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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를 알려주마(1)

2010-03-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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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분 추천0 비추천0

2010.3.15.월요일


안분


 


안녕들 하신가?  커피 이야기 시작하면서 연애에 도움이 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 무한정 열심히 풀어나갈 것처럼 설레발을 쳐 놓고, 막상 다른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 이것 저것 살펴보다가 마땅한 게 없어서 의욕을 잃고 헤메이던 안분이야. 그나마 종교 이야기로 좀 버텨 볼라고 했는데, 그것도 미쉬파트 형아한테 빼앗기고 "아 이제 필진에서 정녕 짤리는 것인가?" 공포에 몸서리를 치면서 하루하루 살아왔어. 그러다가 3월 6일에 삼겹살을 먹고 나니 떡밥이 하나 불쑥 떠오르는거야. 거레취! 이거야! 하면서 다음 떡밥으로 결정한 것은 바로바로 오페라야!


 


오페라. 이 얼마나 격조있고 뽀다구 나는 단어냔 말이쥐. "이번 주말에 오빠랑 오페라 보러 갈까?" 이러면 실제로 가고 안 가고를 떠나서 얼마나 문화적 소양이 있는 남자처럼 보이겠냐구. 둘 다 조금 격식있게 옷을 입고, 공연 보기 전에 저녁을 먹는거야. 그 저녁 식사시간동안 "음 이 작품은 말이야. 누가누가 작곡한건데, 이러저러한 아리아가 유명하지. 너도 알거야 왜 요로조로한 광고에 나온 그 음악 말이야. 그래 바로 그 곡이 이 작품에 나오는 어쩌고저쩌는 아리아야." 이렇게 말하면 얼마나 멋있겠냐고.


 


그리고 말이다. 오페라 이거 죽도록 비쌀 것 같지? 근데 안 그래. 이런 순수 예술은 어차피 입장 수입으로는 제작비가 답이 안 나오기 때문에, 나라나 시의 지원이 없으면 제작 자체를 안 해요. 즉 지원금 시원하게 받아서 공연 하니까 의외로 저렴한 가격에 공연을 볼수가 있다는거야. 관객들 주머니에서 제작비를 찾아내야만 하는 뮤지컬과는 상황이 다르지.


 


공연이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오페라를 본다는 것 자체가 여성들에게는 기분 좋은 경험이 될 수가 있어. 화려한 의상과 돈 많이 들인 세트들. 그리고 뭔가 고급스러운 분위기. 조금만 신경쓰면 나의 그녀에게 멋진 저녁시간을 선사할수가 있다는 이야기지.


 



오페라 라는 단어를 듣고 그녀는 이런 우아한 그림을 떠올린단 말이야!


 


물론 오페라가 즐기기에 쉬운 공연 예술은 아니야. 일단 이것들이 우리 말로 노래를 안 해. 이태리어로 된 작품이 제일 많은 것 같던데, 성악가들이 나와서 이태리 말로 노래를 한다고. 물론 어디 구석에 한글로 가사를 쏴 주기는 하지만, 이야기가 어케 흘러가는지도 모르겠고, 길기는 또 왜 그리 긴지, 잠은 오고... 그래서 "아! 오페라는 나 같은 사람들이 즐길만한 공연이 아니로구나!" 라는 깊은 깨달음을 안고 평생 오페라 쪽으로는 눈길 한 번 안 주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야.


 


근데 그건 너무 준비를 안 하고 가서 그래. "어 얘들이 왜 못 알아들을 말로 노래를 하지?" 하면서 놀라지 말고, 공연 보러 가기 전에 조금만 준비를 한다면 충분히 오페라를 즐길 수가 있어. 내가 약속할께. 그럼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어떤 것들을 준비하면 좋을지 한번 생각해 보자구.


 


오페라를 즐기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


 


일단은 대략적인 줄거리를 파악하고 가는 게 좋아. 노래가 외국어로 진행이 되니까 공연을 보면서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는 건 어려운 일이야. 영화라면 '스포일러 노땡큐요!' 라고 말해야 겠지만, 오페라는 이야기 말고도 즐길 거리들이 많이 있으니, 일단 줄거리는 파악하고 가기로 해. 그리고 더불어서 등장 인물도 한번 살펴보고 가는 게 좋겠지. 시대 배경이 2010년의 대한민국과는 많이 다르니깐 작품 속의 배경에 대해서도 알아보면 좋을 것 같아.


