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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법조 엘리트들(이라고 쓰고 ‘사시오패스’라고 읽는다)의 활약이 그 어느 분야, 어느 집단보다 눈부신 해였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창궐해 전국민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는 문재인, 정부, 여당의 탓이라 외치며 정부에 무조건 반대하는 세력들(조중동을 비롯한 자칭 보수 언론과 국민의힘을 비롯한 자칭 보수 야당, 그리고 이 세력을 뒷받침하는 사시오패스를 위시한 고시오패스로 구성된 엘리트 집단)조차도 하나되어 방역에 힘을 모을 줄 알았다. 하지만 모두 헛된 망상이었음이 1년 동안의 행적을 통해 확인되었다.

 

사법부와 검찰은 어처구니 없는 판결로 민낯을 드러냈다. 전부 데블스 에드버킷(Devil’s Advocate)을 자처한 정부여당의 ‘X맨’이 아닐까 강한 의심이 갈 정도다. 2020년을 빛낸 법조인의 행적을 기려보면서 감사인사를 대신 할까 한다.

 

 

 

1.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 서울고등법원 강영수 수석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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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서울고등법원의 강영수 수석부장판사다. 그는 서울 법대 재학 시절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법조계에 들어왔다. 승승장구하며 법원행정처 인사1, 3 담당관, 대법원 비서실 판사를 거쳤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 법조인으로 평가 받아 강력한 차기 대법관 후보로도 거론됐었다.

 

그러다 2020년, 법조 엘리트 경력에 정점을 찍는 이력을 만든다. BBC와 뉴욕타임즈에도 실리는, 실로 글로벌한 법조 엘리트로 거듭난 사건이다.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해 수십 억 원의 막대한 수익을 올린 손정우에 대해, '미국 송환을 불허' 판결을 내린 것이다.

 

한국은 아동음란물 제작 및 유포 범죄에 대해 미국과 영국 등 32개국 수사기관과 공조하여 수사를 벌이고, 범죄인인도조약 등을 통해 공동대응 하고 있었다. 지난해에도 이들 국가의 수사기관은 ‘다크웹(dark web)’에 개설된 아동음란물 사이트에 대한 수사를 벌였고, 사이트 운영자와 300여 명을 무더기 검거했다.

 

경찰은 지난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 국세청(IRS), 연방검찰청, 영국 국가범죄청(NCA) 등과의 공조를 통해 이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손정우를 검찰에 송치하였다. 손정우는 이러한 불법 성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으나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었다. 국내의 사법기관은 배가 고파 찐 계란 18개를 훔쳐 먹은 ‘장발장 범죄’와 똑같이 처벌을 내렸고, 국민들은 또 ‘사시오패스’들이 ‘사시오패스’ 했다고 넘길 뻔 했다.

 

남은 건 아동‧성착취물 영상 제작 및 유포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범죄에 대해 엄청난 중형을 내리는 미국 법원과 미국 사법 시스템이었다. 손정우가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미국 송환을 위한 인도구속영장이 발부돼 재수감 중이었기 때문이다(본래대로라면 4월 27일 만기출소해야 했다).

 

미국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하면 초범이라도 징역 15~30년을 선고받고, 재범은 최대 50년, 누범은 종신형까지 선고 받는다. 손정우가 미국에서 재판을 받는다면 최소 20년 이상의 중형이 내려질 게 불 보듯 뻔했다.

 

지난 10년 간 서울고등법원이 인도심사청구 결정에 비춰봤을 때 손정우는 미국행이 확실했다.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10년 동안 인도심사 접수된 30건 가운데 29건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26일 연합뉴스가 최근 10년간(2010~2019년) 서울고법이 인도심사 청구 결정을 내린 사건들을 전수조사한 결과, 접수된 30건 가운데 29건(96.7%)이 허가됐다. 거절된 1건은 중국 정치범이었다)

 

그런데 강영수 부장판사의 자국민 사랑이 남달랐다. 강 판사는 지난 7월 6일, “‘웰컴 투 비디오’와 관련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관련 수사가 아직도 국내에서 진행 중인 만큼 손씨가 미국으로 송환되면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손정우는 석방, 자유의 몸이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면서 판사와 ‘다시는 컴퓨터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남겼다고 한다(응?).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시점에서 강영수 부장판사의 이와 같은 남다른 결정은 예상치 못한 파급효과를 낳았다. 시민들을 깨어나게 하고 양심이 행동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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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수 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을 박탈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되었을 뿐만 아니라(강 판사는 9월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 후임자 후보 30인에 포함되었다), 만 하루 만에 31만 명을 넘어서는 기록을 달성했다. 최종 52만 9144명이 동의하였다.

