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작년 12월 21일, 성공적으로 케이프 커너 배럴의 착륙장소에 재착륙한 스페이스X 팰컨9 FT 로켓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팰컨9R 버전1.1(Falcon 9 v1.1 reusable, 이하 버전 표기는 'v1.1'의 형식으로 함)로 여러차례 대서양의 바지선에 1단을 재착륙시키려던 시도가 실패했던 스페이스X는 작년 11월에 경쟁자인 제프 베조스(아마존닷컴 창업자)의 블루 오리진이 '뉴세퍼드' 로켓을 우주권까지 상승시켰다가 재착륙에 성공한데 자극 받아서 다분히 기획성이 가미된 이벤트성 재착륙을 하게 되었습니다.
1. 팰컨9-R과 팰컨9 FT(Full Thrust)의 비교
스페이스X의 우주발사체는 현재 멀린-1D 엔진을 사용하는 팰컨9 v1.1을 사용중입니다. 그리고 가장 값비싼 1단 부분을 재활용하기 위해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파리채 모양의 장치(그리드핀Grid-Fin)와 착륙용 랜딩기어를 갖춘 재활용(Reusable) 버전, 즉 F9-R(Falcon 9 v1.1 Reusable)로 실험을 해왔죠.
팰컨9-R의 1단 동체에 설치된 그리드핀, 초고속에서 자세제어에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주정거장에 보급품을 전달하는 미션이나,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로켓이 실어 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를 약간 줄인 대신 1단에 잔여연료를 남겨 재착륙에 쓰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만... 실험은 매번 실패했죠.
블루 오리진의 '뉴세퍼드' 재착륙 성공은 여러모로 스페이스X에게 자극이 되었을 겁니다. 또한 작년 6월 28일에 발사되었다가 공중폭발(팰컨9 v1.1 CRS-7)한 대실패 사례를 보여준 탓에 발사체 기술에 대한 신뢰성마저 깎였던 스페이스X는 그 모든 걸 한 방에 극복하기 위해 이번 이벤트를 연출했다고 여겨집니다.
이번에 발사된 Falcon 9 FT는 v1.2 라고도 합니다. 기존의 v1.1과 다른 점은,
- 멀린-1D 엔진은 그대로 사용하되, 엔진의 추력을 최대 17%까지 증강시켰음. (힘만 세지고 주행거리는 동일)
- 1단과 2단의 연료량을 미세하지만 약간 변경했음.
- 고작 172kg중량의 소형위성 11개를 800km고도의 LEO(지구저궤도)에 안착시켰음.
팰컨9 v1.1로켓이 최대 13톤을 실어 LEO라 불리는 185km 상공까지 진입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팰컨9 FT는 실제로는 고작 3~4톤만 실어 발사한 셈입니다. 탑재량을 줄인 대신에 1단에 더욱 많은 여분의 연료를 남겨서 포물선으로 날아가는 도중에 U턴해서 발사지점으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을 아낀 것이죠.
팰컨9 FT의 1단이 발사지점 인근에 U턴해서 재착륙하는 궤적
지난 팰컨9-R은 1단 로켓이 U턴하지 않고 그대로 포물선 궤도를 따라 관성낙하하여 대서양의 바지선에 착륙시도를 하곤 했습니다. 이 경우는 1단 로켓으로 U턴하는데는 연료가 필요하지 않아서 그나마 착륙감속하는 연료만 남기면 되므로 실어올리는 화물을 크게 줄이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이전에 팰컨9 v1.1이 대서양의 바지선에 착륙을 시도하던 궤적
스페이스X는 오는 1월 17일에 다시금 팰컨9-R을 이용해서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낸 후에 1단을 대서양의 바지선에 착륙시키는 실험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비슷한 실험을 한 번 더 한다는 거죠. 이걸 보면 팰컨9 FT는 역시 특별히 계획된 이벤트를 위한 변형로켓으로 보는 게 맞을 듯합니다. v1.2가 17일 쏠 v1.1에 비해 17% 강한 추력이었기에 더 낮은 추력의 로켓으로 착륙 실험을 성공하는 것 또한 새로운 도전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원래 로켓엔진의 스펙은 최대추력에서 조금 낮춰 표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주왕복선의 메인엔진도 표기된 최대추력보다 104.5% 수준의 추력으로 발사되었고, 유사시에는 109%까지 추력을 낼 수 있었습니다.