 


정리하자면 - 이야기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공연을 관람하라!


 


그리고 유명한 아리아 몇 곡은 들어보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들어 볼 수 있는 곳이 많으니깐 그리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들어 볼 수 있을거야. (아리아 라는 건 쉽게 말하자면 사람들이 떼로 부르지 않고, 혼자서 부르는 노래라고 보면 될 거야.) 오페라는 모든 대사를 노래로 처리하는 음악이 죽도록 중요한 공연 예술이야. 그래서 작품을 말할 때도 어느 작곡가의 작품인지에 대해서만 말하지. 가사를 누가 썼는지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그만큼 음악이 중요해. 그러니까 한 막에 아는 아리아가 하나씩만 있어도 잠들지 않고 끝까지 버틸 가능성이 엄청 높아져. 유명한 아리아들은 샘플링되어서 가요에 쓰이거나, 광고에 쓰이거나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들어보면 "아! 이 노래가 이 노래구나!" 하는 곡들도 꽤 있을거야.


 


이 정도만 준비해도 오페라를 즐기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거라고 믿어. 스토리는 이미 어느정도 알고 있으니, 이 연출가가 세트를 어떻게 만들었나? 아름다워야 할 여자 주인공이 어째서 저리도 풍만한가? 이 테너 아저씨 유명하다던데 아리아 잘 부르나 한번 볼까? 오케스트라랑 합창단이랑 주연급 성악가들이랑 호흡이 잘 맞나? 뭐 이런 것들을 눈여겨 보면 시간이 후다닥 지나가 버릴거야.


 


공연을 보러 갈 때 오케스트라가 어느 팀인지를 눈여겨 보는 것도 중요해. 성악가가 아무리 노래를 잘 해도,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망치기로 결심하면 아무도 못 말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오페라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서 진행이 되는데, 연주가 질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무대가 좋고, 배역들이 연기와 연주(성악가의 노래를 연주라고 하더라고)를 잘 해도 도루묵이야. 그러니 가능하면 시립이나 국립 같은 실력이 검증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보장된 공연을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연주가 형편 없는 경우가 실제로 있어. 그건 실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연습량의 문제이기도 해. 사실 한 편의 오페라를 완성하는 데에는 몇 백명의 인원이 호흡이 맞아야 하고, 그 호흡을 맞추는 연습을 하는 게 쉽지는 않아. 그리고 연습을 많이 할수록 제작비도 올라가니깐 연습 부족 때문에 공연이 삐걱거리는 경우가 있어. 뮤지컬처럼 1달동안 공연해서 공연하면서 맞출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어설픈 팀의 공연을 보러 갔다가는 "뭐야 이게!" 라고 실망할수도 있다는 이야기지.


 


부디 여러분들이 처음 보는 오페라는 "재미는 없었지만 하기는 잘 하더라" 뭐 이런 평가라도 받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소원이 있네.


 


이 글은 한 번에 한 작품씩 소개하는 형식이 될 것 같아. 누군가가 "라 트라비아타" 라는 도대체 제목부터 뭔 소린지 모를 오페라를 봐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 왔을 때, 큭큭큭 웃으면서 읽고 나면 "흠 이거 한번 볼만 하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공연 보기 전에 공연 볼 준비를 한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도록 할께. 작곡가에 대한 설명과 등장 인물 소개. 그리고 작품의 조금은 자세한 스토리가 주가 될 거야.


 


오늘 소개할 첫번째 작품은 작곡가 베르디의 '리골레토'야. 우리 와이프에게 "첫 번째 작품을 정했어요!" 라고 했더니, "리골레토 아니예요?" 라고 묻더군. 공대생은 잘 몰랐는데, 음대생들 사이에선 유명한가봐 이 작품.


