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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11.목요일


펜더


 


 


 


0. 양아치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 테미스토클레스(Themistocies)라는 '양아치' 정치인이 있다. 우리 고등학생들의 세계사 교과서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 인물은 교과서에 나와 있는 모습과는 달리 좀 양아스럽다(좋은 의미에서 양아치란 의미다).


 


양아치란 말이 좀 거슬리게 들릴 수 있다면, 이런 표현으로 그를 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지극히 현실적인... 현실 정치가이면서도,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난 인물


 


이라면 대충 설명이 될 것이다. 이 아저씨는 기원전 493년에 집정관을 지냈고, 그 유명한 마라톤 전투에도 참전한... 한 마디로 '행동하는 정치인'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마라톤 전투'에 참전해 그리스를 페르시아의 위협으로부터 구한 다음 아테네 시민들은 이런 생각들을 했었다.


 


- 아, 씨바 전쟁 별거 있어? 창 들고 방패 들고 뛰어 들어가 페르시아 애들 몸뚱아리에다 시원하게 바람구멍 만들어 주면 되는 거잖아?


 



이렇게...


 


그랬다. 육군만으로도 충분히 페르시아군을 박살낸 아테네 시민들은 이렇게 자신감에 충만해 있었던 것이다.


 


마라톤 전투의 실상을 알면, 이런 반응 보이기가 좀 힘들다. 일반인들의 상식선에서 마라톤 전투는 마라톤 평야에서 페르시아군과 일전을 벌여 승리한 정도로 기억되어지지만, 그 이면에는 아테네의 중장보병이 가지는 약점이 여지없이 드러난 전투이기도 했다.


 


최초에 아테네 군은 페르시아군의 기병들과 궁병들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 전전긍긍했었다. 왜? 그리스에서 기병과 궁병이란 단어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들이 전쟁이 터지면, 각자 창과 방패를 들고 나와 전쟁에 뛰어들게 되는데 이런 중장보병이 바로 호플리테스hoplites라 불린다. 이 호플리테스들을 빽빽이 붙여서 밀집대형을 이룬 것이 그 유명한 팔랑크스phalanx다.


 




 


고대 그리스의 전투란 이 팔랑크스끼리의 격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일반 시민들을 불러다가 전투병으로 동원해야했던 당시로서는 어려운 전술전략을 이들에게 설명할 수도 없었고, 개인이 부담하기 힘든 노력과 물질을 요구하기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결국 그리스 안에서는 이런 팔랑크스로 대충 뭉개고 살았지만, 페르시아는 달랐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기병도 있었고, 궁병도 존재했다. 팔랑크스가 빽빽이 밀집해서 접근하면, 궁병들이 그 위로 무수히 많은 화살을 날리고, 기병들이 팔랑크스의 약점인 측면이나 후미를 치고 들어오면...걍 몰살인 것이다. 당시 아테네군의 지휘관들에게 희망이란... 스파르타밖에 없었다.


 


- 걔들이 나름 개백정 같은 놈들이지만...그 래도 이럴 때 믿을 수 있는 건 스파르타밖에 없잖아? 언제쯤 온다는 소식 없어?


 


스파르타에서 원군이 오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던 그때 희소식이 하나 들려왔다.   


 


- 페르시아 애들이 기병들은 배로 태워서 아테네로 보낸데!


 


페르시아가 병력을 나눠 마라톤 평야에서 그리스 군대를 묶어놓는 사이 아테네로 기동타격대를 보내겠다는 것이다. 기병이 빠진 상황이라면 할 만하다고 판단한 그리스군은 바로 진형을 짜 페르시아군과 일전을 벌이게 된다. 그리고 승리한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인데, 이렇게 승리를 하자마자 아테네 군은 병력을 수습해 '급속행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30킬로그램이 훨씬 넘는 중장보병의 장비들을 그대로 들고 3시간을 뛰어간 것이다. 어디로? 바로 아테네다. 아테네의 거의 모든 병력을 긁어모아 한 번의 회전에 쏟아 부었기에 아테네는 지금 무방비도시가 된 상황. 여기로 페르시아 군의 기동타격대가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걸 막아야 했던 것이다.


 


- 페르시아 놈들은 배로 가는데, 우린 왜 뛰어가는 겁니까?
- 억울하면, 해군을 만들던가! 땅개가 행군하는 건 당연한 거 아냐? 너 훈련소 안 나왔어?


