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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어떻게 만드나: 첫 책,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필자는 출판계에서 경력을 쌓으며 잔뼈가 굵어진 정통 출판인이 아니다. 다른 일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를 만나 책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몰랐는데, 책은 두발 자전거처럼 지속적으로, 또 규칙적으로 페달을 밟아줘야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거였다.

 

출판사의 페달밟기는 신간을 출간하는 것이다. 신간을 꾸준히 내야 출판사도 얼굴이 알려지고 책의 신뢰도도 올라간다. 잘 알려진 브랜드의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높은 신뢰를 얻고 비교 우위를 갖는다는 당연한 진리는 출판시장에도 통한다. 때문에 현재까지 몇 종의 도서를 출간했는지, 얼마나 자주 신간이 나오는지가 출판사의 역량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곤 한다.

 

빠른 시간 내에 회사를 궤도에 올린 베테랑 대표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창업 전에 이미 12종 정도는 원고를 준비해놓았었다고 하시더라. 1달에 1권씩 출간한다면 1년 정도의 로드맵은 미리 준비한 셈이다. 필자는 그런 것을 전혀 몰랐으니 아무런 준비도 했을 리 없었다. 

 

필자가 책과 인연을 맺은 것은 우연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우연히 화려하면서도 익살스럽고, 또 철학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어떤 코끼리 그림을 만났고 그 그림이 너무 좋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무작정 코끼리 그림의 작가를 찾았다. 찾고보니 백발이 성성한 외국인 할아버지였다. 앞뒤 보지않고 함께 뭔가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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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코끼리 할아버지의 그림>

 

덜컥 제안은 받아들여졌지만 정작 계약은 어떤 조건으로 어떻게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어떤 주제로 책을 만들지도 그 때부터 생각했다. 책 디자인이며 인쇄와 제본은 누가 어떻게 하는지, 심지어는 그렇게 만든 책을 어디가서 어떻게 팔지 아무것도 몰랐다(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필자 자신이 새삼 한심스러워 보인다).

 

남들은 1년치 원고를 준비하고 창업하는 마당에 계약부터 하고 첫 책의 원고를 개발하고 있었으니, 그 다음이 어땠을지 눈에 그려지지 않으시는가. 매일매일 맞닥뜨리는 모든 일들이 장애물이었다. 그저 닥치는대로 물어물어 더듬더듬 해결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도대체 뭘 보고 필자와 책을 낼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안가시겠지만, 그전에 얽히고 설킨 애틋한 사연이 있기는 하다(궁금하시다면 이번에도 필자의 이전 글-링크-을 참고하도록 하자).

 

어쨌든 고민 끝에 책의 콘셉은 할아버지의 익살스러운 코끼리들이 뚱뚱한 몸을 구부리고 돌리고 해서 우리의 한글을 표현하는 것으로 잡았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한글을 몰랐다. 한글을 가르쳐드려야 했다. 단기간에 글까지는 어렵고 아쉬운대로 글자를 먼저 가르쳐드리기로 했다. 자음과 모음의 형태와 발음을 어느정도 익히시고는 자신의 코끼리로 한글을 그려서 보여주셨다(우리 한글, 정말 대단한 문자다). 감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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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만으로 그림책을 만들기에는 부족했다. 그림책인데 응당 있어야 할 이야기가 없지 않은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어떤 이야기를 할까. 글작가를 수소문했지만 어디서 누구를 어떻게 찾아야하는지 몰랐다. 설령 찾더라도 그간의 히스토리를 어떻게 설명하고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달라고 해야할지 난감했다.

 

‘그럼 내가 써보자.’ 

 

일찍이 러브레터를 주무기로 청춘사업을 아름답게 꽃피웠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자며 펜을 잡았다(필자, 그래도 독문학을 전공한 문학도였다). 졸업 후 썼던 글이라곤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이 전부인데 몇 십년 만에 글을 쓰려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다행스럽게도 한글 자음을 따라 이야기를 전개하기로 할아버지와 콘셉을 잡아놓은 상태라 꾸역꾸역 진도를 뺐다. 두 달을 넘겨 고민한 끝에 열네 바닥의 글을 완성했다. 부끄러워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바로 영문으로 바꾸어 할아버지에게 보냈고, 할아버지는 글에 맞는 삽화를 다시 그려 보내주었다. 그렇게 온갖 삽질 끝에 원고를 완성했다. 아는 디자이너에게 책 디자인을 부탁했다. 그런데 이 디자이너도 책은 한 번도 디자인해본 경험이 없는 시각 디자이너라 책디자인의 감은 전혀 없었다. 디자이너가 리서치하고 책을 디자인하게 되기까지 또 두어달이 지났다. 그 파일을 들고 인쇄소를 수소문하여 삽질 끝에 드디어 첫번째 책이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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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들고 감격하기도 잠시, 다음 고민이 시작되었다. 

