갈래 길 앞에서 고뇌한 끝에, 본인은 이 밤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정치인의 꿈을 접고 다수 독자의 요청대로 조선일보 "밤의 주필" 직을 기꺼이 수락하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내 일신의 안녕 만을 위한다면 봉급 한 푼 못 받는 이 명예직을 수락할 수 없었겠지만, 이미 공인 아닌 공인이 된 몸으로서 대한민국 언론의 장래를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위기의 시대에 역사가 제 어깨에 지운 이 짐을 떠맡기로, 본인은 이 아름다운 밤 위대한 결단을 내렸던 것입니다.


 


이 결심을 내리고 난 지금, 제 눈앞에는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걸어야 했던 형극의 길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있습니다. 오로지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 게시판에 수모를 당한 것이 기해며, 오로지 진리를 말한다는 이유로 모욕을 당한 것이 기해며, 오로지 올곧게 처신한다는 이유만으로 갖은 협박을 받은 것이 또 기해였습니까? 그러나 그 모진 겨울의 추위를 견디는 인동초처럼 꿋꿋이 참고 견디고 인내한 결과, 저는 오늘날 조독마 최고 조회수를 자랑하는 논객의 자리에 오르고, 그 성취를 인정받아 드디어 사주의 임명을 받지 않은, 조선일보 최초의 민선 주필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던 것입니다. 옛말에 인내는 쓰나 그 과실은 달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과실의 달콤함을 맛보는 것도 잠시, 저는 다시 밤의 주필로서 제 앞의 펼쳐질 또 다른 형극의 길을 개척할 각오를 새로이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조독마의 밤의 기자 여러분, 그리고 밤의 독자 여러분. 지금 조선일보는 심각한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사주의 탈세와 비리의 수준이 천문학적 액수에 이르고, 언론인으로서 주필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으면, 기자들은 이미 오래 전에 사주 일가의 친위대로 전락해 버린 현실입니다. 다른 한편 기고거부 운동과 구독거부 운동, 검찰과 방송의 협공을 받아 난공불락의 조선일보 80년사는 바야흐로 결정적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국면입니다. 지금 조선일보에게 닥친 이 위기를 가져온 것은 누구겠습니까? 바로 무능하고 탐욕스런 소유주, 부패하고 교활한 논설위원, 아부 밖에 모르는 기자들, 바로 그들이 오늘의 위기를 자초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것을 일러 옛 성현은 가로되 '자업자득'이라 하였고, 불가에서는 이를 '인과응보'라 일러왔으며, 라이프니츠는 원인 없는 결과 없다는 '충족이유율'로 설명해 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물론 영리한 민중들은 이를 '고거 쌤통'이라 불러왔던 것입니다.


 


내우회환의 위기를 맞아 뿌리채 흔들리는 조선을 굳건히 세우려면, 부정부패, 허위왜곡, 권언유착 등 이제까지 조선일보가 해온 모든 악행을 중단하고, 이제부터라도 오직 한 길, 정론의 길을 걷는 참된 언론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 저의 인식이자 또한 조선일보를 사랑하는 독자들 대다수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것이 부족한 저를 조선일보의 주필로 추천하신 여러분들의 뜻이었으리라 혜량합니다. 그리하여 아직 사주일가의 지배에서 자유롭지 못한 조선일보를 구하고자, 사주가 잠자는 야간에나마 "밤의 주필"로서 조선일보를 올바른 언론의 길 위에 올려놓고자, 여러 모로 부족한 저이지만, 여러분들의 요청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오늘 이 자리에 여러분 앞에 서게 된 것입니다.


 


주필의 직을 수락하면서 본인은 여러분 앞에 조선일보 개혁을 위한 몇 가지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동시에 민선주필로서의 제가 여러분에게 드리는 공약이기도 합니다. 첫째, 밤의 주필은 조선일보의 고질적인 문제, 즉 독자의 지적 수준의 저하를 막는 데에 온 힘을 다해 노력할 것임을 엄숙히 서약합니다. 둘째, 밤의 주필은 낮의 주필과 반대로 우리 사회의 합리적 소통을 가로막는 지역감정과 레드 컴플렉스 조장 발언을 추방하는 데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맹세합니다. 셋째, 밤의 주필은 제 할 말만 일방적으로 했던 저 거만한 낮의 주필과 달리 인터넷 공간의 interactivity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 독자 여러분과 민주적 소통, 21세기형 최첨단 현대적 소통의 문화를 만들어나갈 것임을 천명하는 바입니다.


 


아울러 본인은 이 자리를 빌어 낮의 주필과 도덕적으로도 선명한 차별의 선을 긋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낮의 주필과는 달리 적어도 돈 문제에 관해서만은 철저하게 투명성을 유지할 것을 약속드리는 바입니다. 그 징표로 지금 현재 본인이 '한빛은행' 계좌 및 아내가 모르는 '국민은행' 비밀계좌, 도합 두 개의 계좌를 갖고 있음을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공개해 두는 바입니다. 현재 제 명의로 된 부동산으로는 아직 국세청에 신고할 것이 없으며, 현금은 한빛은행 계좌에 생활비 5백만원, 국민은행 비밀계좌에 유흥비 200만원, 유가증권은 지금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한겨레신문이 증자를 하거나, 재벌 개혁을 위한 소액주주 운동에 참여하게 될 경우 향후 주식을 몇 주 구입할지는 모르나, 소유와 편집의 분리를 위해 조선일보 주식은 앞으로 단 한 주도 보유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해 둡니다.   


