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1. 지금은 사면이 아니라 개혁을 할 때

 

새해 벽두부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MB‧박근혜 사면 건의’ 발언으로 촛불 시민들을 뿔나게 만들었다. 

 

이낙연.jpg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탄생했으며, 어떤 간절함으로 국민들이 2016년 겨울 내내 찬바람 맞으며 박근혜를 탄핵했는지를 망각한 발언이다. 의회 권력, 행정 권력을 모두 몰아주면서 남은 과제, 즉, 적폐 청산과 국가 개혁을 이뤄달라는 요구를 완벽하게 뭉갠 발언이었다. 촛불 시민들은 뒷목을 잡았다. 

 

국가개혁, 적폐 청산은 제도 청산과 함께 인적 청산도 이뤄져야 마땅하거늘, 가장 중요한 검찰개혁 과정에서 윤 총장이 사실상 살아오면서, 임기를 마치게 되었고, 이를 추진했던 조국, 추미애 두 장관은 물러나게 되었다. 

 

공수처 설립이 진행 중이고 검경 수사권 조정도 일부 이뤄졌지만, 검찰개혁은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갈 길이 멀다. 다른 기관들의 개혁은 어떨까? 아직 털끝도 못 건드린 판이다. 

 

경제 권력은 어느 분야보다 견고하고, 동시에 모피아 같은 적폐 세력 또한 끝이 없다. 정권 출범 이후, 잠시 몸을 움츠리는 듯 했지만, 어느새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으며, 검찰 권력과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사법 적폐들의 만행을 윤 총장 징계처분 및 직무배제 결정에 대한 가처분 결정에서 연이어 확인했다. 그 밖의 관피아, 교피아들도 여전히 건재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 검찰, 경찰, 국세청과 함께 4대 권력기관에 속하는 국정원은 어떨까. 

 

 

2. 중요한 뉴스가 있었다 

 

지난해, 연말 윤 총장 징계 건으로 관심이 몰리며 국정원 개혁과 관련, 엄청 중요하지만 묻혀버린 뉴스가 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개정안에는 국정원의 정보활동 업무 중에서 ‘국내 정보 수집’을 삭제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이 개정안은 경찰이 대공수사권을 이첩 받기 위한 준비 기간 3년을 두고 2024년부터 시행된다. 2024년부터는 대공 수사를 경찰이 담당한다. 이 법안 통과와 함께 지난 달 16일, 박지원 국정원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합동 브리핑을 가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가장 먼저 발표한 박지원 국정원장의 발언이다.

 

박지원.jpg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개혁이 법과 제도로 완성됐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은 절대 없을 것이다. 5‧18 세월호, 댓글 사건, 민간인 사찰 같은 국정원 관련 의혹이 두 번 다시 거론되지 않도록 진상규명에도 끝까지 협력하겠다.”

 

“국내 정치개입의 빌미가 됐던 국내 정보수집 기능은 없앴고, 정치개입이 우려되는 조직은 해체됐다. 직무수행 기준인 정보활동 기반지침을 마련, 중대한 국가안보사항의 국회 보고 등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의한 민주적인 통제를 받게 된다. 대공수사권도 정보 수집과 수사 분리의 대원칙을 실현해 인권침해 소지를 없앴고, 경찰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지금보다 더 큰 성과와 효용성을 낼 수 있도록 했다.”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안 내용(의안번호 2106221) 

 

①국정원의 정치적 중립 기관 운영 원칙을 법에 명시(개정안 법 제3조 1항, 개정안 제11조) 

②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국외 및 북한에 관한 정보, 방첩, 테러 등으로 명확히 규정(개정안 제4조) 

③국회 통제 기능을 일부 강화(개정안 제15조)

  

 

3. 국정원은 왜 개혁해야 하는가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의 첫 국정원장인 서훈 국정원장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치사찰 부서를 해체하겠다 선언하였고, 기관 출입도 금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과거 사찰 기록도 봉인하고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해 연말 통과된 법안은 이러한 서훈 전 원장의 선언에서 진일보한 것이긴 하다.  