 

여론 때문인지 대법관추천위원회는 강영수 판사를 권순일 대법관 후임으로 추천하지 않았다. 차마 ‘칭병’ 핑계를 댈 수 없었던 강 판사는 ‘의원직 셀프 제명’에 버금가는 ‘대법관 후보 추천 셀프 제명’을 만들어 어쩌다 운 좋게 고위공직자의 길이 열려도 겸허하게 ‘고사’하는 스킬을 시전해 국가 대계를 바로 세웠다. 실로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다.

 

아무튼 이 일로 국민 모금을 통해 지난 9월 1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손정우 아웃’ 광고가 붙었다. 그 때 문구가 이러했다고 한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가 400만 달러를 벌고도 한국 법정에서 고작 18개 월형을 선고 받았다. 피해자들이 정의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

 

실로 한국 형사사법실태와 체계에 대한 문제를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 개선을 도모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니, 앞으로 개선될 한국의 형사사법정책은 세계의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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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광훈과 함께 빤스런’ 허선아‧박형순‧이성용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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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34부 허선아 부장판사

서울행정법원 형사 11부 박형순 부장판사

서울행정법원 제6부 이성용 부장판사

 

‘빤스 목사’ 전광훈에 대한 보석을 허가해 구속에서 풀어주고, 그가 사실상 주도하는 8‧15 광화문 집회를 허가해 코로나19 제2차 대유행이라는 결과를 불러온 것도 모자라, 10월 3일에 듣도 보도 못한 ‘드라이브 스루’ 집회까지 허가해준 판사들의 면면이다.

 

그 어떤 긴급 상황에서도, 설사 역병이 창궐해 국민이 죽어 나가더라도, 국가의 예방정책이 시민 개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수 없고 표현의 자유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는, 그야말로 ‘나 뿐만 아니라 남들이 죽더라도 상관 없이 집회의 자유는 인정해야 한다’는 절대적 자유주의에 입각한 선례를 만든 위대한 이들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팀플레이로 전광훈을 풀어주어 다시금 국민들이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만들었다. 우리 방역당국이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내도록 한 번 레벨업까지 시켜줬으니, 바이러스 확산자 전광훈 이상의 활약을 했다고 평가해도 무방할 것 같다.

 

먼저, 허선아 판사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한 보석을 허가해 구속 56일 만에 풀려나게 했다. 전 목사는 지난 4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대표로 광화문에서 극우 집회를 주도하면서 특정정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여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구속되어 있던 상태였다. 허 판사는 보증금 5000만 원과 함께 '집회나 시위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하나마나한 보석허가 조건을 내걸었다.

 

박형순 부장판사는 전광훈 목사가 신청한 집회는 아니지만 이미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사랑제일교회가 주축이 되는 극우인사의 집회를 허가해주었다. 박 판사는 서울시청의 집회금지 명령이 내려진 사안임에도 “이 집회는 100명 규모고 실제 집회시간도 신고된 것 보다 짧은 4~5시간 정도로 예상된다. 예방조치를 적절히 취한다면 감염병 확산 우려가 객관적으로 분명하게 예상된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허가 결정을 내렸다.

 

박 판사의 예상과 달리 실제 집회 참가자 수는 100명의 1000배에 달했고, 광화문 광장을 모두 채우다시피 했을 뿐만 아니라, 집회시간도 4~5시간의 두 배에 달했다. 그리고 이날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은 마스크를 벗어 제치고 연설해 바이러스 최고 전파자가 되었다. 이날 집회로 전광훈 자신 뿐만 아니라 차명진 전 의원,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까지 코로나 확진, 공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10명 안쪽으로 떨어지기까지 했던 확진자 수는 다시 300명 대로 급증했고,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5단계로 격상했다. 물론 전광훈은 코로나 치료가 끝난 후 다시 수감되었다.

