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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11.목요일


화성


 


세상 누구보다 샤우팅을 사랑하는 동혁이형이야. 오늘은 진짜 짜증이 곱빼기로 나서 이 형이 방송 때려칠 각오로 나왔어. 어차피 이거 시작 하면서 얼마 못 할 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빨리 짤리게 될지는 몰랐었는데, 무슨 방개련인가 반금련인가 하는 방송관련 단체에서 내 개그를 선동적 개그라고 했다나 어쨌다나. 그래서 오늘은 이왕 짤리는 거 그동안 방송이라 못했던 말들이라도 시원하게 샤우팅 하고 쫑 낼려고. 어느 장관은 성질 뻗친다고 쌍욕 해도 되고 힘없는 개그맨은 성질 뻗쳐도 바른말 고운말만 써야 되는 건 아니잖아. 개그맨이 무슨 우리말 지킴이야?


 



 


그리고 툭하면 우리나라 개그맨들 보고 개그의 수준이 낮네, 저질이네 하면서 손가락질 하는데 말야. 질 낮기로 치자면 높은 사람들이야말로 저질 중의 쌩양아치 저질이잖아. 국회의원 나리들은 만날 국민을 입에 달고 살지만, 실제 국회에서 하는 일이라곤 아이들 점심값 빼서 자기들 세비 올리고 보좌관 늘리는 일이나 하고, 대통령은 멀쩡한 경제를 살린다고 삽질만 해대고 있으니 그 꼴을 보고 있노라면 손발은 물론이고 불알까지 오그라들어서 정말 좀만해 해진다니까.


 


사실 형이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대통령의 의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뭐야. 다 알다시피 국가의 독립과 영토 보전의 의무잖아. 근데 그런 의무를 수행해야 할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 일본의 한 신문사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데 그 내용이 뭐냐면, 2008년 7월 한일 정상회담 자리에서 일본 수상이 자기네 교과서에 독도를 자기 영토인 다케시마로 표기하겠다고 하니까 우리나라 이명박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대. '지금은 곤란하니까 기다려달라고'. 그러니까 영토를 보존해야 할 대통령이 기다려주면 독도를 일본에 주겠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거지. 독도가 무슨 자기 별장이야? 맘대로 주고받고하게. 설마 대통령이 그랬겠어. 절대로 그럴리가 없는거지.


 


그래서 뜻있는 시민 1886명이 모여서 미친놈이 아닌 이상에야 그런 말을, 더구나 대통령이 그런 소리를 함부로 지껄였을리 없다며 해당 신문사인 요미우리를 상대로 소송을 냈어. 니들이 우리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해서 우리 국민들의 명예를 심하게 훼손시켰으니 거기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거였지. 그런데 문제는 얘네들이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에도 분명히 한일 양국 정상이 만나 회담을 하는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분명히 그런 말을 했다고 한거야.


 


게다가 자기들만 들은 게 아니고 아사히 신문사도 똑같이 듣고 비슷한 보도를 했기 때문에 확실하다는 거지. 요미우리만 그랬다면 걔네들 귓구멍이 쥐좃만해서 잘못 들은 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경쟁사 신문사까지도 그렇다니... 이거 잘못하다간 손해배상은 커녕 소송에서도 지고 국제적으로도 개쪽만 당할 수도 있게된 거지.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중대한 사안이 벌어졌는데도 당사자인 청와대는 물론 정부에서조차 별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거지. 오늘 보니까 청와대 김은혜 대변인이 '요미우리측 주장은 자신들의 보도를 합리화하기 위한 일종의 변명에 불과하므로 재론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나 봐. 청와대가 무슨 상조회사야? 묻지도 따지지도 않게. 말로만 그런 것도 아니고 정식 문서로까지 확실하다고 못을 박았는데, 무조건 오해라고, 사실무근인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브리핑만 하고 있다는 게 웃기는 일 아냐.


 


무슨 사기꾼 같은 잡범도 아니고 일국의 대통령을 상대로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신문에 보도하고 이제는 재판 증빙서류로 까지 제출을 했다면 최소한 정정보도 요청이라도 하고 외교부 채널을 통해서 공식적인 항의라도 하는게 당연한 수순일텐데 이게 도대체 뭐하자는 시츄에이션인지 모르겠어.


 


언론도 그래. 우리나라에 언론사는 국민일보하고 딴지일보, 그리고 경향신문 밖에 없는 거야? 왜 이 언론사에서만 보도하고 나머지는 모른 척하는 건데. 니들이 무슨 김소월이야. 왜 이 사건은 사뿐히 즈려밟아 휴지통에 구겨넣고 김길태 사건만 존나게 보도하는 거냐고. 김길태 잡은 건 형도 알아. 반경 300미터에 있었던 애를 몇천 명이 달라붙어서 보름만에 잡았지만 어쨌든 잘된 일이고 빅뉴스인 것도 알아. 하지만 그것 때문에 국가 원수가 일본의 일개 신문사로부터 모함을 받고 있는데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는 건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잖아. 다들 상식이 넘쳐나서 그 어렵다는 '언론고시'에 합격한 분들이 몰라서 그랬을리도 없고...