 

서훈.JPG

▲서훈 전 국정원장 /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국정원을 동원하여 인터넷 댓글 달기를 비롯한 ‘여론 작전’을 수행했었다. 이는 국정농단 수사 및 적폐 청산 과정에서 드러난 바이다. 이들은 진보교육감, 야당 정치 세력,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종교인들에 대한 사찰과 부정적 여론 만들기 등 여러 공작을 자행했었다.

 

이로 인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실형을 받고 복역 중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국정원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에서 매달마다 꾸준히 상납 받았다(재판에 올라온 내용에는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총 36억5000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특활비를 상납받은 박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병호‧이병기‧남재준 국정원장도 실형을 살고 있다. 

 

원세훈.jpg

 

국정원의 이러한 공작 및 악행이 가능했던 이유는 국정원이 가진 권한이 워낙 막강했기 때문이다. 

 

국가안전을 명분으로 내세워, 국내정보 및 해외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고, 또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을 이용해 간첩 및 대공 수사권까지 모두 쥐고 있었다. 타국의 경우, 통상 국가정보원이 정보의 영역만 다루는 데 비해 우리나라의 국정원은 특정 영역에서 한정, 세계 정보기관 중 유일하게 정보, 조정, 수사 권한까지 부여돼 있어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정보수집과 수사권이 한 기관에 집중되면 매우 큰 오남용의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 ‘동백림’ 사건 등 많은 오남용의 사건들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중정의 초대 부장이었던 김종필도 그의 회고록에서 “임시로 수사권을 갖고 있다가 검‧경에 넘겨주려 했다. 결과적으로 수사권으로 인해 (중정이 혹은 국정원이) 공적이 됐다”고 인정했다(해당기사 링크).

 

정보기관이 이처럼 직접 (보안)수사를 하는 것은 견제와 균형, 행정기관 내부의 기능적 권력분립에 따라 구성되어야 할 국가조직 원리에도 맞지 않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 민주주의, 법치주의 수호에도 역행함은 말할 것도 없다.

 

실제로 정권의 필요에 따라 국정원을 이용해 자의적으로 수사 권한, 사찰 권한을 민간 영역까지 확장 가능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했다. 

 

 

4. 정보기관에 통제가 필요한 이유   

 

한 예시를 알아보기 위해, 다음 표를 보자.

 

표.JPG

 

위 표는 이명박 정부 당시 안보위해사범 검거실적이다. 표의 수치를 보면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을 이용해 인권탄압을 벌였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은 2009년을 기점으로 2배 이상 증가하였다. 그중에서도 찬양‧고무/선전‧선동 혐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불법폭력 시위 사범 역시 2009년을 기점으로 증가했는데, 이때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취임한 해다. 

 

김인회 교수.png

▲김인회 인하대 로스쿨 교수

 

이에 대한 김인회 인하대 로스쿨 교수의 발언이다.

 

“원세훈 전 원장의 등장으로 국가보안법의 적용, 안보 수사의 수준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갑자기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국정원이 국내 대공 분야의 수사를 강화하고 정치개입을 강화하자 국가보안법 위반사례, 보안 사범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정보업무만 담당해야 하는 국정원이 수사까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업무의 밀행성, 보안성이라는 특성상 예산집행 또한 은밀하게 사용할 수 있어 국정원은 국익을 위한 기관이 아닌 국민에 해로운 기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감시, 통제에서도 벗어나 있어 무능해지기까지 했다. 

 

정보기관의 밀행성 등의 속성과 관련, 정보기관은 공개된 공론의 장에서 토론의 바탕 위에 성립하는 민주주의 가치와는 양립할 수 없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인정될 수 없는 기관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때문에 민주주의와 정보기관이라는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부조화를 줄이기 위하여 정보기관 활동에 대한 ‘투명성-밀행성’의 조화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행해져야 하고, 그 핵심은 정보-수사 기능의 분리이며, 정보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인 것이다. 