만약 팰컨9-R로 하는 재실험까지 성공한다면 스페이스X의 재활용 로켓 개발은 좀 더 높은 신뢰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죠. 재활용 로켓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회수성공률과 재활용횟수, 정비비용입니다. 스페이스X 측은 1단 로켓의 재활용횟수를 약 10회, 연료만 재급유시 회당 발사비용을 지금의 6,200만 불에 비해서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을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회수성공율이 낮아지거나, 재활용횟수가 줄어들면 재활용 안하는 게 더 경제적일 수도 있습니다.)
2. 팰컨9 FT 1단 재착륙 시뮬레이션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유일한(?) 로켓 시뮬레이션 도구인 Kerbal Space Program으로 재현을 해보겠습니다. (* 필자가 사용한 KSP는 실제 상황에 맞춰서 데이터를 따로 입력한 상태이므로 노멀 세팅과는 다릅니다.)
팰컨9 FT를 발사대에 세웠습니다. 전체 발사중량이 기존의 팰컨9-R에 비해 미세하게 증가했습니다만 싣고 있는 위성들의 무게에 대해서는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서 약 4톤으로 세팅한 상태입니다. 재착륙 기능이 없는 팰컨9-R에 비하면 3분의 1이 줄어든 적재중량이죠.
R(Reusable)버전과 일반 팰컨 로켓의 외관상 큰 차이점은 1단 상단의 그리드핀과 하단의 착지용 랜딩기어입니다.
가상 지구의 케이프 커너 배럴에서 발사합니다. 추력이 증강된 덕분에 초기 상승가속도가 더 빨라서 수월하게 이륙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팰컨9에 비해 가속도가 빨라서 음속 근처에 이르렀을 때 Max-Q(로켓에 구조적 최대 공압이 걸리는 시점)에 예상외로 빨리 도달해서 엔진의 추력을 살짝 낮추었다가 10여km 이상의 고도에서 음속을 돌파한 이후에 다시 추력을 최대로 올렸습니다. (실제로 스페이스X도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집니다만... 발표된 데이터는 없네요.)
발사 후 약 2분 30초경에 1단 연소를 종료하고 몇 초간에 걸쳐서 단분리-연결링분리-2단점화를 수행합니다. 원래 팰컨9-R의 1단 연소시간은 3분 가량이 됩니다. 이번에 발사된 팰컨9 FT는 연소시간을 줄여서 1단에 어느정도의 잔여연료를 남길 수 있었습니다. (대신에 1단 분리 후 2단이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해야 하므로 화물 운반 능력이 떨어지는 건 필연적이죠)
1단 분리시 로켓의 수평속도는 약 1,200m/sec 정도입니다. 이후 관성으로 상승하면서 속도가 약간 줄어들죠.
약 80km 고도에서 1단 분리를 실행한 후에 2단은 계속 연소하여 위성들을 고도 800km에서 위성속도인 7.6km/sec까지 가속하게 됩니다. 하지만 남은 1단은 기수방향을 반대로 돌리고 관성에 의해서 계속 상승합니다. 대기가 거의 없는 구간이므로 자세제어용 소형로켓인 RCS를 통해서 방향을 제어합니다.
팰컨9 FT의 1단은 예전에 실험되었던 팰컨9- (대서양 바지선에 착륙시도했던)에 비해 조금 더 많은 잔여연료를 갖고 있습니다. 2단을 분리하면 1단의 무게는 매우 가벼워집니다. 추력대중량비가 급증하고, 속도증분(델타V)도 역시 4,000m/sec에 이를 정도로 높아지게 되는 겁니다. 쉽게 말해 같은 중량에 더 많은 파워를 더 빠르게 전달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1단 로켓은 9개의 멀린-1D엔진 중에서 3개만 켜고 역추진을 하게 됩니다. 역추진하는 동안에 로켓은 여전히 상승곡선을 타고 있습니다.
위 그림에서 하얀선은 원래 팰컨9 FT의 1단 연소종료시 궤적입니다. 분리된 2단은 여전히 포물선을 따라서 대서양으로 향하고 있죠. (실제로는 2단은 계속 연소해서 위성궤도로 이동하게 됩니다. 여기서는 연소를 중단한 상태)
1단은 역추진+약간의 상승추진을 해서 궤도를 바꿉니다. 파란색선이 1단의 궤도가 변경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1단 로켓의 역추진 연소종료시 궤도입니다. 2단과 분리 되었을 시점에 1단 로켓은 대서양 방향으로 1,200m/sec의 수평가속도를 내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관성비행시 고도가 약 120~130km까지 상승할 예정, 분리시 고도는 80~90km) 분리는 되었지만 대서양 방향으로 내달리던 힘 때문에 그대로 딸려가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역추진을 하면서 1단 로켓의 도달고도는 160km까지 더 올라가게 되며 방향은 발사지점으로 완전히 역전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1단에 남아있던 잔여연료를 상당량을 써야 합니다. 만약 연료를 절약하고 싶으면 방향전환을 하지 않고 그대로 대서양으로 포물선을 따라 날아가서 약간의 연료만으로 착륙감속만 하면 되는 거죠.
