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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중순. 방학이었지만 대학교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던 나는, 제한 시간을 모두 채우고 집으로 떠나게 되었다. 이미 대구에서 지역 전파가 벌어진 뒤였고, 대전에 몇 명이 나왔느니, 충주(마이스윗홈)에 몇 명이 나왔느니 하면서 벌벌 떨던 때였다. 그때, 사무실을 떠나며 나는 친한 직원분에게 이렇게 인사했다.

 

“쌤, 2주 뒤에 살아서 만나요. 그런데 2주 뒤에 올 수 있을까요?”

 

그때는 몰랐다. 그 뒤로 2번의 학기를 모두 집에서 채우게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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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

 

지난 ‘서른 살, 고졸입니다만’(링크) 기사를 연재한 후, 어느덧 2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2학년 2학기를 마쳤다. 학교에서 보낸 일 년은 정말 재밌었다. 과탑도 하고(엣헴), 논문 대회에서 상도 타고, 동아리 생활도 하고, (혼자만의) 썸도 탔다. 꿈꾸던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그럭저럭 제법 잔재미 넘치는 대학 생활을 보냈다. 대학 생활이 노잼이었다면, 딴지에 기사를 더 많이 냈을 테다.

 

그러나 서른 한 살, 뭔가에 쫓기는 나이에 보내는 대학 생활은, ‘그저 시간을 때우고’ 지나가 버렸다.

 

돌려줘요, 내 등록금

 

사실, 개강 연기 공지가 떴을 때만 해도, 그래도 ‘중간고사는 학교에서 볼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아마 교수님들도 그랬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전환된 온라인 수업은 엉망진창이었다. 조악한 음질과 ppt 몇 장을 읽는 수준의 강의가 올라오면서, “지금은 이렇지만, 곧 오프라인으로 전환되면 제대로 진행하겠습니다.”라는 교수님들의 멘트가 수업마다 줄을 이었다. 교수님들도 알았다. 자기 강의가 엉망진창이라는걸.

 

교수님들만 탓할 순 없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상황에서, 한 학기를 통째로 비대면으로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특정한 시점에서 대면 수업으로 전환할 것인가 하는 논의가 학생, 교수, 교직원 내외부에서 끊임없이 벌어졌다. 학교에서는 2주에 한 번씩 비대면 연기 공지를 띄웠고,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질수록 학생들의 불만들도 쌓여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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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 학기를 통째로 비대면으로 진행한다는 결정이 내려진 것은 4월 중순, 중간고사를 2주 앞둔 시점이었다. 솔직히 누구도 비난하기 힘들다. 한국이 여타 다른 국가처럼 셧다운 할 정도로 심각한 시점에 이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여러 대학에서 종종 확진자 소식이 나왔지만, 그럭저럭 잘 관리되는 듯싶었다. 백신은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는 뉴스가 종종 올라왔지만, 워낙 잘 관리되는 상황 덕분에 ‘행복 회로’를 계속해서 돌리게 하였다.

 

비로소 그제서야 언택트 시대의 대학 생활은 현실이 되었다.

 

그렇다고 강의 퀄리티가 급 올랐다고는 할 수 없다. 온라인 강의는 결국 크게 두 가지의 플랫폼에서 이루어진다. 주로 ppt를 읽는 형식의 강의를 녹화해서 학교 사이트에 올리거나, ZOOM(화상 통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시간 강의를 하거나.

 

전자의 경우는 수업 집중도가 최악에 가깝다. 고백하건대, 지난 1년은 ASMR이나 수면 다큐, 수면 명상 영상들 없이도 잠들 수 있었다. 이게 다 김 모 교수님과 정 모 교수님의 훌륭한 강의 덕분이다. 침대에 벌러덩 누워 강의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교수님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꿀잠. 이것이 하루의 마감이었다.

 

불교학 전공을 택한 나는 2학기에 9개 강의, 23학점을 들었다. 비교과 프로그램은 총 5개를 수강했고, 토익도 했다. 예전 같았으면 헤르미온느도 울고 갈 시간표였겠지만, 이게 다 가능했던 건 언택트 시대의 뜻밖의 개이득 덕분이랄까.