 

덕분에 박 판사가 같은 사안을 두고 다른 잣대를 들이댄 판결이 드러나기도 했다. 6월 아시아나항공 지상조업 하청업체인 아시아나KO 해고노동자들이 신청한 집회는 “중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감염병 확산의 위험성이 인정된다”고 기각했던 전력이 밝혀진 것이다. “현재의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하면, 국민 생명권 보호가 절실하고 새로운 유형의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행정력 소모가 극심해 행정소요를 감소시켜야 한다. 국민의 생명권과 신체안전 확보를 위해 집회의 자유도 일정 부분 제한될 수 있다”고 이들의 집회를 불허했다. 전광훈은 되고, 아시아나KO 해고노동자는 안 되는 결정을 내려 국민들이 판사의 성향까지 짐작케 할 수 있는 힌트를 준 것이다.

 

박 판사의 해임을 청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41만 2604명이 동의했다. 박형순 판사의 실명이 들어간 ‘박형순 금지법(집회시위법 및 행정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감염법상 교통차단 또는 집회 제한이 내려진 지역이거나 재난 안전관리법상 재난지역 내에서의 집회, 시위는 원칙적으로 집회 금지 대상이고, 예외적으로 법원의 결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법원이 감염병법상 집회 금치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질병 관리기구장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듣고 결정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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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과 극우단체의 광화문 집회 전력에도 불구하고 10월 3일 개천절 ‘드라이브 스루’ 집회를 허용한 서울행정법원 행정 6부 이성용 부장판사도 빼놓을 수 없다. 집회의 자유 못 잃어, 차 한 대에 한 명만 타면 돼, 구호는 절대 외치지 않으면 돼, 차에서 절대 내리지 않으면 된다면서 극우단체 소속인이 낸 집회신청을 허가해준 것이다.

 

설령 선명한 행적이 있더라도 사람에 대한 믿음을 절대적으로 버리지 않는 판사들의 면모가 아닐 수 없다.

 

 

 

3. ‘윤석열 컴백’ 서울행정법원 4부 조미연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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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연 판사도 빼놓을 수 없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내린 '직무배제 명령'에 대한 윤 총장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직무에 복귀하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지난 12월 1일 조 판사의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결정은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온다.

 

먼저, 조 판사가 내린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직제'에 관한 신박한 정의다.

 

“검사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 감독에 복종함이 당연하다. 그러나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에게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

 

이렇게 윤 총장이 맹종은커녕 한 번도 법무부장관의 명을 제대로 들은 걸 본 적이 없는 국민들은 ‘눈 뜬 장님’이 되었다.

 

조 판사는 “법무부 장관의 검찰, 특히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의 행사는 법질서 수호와 인권보호, 민주적 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 최소한에 그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동안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 행사가 필요 최소함이 지나쳐, 거의 전무하다시피, 방치하다시피 했던 이전의 역사는 깡그리 무시한 듯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뭐 이런 건지, 아니면 ‘그때 그 때 달라요’인지 알 수 없다. 조 판사의 결정에 대해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기창 교수는 “괴상한 판결, 납득이 안 되는 이상한 판결”이라고 촌평하였다.

 

가처분 인용 결정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결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판사사찰, 수사 중인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만남, 검언유착사건에 대한 수사방해, 대면감찰 방해 등 사유 하나하나만으로도 중징계가 당연한 사안임에도, 징계위원들이 정직 2개월이라는 정무적 결정을 내리게 된 결론으로 이어진 것이다.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서보학 교수는 “'정직 2개월'이라는 다소 징계사유에 비해 양정이 낮은 징계결정이 내려진 것은 윤 총장이 직무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영향이 크다. 이번에도 사안만으로는 해임이나 면직이 당연한데, 당장 해임 결정이 내려졌을 때 윤 총장이 징계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해서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문제가 커진다. 당장 윤 총장이 직에 복귀하면 본안소송 결정이 내려질 동안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 그래서 (징계위원들이) 이런 저런 사정을 고려해 정직 2개월이 내렸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징계위원들이 있는 그대로의 법리적 판단 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판단까지 고려하게 만든 것은 조미연 판사의 위대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4. ‘표창장 위조 증거보다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다음은 '자녀의 동양대 봉사 표창장을 위조했고, 그 위조한 표창장이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억 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시킨 임정엽 형사 25-2부 재판장과 주심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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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장 위조가 아니라는 수많은 관계자들의 증언, 증거를 모두 무시하고,