 

‘어디다 팔지?’

 

원고를 개발하느라 마케팅이나 판매전략 같은 것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 어쩌겠는가. 머리가 나쁘면 팔다리가 고생하는 수 밖에.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이 완성된 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무작정 교보문고를 찾아갔다. 물어물어 담당 MD를 찾아 우리책을 팔아달라고 했다. 원래 5종 이하의 출판사 책은 받지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출판사가 한두 종 정도 책을 출간해보다가 사업을 접는 경우가 왕왕있는데, 그런 경우 재고를 처리하고 거래를 마무리하는 과정이 복잡해서 담당자가 곤란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열심히 할 거니까 걱정마시고 받아달라고 졸랐다. 그렇게 난생 처음 교보문고에 우리 책이 깔렸다. 뭐라도 된양 어깨가 으쓱했다.

 

첫책이 나온 기념으로 죽지않는돌고래 편집장에게 책을 선물했던 날, 축하한다며 밥을 사주었다. 그동안 보여주었던 필자의 사업 아이템 중, 제일 신빙성있어 보인다며 농담섞인 덕담을 해주었다. 하지만 딴지마켓 입점은 좀 생각해보자며 말끝을 흐렸다. 시선 둘 곳을 잃고 아련하게 흔들리던 그 눈동자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책의 재료는 어디서 구하나: 79,560원의 다음 수순

첫 달 책 판매대금으로 79,560원이 통장에 꽂혔다. 무려 한 달 동안의 판매 금액이다.

 

교보문고만 입점되면 여기저기서 인터뷰가 막 들어오고, 책을 보내 달라고 연락이 빗발칠 줄 알았는데 역시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좌절스러웠지만 좌절할 시간이 없었다. 거래처를 늘리려고 여기저기 쫓아다녔다. 인터넷 서점도 가고 눈에 보이는 동네서점도 가서 책을 받아달라고 졸랐다. 그렇게 어느 정도 거래처를 늘렸고 이제 쯤이면 매출이 좀 오르겠거니 했는데, 그놈의 매출은 여전히 꿈쩍도 안하는 것이었다. 그 때 알았다. 책 한 두권 가지고는 택도 없다는 것을, 꾸준히 책을 출간해야 한다는 것을. 다음 책이 나오면 신기하게 이전 책도 끌어준다고 했다. 

 

다른 출판사를 보니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쏟아져 나와 있었다. 나도 다음 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안왔다. 주변에 그림책 작가를 수소문 했다. 한 명도 없었다(아, 한 명 있었다. 아내의 친척 언니가 결혼 전 사귀다 헤어진 남친)

 

그러던 어느 날, 디자이너로 일하던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광화문 촛불집회에 나갔다가 친구의 친구를 만났는데 그가 글쎄 그림책 작가더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구상해 놓은 원고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길로 약속을 잡고 셋이 만났다. 임자는 임자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처음 본 그 작가님은 전혀 낯설지 않았다. 마치 오래 전 헤어진 동생을 만난 듯 필자와 꼭 닮은 수염이 숭숭 난 외모와 여리여리한 소녀 감성. 동질감을 느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구상해 놓은 원고는 바로 그림책을 만들어도 될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신기하게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도 코끼리였다. 

 

- 주인공 코끼리는 코가 없이 태어나 남과 다른 외모때문에 따돌림받고 놀림받는다.

- 슬퍼서 혼자 눈물콧물 빼고 울다가 설상가상 콧물이 안 떨어지는 참사가 일어난다.

- 결국 긴 코대신 긴 콧물을 달고 다니다가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게 된다.

- 코가 없는 코끼리는 이내 콧물을 장점으로 승화시키고 자신을 발견하고 사랑하게 된다.

