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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1일, 카카오(대표 임지훈)은 (주)로엔엔터테인먼트(대표 신원수)의 지분 76.4%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가는 자그마치 1조8천7백억 원. 국내 시장에서 간만에 벌어진 빅딜인 만큼, 게다가 살짜쿵 김이 빠져가는 IT 시장의 틈바구니에서 오랜만에 들려온 빅뉴스인 만큼, 또한 한창 사세를 넓히던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인수 건인 만큼 여론의 관심은 뜨겁다.


한편, 카카오와 (주)로엔엔터테인먼트 둘 다 최근 몇 년간 다양한 변화를 거쳐온 터라 그 변화들을 속속들이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면 자칫 어디 가서 쪽 먹기 딱 좋은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카카오를 그냥 ‘메신저 회사'로만, 로엔을 그냥 ‘멜론’으로만 알고 있을 법한 사람도 분명 있을테고, 심지어 몇몇 언론사들도 ‘카카오톡이 멜론을 먹었다'는 식의 타이틀을 달고 있으니 말이다.


어디 가서 쪽팔리는 거 싫어하는 딴지스들을 위하야, 이번 인수 건에 대한 주변 지식을 짚어보면서 관전 뽀인뜨를 짚어보겠다.




1. 카카오, 시대를 대표하는 자의 고뇌


일단 인수의 주인공 카카오부터 슬쩍 훑어보자. 다덜 아시다시피 카카오는 기본적으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만든 회사다. 카카오톡이라는 서비스 자체는 2010년 3월 아이폰 앱으로 출시되어, 해외 서비스인 whatsapp, 국내의 엠엔톡 등과 경쟁했고, 안드로이드의 빠른 성장과 그에 대한 발 빠른 대응, 합리적인 단체채팅방 등을 발판삼아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았다. 뜨거웠던 스마트폰 혁명의 틈바구니에서 서비스 하나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에어비앤비, 우버 등 같은 해외 서비스 사이에서 보기 드물게 국산 서비스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한 바람에, 201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IT 기업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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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못해 촌구석 학교의 전교 1등도 지역 주민 전체의 기대와 눈총을 받을 진데, 나름 IT 강국이라는 한국을 대표하는 서비스이다 보니 카카오의 행보는 늘상 언론과 대중의 입방아에 오른다. 그리고 이렇게 주목을 받는 곳에는 항상 돈이 모인다. 이렇게 모이는 돈이란 건 차곡차곡 쌓아뒀다가는 오히려 사라지고, 돈으로 돈을 번다고 나서면 더 큰 돈이 모이는 터. 2014년 10월, 국내 2위 포털사인 다음과 합병한다. 단연코, 2010년대 한국 IT사에 가장 충격적이고 획기적인 인수합병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두 해 반짝하고 말 인기라는 항간의 비아냥이 무색하게 굳건히 국민 메신저의 자리를 지켜온 것뿐 아니라, 더 큰 덩치의 상징적 포털사를 합병한 충격 행보 이후, 카카오는 2015년 3월에 카카오택시를 출범하고, 같은 해 11월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기에 이른다.


이런 카카오에 대한 가장 흔해빠진 비판 논리는 ‘내수용 기업의 한계'다. 카카오 스스로가 자리를 잡을 수 있게 한 ‘메신저 시장’은 이미 유럽과 미국, 한국의 스마트폰 열풍 속에서 가장 확실하고 거대한 먹거리임이 증명되었던 터라 뒤따라 스마트폰이 폭발적으로 보급될 중화권 및 동남아시아 등의 미개척 시장에 진출하려 했지만, 네이버 계열인 ‘라인'과 중국의 ‘위챗'에 자리를 양보하게 됐다. 결국 카카오톡은 ‘오직 한국에서만 쓰는 메신저’가 되어버렸고, 한국의 스마트폰 시장은 금세 포화상태에 이르게 됐다. 결국 ‘내수용 기업의 한계'라는 말은, 이미 포화상태가 돼버린 한국시장에서 더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 말의 이면에는 ‘어쨌든 국내에서는 굳건하다'는 의미가 깔려있다. 스마트폰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카톡만 잘되면 되지'라고 말하는 현실은 그 굳건함에 대한 교묘한 증거다. 스마트폰을 처음 산 사람에게 전화거는 법 바로 다음에 알려줘야하는 ‘카톡'의 힘은, ‘애니팡' 유통을 통해 게임을 즐기는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내고, 택시를 잡는 수단의 축을 바꿔내는데 까지는 확실히 성공한다.


이미 스마트폰의 ‘혁명기'는 지났다. 카카오가 망했다면 ‘스마트폰 거품의 3일천하'로 기억됐겠지만, 이미 그 타이밍은 지나갔다. 싸이월드가 SK에 인수된 후 미국시장의 문을 두드리다 휘청였던 과거를 타산지석 삼았는지, 숱한 ‘내수용 기업의 한계'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카카오는 국내에서 사업의 범위를 계속 확장한다. 무서운 속도로 게임, 대중교통, 금융까지 손을 뻗은 그 카카오가 바로 뒤이어 발을 내디딘 그곳이 바로, 로엔이다.