 

① 동양대 표창장의 총장 직인과 정 교수의 딸 조민씨가 받은 표창장의 직인 모양이 다르고

② 동양대 다른 상장 및 수료증과 조민씨가 받은 표창장은 주민번호기재 여부와 일련번호 기재 형식, 발급일자가 다르

③ 조민씨의 의전원 입시 직전에 표창장이 만들어졌고, 2013년 서울대 의전원과 2014년 6월 부산대 의전원에 지원할 때 사용했다

 

는 이유로 정 교수를 유죄로 판결했다. 이는 '동양대의 상장과 수료증 등에는 하나의 직인만 사용되지 않았'고, '주민번호 및 일련번호 형식도 일정한 형식이 없었다'는 전‧현직 교직원들의 증언 및 여러 증거를 모두 무시한 결정이다.

 

임정엽 재판부는 피고가 그동안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하였고, 반성하지 않았다”고 언급하면서 유죄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이와 같은 결정을 할 때는 피고가 주장하는 사항이나 증인의 증언, 증거를 반박할 수 있는 또 다른 명확한 증거나, 사실관계, 증인들의 합리적인 증언이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피고의 주장 사항을 모두 반박하고 기각한 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재판의 기본사항이 무시된 채 결정은 내려졌다. 한 마디로 재판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결정이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고 하면 모든 피고인들은 ‘예, 저의 죄는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죄가 있다 하니, 죽을 죄를 지었으나, 한 번만 선처하여 주시옵소서!’ 해야 마땅하다는 ‘엄중한’ 가르침이다.

 

뿐만 아니라 임정엽 재판관은 이날 유죄 판결 직후 유례 없이 피고인에게 ‘소감’을 물었다. 앞으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피고인들은 선고를 앞두고 유죄판결이 내려졌을 경우를 대비해 소감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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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엽 판사는 이 판결을 통해 표창장 위조는 징역 4년에 해당할 정도로 중요한 범죄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그동안 임정엽 판사가 내린 사건의 선고형량과 비교해 보았을 때 친동생을 성폭행한 의사(무죄) 보다, H모 그룹 회장 사모님(땅콩회항 조현아 모친)의 직원에 대한 갑질 및 폭행(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보다, 졸업증명서 위조(집행유예) 보다도 형량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이걸로도 모자라 결론적으로 검찰이 기소된 사건의 공소유지 및 재판에 유리하기 위해서는 판사들을 사찰할 만 하다는 깨달음까지 주었다. 이는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사유 중 가장 중한 사유이자 판사사찰 문건에 나온 임정엽 판사에 대한 “주관이 뚜렷하다기 보다는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결론적으로 상당히 정확한 세평을 통해 알 수 있다. 증거나 법리보다도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가 형사재판에서는 무엇보다 ‘와따’라는 선례를 만든 임정엽 판사의 활약, 올해를 빛낸 법조인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 

 

 

 

5. ‘윤석열, 크리스마스의 기적’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 홍순욱 부장판사, 김재경, 김언지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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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욱 부장판사

 

크리스마스 이브에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휴일인 25일에도 대검찰청으로 출근해 도시락을 먹으며 코로나 대응 상황을 살펴보게 한, 그래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가 대통령인지, 검찰총장인지를 헷갈리게 만든 서울행정법원 행정12 재판장인 홍순욱 부장판사와 김재경, 김언지 판사는 올해를 빛낸 법조인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이들은 윤석열 총장의 “정직 2개월의 징계 사유가 충분하다면서도 직무정지로 인한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심각하다”며, 대통령이 재가한 임명직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까지 사실상 무력화 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윤 총장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대통령과 대다수의 국민들에게는 ‘똥’을 투척하며, 법원이 비상식적인 재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국민에게 일깨워준 결정이다. 이와 함께 사법 카르텔이 얼마나 견고한지, 검찰과 법원이 어떻게 붙어먹을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일깨워주었다. 검찰개혁과 함께 사법개혁 또한 얼마나 심각하고 절실한 문제인지를 제대로 상기시켜준 것은 덤이다.