 

그나마 줌 수업은 집중도가 좀 높은 편이지만, 그것도 교수자가 어떻게 운영하냐에 따라 다르다. 특히, 어학 수업은 실시간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는데(온라인 녹화 강의로 진행됐던 1학기 산스크리트어 수업을 들었어도 나는 산스크리트어를 쓰는 문자인 데바나가리를 다 읽지 못했다. 2학기 줌 수업을 통해서 그나마 까막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모 교수님은 소프트웨어 조작능력이 미숙해 기술적인 실수를 수업 때마다 저질렀다. 수업 시간이 2시간인데, 30분을 그런 식으로 날린다고 생각해보라. 공부 안 하는 학생이라도 시비 걸기 딱 좋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교수님의 분투를 보는 것은 한편으로 안쓰럽고, 한편으로 화딱지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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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

 

상황이 이 지경이니, 몇몇 대학에서는 등록금 반환 운동이 시작되었다. 우리 학교야 어차피 3.0만 넘으면 등록금이 전액 공짜인 개꿀 학교라서 무관한 이야기지만, 그 주장과 취지에 전국의 대학생들이 공감했다. 고작 이런 수준의 강의를 들으려고 비싼 등록금 낸 것이 아니니까. 물론, 대부분 대학은 그러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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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나루TV 캡쳐>

 

 

몇몇 교수님은 유튜브 라이브와 같은 플랫폼을 시도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쉬운 것이 아니었다. 요즘은 교수님들이 직접 출결을 체크해도 학교가 믿지 않는다. 꼭 출결 시스템과 병행해야만 한다. 결국,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은 출결 체크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도입할 수 없다’라는 반대에 부딪혀 새로운 시도들은 무산되었다. 타 대학의 용기 있는 교수님들이 혁신적인 시도로 학생들의 집중력을 끌어올렸던 것이 한없이 부러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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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폭탄, 순발력 테스트, 그리고 학점은 거들 뿐

 

다수의 교수님은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나름대로 이런저런 시도도 해보고, 생전 안 써보던 장비들을 구매해서 설치하기도 했다. 특히, 얼리어답터 성향의 교수님들은 그래도 스트리머 뺨치는 퀄리티의 강의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는데, 반면 평생 문사철(문학, 사학, 철학)만 공부하던 교수님들에게 그런 거, 과도한 요구일 수 있다.

 

게다가, 정해진 수업 시간(ex - 3시간짜리 강의)을 녹화 또는 실시간으로 다 진행하지 못할 경우, 반드시 과제를 내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왔다. 녹화 강의든, 실시간 화상 강의든,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나 집중도는 대면 강의의 반도 못 한다. 모든 시간을 교수님들이 혼자 떠들어야 하니, 강의 시간의 반을 뻘소리로 채워도 3시간을 다 못 채우게 된다. 결국, 모든 강의에 매주 과제가 붙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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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과제 폭탄, 극악의 강의 퀄리티, 그리고 하늘에 뿌려진 등록금만큼 실성한 학생들은 이제 이전과는 다른 대학생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한다. ‘어차피 조진 대학 생활, 학점이나 많이 챙기자’라는 마인드가 성행했다. 그저 녹화를 틀어놓기만 하면 될 뿐인 강의였으니, 최다 수강 학점을 신청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시험도 마찬가지였다.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 도입, 또는 노트북과 핸드폰으로 줌을 켜서 얼굴, 손, 시험지가 보이게 하는 실시간 시험 등 다양한 장치들이 등장했지만, 인간은 늘 답을 찾아내지 않던가. 단톡방 답안 유출 사건 이 뉴스로 다뤄지기도 했는데, 그 사건은 전국에서 암암리, 점 단위로 벌어진 부정행위에 비교하면 새 발의 피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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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수를 써도 부정행위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에 체념한 교수들은 이제 ‘오픈북 테스트’를 고안했다. 그런데 그 방법이 좀 기상천외한데, 줌을 통해 10초 정도 문제를 오픈한 뒤, 30초 정도의 답안 풀이 시간을 주는 유형이다. 문제를 읽을 시간도 부족했다는 학생들이 속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냐가 아니라, 얼마나 성실하게 컨닝 페이퍼를 준비해서 순발력 있게 받아쓰는가가 성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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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어려운 상황에서 애쓰는 학생들을 위해 ‘학점 퍼주기’도 장려되었다. 강의, 시험, 과제의 퀄리티, 그리고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하향됐는데, 학점은 상향 평준화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대학 입장에서도, 학생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등록금 반환을 유야무야 넘기기 위해선 그거라도 해야 했을 것이다.

 

이런 방식에 완벽히 적응한 학생들은, 아예 2021년도 비대면으로 진행하자는 얘기도 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진출을 노리는 학우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 전공이고 교양이고 학점이고 무슨 소용인가, 합격 한 방이면 다 되는걸. 그런 생각에 전혀 동의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예끼 이놈! 하면서 훈수할 수도 없는 시대이다.

 

생존이 먼저다

 

비록 소소하지만, 나에게도 캠퍼스 라이프가 있었다. 나의 소중한 1000cc 모닝이에 학우들을 태워, 공주 공산성의 야경을 보러 가던 때도, 코인 노래방에서 <술이 문제야>를 듀엣으로 부르던 때도, 아름다운 계룡산의 단풍을 관람하던 때도 있었다. 2021년엔 단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던 일이다. 이게 뭔 유치한 아쉬움인가 하는 분도 있겠지만, 대학 생활의 핵심은 원래 수업보다 노는 거 아니겠나.