 


결국 아테네 군은 3시간을 미친 듯이 달려가 페르시아 함대를 추월하게 된다. 페르시아 기병들이 아테네에 상륙하기도 전에 먼저 아테네에 도착해 진형을 짠 것이다. 결국 페르시아 군은 회군하게 된다.


 


 


1. 양아치의 주장 


 


마라톤 전투가 끝나고 10년 세월이 흘렀다. 페르시아는 내부 문제 때문에 정신이 없었고(여기저기서 반란이 터졌다), 그 사이 그리스는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이때 아테네의 양아치 정치가 한명이 등장하게 되는데, 바로 테미스토클레스이다.


 



테미스토클레스


 


그는 민회에 나가서 심심하면, 이런 주장을 하게 된다.


 


- 아테네도 해군을 건설해야 한다! 트리에라르키아(3단노선) 200척을 확보하면, 페르시아의 침략에 대응할 수 있다!


 


미친 것이다. 당시 3단 노선 1척의 건조비는 약 1.6탈렌트(당시 그리스 중산층 남자 1명의 32년 치 연봉이었다). 여기에 3단 노선의 엔진이라 할 수 있는 노잡이 200명의 인건비와 부대비용이 1년에 2탈렌트 정도였으니, 3단 노선 1척을 1년 운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3.6탈렌트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걸 200척 만들자는 것은 최소한 720탈란트의 돈이 들어가고, 이후 연간 400탈렌트의 돈을 계속 쏟아 붓자는 소리가 된다. 당시 아테네의 1년 세수 수입이 400탈렌트 내외였던 걸 보자면, 아예 실현 불가능한 소리가 된다. 그러나 이때 아테네에는 로또가 터졌던 상황이었다.


 


기원전 483년 아테네 근교에 있는 라우리온 광산에서 잭팟이 터진 것이다. 그렇다 은광이 새롭게 발견된 것이다. <은의 샘>이라고 불릴 정도로 무궁무진하게 쏟아지는 은들! 아테네 민회의 정치가들은 이 은을 자신들의 '인기'를 위해,


 


- 시민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고생했어? 이 참에 이 은을 가지고 번 수익을 시민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주자고 1/n로 공평하게 나눠주면 불만 없을 거야 어때?


 


이때 치고나온 것이 테미스토클레스였다. 그는 이 은을 다른 쪽으로 사용하자고 주장했다.


 


- 네들 아이기나(아테네의 숙적이다. 이들은 해군으로 아테네를 괴롭혔다)가 툭하면 우리 옆구리 찌른 거 기억 안나? 우리도 걔들 한번 까야 할 거 아냐!


 


테미스토클레스는 아테네의 숙적 아이기나를 들고 나온다. 지금으로 치자면, 한국 국민들에게 일본 놈들이 우리 옆구리 찌른 거 기억 안나냐? 쪽바리들이 함부로 우리 넘보지 못하게 해군력 증강시키자...뭐 이렇게 떠든 것이다. 테미스토클레스... 현실 정치인인 것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적'을 핑계로 이런 대 해군력을 만들자고 주장한 것이다(당시 그리스의 상황을 보자면... 200척 대함대 건설은 지금으로 보자면, 함공모함 20척을 찍어내자는 말과 비슷했다). 결국 테미스토클레스는 그가 의도한대로 200척의 3단 노선을 확보하고, 엄청난 수의 노잡이들을 훈련시켜 그리스 최고... 아니, 당대 최고의 해군력을 양성하게 된다.


 


그 후의 이야기는...교과서에 실린 그대로이다. 아테네는 이 200척의 함대를 이후 벌어지는 페르시아와의 일전, 해전사에 길이 남게 되는 살라미스 해전에 투입하게 되고, 당시 페르시아 함대의 주력이자 당대 최고의 전력을 자랑하는 페니키아 함대와 싸워 이기게 된다. 이후 아테네는 그리스의 맹주 자리에 치고 올라가게 된다. 육군의 스파르타, 해군의 아테네...(재밌는 사실은 테미스토클레스가 나오기 전까지 아테네에는 해군력이란 자체가 없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정치가 한명이 나라의 운명을 이렇게 뒤바꿔 놓았던 것이다)


 



살라미스 해전 상상도


 


아테네는 이후 펠로폰네소스 전쟁 때까지 그리스의 맹주로 우뚝 올라서게 된다. 그러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그들을 맹주 자리에 올려놓은 3단 노선 전력을 전술적 실수에 의해 다 잃어버리면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지게 된다. 그리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길게 테미스토클레스의 이야기를 한 것은 정치가 한 명의 군사적 판단과 전력확충 계획이 국가의 운명을 어떻게 뒤바꿔 놓았는지를 말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또 한사람의 '양아치'인 노무현이란 정치가를 말하기 위해서이다.