 

 

5. 국정원의 문제를 요약하면 

 

말로만 논의되던 국정원 폐해를 지난 이명박근혜 정부 때 국민은 실제로 경험하였고, 두 눈으로 목도하였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들어 적폐 청산, 개혁의 제일 대상이 검찰과 함께 국정원이었고, 정권 출범과 함께 외부적 충격이 가장 많이 가해진 곳이 국정원이다. 전직 국정원장 셋이 구속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제시한 국정원 개혁안을 당시 문재인 정부 초대 국정원장인 서훈 국정원장이 전향적으로 수용했다. 

 

그 결과물이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법안으로 통과된 것이다. 해서 그 의미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개혁법안이 통과되어 뭔가 진보한 것은 같지만, 확인해볼 것이 있다.

 

①국민의힘과 수구 매체에서는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수사 권한이 세진 데다가 대공 수사권까지 경찰에 이관되어 공룡 경찰이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한다. 이들의 비판처럼 정말 대공수사권 이전 하나만으로 정말로 공룡 경찰이 탄생한 것일까? 

 

②박지원 국정원장의 브리핑 발표대로 대공 수사권 이전과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금지한 일련의 국정원법 전부개정안으로 국정원의 최종적 개혁은 이뤄진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해서 제대로 답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야 진정한 개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정원.png

 

일단, 국정원이란 무엇인가? 국정원의 전신은 안기부(안전기획부), 안기부의 전신은 중앙정보부(중정)다. 중정은 박정희가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직후인 1961년 6월 10일 ‘중앙정보부법(법률 제619호)’에 의하여 국가재건최고회의 직속으로 발족한 정보‧수사 기관이다. 

 

국정원이 금과옥조처럼 지향하는 국가안보란 무엇인가? 이론적으로 국가안보의 법철학적 이념은 국가탄생의 목적을 수호하는 일이다. 

 

인류는 자연 상태에서의 위협이나 불편함에서 탈피하여 생명권, 자유권, 재산권이라는 천부인권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해 사회계약을 체결하고 국가를 탄생시켰다. 

 

국가의 정보보호는 불가피하게 음지, 그러니까 어두운 곳에서 활동을 지향한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비밀성‧밀행성‧침습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국가의 정보보호를 담당하는 정보기관에 대한 통제 문제가 늘 발생하게 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분립의 기본 견제와 균형이 잘 작동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민주적 통제를 얼마만큼 가능케 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는다. 

 

국정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의 본질적 문제는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①예산의 집행과 결산은 적절했는지

②정책적 요구에 적시에 적절히 대처해 정보 수요를 충족시켰는지 

③정보분석의 질은 정보기구의 역량을 나타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는지 

④조직의 긴장성을 유지하며 역동적으로 활동했는지 

⑤활동 방향과 목표가 적절하게 계획되었고, 이를 차질 없이 수행했는지 

 

 

6. 검경군의 기능까지 겸비한 슈퍼 기관에 대한 개혁, 그리고 첫 실패  

 

우리나라 국정원은 중정(중앙정보부)이 생긴 이래로 정보기관, 군, 검찰은 중정을 매개로 서로 협력하여 정권유지 기능에 복무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보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고 있다. 

 

중앙정보부.jpg

▲현재 서울유스호스텔로 이용되는 옛 중앙정보부 본관

 

지난해 연말 국정원법이 개정되기 전 법 제3조 제1항 1호에 따르면 국정원은 국외정보활동 뿐만 아니라 국내 국가안보 관련 정보활동을 반공, 반정부, 국가기밀보안업무, 대테러 활동, 보안업무기획‧조정의 영역에서 수행했다. 이러한 막강한 권력 기구에 대한 통제가 거의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중정 설립 초기에는 그 장이 대개 군인 출신(초대 중정부장 김종필을 필두로)이기도 했고, 이후에는 검찰총장이 중정부장이 되는가 하면(신직수), 검사가 중정 법률보좌관, 대공수사국장으로도 파견됨으로써(1974-1978년 안전기획부 대공수사국장을 역임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표적이다), 수사‧기소 기관인 검찰과 정보기관인 중정이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청 소속의 수사관도 파견돼 활동해 왔고, 실상 국정원은 경찰, 검찰 때로는 군사적 기능까지 수행하는 슈퍼 기관이나 다름없었다. 거기다 기관 예산 또한 비밀스럽게 감시도 받지 않고 사용되어 왔고, 다른 부처에 계상된 특수활동비 예산마저 분배해줄 것을 요구할 권한이 있었다(개정 전 국정원법 제12조 제3항). 어쩌면 국정원의 부패와 타락은 탄생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김영삼.jpg