 



리골레토 포스터


 


작곡가 : 베르디


 


주세페 포르투니노 프란체스코 베르디는 일단 이탈리아 사람이야. 어릴 때는 조그마한 동네에서 자랐고, 그의 아버지는 여인숙 겸 잡화상을 하는 분이셨어. 가정의 경제적 형편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지. 이런 환경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집안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는 못했어. 그래서 오히려 그의 음악적 성공이 더욱 빛이 나는지도 모르겠어. 18살이 되던 해에 밀라노로 유학을 가서 음악을 공부했는데, 밀라노 음악원에는 진학하지 못했어. 나이도 다른 학생들에 비해 너무 많고 고향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아.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베르디는 음악 공부를 계속하지.


 



베르디 형아


 


처음에는 실패도 많이 했지만, 차츰 베르디는 오페라 작곡가로써 명성을 얻게 돼. 특히나 그의 초기 작품들에서는 애국적인 요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그러한 면이 인기를 얻는 데 도움을 주게 돼. 당시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탈리아 국민들의 마음 속에는 불타는 애국심이 있었던 모양이야. 이 때 작품들로는 <제1회 십자군의 롬바르디아인>(1843), <에르나니>(1844), <잔 다르크>(1845), <레냐노의 전쟁>(1849) 등이 있다고 해.


 


이렇게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작품들을 많이 쓰던 시기에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작품들을 쓰는 시기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러한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우리가 오늘 공부하고 있는 리골레토 라고 봐도 될 것 같아. 현재 많이 공연되어지는 작품들도 이 시기의 작품들이지. <일트로바토레>(1853), <춘희>(1853), <돈 카를로스>(1867), <아이다>(1871), <오텔로>(1887), <팔스타프>(1893)  등의 작품을 이 시기에 발표하게 돼.


 


정리 - 베르디는 이탈라이 사람. 엄청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 애국적인 작품을 쓰다가, 사람의 감정을 잘 나타내는 작품을 써서 빅 히트시킴.


 


작품 설명


 


베르디의 리골레토라고 하지만, 베르디 혼자 이 작품을 만든 건 아니야. 베르디는 작곡을 했지. 이야기를 쓴 사람은 따로 있어. 리골레토는 빅토르 위고가 쓴 희곡을 프란체스코 피아베가 오페라용으로 각색한 작품이야. 거기에 베르디의 곡들이 더해지는 거지.


 


프랑스의 문호인 빅토르 위고가 원래 쓴 작품에는 주색을 즐기는 악한 왕인 프란시스 1세에 관한 이야기였어. 당시 시대 상황이 왕을 대놓고 까대면 검열을 당할 위험이 많아서, 왕을 공작으로 바꾸어서 각색을 했다고 해.


 


전체 3막으로 되어 있어. 3막 이라는 건 처음에 막이 올라간 다음에 3번 막이 내려온다는 거야. 그리고 1막은 2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1851년 3월 베네치아의 페니체극장에서 초연되었고, 한국에서는 1958년 5월 서울오페라단(임원식 지휘)에 의하여 국립극장에서 초연되었다고 해.


 


등장인물


 


리골레토 : 만토바 공작의 총신으로 어릿광대(바리톤)


 


이 오페라의 제목이 리골레토니까 이 형아가 주인공이라는 걸 알 수 있을거야. 이 형의 직업은 광대야. 만토바 공작의 신하지. 공작이라는 거 엄청 높은 벼슬인가봐.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의 순서더라구. 봉건 시대에 공작 정도면 자기가 다스리는 지역 내에서는 절대적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것 같아. 이 작품에도 보면 백작을 막 가두고 그러더라고. 여튼 그런 대단한 공작의 권세를 믿고 까불까불하는 광대가 바로 우리의 주인공 리골레토야. 주인공이 공작이나 백작이 아닌 낮은 신분의 광대라는 게 어쩌면 이 작품의 특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어떨 때는 공작을 믿고 막 까불기도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바로 그 공작을 포함한 다른 이들이 자신의 딸을 욕보일까봐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 줘. 흥부는 착한 놈, 놀부는 나쁜 놈. 그러다가 나쁜 놈이 잘못을 깨닫는 그런 심플한 이야기가 아니고, 한 개인의 내면 속에서 여러가지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 리골레토가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손꼽히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


 


만토바 공작 : 귀족으로 영주(테너)


 


만토바 공작은 한 마디로 열 여자를 마다하지 않는 천하의 바람둥이야. 변장도 하고, 거짓말도 하고 그러면서 여성들을 꼬드기는데, 인물도 잘나고 말빨도 좋아서 여자들이 껌뻑 넘어가. '공작이 들이대니까 싫지만 어쩔 수 없다' 뭐 이런 분위기라기 보다는, '아! 이 남자 너무 멋있다.' 라는 분위기야.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여성들의 심리는 그 역사가 긴 것 같아.