 


 


2. 노무현 시대의 국방정책...그 개괄을 말한다.


 


노무현 시대의 국방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이 기사에서 다 말할 순 없다. 왜? 워낙 방대하고, 치밀하며...노무현의 "외교관"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 국방전력 개선이란 '행동'으로 나왔기에 말이다.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그가 해양수산부 장관시절에 이미 브레진스키 교수의 <거대한 체스판>이란 책을 읽었고, 그에 맞춰 대한민국의 2028년을 준비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거대한 체스판>이란 책은 워낙 유명하니, 독자제위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얇디얇은 책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시사 하는 바는 10년 전에 이곳 딴지에 쓴 기사에도 나와 있지만, 지금도 똑같다.


 


- 조만간 한국은 중국에 붙을 지, 미국에 붙을 지 고민해야 한다.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추월하는 시점을 2028년으로 보고, 이때부터는 세계가 미국 중심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양강구도로 흐른다는 것이다. 이때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위치한 한국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요동쳤던 구한말의 그것처럼 다시 한 번 중국에 붙을 건지, 미국에 붙을 건지 고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노무현은 여기에 발맞춰 전력증강계획을 짜고, 국방중기계획 2020을 만들어 대한민국에게 미래의 '유산'을 남겨주려 했다는 것이다.


 


- 가장 이상적인 군국주의자.


 


밀리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 나오는 노무현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가 빨갱이라 손가락질을 받고, 나라를 통째로 들어 북한 김정일에게 상납하려 한다고 말하며 찍어낸 것들을 한번 보라! 위기에 빠져있던 KDX(한국형 구축함 사업)를 그대로 끌고 나가 이지스 함을 찍어냈고, 동북아시아 최대의 항공모함이라며 옆에서 호들갑을 떠는 독도함을 찍어내고(물론, 상륙함이고 그 함재기는 없지만 말이다...그래도 미리 찍어내 운용노하우는 확보하고 있다!), 손원일급 중형 잠수함을 찍어냈으며, F-15를 도입하고, 공중조기경보기와 공중급유기 사업을 추진했다. 이밖에도 무수히 많은 전력증강사업을 벌였다.


 



F-15


 


까놓고 말해보자...이런 사람이 빨갱이 일리는 없다(웃기는 사실은 북진통일을 할 기세로 청와대로 들어간 우리 가카께서는 이 '빨갱이'가 계획한 전력증강사업을 하나하나 박살내고 있다).


 


노무현은 우리시대가 아닌 우리 다음 세대 국민들에게(지금의 09학번, 10학번 세대들이 사회에 나가 한참 대리나 과장달고 일할 시점) 하나의 '카드'를 만들어 주려고 했다고 난 생각한다.


 


그때가 되면, 미국은 70, 80년대 대소련 포위망을 전 세계적으로 만들어 갔던 그것처럼 대중국 포위망을 만들려고 난리를 칠 것이다(지금 미국이 인도에 공을 들이고, 엄청난 물량을 쏟아붓는 것처럼 말이다). 이때 걸리는 것이 바로 한국과 일본이다. 일본이야 죽었다 깨나도 미국에 붙어야 하니 그대로 간다지만,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의 오산 공군기지와 평택항...이 두 개만 바라보자. 오산에서 F-15가 뜨면, 베이징을 폭격하고 돌아올 수 있다. 평택을 볼까? 바로 산둥반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곳이다. 전략적으로 한국... 꽤 중요한 곳이다.


 


자, 문제는 우리를 둘러싼 이 엄청난 국제적 환경변화 앞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냐는 것이다. 당장 중요한 것이 바로 '판돈'이다. 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에만 하더라도 미국이 까라면 '월남에서 파병 병력 빼겠다!' 이따위 협박질이나 할 수 있었던 게 고작이다. 그러나 외교는 언제나 말하지만, 한 손으론 악수하고, 다른 한 손은 등 뒤에 칼을 쥐고 버티는 행위이다. 우린 어째서 미국이랑은 계속 두손으로 공손히 악수만 해야 하는 것일까? 주권국가의 외교란 언제나 한 손은 악수, 다른 한 손은 등 뒤에 칼이다. 개인적으로 난 2028년 한반도를 둘러싼 체제를 <2028년도 체제>라 부른다.