2. 로엔, 국내 음악 시장 구조의 표본


(주)로엔엔터테인먼트의 역사는 참으로 기구하기 짝이 없다. 현재 로엔의 형상을 이룬 사건은 2005년 SKT가 (주)YBM서울음반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국내 음악 시장은 2000년대 인터넷 보급으로 인해 음원 불법복제가 난무하고 동시에 휴대폰이 급격히 보급되면서 크나큰 격동이 계속되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 CJ그룹에서 인기 음원사이트였던 맥스mp3와 음반기획/제작사인 포이보스를 합치기도 하고, 서울음반은 워너뮤직코리아를 합병하기도 했다. 결국, 이동통신사, 포털사, 음원전문서비스, 음반제작사, 음반기획사, 음악전문 채널 등등 음악 시장에 관련된 수많은 세력이 서로 견제하고 합치고 찢어지며 주도권 경쟁을 벌이던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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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서울음반을 인수하면서, 기존의 자사 음악서비스인 ‘멜론'과 서울음반을 따로 떼어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자회사로 설립한다. 연예기획사, 음반제작사, 음반유통사, 음원서비스가 모두 통합된 별도의 법인, 게다가 그 법인은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의 계열사로서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 음악 시장 50%라는 시장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이 구조는 삐딱하게 보면 까댈 곳이 수없이 많으면서도, 막상 다시 보면 딱히 잘못이랄 건 없는 모순성을 지닌다. 기획사가 음원서비스까지 한다고 해서 자사 음원만 대놓고 홍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여타 아이돌 전문 기획사들보다 오히려 상업주의로만 흐르지는 않는 모습을 아이유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고, 몇몇 중소기획사 인수합병으로 인해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음원 수익 분배의 문제 역시 가벼운 문제가 결코 아니지만, 관련 법규가 그렇게 생겨 처먹었으니 딱히 로엔만 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2013년 SKT가 SK플래닛을 자회사로 설립하고 로엔을 그 SK플래닛의 자회사로 만드는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제3자에게 로엔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이르면서, 로엔과 이동통신사와의 공식적인 연결고리는 희석됐다. 결국, 로엔은 대형기획사이자 대형유통사, 대형음원서비스가 모두 합쳐진, 한국 음악 시장의 커다란 한 덩어리가 되어, 현시대의 해당 시장을 대표한다.


그 로엔이, 카카오에 인수된 것이다.




3. 관전 뽀인뜨 하나 : 카카오는 로엔을 활용할 것인가?


2015년도 분기보고서를 보면 2015년 1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를 기준으로, 로엔의 매출액은 약 2,500억, 이중 영업이익이 450억이다. 같은 기간 카카오의 매출액은 6,400억, 영업이익은 860억이다. 로엔이 카카오에 비해 얼추 절반 정도의 돈은 버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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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를 하나 사도, 부채 끼고 돈 1억 들여서 이자 빼고 일 년에 500만 원 임대수익 나면 괜찮은 수익성이다. 카카오 입장에서 주식 끼고 돈 1조 들여서 1년에 500억 이상 남기는 딜. 막 갖다 붙인 비교이긴 하지만, 어쨌든 전체적으로 볼 때 카카오 입장에서는 로엔에 아무 짓도 안 하고 그냥 하던 대로 냅둬도 그닥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그러므로 재미진 관전 뽀인뜨 중 하나는, 과연 카카오가 로엔과의 사업적 시너지를 도모하는가, 아니면 그냥 상징적 이미지 획득과 자본이익만 취한 채 적당히 활용만 하는가이다. 상식적인 선에서 봤을 때, 카카오톡 상에서 어떤 음악을 메시지에 첨부한다든가, 음악을 다운받을 수 있는 링크를 선물한다든가 하는 건 자연스럽게 상상해볼 수 있다. 이 정도의 시너지는 겉치레로라도 준비할테고, 이를 통해 적잖은 추가 매출이 발생하긴 하겠다. 그 외에 카카오의 광고에 아이유나 시스타가 나오는 정도는 귀엽게 봐줄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정도의 제휴로는 지루하다. 마치 심봉사 눈뜰 거 뻔히 알고 보는 심청전이나, 이몽룡 어사 되는 거 뻔히 알고 보는 춘향전처럼 말이다. 물론 카카오라는 회사가 나 하나 재미지라고 사업 방향을 바꿀 이유는 없겠다만, 카카오의 어깨에 둘린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의 이미지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은 그런 지루함이 아닌 뭔가를 향해있을게다.


올 한해 카카오가 과연 음악을 갖고 어떤 그림을 그려내는가를 보면, 이 기대감에 대한 그들의 대답을 얻을 수 있겠다.




4. 관전 뽀인뜨 둘 : 로엔은 카카오를 활용할 것인가?