 

그래서 1993년 명목상 문민정부라 할 수 있는 YS정권 출범 때부터 국정원 개혁(당시는 안기부)에 대한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개혁 정부를 지향했던 YS정권에서 국정원도 개혁의 대상이었고, 뜨거운 감자였다. 

 

그 연장 선상에서 국가보안법상의 불고지죄, 찬양‧고무에 대한 국가정보원(안전기획부)의 수사권, 타 정부 부처에 대한 보안 감사권, 정보조정협의회가 1993년 국회 입법으로 폐지되었다. 

 

그러나 1996년에 재도입되었다. 당시 소위 노동법 개악과 함께 안기부법 개악도 같이 이뤄졌다. 당시 노동법은 엄청난 사회적 지탄을 받고 개정안이 다시 수정되지만, 안기부법은 그렇지 못했다.

 

안기부법.jpg

▲1996년, 재도입되는 안기부법에 관한 KBS 뉴스 

 

이러한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일간지 사설을 하나 소개하겠다. 놀라지 마시라! 중앙일보의 1996년 9월 6일 자 사설의 일부다. 잠시 살펴보자.  

 

『안기부가 정권안보를 위해 올가미로 사용해왔던 국가보안법상의 불고지죄와 찬양‧고무죄 등에 대한 수사권을 제한하고, 국회 정보위가 안기부 예산을 실질적으로 심의‧통제하며, 정부 부처에 대해 행사해오던 보안‧감사권과 관계기관 대책회의로 불렸던 정보조정협의회를 폐지하는 것이 93년 개정의 주요 골자다.

 

그런데 다시 과거로 회귀해 안기부의 수사권을 확대하고 직권남용금지를 폐지하며 변호인 접견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안기부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신한국당의 태도는 우리에게 충격과 우려, 다시금 심한 분노를 금할 수 없게 하고 있다. 결국 직권 남용금지를 폐지한다는 것은 직권남용을 조장 또는 권장하겠다는 것이고, 변호인의 접견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한 장기 구금과 인권유린을 방조하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문민정부 이후 조금씩 환골탈태하는 모습으로 국민 곁에 긍정적으로 다가왔던 안기부와 그 조직원들을 위해서도 장기적으로 득보다는 실이 훨씬 많게 될 것이다. 조직원들로부터 직권남용과 인권유린의 유혹을 제거하고, 무한한 권력을 최소한으로 절제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안기부가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속에 건전하게 장기 발전하는데 필요한 요체인 것이다.』

 

-유중원 변호사, <논쟁>安企部 수사권 확대 非민주적 발상, 1996.09.06. 기사 링크

 

 

7. 국정원 개혁의 첫걸음

 

28년 동안 이런 국정원 개혁논의에도 불구하고 정보화 사회의 진전, 테러 위협의 과도한 부각으로 그렇지 않아도 무소불위인 국정원의 각종 권한과 종류가 다양해졌고, 강화되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 문제로 지적됐던 것이 앞서 지적한 국정원의 일부 범죄에 대한 수사 권한과 함께 국내정보 활동으로 인해 빚어지는 국정원의 정치 개입 등이었다. 

 

김하영.jpg

▲2012년 대선 개입 댓글 공작을 벌인 국정원 직원 김하영.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허위증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지난 달 29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되었다.

 

전문가들은 아래의 권한들이 그동안 존재하고 있는 전통적인 국정원의 무소불위 지위를 만들어준다며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꼭 개혁해야 할 사항으로 지적해왔다.