 

단순히 노는 것만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학교 신문사에는 신입생이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아(다른 동아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10명 가까이 참여하던 학교 신문을 3~4명이 발행하는 사태가 1년 가까이 벌어졌다. 솔직히, 탈주하고 싶다. 학생의 대표기구인 학생회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학교에서 학생회장 후보가 나오지 않아 인수위가 구성되거나, 매우 적은 인력으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마도 이 사태가 내년에도 지속되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전국의 많은 동아리가 폐동하게 될 것이다.

 

동아리뿐만 아니라, 해외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준비하던 학생들은 인생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다. 한 학우는 일본 교환학생, 공익을 포함한 플랜을 세우고 그에 맞춰 학점 관리를 했는데, 일본 교환학생이 취소되면서 반백수와 다름없는 1년을 보내야만 했다. 대만으로의 교환학생이 결정됐던 학우는, 해외 입국자 봉쇄를 결정한 대만의 조치 때문에 비행기 티켓을 비롯한 모든 준비 절차를 취소해야 했다. 그 비용에 대한 학교 또는 대만학교 측의 보전은 전혀 없었다. 오로지 그 학우의 몫이었다. 철학 전공을 하는 또 다른 지인은, 뉴욕시립대라는 명문 대학에 합격했으나, 한 해를 내내 한국에서 수업을 받았다. 그는 10시에 일어나 새벽 내내 수업을 듣는, ‘뉴요커 in 선릉동’ 라이프로 석사과정의 반을 마쳤다.

 

캠퍼스의 상징, 대학 축제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학생회비를 두고 둘러싼 논란의 많은 대학에서 벌어졌다. 비싼 등록금과 학생회비가 불꽃놀이 한 방에 사라지는 전통이 불가능해지자, 각 학교의 학생회는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지 골머리를 싸매게 된다. 학생회비를 반환하자니 차기 학생회에 부담이 되는 선례를 만들게 되고, 사용하자니 딱히 쓸 곳은 없고, 이관하자니 그러면 반환하는 것만 못하고. 올해 학생회장들은 뭘 해도 욕먹었을 것이다.

 

캠퍼스 라이프 대신, 학생들은 이제 각자 집에서 보내는 취미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이 주식투자다. 온갖 교내활동, 대외활동이 다 무산되고, 알바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고, 이따금 취직 소식이 들리긴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으니,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주식 얘기가 드문드문 올라온다. 사학/철학 복수 전공을 하는 내 지인도 얼마 전 1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부었다. 공부밖에 모르던 애가 매일 양봉과 음봉에 일희일비 중이다.

 

그래도 아예 수업과 시험을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한 학교의 학생들은 사정이 조금 더 나았을 수 있다. 가장 힘든 학생들은 지방에서 자취하면서, 시험이나 일부 과목은 대면으로 진행한 학교의 학생들이었다. 이 친구들은 방을 빼기도, 휴학을 하기도, 학점을 포기하기도 애매한 상황으로 내몰렸다. 깊은 논의를 이어가서 심사숙고해 내리는 결정들도 소수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급하게 내려진 조치들은 수많은 사각지대를 양산했다. 또 한 명의 학우는, 이러한 상황에 내몰리면서 부모님의 실직이라는 사태까지 겹쳤다. 결국 그는 학기 중반에 휴학계를 내고 노가다 현장으로 향했다.

 

교직원은 더 이상 꿀을 빨지 않는다 

 

누구든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지만, 학교 직원을 ‘꿀 빠는’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낮은 업무 강도, 안정적인 연봉, 사학 연금 등의 이유로 그렇다. 그러나 더 이상 아니다. 물론 학령인구 감소로 언젠가는 닥칠 일이었지만, 코로나는 그 시기를 10년 이상 앞당겼다.

 

한국의 많은 대학이 외국 유학생, 특히 중국인 유학생의 등록금에 의존하며 운영하고 있다. 적지 않은 대학이 어떻게든 중국인 학생을 유치하려고 애썼지만, 여러 사정으로 등록을 포기하거나 휴학 후 귀국한 학생들이 많아졌다.

 

중국 입국 금지를 외치는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부분이지만, 대학 하나가 무너지면 대학의 직원뿐 아니라 근처 상권이 모두 무너진다. 편의점 점장 시절, 자리가 너무 좋아서 내가 눈여겨보던 한 편의점은 대학이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근처에 거주하던 중국인 유학생마저 다 떠나자 폐업했다.