 

필자는 똥꼬발랄하면서도 따뜻한 스토리가 마음에 쏙 들었다. 온갖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필자도 감정이입이 되어 커다란 위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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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감동받고 사랑하는 한 장면: 이 장면을 보고

필자도 필자 자신을 좋아하게 됐다!>

 

바로 라이센스 계약을 했고 첫 책을 출간한지 무려 6개월 만에 두 번째 책이 나왔다(책을 소개하러 교보문고에 갔는데 너무 오랜만이라 담당자가 필자를 못 알아보시더라)

 

두 번째 하는 일이어서인지 첫 번째에 비하면 훨씬 매끄럽게 영업이 진행 되었다. 먹고 살기엔 택도 없는 숫자지만 매출도 분명 미세하게나마 올라가는 추세였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마산에 있는 지방서점에서 전화가 왔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혼을 내시는 거였다. 도대체 책을 구할 수가 없다고, ‘이렇게 책을 잘 만들었으면’ 서점들이 책을 구하기 쉽게 해줘야지, 지방서점에는 유통 안 시킬거냐고 하셨다. 창고에 쌓아 놓았다가 나중에 국끓여 먹을거냐고, 얼른 여기저기 유통시키라고 하셨다.

 

‘이렇게 잘 만들었으면’ 이라고? 

 

듣고 싶은 말만 들린다고, 저 얘기만 귀에 쏙 들어왔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그러면 그동안에는 우리 책이 지방으로는 안 나갔었다는 얘기인가 싶어 의아했다. 

 

그 때 또 알았다. 전국에 지점을 가진 큰 서점 외에 지역마다 서점으로 책을 공급하는 유통망이 따로 있다는 것을.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며 부랴부랴 도매업체들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두번 째 책은 조용히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좌충우돌했지만, 한 권 한 권 책을 쌓아가며 거래처를 쌓고 또 경험도 쌓아갔다. 그리고 간간이 좋은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책이 너무 좋다고. 두 번째 책, 작가님이 도서관에서 초청받아 강연도 했다.

 

작년 서울 국제도서전에서도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도 초청받고 사인회도 가졌다(작은 출판사는 작가 사인회 쉽게 못한다. 만일 사인회에 사람이 안와서 파리라도 날리게 되면 서로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 국제도서전에 참여했던 헝가리 대표부 직원이 자기 딸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작가님 오기를 몇 시간이나 기다렸다가 사인받아 가는 것을 보고는 작가님과 얼싸안고 두 마리의 <콧물끼리>가 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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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한 헝가리 대표부 직원이 우리 그림책을 구매하고

작가에게 사인을 요구하고 있다.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작년에 출간한 그 작가님의 다른 책이 무려 ‘세종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처음 책을 출간했던 그 때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고 해야할 일은 너무도 많다. 

 

필자네 첫 번째, 두 번째 책의 이야기는 필자에게는 잊을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사연이다. 하지만 그저 우연에 우연을 거듭했을 뿐, 당시에는 전혀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필자가 우연히 발견한 것처럼, 책의 재료는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야기의 힘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한결같이 특별한 우리 각자의 삶의 이야기이고 그 속에 담긴 생각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삶이 다를지언정 우리 삶의 모든 것, 삶에 관한 모든 생각은 책의 재료가 될 수 있다. 

 

다만, 같은 재료를 써도 음식점마다 맛이 다르듯, 그 재료를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출판사의 색깔이 달라진다. 그렇게 책이 쌓이는 만큼 이야기가 쌓여간다.

 

에필로그

친하게 지내는 한 선배 출판사 대표님이 그랬다. 

 

“책 만드는 사람들은 다 꼭 안아주고 싶을만큼 예쁘고 안타깝다.”

 

열심히 책을 만드는 것이 예쁘고 그럼에도 돈을 별로 벌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여전히’ 열심히 책을 만드는 것이 예쁘고 또 안타깝다는 이야기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열심히 할까?’

 

역시 친하게 지내는 출판사 대표님과 이야기를 하던 중 깨달은 이야기가 있다. 앞으로 만들고 싶은 책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그러면 그것은 필자의 아이템이니 직접 써보라고 권하는 거였다. 

 

“누가 제 얘기를 들어줄까 싶네요.” 

 

의기소침의 모범답안으로 대답 했더니 

 

“그렇게 자기 생각에 자신이 없으면 책 만들면 안되는데…” 하시더라. 

 

작가는 멀리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외계인이 아니었다. 우리와 같은 삶을 살면서 경험을 통해 느껴지는 감정과 생각, 깨달음을 정리하고 그것을 이야기해주는 사람이었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원고를 찍어 팔기만 하면 되니까 출판사업은 땅짚고 헤엄치기라고 단단히 착각했던 적이 있다.