 



(3월 10일자 국민일보 기사야)


 


 



(경향신문 3월 11일자 칼럼이야. 딴지기사는 니들이 찾아서 봤으면 해)


 


KBS하고 SBS, 그리고 조중동련이야 원래 그렇다치고 왜 MBC 하고 자칭 진보라는 신문사들조차 꿀먹은 쥐새끼가 된 거야. 왜 찍찍거리지도 못하는 거냐고. MBC는 단신으로조차 보도하지 않았고, 한겨레는 그 흔한 사설이나 논평 한마디 없이 야당에서 뭐라고 했다는 식으로만 짤막하게 써 놨더라. 


 


그래 형도 모르는 바 아니야.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청와대에서 요미우리 신문 보도 논란에 대해 엄격하게 언론보도 통제를 했다는 얘기도 들었어. 이번에 찍히면 정부 광고 받기도 힘들고 청와대 출입하기도 힘들어 질 수도 있을거야. 아니 어쩌면 니들 나름대로도 적극적인 사실관계 파악에 나서지 않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들어서 그랬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이건 정말 아니잖아. 한 개인의 문제도 아니고 무슨 기업의 문제도 아닌 우리 국민 전체의 문제고 국가의 존립이 걸린 영토의 문제기 때문에 전쟁까지도 각오해야 할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해 봐. 일본 애들이 어떤 애들이야. 걔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우기면서 기다리라고 한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독도를 접수하겠다고 하면 어쩔거야? 또 나중에  울릉도는 물론이고 제주도도 여의도도 다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면 또 어쩔거야. 그때도 살인범 잡힌 뉴스로 도배를 하고 눈이 존나게 내렸으니 대중 교통 이용하라는 개소리나 하고 있을거야?  


 


정말이지 이건 아니잖아. 독도가 김장훈 개인의 땅인 거야? 아니면 반크 거야? 누구는 생업까지 제쳐두고 몇억씩 기부하면서 독도는 대한민국 땅이라고 해외 사이트에 홍보하고 광고까지 하면서 좆뺑이 치는데 왜 정치권과 언론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이런 큰일이 벌어져도 그렇게 태연할 수 있는 건지 난 정말 모르겠어.


 


혹시, 정말로 이명박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했다고 믿어서 그런거야?  아무리 설마가 사람 잡는다지만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일이잖아. 근데 왜 아무도 나서지 않는거야?  정말 아니라면 최소한 일본 대사라도 불러서 싸대기라도 한대 갈기든가, 그게  힘들다면 최소한 유감표명이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냐? 재발 방지를 위해서 노력하겠다는 형식적인 말이라도 한마디 들어야 하는 거 아냐? 윗대가리들이 썩어서 그렇다면 최소한 우리 국민들이라도 나서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일본 대사관 앞에서 촛불이라도 들어야야 하는 거 아니냐고. 


 


나 솔직히 이명박 대통령 존나 싫어해서 그사람한테 투표하지 않았어. 그사람 하는짓도 다 맘에 들지 않아서 물러나라고 촛불도 들었고 술자리에서도 존나 씹어댔어. 하지만 그렇다 해도 엄연한 우리나라 대통령이 다른 나라 일개 신문사한테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개무시당하는 건 참을 수가 없어. 그건 대통령만이 아니고 우리나라 국민 전체를 깔보고 얕봐서 그랬을 테니까. 그래서 열받아 죽을 것 같다고. 그런데 대통령을 호위하던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거야?


 



(이 용감무쌍한 아저씨들은 다 어디 간거야?)


 


빨아주고 핥아주던 신문사와 홍위병 역할을 하던 뉴라이트는 다 어디갔어? 방패와 곤봉으로 촛불을 때려잡던 사무라이 조는 그새 일본으로 튄거야? 무슨 일만 나면 쇠파이프와 가스통 들고 나오던 무슨 수호연합회랑 애국청년단, 그리고 어버이연합 어버이들은 벚꽃놀이 갈 준비하느라 다들 바쁜거야? 정말 그런거야?


 


앞에서도 밝혔지만 오늘은 이 형이 짜증이 몹시 나서 그냥 대본 준비도 안하고 나오는대로 지껄여봤어. 도저히 견디기 힘들어서 새벽까지 술도 마셨고... 그러니까 형이 한 말 중에 오해의 여지가 있더라도, 다소 횡설수설 했더라도, 저속한 단어와 저급한 표현이 좀 있더라도 그냥 넘어가 줬으면 해. 무슨 말을 하고싶었던 건지는 다들 알테니까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들어 달라고.


 


근데 말야. 오늘은 이 형이 좀 슬픈 거있지. 차마 방송에서 할 수 없었던 말들도 하고, 그 좋아하는 샤우팅도 실컷 했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막 아픈거야.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독도가 누구 땅이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 지 걱정도 되고... 당연히 우리 땅이라고 말했다가, '근데 왜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달라고 했어요?' 라고 물어보면 도대체 뭐라고 해야 하는 거야?


 




 좀 전에는 사이버 독도 사이트에 들어가봤는데 그냥 눈물까지 핑 돌더라구. 노래방 가서 노래 부를 때만 우리땅이라고 했지 뭐하나 한 것도 없는 형이 너무 미안하고 쪽팔려서 그랬나봐.


 


세상 사람들은 다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춤추는데 나만 병신같이 술처먹다 괜히 열받아서 개지랄 떤 거겠지? 아마, 아니 분명 그럴거야. 나보다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 나 또라이야. 그게 아니면 세상 사람들이 다 미친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