 

① 정보보안업무 기획조정 권한 (개정 전 국정원법 제3조 제1항 제5호) 

② 타부처에 계상된 특수활동비 예산 분배 권한 (개정 전 제12조 제3항) 

③ 국가 기밀에 속하는 문서, 자재, 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업무 권한 (보안업무규정상의 비밀 보호, 신원조사, 보안 조사 내지 측정 권한을 포함한다) 

④ 앞의 세 가지 권한에 터 잡은 거의 모든 부처에 대한 정보보안업무 감사 권한, 대공 영역의 (일반)사법경찰 권한, 군사법경찰 권한 등

 

그래서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경찰로 이전하기로 한 결정은 상당히 전향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디테일한 측면에서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개혁이라고 하기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부분이 없지 않다고 평가한다. 

 

대공수사권 폐지는 역사적, 법리적, 기관 간 견제‧균형 차원에서 국가정보원이 당연히 해서는 안 되는 권한을 폐지한 것에 불과하고 현실에서도 대부분의 대공 수사는 일반경찰, 군검찰, 군기무사령부, 검찰에 의하여 행해지고 있어 근본적인 개혁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국가정보원이 가지는 타기관에 대한 정보보안업무조정 권한, 타부처에서 계산하여 올린 특수활동비 예산 분배 권한의 폐지가 이루어질 때, 그나마 제대로 된 국정원 개혁이 행해졌다고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국정원법 전면개정안에는 바로 위에서 지적한 4가지 권한 중 대공 영역 수사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권한이 살아있다(개정안 제16조 제3항, 제4조 제1항 2호, 제3호, 제4호, 제5호, 제5조).

 

따라서 앞으로 근본적인 개혁, 최종적‧불가역적 개혁이라고 말할 정도가 되려면 적어도 이러한 면들이 근본적으로 고쳐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정원이 가지고 있는 모든 수사권의 정상화가 아직도 산적하게 남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 개혁의 첫발을 뗀 셈, 우리는 이 바톤을 어떻게 이어야 할까. 

 

청와대.jpg

 

 

다음 편

 

다음 편에서는 국정원 사찰의 피해를 보았던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과 박재동 화백, 명진 스님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이 세 사람은 2017년부터 국정원에 개인 사찰 파일 제공 운동(=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 파일! 운동)을 시작하여 전부는 아니지만, 3년에 걸친 소송 끝에 대법원에서 승소하여 국정원 사찰 파일을 받아냈다. 

 

<계속>

 

 

Reference

 

(1) 박병욱, “최근 국가정보원 개혁에 대한 시론”, 경찰법연구 제15권 제2호, 한국경찰법학회, 2017, 52면

(2) 김인회, 정권‧관료 카르텔과 민주주의 해체 시도, 법과사회 제45호, 법과사회이론학회, 2012.12, 162면

(3) 괴스너 저/이재승 역, “독일 헌법보호청의 폐해와 통제”, 민주법학 제12호, 민주주의법학연구회, 1997, 281면

(4) 박병욱, “최근 국가정보원 개혁에 대한 시론”, 경찰법연구 제15권 제2호, 한국경찰법학회, 2017, 65면

(5) 한희원, “국가정보 업무의 통제와 감독체계에 대한 비교법적 고찰을 통한 법정책적 함의 연구”, 법과정책연구 제14집 제1호, 한국법정책학회, 2014.03, 192면

(6) 한희원, “국가정보 업무의 통제와 감독체계에 대한 비교법적 고찰을 통한 법정책적 함의 연구”, 법과 정책연구 제14집 제1호, 한국법정책학회, 2014.03, 194면

(7) 박병욱, “최근 국가정보원 개혁에 대한 시론”, 경찰법연구 제15권, 한국경찰법학회, 2017, 48면

(8) 신옥주, “Eine Studie üver die Verfassungswidrigkeit des Gesetz des nationalen intelligent Dienst Koreas”, 토지공법연구 제89집, 한국토지공법학회, 2020.02, 239면 이하

(9) 박병욱, “최근 국가정보원 개혁에 대한 시론”, 경찰법연구 제15권 제2호, 한국경찰법학회, 2017, 42면

(10) 박병욱, “최근 국가정보원 개혁에 대한 시론”, 경찰법연구 제15권 제2호, 한국경찰법학회, 2017, 66-6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