 

이 결정 직후 더불어민주당 당원가입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니 이 정도면 2020년을 빛낸 법조인 용자라 해도 유구무언일 듯 싶다.

 

 

 

6.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2020년은 이 사람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들이 일개 검사장의 이름을 다 알게 되고, 어떤 부서를 거쳐, 어떤 위치에 있는 지까지 알게 만든 건 한동훈 검사장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한동훈 검사장은 강요미수죄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권인사로 분류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에 대한 비리를 캐내 구속‧기소하기 위해, 구속 상태에 있던 신라젠 전 대주주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 코리아 대표에게 접근해 공작을 벌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공모한 혐의다. ‘검언유착’의 명확한 개념이 무엇인지 사례로 보여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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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언론이 시도한 이른바 ‘유시민 찍어 내리기’ 공작은 MBC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주진보개혁 세력이 180석을 가졌으니, 이 둘은 정부여당과 민주개혁진영의 숨은 용병이라고 불러 마땅할 것 같다.

 

나아가 그를 특별히 총애하는 사장, 윤석열 총장이 이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적극적인 ‘한동훈 커버’는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정직 2개월이라는 결과를 불러왔다. 그동안 왜곡 방송을 일삼았던 종편 방송 뉴스에 대한 대국민적 신뢰는 제대로 추락했다. 이쯤 되면 자신이 던져주면 넙죽 입에 물고, 짖으라면 짖는 걸 넘어서 무는 습성을 가진 채널A 이동재 전 기자를 파트너로 고른 건 이러한 ‘빅픽쳐’를 염두한 것이 아닐까 강한 의심이 든다.

 

검찰 내에서 ‘귀족 사위’ 검사로 통하면서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과 대검 반부패부장을 거쳐, 사장의 핵심 측근으로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듯 살아왔던 그는 검언유착 사건의 파트너 이동재 전 기자의 구속기소에도 불구하고, 무탈하게 충북 진천에 위치한 법무연수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안빈낙도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압수수색 들어온 선배검사와 몸싸움 끝에 휴대전화 유심칩과 비밀번호를 사수하고, 선배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맞고소하여 국민들에게 검찰의 압수수색으로부터 휴대폰의 보안을 지킬 수 있는 방법, 형사기소에서 구속을 피할 수 있는 여러 팁을 알려주었으니 국민인권수호에 이바지 한 바가 적지 않다.

 

 

 

7. ‘불구속 기소세트’ 서울남부지검 김락현 형사6부장

 

올해를 빛낸 법조인에 서울남부지검 검사향응‧수수사건 수사전담팀과 팀장 김락현 형사6부장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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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락현 부장과 수사팀은 ‘라임사태’의 핵심인사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폭로한 ‘현직 검사 술접대 의혹’을 수사했다. 현직검사 1명을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등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접대는 모두 3명의 검사가 받았는데, 그 중 2명의 검사는 기소하지 않았다. 접대 받은 금액이 청탁금지법의 처벌대상이(100만 원) 될 정도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인데, 그 계산법이 어디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기발한 방식이었다.

 

지난해 7월 18일, 룸살롱에서 가진 술자리에 검사 3명과 김봉현 회장, 김봉현 회장의 변호인(전직 검사)이 참석했고, 총 536만 원이 나왔다. 술값을 n분의 1하면 1인 당 100만 원이 넘지만, 수사팀은 접대 받은 검사 중 한 명만 기소했다. 밤 11시 이전에 먼저 간 나머지 검사 2명은 제외된 것이다.

 

접대 받은 금액 총 536만 원에서 밴드 비용과 도우미 서비스 비용 제외, 11시 이후 술자리가 파할 때까지 2시간 동안의 접대비용을 제외하면, 먼저 간 2명의 검사는 100만 원 미만의 접대를 받은 것이 된다. 이에 따라 청탁금지법상의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끝까지 술자리에 남아 있던 검사 윤갑근만 100만 원이 넘는 접대를 받아 불구속 기소되었다.

 

결과 발표 후 SNS에 ‘불구속기소 세트’를 비롯해 다양한 패러디물이 쏟아진다. 전국민 ‘씽크빅’ 발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수사결과 발표가 아닐 수 없다.