 


이 체제에서 분명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게 다자간 안보체계를 만들어 다같이 힘모아 중국을 견제하자는 말을 할 것이다. 중국의 경우에는 한국에게 접근할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뭐냐면 '판돈'이다. 우리도 등 뒤에 칼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그 칼날이 한반도를 둘러싼 4강 체제에 흠집이나 낼 수 있냐는 것인데, 당시 노무현의 판단은 이러했다.


 


- 우리가 독자적으로 함대를 구성하고, 전력을 확충해 주변국과 일전을 불사할 정도로 밀고 나갈 수는 없다. 단, 주변국에서 우리나라를 껄끄럽게 보고 손을 내밀정도의 전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였다. 즉, 독자적인 작전은 우리 경제규모를 생각하자면 엄두도 못 낸다. 그러나 연합작전을 펼칠 때 버리기엔 아까운...내버려두면 상당히 '껄끄러운' 전력을 만들어 균형추가 되겠다는 것이다. 무시하기 어려운 '한 방'을 지닌 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다...백범 김구 선생의 말이 떠오르지 않는가?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이다. 마치 삼국지의 '천하삼분지계'가 당대 지식인들의 기본 상식처럼 떠돌던 그때처럼 노무현의 이런 생각은 어지간한...이쪽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 떠돌던 이야기이고, 여의도 판에도 종종 회자되는 이야기이다. 이걸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전차로 나온 것이 대양해군...1.5개 함대론이다. 우리 경제규모로 3개 함대를 준비해 상시체제로 우리바다를 지켜낼 수는 없다. 그렇다고 손 놓고 앉아있을 수만은 없는 일. 노무현은 유사시에 동맹국이 됐든, 새로운 다자간 안보체제가 됐든 간에 우리 '판돈'을 내밀 수 있는 최소한의 시드머니를 준비한 것이다.


 


- 독자적인 작전은 우리 경제규모로 어렵지만, 유사시에 주변국이 우리에게 먼저 손을 내밀정도의 전력만 가지고 있다면, 이후 외교전에서 좋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외교와 정치, 군사를 연계해서 전력확충에 들어간 것이 노무현이라고...난 그렇게 판단한다.


 


(전작권 환수와 별정임무 10개를 넘겨받겠다고 했던 것도 이런 2028년 체제를 염두에 둔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말이다. 조만간 여기에 대해서 정말 '찐하게' 한번 썰을 풀 작정이다. 정말 입 닫고, 귀 닫고 생계를 위해 살았는데, 요즘 돌아가는 꼴이 하도 황당해서...)


 


 


3. 그렇다면 가카께서는?


 


노무현 정부 때 공군분야 전력증강 사업에서...소리 소문 없이 진행됐던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게 조기경보기 도입 사업건과 공중급유기 사업건이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시절에는 30년 된 전투기가 골골 거리며 올라갔었는데(지금도 크게 변한 건 없지만), 노무현 대통령 퇴임 2년 만에 우리나라 공군은 조만간 조기경보기를 들여와서 전략공군으로서의 한발을 내 딛으려 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일반 독자들에게 말할게 있는데, 전투기나 구축함 같은 걸 도입했다고 바로 전력이 향상되는 게 아니란 말을 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KF-16이 작전태세가 완비 된 게 도입되고 나서 10년이 지난 다음이다. 그 동안 파일럿들 훈련시키고, 이 기체를 가지고 각종 전술을 짜고, 도입된 무기들을 가지고 시험하고, 운용요원 뽑아서 훈련하고, 정비나 군수보급 체계 짜고...등등등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들이 들어간다. 더구나 신형기체나 장비일 경우에는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이 어마어마하다. 노무현의 전력 확충이 당대에 쓰겠다는 게 아니란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노무현은 최소 5~10년 뒤를 바라보고 군사력을 키워놓고, 그걸 가카께 계획서와 함께 넘겼다는 것이다. 가카는 그냥 사용설명서만 보고, 뼈대에다 살만 붙이면 되는건데...그걸 다 말아드시고 계시다)


 


글로벌 호크...그 문제도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어쨌든 그거 한번 받아보겠다고 온갖 노력을 다했는데, 미국 측에서 난색을 표했다. 근데, 부시의 카트 운전사가 됐던 우리 가카께서는 그거 주겠다는데도 눈만 껌벅였다.