 


질   다 : 리골렛토의 딸(소프라노)


 


광대 리골레토의 딸이야. 엄마는 일찍 돌아가셨고, 이쁜 아가씨는 귀족들이 잡아다가 욕 보이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아버지인 리골레토가 외딴 집에 숨겨서 키워. 세상 물정 모르는 순수한 아가씨야.


 


스파라푸칠레 : 자객(베이스)


 


공식적인 직업은 여관 주인인데, 실제 실업은 냉혹한 킬러야. 열심히 영업 뛰다가 리골레토에게도 찌라시를 돌리게 되지. 남자 유혹하는 데 발군의 실력을 보이는 여동생이랑 동업을 하는데, 맡은 바 책임을 다하려 하는 직업의식도 있는 남자야.


 


막달레나 : 스파라푸칠레의 동생(알토)


 


자객인 오빠가 처리해야 할 인물을 유혹해서 여관으로 데리고 오는 역할을 하고 있어.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포스를 풍기다가, 마지막에는 공작을 사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알쏭달쏭한 여인이야.


 


몬테로네 백작(바리톤)


 


공작이 이 백작님의 딸에게 험한 짓을 했나 봐. 공작의 무도회장에 와서 저주를 퍼부어 주고는 옥에 갇히게 돼.


 


체프라노 백작(베이스)과 체프라노 백작부인(소프라노)


 


아름다운 아내를 둔 덕분에 근심이 많은 백작님과 바로 그 아름다운 백작 부인. 백작님은 공작을 믿고 까불대는 리골레토를 혼내주려고 질다를 납치 하게 돼.


 


지오반나(메조소프라노)


 


리골레토의 딸인 질다의 유모야. 리골레토가 질다가 머무르는 집에 아무도 오지 못하게 하라고 이 유모에게 신신당부를 하지. 근데 돈 좀 받더니 공작님에게 "어서 옵쇼" 하면서 질다를 만나게 해 줘. 이래서 직원을 잘 뽑아야 하는거야.


 


보르사와 마를로


 


듣보잡


 


 


리골레토의 스토리


 


좀 길고 자세하게 쓸거야. 이야기를 자세히 파악하고 공연을 봐야 한글 자막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공연의 다른 부분들을 즐길 수가 있을 테니까 말이야.


 


- 제 1 막 -


 


제1장:


 


공작의 성안에서 무도회가 열리고 있어. 맨 처음 공작과 보르사가 등장하는데, 공작은 한 3개월 전부터 교회에서 겁나게 이쁜 아가씨가 등장했다고 신나서 이야기 해. 아직 구체적인 작업은 들어가지 않은 모양이야. (고수들은 서두르질 않아.) 그치만 그 아가씨가 어디 사는지는 이미 확인을 해 둔 것 같아.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데, 이상한 남자가 드나들곤 한다는 군. (어디에 사는지, 주위에 남자는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가봐.)


 


뭐 그 아가씨도 중요하지만 무도회를 열어놓고 계속 그 아가씨 생각만 할 수는 없는 일. 무도회에 온 여성들에게 관심을 돌리는 공작님. 그 중에 체프라노 백작 부인이 가장 아름다운가 봐. 응 그래 유부녀야. 그리고 무도회에 체프라노 백작이랑 같이 왔어. 근데도 이 공작님 막 들이대. 그리고 둘의 대화 내용을 보면 오늘 처음 들이대는 것도 아닌 것 같아. 전부터 가끔씩 들이대주신 것 같아. 여튼 공작님이랑 백작 부인은 "아름답소 부인", "어머 이러시면 안 돼요" 따위의 대사를 하다가 함께 사라져. 열 받은 백작도 따라가고, 리골레토도 따라가지.