 

 

 

8. ‘말이 필요 없는’ 윤석열 검찰총장

 

말이 필요할까 싶다. 이 분을 빼놓고는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을 이야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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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표창장 수상이 그 어떤 죄보다 중한 범죄임을 일깨워주고,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어록을 비롯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피감기관 대표로 출석해 증언하면서 주먹으로 책상을 치는가 하면, 대통령이 재가한 징계처분에 대해서도 불복하겠다며 행정소송에 나선 인물이다. 이제껏 볼 수 없었고,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볼 수 없을 특이한 검찰총장 캐릭터를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적어도 ‘법조인들은 하는 짓과 속이야 어떻든 겉으로는 점잖다’는 대중의 인식을 한 순간에 박살냈는가 하면,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일깨워주고. 국회에서 지지부진하던 공수처 설치를 현실화 시키고 앞당기는데 절대적으로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정직 2개월로 백수가 되자마자 ‘입양한 장애 유기견(이를 보도한 조선일보에 따르면) 토리’와 산책하는 사진이(목줄을 질질 끌고 가는 게 일반적인 강아지 산책인지는 모르겠으나) 공개되는 바람에 애견인들의 분노를 샀다. SNS는 온통 패러디물로 도배됐다.

 

백수가 되었음에도 개의치 않고 장기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멈추기로 무기력해진 국민들에게 여러 모로 색다른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일에 매진하고 있으니 참으로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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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정직 2개월의 징계마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이것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온 국민에게 크리스마스 빅엿을 선사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임을 과시하여 ‘법조인으로 이보다 더 뛰어난 활약이 있을 수 없음’을 몸소 실천한 인물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2위에 오르고 있으니, 단연코 2020년을 빛낸 법조인 원탑이라 할 만하겠다.

 

 

 

9. ‘죽지도 잊혀지지도 않는 좀비 OB’ 전직 검찰총장 9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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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각영, 송광수, 김종빈, 정상명, 임채진, 김준규, 김진태, 김수남, 문무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결정을 두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위협이 우려된다'며 중단요구 성명서를 낸 전직 검찰총장들이다.

 

이들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결정이 내려지자 “검찰총장을 무력화하고 그 책임을 묻는 것이 사법절차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징계로 검찰총장이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해 공정하고 소신 있게 어떠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만드는 선례가 될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해, 오직 법은 ‘검찰의,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해’ 존재함을 설파하였다.

 

검찰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고, 이대로 놔두면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에,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 기소권을 분리해, 수사권은 경찰에 영구히 이관하고, 독점하고 있는 영장청구권도 다른 수사기관이 나눠 가져야 한다는 내용의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국민들 모두 공감하게 되었다. 공수처는 검찰개혁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는 기구라는 확실한 믿음을 갖게 되었고, 검찰개혁에도 관심을 놓지 않게 만들었다.

 

죽지도 않고, 잊혀진 OB들의 뜬금포 활약이 아닐 수 없다.

 

 

+ 아차상! ‘이프로스 실명 댓글 반발 350명 검사’

 

잊혀진 OB들에 버금가는 활약을 보여주었으나, 외부에선 알 수 없고, 오로지 검찰 내부만 알 수 있는 '이프로스'에서나 활약을 한 350명의 검사를 번외로 뽑는다. 이들은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검찰개혁을 지지하며 내부투쟁 중인 임은정 검사(대검 감찰부장)에게 비난을 쏟아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를 지시하자, 검찰 내부가 아니라면 누구도 볼 수 없는 이프로스에서나 실명으로 비판하며 사장에게 ‘충성’을 보였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자칭 보수 언론에서는 ‘검란 조짐’이라며 부추겼으나, 댓글만 달고 사표 제출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불황이 된 변호사 시장의 현실만을 부각시키는 댓글놀이로 끝났다.

 

국정원의 댓글 작전에도 못 미치는 검사들의 댓글놀이가 시민들에게 '얘네가 반발하는 사안들은 모두 옳은 것'이라는 사인을 주었으니 마땅히 2020년을 빛낸 법조인으로 선정될 만 하다. 그러나 이미 선정된 자들의 활약이 너무나 도드라지고 쟁쟁해 순위에 올리진 못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수많은 번뇌가 엄습한다. 테스형에게 모두 함께 물어보자! 엘리트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