 


- 그게 뭐야?


 



이거야...


 


이후 글로벌 호크 도입 무산에 대해서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한미동맹의 회복에 의해 불필요하게 됐다.'였다...대통령 한명이 바뀌면, 전략무기의 필요성도 뒤바뀌게 되는 것이다.


 


(미국 측도 엄청 당혹스러워했다. 노무현 정부시절에 글로벌 호크를 팔라고 의향서를 보내고, 여러 채널로 접근을 했을 때만 해도, 한국이 나름 생각이 있는애들이구나 하면서 신중했는데...가카께서 미국 만세를 외치며 FTA도 하고, 뭐도 하고, 별별거 다하겠다고 해서 귀엽다고 그거 주겠다고 하니...'그게 뭐야?'라니...나름 생각해서 선심 쓴 건데 말이다)


 


가카와 노무현 대통령의 인식이 결정적으로 차이가 난 것이...바로 공중급유기 사업이다. 노무현 정부의 타임스케줄대로라면 2013년 우리나라는 공중급유기 도입국가가 된다. 지금? 그 사업이 1년 순연됐다. 순연됐다 하지만, 그게 진행되리란 보장은 없다.


 


 


4. 독도와 공중급유기...그리고 가카


 


냉전시대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은 미국의 '철저한 사육'에 의해 길러졌다. 문제는 한국과 일본은 견원지간이란 사실...이 사실을 잘 알고 있던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을 철저히 '불구'로 만들어서 키웠다. 한국은 '육방부'로 불릴 정도로 육군 위주의 병력을 만들었고, 일본의 자위대는 대소련 봉쇄에 필요한 해군력과 공군력 위주로 키워냈다(특히나 대잠수함전을 위한 해군력은...가히 끝장이다).


 


한국은 일본을 치고 들어갈 수 있는 병력은 있으나, 치고 들어갈 수단이 없고, 일본은 치고 들어갈 수단은 있으나 병력이 없었다. 물론, 일본이 독한 마음 먹고 제주도 앞바다에 해상자위대를 풀어놓으면 한국은 굶어 죽게 돼 있었다(일본과 한국의 해상교통로는 95% 똑같은데, 제주도 앞바다에서 갈라져 부산이나 도쿄, 인천등등으로 흩어지는 것이다. 이 해상교통로를 일본 자위대가 막아버리면...한국은 걍 앉아서 손가락이나 빨아야 했다. 지금? 지금은 어렵다. 노무현 정부가 야심차게 키워놓은 해공군력이 남아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이제 쉽지 않다. 분명 질거다. 질 수밖에 없는 전쟁이지만, 덤비려면 '상당한' 각오를 하고 치고 들어와야 한다).


 


공중급유기의 중요성에 대해 일반인들의 기본상식을 기준으로 설명해 보겠다. 우리나라 공군이 가지고 있는 400여대가 넘어가는 전투기 세력들(각종 군용기들)...이 중에서 주력으로 쓰이고 있는 기체는 F-16계열이 고작이다. 140여대 정도의 F-16계열 전투기가 우리나라 공군의 주력이란 소리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F-15가 있지만 아직까지 완벽한 작전기체로 활약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물론, 지금도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그래도 들여오고 나서 이런저런 훈련도 하고, 전술을 짜야한다). 실질적으로 독도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우리나라 공군이 띄워올릴 수 있는 주력은 F-16이란 소리다.


 


그런데, F-16으로는 독도를 지킬 수가 없다. 왜? 연료탱크가 작아서 그렇다. 독도까지 날아갈 수는 있다. 그리고 돌아올 수도 있다. 그러나...연료탱크가 작아서 독도상공에서 전투를 벌인다면 기껏해야 5~10분 정도 싸우고 돌아와야 한다. 안 그러면...동해바다로 뛰어 들어가야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포클랜드...아니 말비나스를 사이에 두고 전쟁을 벌인다는 가정 하에서 제일먼저 치고 나올 것이 뭘까? 해군? 육군? 아니다. 제일먼저 전투가 벌어진다면, 그건 바로 공중전이다. 처음엔 그냥 외교채널을 돌려서 서로 비난성명 돌리고, UN가서 쌈질하고, 미국 대사관 통해서 우리 입장 말할 것이다. 이때쯤 되면 해경이 빠져나가고, 해군 함정들이 급파될 것이다. 동해바다 속에서는 잠수함들이 치열하게 꼬리 물고 3차원 기동을 할 때 쯤 독도 하늘 위에서는 한일 양쪽 전투기들이 위협기동을 하면서 서로를 노려볼 것이다.