 


다들 퇴장하고 무게감이 사라진 무대에, 마를로가 후다닥 뛰어들어 와. "빅 뉴스! 빅 뉴스!!" 이러면서. 사람들이 "뭔데? 뭔데?" 그러면 마를로는 "리골레토가!! 리골레토가!!" , "리골레토가 뭐? 뭐?"  이런 식의 옛날 개그 비슷한 상황이 와. 결론은 곱추에 괴물같은 리골레토가 애인이 있다는거야.


 


그러는 사이 공작과 리골레토가 다시 등장. 아직 공작님이 백작 부인을 꼬시지 못했나 봐. 리골레토는 백작이 있는데도, 장난 비슷하게 공작에게 말해. 백작 따위 귀양 보내거나 죽여버리고 백작 부인을 꼬시라고. 당연 백작은 열 받지. 그러면 이 공작님이 그 농담을 받아서, "어허 이 친구 농이 과하구만! 근데 어느 머리? 이 머리?" 하면서 백작 머리를 스윽 바라보고 뭐 그러는거야. 백작은 완전히 빡 돌지. 공작은 그렇다치고, 공작 믿고 까부는 곱추 광대 놈이 더 미운거라. 보르사와 마를로 등의 인물들도 그런 리골레토를 좀 미워하는 것 같아. 백작은 리골레토에게 "너 임마 내일 한 판 붙어!" 이러고 리골레토는 "공작님 신하를 누가 건드려!" 이러면서 약을 올리고 있어.


 



약 올리기 부문 환상의 콤비 - 공작과 리골레토


 


이 때 또다른 백작님이 등장해. 몬테로네 백작님인데, 엄청 열 받으신 상황이야. 공작님이 몬테로네의 딸을 어찌 하신 모양이야. 몬테로네 백작님은 공작이 귀양을 보내든, 감옥에 가두든 할 말은 해야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오셔서 공작에게 이야기 해. "너 임마 그렇게 살면 안 돼" 뭐 이런 식으로. 근데 이 놈의 리골레토가 이 근엄한 분위기에서 몬테로네 백작 흉내를 내면서 또 깐족대는거야. 신정환 비슷하게. 그러니 몬테로네가 얼마나 열 받겠어. 공작이 부하들에게 몬테로네를 가두라고 명령하는데, 몬테로네가 끌려가면서 저주를 해. 근데 딸을 범한 공작보다 까부는 리골레토가 더 미운가 봐. "아버지의 고통을 비웃는 놈! 저주를 받아라!" 이러면서 끌려 가. 이거 이 작품에서 좀 중요한 저주야.


 


제2장:


 


리골레토가 자신의 예쁜 딸을 숨겨둔 집으로 가는 길이야. 시절이 그런건지 공작이 그 모양이니 동네 분위기가 그리 변한건지, 어쨌든 예쁜 딸은 어디 숨겨둬야 험한 일 안 당하는 상황인가봐. 그렇게 집으로 가다가 리골레토는 한 남자를 만나. 그는 늦은 밤에도 열심히 영업을 뛰고 있는 자객 스파라푸칠레야.(아 띠바 이름 너무 어려워.) 리골레토는 귀족을 저세상으로 보내는 비용을 물어 봐. 못생기고, 장애가 있는 리골레토는 잘난 귀족들이 미워 죽겠나 봐. 그래서 더 기를 쓰고 귀족들한테 깐족깐족 하는 모양이야. 여튼 약관과 계약서를 자세히 읽어보고(는 아니고), 필요하면 접선을 하기로 하고 자객을 보낸 리골레토는 집으로 들어 가.


 


집에는 딸인 질다와 질다의 유모인 지오반나가 있어. 근데 신기한 건 이 딸 질다가 자기 아버지 이름을 몰라. 리골레토가 안 가르쳐 줘. 왜 그럴까? 밖의 사람들이 맨날 리골레토를 욕하기 때문일까? 여튼 리골레토가 정상이 아닌 건 분명한 것 같아.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 아버지라니. 리골레토는 딸 질다를 이 집에 가둬놓고, 교회만 가끔 가게 해. 그리고 유모인 지오반나에게 신신당부를 하지. 아무도 못 오게 하라고.