 


그리고 제 취임에 즈음하여 우리 조선일보가 우리 민족과 국민과 독자 여러분께 지고 있던 빚을 과감하게 청산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우리 조선일보에 늘 바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 중의 가장 큰 것이 바로 과거행적에 대한 사과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하여 저는 이 자리를 빌어 조선일보의 친일 행적, 독재 찬양, 그리고 그 동안 수없이 많이 저질러졌던 허위, 왜곡, 과장, 축소 보도에 대해 조국과 민족과 국민과 독자 여러분들 앞에 겸허히 고개 숙여 사죄를 드리는 바입니다.


 


방사장이 잠자는 밤에나마 우리 조선일보가 올바른 언론의 길을 걷기 위해서, 독자제현께서는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조선일보의 밤의 기자 여러분, 주필이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주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으십시오. 조선일보 밤의 독자 여러분, 조선이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선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으십시오. 참고로 주필의 글에 클릭하는 것은 애국적 독자의 가장 초보적이고 기초적이며 기본적인 의무인 것입니다.


 


언론개혁의 염원으로 뜨거운 이 여름밤에 저는 밤의 주필로서 조선일보의 제2창간을 선언하는 바입니다. 독자들의 질정과 성원에 힘입어 조선일보가 마침내 참된 언론으로 다시 태어나기 시작한 이 밤, 참으로 아름다운 밤, 감격스러운 밤입니다. 별 하나에 신문 한 부, 별 둘 에 신문 두 부, 별 셋에 신문 세 부, 저 가증스런 낮의 조선일보의 부수가 저 하늘의 별만큼 떨어져 나가기를 바라는 이 순간, 아, 별이 바람에 스치웁니다. 근데 밤참은 드셨는지요? 감사합니다. 


 


신짱 - 인정하시는 논객이라던가 그런 분들 있나요?


 


진중권 - 유시민 씨 잘하죠.


 


신짱 - 글 쓰는 거랑 말 하는 거랑 다를텐데 지금 유시민 씨 말씀하시는 거는 토론회 때 말씀하시는 거죠?


 


진중권 - 다르죠 글과 말이. 글 쓰는 걸로 워리어라고 하면 옛날 강준만 선생님. 근데 강준만 선생 말은 아닌 것 같아요 잘 안 나오잖아요. 말을 하게 되면 오히려 손해 보는 스타일인 것 같고. 말 하면 역시 유시민씨. 글은 좀 별론데 말하거나 이런 거 잘하죠.


 


신짱 - 핵심 포인트를 잘 잡는 건가요, 상대의 약점을 잘 캐치한다는 건가요. 평가를 하신다면?


 


진중권 - 그냥 화술이 좋아요. 일반적으로 정확하게 보고.


 


신짱 - 조금만 구체적으로 갔으면 좋겠는데요. 예컨대 노회찬씨 같은 경우 비유법을 잘 쓴다 머 쉬운 언어로 얘길 한다 이런 식...


 


진중권 - 노회찬씨 같은 경우 이 사람은 노동운동을 했잖아요. 옆집 아저씨랑 구별이 안 되요. 엘리트란 생각이 안 들잖아요. 철공소에서 이 사람 뭐했죠? 그거 용접 용접하는 아저씨에요. 가장 어려운 얘기를 가장 서민적인 언어로 얘기할 수 있는 능력 그게 노회찬씨 능력이죠. 불판 갈아주세요 이런 것도 굉장히 일상적인 비유법. 그냥 훌륭한 문학적 비유라는 것 보다 서민의 삶에 녹아들어있는 비유예요. 


 


이 사람이 그걸 얘기할 때는 굉장히 엘리트적인 인식들이 들어가 있을 것 아니에요. 한국정치에 대한 인식부터 온갖 것들... 그런데 이런 게 후까시가 안 느껴지잖아요. 그냥 녹아들어 있잖아요. 먹물티가 안나고. 이렇게 하는 게 노회찬씨 스타일이죠.


 


유시민 같은 경우는 그렇게 서민적인 느낌은 안 나죠. 딱 독일유학파라는 느낌 들거든요. 약간 그런 식이에요. 약간 서구적인 세련미를 풍기고 싶어 하는 그런 게 있어요. 예전에 백바지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그게 녹색당 애들이 하던 것이거든요.


 


신짱 - 네티즌들이 이런 말 많이 하죠. 백분토론 드림팀 한번 구성하자. 진중권, 전원책, 노회찬, 유시민, 전여옥 등등. 외국 가시니까 현실적으로 힘들겠지만 혹시나 그런 기회가 있다면 하실 의향 있으세요?