 


우리도 이때쯤 되면, 제법 판이 커져있을 것이다. 당장 조기경보기가 들어 왔으니 일본에 꿀릴 일도 없을 것이다. 포항이나 연근해 어디쯤에 조기경보기 띄워놓고 일본 측 동향을 훑어보며 한번 와라 우리도 한방 있다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당장 주력이라 할 수 있는 F-16은 5분 단위로 교대로 움직여야 한다? 이게 말이 되나?


 


일본은 F-15만 200대 가까이 있고, 그 뒤로 업그레이드 잘 된 F-4와(마르고 닳도록 쓰는 우리나라 F-4 팬텀과는 차이가 있는 기체다) F-16을 기본으로 완전 다른 기체로 태어난 F-2 등등 선수들이 많다. 그것도 꽤 훌륭한 선수들이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이라곤 F-15 60대와(완편된다면 말이다) F-16 140대가 고작이다. 그나마 F-16은 체공시간이 5~10분 정도라면...게임 끝이다.


 


조기경보기와 공중급유기는 한 나라의 투사력을 전술적 수준에서 전략적 수준으로 뒤바꿔 놓는 핵심 전략무기 중 하나이다. 가지고 있는 공군전력은 약하지만, 공중급유기를 통해 그 투사거리를 늘려보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전술공군이 옆에 있는 적대국가의 심장부를 칠 수 있는 전략공군으로 변신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 아이템이란 소리다. 덕분에 아무리 가난한 나라라 해도 공중급유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획득해 보겠다고 난리치는 것이 이 공중급유기이다.


 



 


말레이시아나 베네주엘라, 페루 같은...딱 들어봐도 우리나라 경제력과는 차이나는 나라도 배에 힘 빡 주고, 있는 돈 탈탈 털어 장만한 것이 공중급유기이다. 여기에 적대국가의 상황을 낱낱이 살펴볼 수 있는 조기경보기가 결합되면,


 


- 그래, 한번 붙어보자! 우리도 한방 있어 이것들아!


 


를 외칠 수 있게 된다. 조기경보기는 한 나라의 공군력을 2배로 늘려주고, 공중급유기는 2배로 늘어난 공군력을 2~3배 멀리 날려 보내 상대국에게 '한 방'의 가능성을 고민케 만든다. 노무현이 꿈꾼 대한민국 공군의 미래는 이랬던 것이다. 우리나라 공군에 돈을 때려부어 최강의 전력을 확충 한다면 좋겠지만, 그럴만한 돈이 없었던 상황.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고려해서 꼭 필요한...그리고 그 필요가 언젠가 우리나라에 '한 방'이 되어 줄 전력을 고민하고 만들었던 것이다.


 



 


지금 이게 들어온다고 해서 이게 당장 우리나라의 전력이 된다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한  5년? 10년? 그 정도 운용하면서 운용노하우도 확인하고, 전술적 운용개념도 시험해 봐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공중급유기, 조기경보기 운용국가가 되는 것이다(참 길었다...1992년부터 공중급유기는 공군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는데, 역대정권이 그딴게 왜 필요하냐고 엎어버리고, 무시해 버렸다. 그러나...보수정권이 '빨갱이'라고 매도한 노무현 대통령이 이 공중급유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강단 있게 밀어붙인 것이다).   


 


그런데...가카께서는 공중급유기 예산을 까 버리셨다. 2014년으로 연기지만, 이 역시도 불투명한 상황. 왜 이 사업을 안하는 것일까? 노무현이 빨갱이라서 빨갱이가 계획한 사업은 못하겠다는 생각? 아니면, 진짜 예산이 부족해서?(4대강에 돈 때려박는 거 보면 이건 또 아닌 거 같다) 아니면...뭘까? 한참 이 고민을 하다가, 어제 딴지 메인기사를 보고 확인하게 됐다.