 

또한, 앞서 말했던 여러 가지 문제들로 등록을 포기하는 한국인 학생도 많아졌다. 가뜩이나 대학의 수를 줄이려는 교육부의 정책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방의 대학들은 이러한 상황이 1년만 더 이어지면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지금, 빚을 내서 운영하는 대학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당연히, 인력 감축도 벌어지고 있다. 요즘 대학, 특히 지방대학은 대학 평가에 통과하기 위해 전공 및 교양 수업은 물론이요, 온갖 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그래서 전담 인력을 채용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학생들의 참여가 급감했다. ‘인건비 따먹기’는 예산 절감을 할 때 가장 선행적으로 시행되는 조치다. 뉴스에는 그렇게 많이 뜨지 않지만, 내 주변의 학교 쌤들이 하나둘 학교를 떠나고 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백신이 나온 상황에서 이제 코로나 종식은 시간문제로 바뀌었다. 언젠가는 종식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걱정인 것은, ‘언택트 시대’라는 그럴싸한 이름 아래 감추어진 것들이다. 화상 실시간 강의,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수업. 이런 것들은 90년대에 상상은 했지만, 좀처럼 범용화되지 않던 것들이었다. 언택트 시대는 4차 산업혁명 어쩌구 AI 어쩌구를 통해 뭔가 쩌는 기술적 혁신을 하는 것처럼 이야기된다. 그러나 나는 언택트 시대가 낳은, 엉망진창으로 진행된 대학 교육 현장의 문제가 두렵다. 정리해보겠다.

 

1. 학생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수업이나 학점, 대학 생활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2000년대 중반에는, 대학 성적이 취직에 큰 영향을 주면서 학점에 목을 매는 상황이 종종 있었다. 시험의 변별력이나 공정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었고, 종종 학내 문제로 비화되곤 했다. 요즘의 대학생들은, 물론 성적은 중요하지만, 예전만큼 심각하고 처절한 것으로 느끼지 않는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채용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학교 성적보다 취업 준비에 보내는 시간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적당히, C나 F를 받지 않을 정도로만 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그나마 ‘대학 생활’이 대학 생활을 열심히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였는데, 코로나가 끊어버린 인간관계는 이제 각자도생의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인식의 변환을 이끌었다. 동아리, 학생회, 대외활동 같은 것들은 이제 대학 생활에 있어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게 되었다. 학생에게 있어 대학이 점점 존재 가치를 잃어간다.

 

2. 교직원의 실직 사태가 얼마 남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는 대학 교육 현장의 민낯을 완전히 드러냈다. 오프라인 상황에서 안구에 습기가 차오르는 강의를 하던 일부 교수들의 수준이 더욱 적나라하게 ‘뽀록’났다.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교수들은 학생들이 선택을 받지 못하여 폐강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또한, 올해 온갖 학회가 취소되면서 저조한 연구 실적을 낸 교수도 많다. 연구와 강의 둘 다 좋은 실적을 내지 못한 전임교수들은 내년 재임용 결과는 꽤 우울할 것이다.

 

3. 한국의 교육은 어디로 가는가

 

대학의 존재 가치가 급감하고, 대학의 재정마저 흔들리면서,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실력은 있으나 연줄이 없는 교수나 대학원생이 대학 내의 고질적인 의리, 친목, 파벌로 인해 먼저 쫓겨나는 상황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지금도 인문계의 위기니 이공계의 위기니 하면서 지난 10년 넘게 떠들었지만, 전망은 더욱 어둡다. 문사철 중심 대학에서 평가에 통과하기 위해,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홍보를 위해, AI 어쩌구를 어떻게든 접목해야만 하는 상황은 매우 상징적이다.

 

‘서울사이버대학을 다니고 내 인생이 달라졌다’라는 광고가 유머로 쓰일 때가 있었다. 존버는 승리한달까. 지난 1년간, 기존의 많은 대학이 서울사이버대학이 제공하는 대학 생활만큼도 못한 교육 공급을 했다. 오히려 더 깔끔하게, 더 고퀄로 제작된 서울사이버대학이나 K-MOOC, KMOC의 수업이 더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망이 너무 어두운가. 사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진행되던 것들이었고, 또 뾰족한 해법이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다만, 코로나 사태는 대학들이, 대학생들이, 교직원들이 잊고 있던, 혹은 외면했던 현실을 깨닫게 했다. 종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뿐이다.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만 겪었어도 더 희망찬 전망을 썼을 텐데, (혼자만의) 썸 이후로 흐콰한 탓이니 그러려니 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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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주

 

위 언더커버 대학생 필진은

혼자 썸 타느라 바쁜 와중에도,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역사라는 소스로 꽤 괜찮은 스토리텔링을 했다'

라는 평이 자자하다고

편집부에 근성 있게 주장하는 중인데,

아무튼 그렇단다.

 

마침 빡센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니

 한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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