 


근데 왜 제일 처음에 공작님이 보르사에게 교회에 겁나게 이쁜 아가씨 있다고 한 거 기억 나? 그 아가씨가 바로 질다였나 봐. 이 공작님 평민 옷을 입고 질다 집 앞에 지금 와서 숨어있어. 숨어서 지켜보다가 질다가 리골레토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 근데 말야 이 질다는 교회에서 만난 공작을 사랑하고 있었어. 대화 한번 나눈 적이 없으면서도 마음 속에서 사랑을 키워가고 있었지. 공작이 어지간히 잘난 남자였나 봐. 리골레토가 퇴장하자 유모에게 돈을 먹인 공작이 유모에게 비키라고 하고, 질다에게 사랑을 고백해. 질다야 뭐 이미 공작을 사랑하고 있었으니 둘 사이에 파바박 불꽃이 튀게 되지. 공작은 자기 신분을 밝히지 않고 가난한 학생이라며 이름도 거짓으로 알려 줘. 어쨌거나 이제 육두의 형제들이 좋아라 할만한 장면이 나올려는 찰나 밖이 소란스러워 져. 유모가 누가 온다고 호들갑을 떨어서 공작은 퇴장하게 되지.


 



질다를 꼬드기시는 공작


 


밖을 시끄럽게 만들던 인간들이 누구인가 보니, 와이프 때문에 심기가 불편하셨던 체프라노 백작과 공작 믿고 까부는 리골레토를 살짝 미워하는 보르사와 마를로 그리고 무장한 부하들이야. 1장에서 마를로가 개그하던거 생각 나? "곱추 바보 리골레토가 글쎄 애인이 있더라구!" 하던 장면. 그래서 지금 이 사람들이 리골레토를 골려주기 위해 그 애인(사실은 딸)을 납치할려고 몰려온거야.


 


이 때 갑자기 리골레토가 다시 등장 해. '아따 깜짝아. 이 인간이 왜 갑자기 나타나!' 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은 한 가지 묘안을 떠올리지. 리골레토의 작은 집 근처가 체프라노 백작의 집과 가까웠던거야. 그래서 "우리 지금 체프라노 백작의 부인을 보쌈하러 간다" 고 구라를 쳐. 체프라노 백작은 숨어 있고 말이야. 이런 재미난 일에 리골레토가 빠지면 섭섭하지. 적극적으로다가 동참하는 리골레토. 사람들은 복면을 써야 한다면서 천으로 리골레토의 눈을 가리고 사다리를 잡고 있으라고 한 뒤에, 그 틈을 타서 질다를 납치해 가. 모두 떠난 뒤에 혼자 남은 리골레토는 질다가 떨어뜨리고 간 손수건을 보고 상황을 파악하게 되지. 아무 말도 할수 없을 만큼 충격에 빠진 리골레토. 그리고는 막이 내려 와. 



- 제 2 막 -


 


배경은 공작님 저택 안의 한 방이야. 이 공작님 그새를 못 참고 질다를 만날려고 그 집에 갔다 온 모양인데, 이미 질다는 납치를 당해서 그 집에 없었겠지. 그래서 엄청 슬퍼해. "아 띠바 언 놈이 훔쳐간 겨!" 이러면서. 그러는 동안에 백작과 그 외의 인간들이 들어와서 리골레토의 애인을 잡아왔다고 자랑을 하지. 공작이 그토록 찾던 질다를 잡아 간 인간들이 바로 이 인간들이고, 그 질다는 지금 자기 집에 와 있다는거야. '이 놈들아 애인이 아니고, 딸이란다' 라고 외칠 새도 없이 공작은 질다를 만나러 퇴장 해.


 


그러는 사이에 리골레토가 등장하지. 어제 자기를 속인 인간들이 순순히 자기 딸이 있는 곳을 알려줄 리는 없으니, 혼자 힘으로 열심히 딸을 찾고 있는 중이야. 근데 그 때 공작 부인의 시종이 와서 부인께서 공작을 만나고 싶어하신다고 말 해. '아따 깜짝아' 지금 공작이 부인을 만날 상황이 아니잖아? 그래서 인간들 엄청 버벅거리지. 잔다고 하는 놈, 사냥 갔다고 하는 놈. 그 꼴을 보면서 눈치 100단 리골레토는 상황 파악을 하게 되지. '이 십색볼펜으로 그린 십장생 같은 것들이 우리 딸을 공작한테 바쳤구나' 라고 말이야. 불 같이 화를 내며 딸을 찾으러 갈려고 하는데, 무장한 애들이 리골레토를 잡고 안 놔줘. 지금 이 건물 어딘가에서 공작 놈이랑 딸이 같이 있을거라는 생각에 이 못난 아버지는 피눈물이 나겠지. (캬 좋은 작품이야 리골레토)