 

이제와서보니 출판사는 책을 찍는 곳이라기보다 작가들과 함께 생각을 정리하고 목소리를 조율하는 곳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저마다의 눈높이와 가치관으로 바라보니 생각이 다르고 목소리가 다른 것은 당연하니까.

 

출판은 강물 위에 종이배 띄우듯, 생각 한 조각을 책이라는 그릇에 담아 띄워 보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감하는 이에게 닿든, 혹은 아무에게도 공감받지 못하고 혼자 외롭게 흘러가든, 그것은 지금으로서는 알 수도 없고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저 생각의 강물을 채우는 일이기에 묵묵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책이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면 출판사는 작가와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답을 찾는 곳이어야 한다. 그것이 출판사가 진짜로 가져야 할 소양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생각을 나누는 작가에 대한, 생각을 읽어주는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테니까 말이다. 

 

얼마 전, 창업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 청춘 스타들이 대거 캐스팅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마도 젊은 창업자들의 일과 열정, 돈과 사랑에 얽힌 애환을 다룬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싶다. 창업이 드라마의 소재가 될 만큼 이제는 대중들에게 익숙해졌다는 증거일 것이다. 실제로 10여 년의 모바일 혁명을 거치면서 많은 창업자들이 유니콘 기업을 일구어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성공을 꿈꾸며 창업에 도전하고 있다. 

 

창업을 했던 경험담을 버무려서 창업을 꿈꾸는 분들, 또 책을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 뭔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잘된 회사의 창업자라면 훨씬 매력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필자는 객관적으로는 성공적인 창업자가 아니다. 

 

하지만 ‘사업은 먹고 사는 것’이라는 명제에 빗대어 보면,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그렇다면 필자는 성공한 창업자인가 실패한 창업자인가.

 

그 판단은 아직 하고 싶지 않다. 먹고 사는 것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창업은 단기간에 끝내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네 삶이 하루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닌 것처럼, 창업 후의 사업도 꾸준히 이어지고 성장해야 하는 장거리 경주와 같다.

 

그 장거리 경주를 달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지속성이다. 내 일에 대한 애정과 내 일을 끌고 갈 수 있는 힘, 그리고 내 일 만큼은 내가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 등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필자, 한때는 좌절감에 낙담했고, 한때는 두려움에 불안해하며 아주 많은 날들을 그냥 흘려보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문득문득 두렵고 좌절스러운 지점을 만나 당황하기도 한다. 주변의 잘나가는 친구를 보면 부럽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생활로 돌아오고 나면 아무리 초라할지라도 내게 남아있는 것은 내 일 뿐이고, 그렇기에 내 일이 제일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곤 한다.

 

그렇다. 내것이 제일이다. 뜻을 품고 창업을 했다면 내것만 바라보고 키우는데 집중하는 것이 맞다. 그 성장은 누군가와의 경쟁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조금이라도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버틸 수 있는 힘은 그렇게 나아간 만큼 세져간다. 

 

사실, 버티고 나면 그 이후의 사업전개가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필자도 그 다음 단계까지는 가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저 버티고 버텨서, 내 것이 단단해지고 나면 함께 할 파트너도, 지원군도, 그리고 사업을 넓혀 더 큰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도 언제고 찾아올 것이라 어렴풋 믿을 뿐이다.

 

그런데, 혹여 그런 기회가 오지않더라도 크게 억울해하지는 않을 작정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 것으로 키우며 내 힘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밑지는 장사는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이제 필자의 출판사 창업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려 한다. 지금껏 해드린 필자의 이야기는 전체의 이야기도 아니고 대표적인 이야기도 아니며 일반적인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그저 세상 한 구석에서 누군가가 겪은, 그리고 겪고 있는 아주 작은 이야기일 뿐이다.

 

 

멘토님의 말씀대로 사업이 먹고 사는 것이라면, 사업은 곧 삶이고, 크든 작든 누구나 해야 할 일이다. 모두가 저마다의 생각으로 다른 삶을 살듯, 사업의 모습도 저마다의 이야기와 색깔이 있다. 이제 여러분의 삶을, 여러분만의 색으로 수놓으시는데 필자의 이야기가 미립자만큼만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지루한 글 읽어주신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여러분들의 건승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