 


- 아...독도를 일본에 넘기시려고 그러는 거구나.


 


가카의 정치적 발언이나, 기타 가카를 둘러싼 이야기들은 나 말고 다른 필자들이 알아서 쓰실 것이다. 그냥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생각해 보자면, 가카는 독도를 일본에 넘기려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본? 일본도 조기경보기가 있고, 공중급유기가 있다. 보잉 767-200ER을 개조한 KC-767J가 4대나 있다. 걔들은 공중급유기 없어도 독도를 공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중급유기가 있다.


 


까놓고 말해 한국과 일본이 독도를 가운데 놓고 분쟁을 벌일 확률...낮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아니, 말비나스를 공격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갈티에르가 정치적 목적 때문에 그랬다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당시로서는)...당시 말비나스 분쟁은 어쩌면, 한국과 일본의 그것과 비슷한 상황으로 흐를 수 있다. 갈티에리는 미국을 믿었다. 최소한 중립은 지켜줄 것이라 믿었지만(80년대 미국이 중남미에서의 포지션, 미주공동방위협정 등등), 미국은 영국 편을 들었다. 영국에다 군사정보는 물론, 미사일까지 넘겨주며 힘을 실어줬다.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은 미국이 키워 준 것이다. 만약, 이들이 붙는다면...어떨까? 미국이 빠진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노무현은 그 '전제'하에서 우릴 얕보지 말라는 '주머니 칼'을 준비했고, 우리 가카께서는,


 


- 그딴 거 다 필요 없어! 우리에겐 4대강만이 남아있어!(정말 후못후님 말처럼 '4대강 대첩'을 준비하고 있는 걸까? 적들이 쳐들어오면 4대강으로 몰아넣어 수공으로 섬멸하려고?)


 


를 외치고 있다. 정치인이란,


 


- 국민들이 일상에 너무 바빠 하지 못하는 고민. 즉, 100년 뒤의 국가와 국민을 걱정하는 직업


 


이라는 정치잠언이 있다. 너무 노무현 대통령을 빨아주는 것 같은데...군사적인 부분에 있어서만은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 노무현은 100년 뒤의 우리나라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10년, 20년 뒤의 우리나라를 걱정하고 그 '미래의 유산'을 준비했었던 대통령이다. 그리고 가카께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준비했던 유산들을 하나 두 개 말아먹고 계시고 말이다.


 


아마, 노무현이 생각한 전략수준은 내가 여기서 독도를 상정해 두고 떠드는 그런 저차원적인 수준의 전략은 아닐 것이다. 중국을 생각하고, 미국을 생각하고, 일본을 생각하고, 러시아를 생각하고 우리 국방전력을 하나하나 업그레이드 시켜나갔던 것일 것이다.


 


가카께 많은 걸 바라지는 않는다. 그냥...노무현이 하자는 거...그거 그대로 따라갔으면 좋겠다. 당장 독도에 분쟁이 터지면,


 


- 독도는 일본 땅이었다. 그때는 아직 소유권 등기이전이 다 안 된 상태라...얼떨결에 넘어간 건데, 용산처럼 화염병 던지고 하는 추한 모습은 우리나라 국격에 걸맞지 않으니까, 조용히 그냥 방 빼주자. 원래 독도는 일본 땅이 맞아.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지금 하는 행동이 그렇다.


 


우리는 시대를 앞서간 테미스토클레스(Themistocles)를 만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시대를 역행하는 선조 같은 인물과 함께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인물들이 동시대에 같이 활동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그러나 어쩌랴...우리가 테미스토클레스의 진면목을 못 알아봤으니 말이다...까놓고 말해 노무현이 테미스토클레스처럼 양아치의 모습...그러니까 좀 더 현실정치인 다운 모습을 보여줬다면, 그의 말년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이 나고, 그의 이상이 이렇게 하나하나 꺾여 나가는 모습을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랴...그는 그런 '바보'일 뿐인데...공중급유기 하나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둔 것 처럼 보이는데, 그 하나를 얻기 위해 대한민국 공군은 10여년을 절치부심 기다렸고, 그 하나가 가져다주는 전략적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과장은 아닐 것이다. 


 


첨언. 욱해서 간만에 달렸다. 2시간 20분 만에 A4 10포인트로 10장이 나왔다. 정말 간만에 '글자판기'다운 포스를 뿜어냈다. 역시...가카 파워는 사람을 각성시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