 



슬퍼하는 리골레토와 냉정한 표정의 사람들


 


그러는 중에 딸 질다가 등장해. 리골레토가 반기며 기뻐하는 것도 잠시, 딸 질다가 울고 있는 걸 알 게 돼. 나머지 인간들은 미친놈 피하고 보자며 퇴장을 하고, 질다와 그녀의 아버지만 남게 되지. 그간의 사정을 듣게 된 리골레토는 전에 명함 받은 그 자객, 이름도 어려운 그 자객을 떠올리게 되었겠지. '이노무 공작새! 쥬겨버리겠다!!!' 라는 마음으로 말이야. 그렇게 아버지는 복수를, 딸은 용서를 외치며 짧은 2막이 끝이 나게 돼.


 


 - 제 3 막 -


 


배경은 그 이름도 어려운 자객, "스파는 내가 여기저기 많이 다녀봤는데, 칠레가 최고인 것 같아요. 스파라면 칠레지!" 라고 외칠 것 같은 스파라푸칠레가 운영하는 여관이야. 여관 밖에는 질다와 우리의 리골레토가 서 있지. 2막 끝에 하던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어. 아버지는 복수를, 딸은 용서를. 질다는 "그 공작 오빠 나한테 뻑 가서 나를 진정 사랑하고 있단 말이예욧!" 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아 이 순진한 아가씨를 어쩐단 말인고. 리골레토는 얘랑 말싸움 해봐야 답이 안 나온다고 생각했는지, 스파 어쩌고 하는 자객의 여관을 들여다 보라고 벽에 난 구멍으로 안내해 주지. 그럼 우리도 그 여관 안의 모습을 같이 지켜보도록 할까?


 



리골레토와 딸 질다


 


이 냉혹한 자객 '스파라면 역시 칠레'는 자신이 제거해야 할 사람을 여관으로 유인하는 비책이 있었는데, 그건 자신의 여동생을 이용한 일종의 미인계였어. 그날도 그 여동생은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여 공작 형아를 이 여인숙으로 잘 데리고 온 모양이야. 여관 안에는 자객과 여동생, 그리고 공작이 있었지. 이 공작님 자객에게 방과 술을 준비하라고 시키고는 아주 열심히 이 여동생을 꼬셔. 자객의 여동생 막달레나를 유혹하는 공작을 보면서 질다는 자신이 공작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리골레토는 공작을 죽이고, 베르나로 도망 갈 계획었어나 봐. 질다에게 먼저 준비한 남자 옷을 입고, 베르나로 가라고 이야기 해. 그리고 여관 밖에서 자객을 만나 공작을 처치해 달라고 부탁하지.


 



막달레나를 유혹하는 공작과 밖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질다


 


인제 악인은 지옥으로! 이렇게 끝나나구? 이게 참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스파어쩌구 자객의 여동생인 막달레나가 공작을 맘에 두게 돼. (이 공작 진짜 대단하지 않아?) 아까 공작이 한번 달라고 할때는 "어허 이 사람이 나를 뭘로 보고 막 달래나?" 라고 튕기던 막달레나가, 오라방이 금화 20냥짜리 프로젝트를 물고 오니까 그 남자 아깝다며 초를 치는거야. 나중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이 누님이 질다랑 비슷한 소리를 해. 그 남자 나를 사랑하는 것 같다는 둥, 아까 그 곱추를 죽이자는 둥. 하도 여동생이 징징대니까 이 자객이 절충안을 내 놓게 돼. 누가 여관에 묵으러 오면 그 사람을 대신 죽이자는거였지. 근데 말야 그날 날씨가 완전 천둥 번개를 동반한 게릴라성 집중 호우였거든. 그런 날 시설도 구질구질하고, 주인 아저씨 인상도 더러운 그런 여관에 누가 오겠냔 말이지? 즉 아무도 안 올거라는 생각으로 여동생에게 그런 말을 한거야. 광대 아저씨랑 약속한 12시는 다 되어 가고, 여동생 막달레나는 속이 타지. 근데 속이 타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어. 질다. 이 아가씨를 어쩌면 좋아. 이 순수한 아가씨는 공작이 자기를 속였다는 걸 알면서도 그를 미워할 수가 없었나 봐. 무언가에 이끌린 듯 아버지가 준비해 둔 남자 옷을 입고서는 이 여관으로 다시 오게 된 거지. 밖에서 이 모든 이야기를 들은 질다는 공작 대신에 자신이 죽기로 결심을 해. (아 가슴 아파)