관성의 힘으로 160km 고도까지 올라간 1단 로켓은 이제 자유낙하를 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우주선의 대기권 재진입시에는 속도가 마하 24~30에 이르기에 마찰열로 인해서 위험하지만 저 상태에서는 속도가 마하 4~5 정도에 불과해서 마찰열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팰컨9 FT 1단은 위성속도까지 가속한 게 아니라 수평속도를 극히 조금만 가속했기 때문이죠.
70km 고도까지 낙하할 무렵에 다시금 엔진 3개를 재점화합니다. 이무렵 1단이 지상으로 떨어지는 속도는 1,300m/sec 정도가 되지만 계속 감속해서 속도를 250m/sec 정도까지 낮추게 됩니다. 대기권 재진입 감속은 30~40km 정도에서 종료가 되며 1단은 다시금 관성으로 낙하하지만 성층권에 도달하면서 대기권에 의해 저항을 받으면서 더 이상 가속은 되지 않게 됩니다.
저렇게 대기권 고층부에서 감속을 하는 이유는 그대로 두면 계속 가속되어 마하 4~5가 넘는 상태로 대기권 저층부에 충돌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되면 위험하므로 1차 감속을 시행하는 겁니다.
성층권에 도달해서 지표면 가까이 내려올때까지 1단의 자유낙하속도는 최대 마하 2 가량이 됩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눈여겨 볼것은 1단 동체 상단에 파리채 모양의 장치, 그리드핀이 전개된 모습입니다. 그리드핀은 구.소련의 중장거리 미사일들이 공기역학적으로 방향을 제어하기 위해 사용하던 방향타입니다. 팰컨9-R의 1단은 대기권 내에서 그리드핀을 이용하여 착륙지점으로 향합니다.
대기권 저층부에 내려와서 대기저항을 받으면서 소닉붐을 보여주는 1단 로켓. 실제로 이번 실험에서 착륙지점 인근에는 "쾅~"하는 폭발음으로 여겨지는 소닉붐 현상을 겪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최종연소 직전의 속도는 음속을 가뿐히 넘긴 상태로 추정됩니다.
에... 스페이스X도 지난 실험에서 성공하기 전까지는 지상 근처에 이르러서 마지막 최종 착륙감속시 여러차례 실패했죠. 저도 실패했습니다. 동체를 제어하기가 힘들더군요. 최종 감속 타이밍에 엔진을 연소시켰지만 뒤집혀서 결국 지면에 충돌했습니다.
최종 감속 시에는 연료를 거의 모두 소모한 상태이므로 매우 가벼워져서 엔진 중에서 딱 한개만 점화하게 됩니다.
3. 결론
블루오리진의 뉴세퍼드 로켓은 팰컨9 로켓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형로켓입니다. 뉴세퍼드는 원래 몇명의 우주관광객을 태우고 수직으로만 상승해서 최고속도 마하 3 정도까지 이른 후에 연소중단, 그리고 관성으로 계속 상승해서 고도 100km 이상의 우주권에만 도달했다가 다시 수직으로 낙하하는 방식입니다.
포물선 궤도비행중에 수평속도까지 얻은 상태로 U턴하는 것은 수평속도의 2배만큼 속도를 늘려야 하므로 상당한 로켓의 추진력을 필요로 합니다. 반면에 수직낙하시 지상근처에서 감속하여 착륙하는 것은 제어기술만 충분하다면 추진력은 크게 소요되는 것이 아닙니다.
블루오리진의 뉴세퍼드 재착륙은 제어기술에서는 어느 정도 진전되었으나 로켓의 추진능력 면에서는 스페이스X의 팰컨9-R에 비하면 아직 크게 부족합니다. 최대 운반량이나 무게 면에서도 차이가 크죠. 하지만 둘 다 재활용을 목적으로 차근차근 개발되고 있고 향후 몇년안에 실용화 직전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두 회사의 경쟁을 지켜보는 재미가 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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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랑
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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