 


진중권 - 다음 정권에서요. 이번 정권에서 아마 힘들 거예요. 요즘 토론 프로 다 죽었잖아요. 요번 정권 들어서 죽은 게 뭐냐면 토론프로에요. 지금 토론프로 보면 저게 무슨...


 


신짱 - 재미가 없죠


 


진중권 - 토론이냐 싶고 SBS야 원래 그렇다 치고 KBS니 MBC니 이게 무슨 3공도 아니고 5공 때 딱 그랬거든요.


 


아마 토론주제로 저게 적당하지 않을까요. 토론프로 다 죽었다. 이게 무슨 오공이냐. 진짜토론이 다 사라졌어요.


 


신짱 - 그동안 키워 생활 하시면서 이른바 도장깨기라고 해야 할까요? 월장, 조선일보, 이명원 사건, 황우석 사건, 디워 등등 한국의 인터넷 역사에 있어서 굵직굵직한 사건에는 거의 참여하셨는데요. 언젠가 인터뷰에서 가장 힘들고 충격적인 경험으로 황우석 사건을 들었던 게 기억이 납니다. 그거 포함해도 되구여. 키워생활을 반추해봤을 때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사건이나 기억이 있으신가요?


 


진중권 - 글쎄요.


 


신짱 - 역시 황우석 건이 제일 컸나요?


 


진중권 - 황우석 때가 제일 쎘고 제일 어처구니 없었던 건 월장 사태였어요. 그 소위 남자란 놈들이 토론회에 한놈도 안 나오고 말이야(웃음)  한명도 못 나온거야


 


신짱 - 그때 대한민국 진병장이 출동했었죠.


 


진중권 - 그때 어떤 또라이가 있더라구여. 해병대 또라이가 메일을 보내왔는데 이새끼 저새끼 죽일새끼. 욕을 바가지로 해가지고... 근데 나중에 어디서 헛소문을 들었나봐요. 진중권도 해병이다 소문을 들었나봐. 아침에 일을 보러 나왔는데 갑자기 필승!! 선배님 제가 선배님을 몰라 뵙고 블라블라 이러더니 선배님 부산 오신다고 들었는데 부산 오시면 제 엉덩이에 불이 나도록 빠따를 맞겠습니다. 그러더니 이상 용무 마치고 돌아갑니다 필승!! 그런 일도 있었어요. 아마 누가 그랬나봐 진중권도 알고 보니 해병이야.


 


신짱 - 혹시 그거는 기억하시나요. 게시판이든 메일이든 단일 사안으로 가장 많은 욕을 먹은 사건 혹은 글이라던가. 


 


진중권 - 사실 욕 메일은 월장 때 제일 많이 왔어요. 전국의 예비역들이 다 덤벼가지고 공수부대부터 UDT까지. 대검 들고 찾아오겠다는둥. 나두 안 지잖아. 나두 욕을 바가지로 해주거든. 내가 그 대검으로 마 뺐어서 니 배를 갈라서 내장을 관물을 해버릴꺼야 그랬더니 찍소리 못해.(웃음)


 




욕은 온갖 것 다하거든요. 생물학적인 것부터 해서 물리학적인 욕까지. 황토색 짙은 욕부터 국방색 짙은 욕까지 모든 걸 내가 다 구사할 수 있는데 이것들이..


 


심지어 현피하자는 넘들도 있어요. 나와 이 자식아 그럼 대답이 없어. 몇월 몇일에 여의도 어디로 나와 딱 그 다음에 대답이 없어.


 


신짱 - 하하. 키보드워리어 관련해서 마지막 질문입니다. 딴지일보 독자들 역시 독자이기 이전에 스스로 전투에 참여하는 워리어들입니다. 워리어가 되기 위한 스킬과 내공이 하루이틀에 될게 아니겠습니다만 이 기회에 한두가지만 풀어주시죠. 근성 이야기는 아까 나왔는데 좀더 쉽게 갈 수 있는 걸로.


 


진중권 - 아까 얘기했듯 가장 중요한 게 체력이고 항상 리드를 해라. 리드를 하고 그 다음에 본의 아니게 답변을 한다 할지라도 답변은 짧게 가라. 항상 새로운 문제제기를 해라. 그들이 내 문제제기로 따라오게 만들어라. 그래서 계속 끌고 가면 되는 거에요. 흥분하지 말고. 욕을 한다 할지라도 흥분하지 말라.


 


신짱 - 욕은 할지언정 흥분하지 마라


 


진중권 - 아니 상대가 욕을 해도 절대로 흥분하지 말아라. 그 다음에 그들이 흥분하게 만들어라 욕을 하게 만들어라. 슬쩍 긁는 게 있거든요. 똑같은 말이라도 약간 긁어줘야 되요. 그럼 저쪽에서 흥분해서 감정모드로 흐르게 되고 그때부터는 이제 갖고 노는 거죠.


 


신짱 - 나중에 책 내셔도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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