 


여관의 문을 두드리는 질다. 지나가던 거지인데 하룻밤만 묵게 해달라고 이야기를 하지. 일이 이렇게 되니 자객 오라방도 할 말이 없지 뭐. 오빠는 칼을 준비하고, 여동생은 문을 열 준비를 해. 비는 계속 억수같이 쏟아지고, 천둥 번개도 쳐야하니, 조명과 음향을 맡은 스텦들이 가장 긴장해야 할 장면이겠구만. 그런 극적인 장면에서 드디어 문은 열리고...


 


약속한 시간이 되어 리골레토는 여관으로 돌아 와. 자객 오라방은 이미 받은 착수금 50% 의 나머지 50%를 챙기고는 자루를 건네주지. 신이 난 리골레토는 자루를 가지고 강물에 던지려고 가는데, 여관에서 공작의 노래가 들리는거야. 그 유명한 -여자의 마음- 이라는 아리아 말이지. (시간 좀 내주오~ 갈 데가 있소~ 바로 그 노래야.) '뭐야? 공작은 죽었는데. 왜 그 인간 노래 소리가 들리는거야!' 리골레토는 속았다는 걸 알고 자루 속을 들여다 보았지. 세상에나! 거기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넣을수만 있다면) 자신의 딸이 칼에 찔린 채 죽어가고 있는 게 아니겠어. 아직 죽지는 않은 질다가 리골레토에게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눈을 감게 돼. 남겨 진 리골레토가 주체하지 못할 슬픔에 빠져버린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그렇게 마지막 3장도 막을 내리게 되지.


 



슬퍼하는 리골레토


 


공연 에피소드


 


휘파람도 불지 마!


 


베르디가 리골레토를 작곡할 당시에도 표절 문제가 심각했던 모양이야. 그래서 초연을 올려야 거기에 쓰인 곡들이 베르디의 곡이라고 인정을 받는 그런 분위기였나 봐. 그래서 좋은 곡을 써서 오페라를 연습하고 있는데, 쉬앤블루스 같은 놈들이 그 곡을 베껴서 먼저 다른 작품에 써먹어버리는 일이 많았나 봐. 이 오페라에서 제일 유명한 '여자의 마음'이 빵! 빵! 터질것을 직감한 베르디는,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순간까지도 이 곡을 공개하지 않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만토바 공작 역을 맡은 가수에게 이 곡을 공개했다고 해. 그 대신 다른 곳에서 절대로 부르지 말고, 휘파람도 불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는 군. 베르디의 예상은 적중해서, 초연을 한 다음날부터 '여자의 마음'은 빅 히트를 하고 각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했다고 해.


 


두 번에 나눠서 버려야 될 것 같은데!


 


3막 거의 마지막 부분에 가면, 곱추 리골레토가 질다가 들어가 있는 자루를 강에 버려야 하는 장면이 나와. 근데 성악 하시는 여가수 분들이 좀 덩치가 좋으실 때가 많거든. 한 번은 질다 역을 맡은 분이 100킬로가 넘는 거구였나 봐. 그러니 리골레토가 이 자루를 옮기지를 못하는거야. 아 띠바 이걸 어쩌나 하면서도 열심히 연기를 했겠지. 그러자 객석에서 "두 번에 나눠서 버려야 할 것 같소!" 라고 누군가 소리쳤다는군. (이건 연출이 잘못한거야! 옮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줬었어야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