인터넷의 짧은 역사 특성상, 전통 컨텐츠와 온라인 서비스가 직접 몸을 섞은 사례는 드물다. 특히나 카카오와 로엔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1, 2위를 다투는 경우에서의 본격적 인수는 더더욱 드물다. ‘마리텔'에 힘입어 ‘아프리카TV’와 함께 상징화된 새로운 미디어의 한 축 TV팟은 이미 카카오를 본진으로 하고 있고, 많은 아이돌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이 미디어에 동참하는 추세. 이뿐만 아니라 아직 알려지지 않은 카카오 내 다양한 소셜미디어의 창은 아직도 잠재력을 지닌 채 기다리고 있다. 로엔의 연예기획부문이 이러한 잠재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또 다른 문화를 낳을 가능성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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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로엔의 음원서비스인 ‘멜론'의 변화 여부도 흥미롭게 지켜볼 만한 포인트가 된다. 예를 들어 미국 온라인 음악 시장은 애플의 iTunes 이후 또 한 번의 폭풍 같은 변화기를 거치면서 Spotify라는 걸출한 스타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8tracks, Songza, Pandora 등 신흥 서비스들은 스마트폰 열풍과 함께 무섭게 성장했고 이는 애플뮤직, 구글뮤직과 같은 대기업의 체질변화를 야기했다. 이에 반해, 한국 시장의 1위 서비스인 멜론은 10여 년 전 첫 론칭 때에 비해 그닥 변화를 느낄 수 없는, 뒤늦게 군대 다녀온 복학생 선배 같은 느낌을 풍겼던 것이 사실.


빅데이터, 소셜데이터, 클라우드 등 음악서비스와 붙을 수 있는 수많은 주제가 즐비한 시대에, 적어도 국내에선 그 모든 것에 대한 상징적 지위를 지니는 카카오가 인수했다면, 어떤 형태로든 음악을 즐기는 소비자 입장에서 ‘우리도 좀 쌔끈한거 써보나?’하는 기대감을 어느 정도는 갖게 되기 마련이다. 뭐 아직까지 카카오가 앞서 언급한 빅데이터, 소셜데이터, 클라우드 등을 활용한 모습을 보인 적은 없다만, 암튼 뭐 그런 상징성을 지닌 건 어쩔 수 없으니 말이다.


이 기대감에 과연 반응을 하는지, 지켜볼 만한 뽀인뜨다.




5. 관전 뽀인뜨 셋 : 이번 딜의 가장 큰 수혜자, 또 다른 수혜를 볼 것인가?


돈이 조 단위로 왔다 갔다 하는 딜에서는, ‘그래서 돈을 번 게 누구야?’라는 질문이 빠질 수 없다. 이번 딜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2013년 SK플래닛으로부터 로엔의 지분을 사들인 스타인베스트홀딩스(SIH)로, 대략 1조가량의 차익을 챙겼다. 2년 반 만에 1조. 2년간 배당금도 받아먹었을 테니 참으로 놀라운 수익률이다.


이름도 드럽게 긴 스타인베스트홀딩스는 홍콩-싱가폴계 사모펀드로 알려져있으며, 하이마트, 오비맥주 등의 딜로 알려져있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자회사로 알려져있다. 서류상 몰타공화국 법인이며, 이 몰타공화국은 이탈리아 아래에 있는 작은 섬나라로 흔히 말하는 조세피난처 중 하나로 알려져있기도 하다. 결국, 실제로 이 딜을 통해 1조가 넘는 돈을 나눠 갖게 될 사람들이 정확히 누군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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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베스홀딩스는 결과적으로 2,600억 원 가량의 돈을 써서 로엔의 지분 61.4%를 취득한 후, 2년 반 만에 1조 원 가량의 수익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일부 인수금을 카카오 주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카카오의 3대 주주가 된다. 하물며 1조를 안 받았다 치더라도, 카카오의 주식만으로도 나쁘지 않은 딜이었던 셈인데, 거기에 1조를 더 벌어낸 것. 역시 진짜 돈 많은 인간들의 무서움은, 우리 같은 범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렷다.


그러므로 이번 인수 건은 스타인베스홀딩스 입장에서는 잘 벌고 일어나는 판이 아니라, 이제 다시 시작하는 판인 셈이다. 중국의 텐센트가 720억을 투자하고 취득한 지분에 거의 육박하는 지분을, 돈 한 푼 안들이고, 아니 돈을 벌어들이면서 확보했으니 말이다. 이미 텐센트조차도 5배 이상의 수익을 평가받고 있는 상태. 아마도 이번 인수 과정에서 텐센트 및 여타 중국계 자본의 추가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바, 사실 이번 인수 건에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중요한 관전 뽀인뜨는 바로 이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카카오의 시가총액을 현재 약 7조. 이미 거품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거의 유일한 비교 대상인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22조임을 감안하면 아직 한계라고 단언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향후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10조, 15조, 20조를 차례로 넘는다면, 앞서 언급한 스타인베스홀딩스는 또다시 1조가 넘는 수익을 얻게 된다. 실질적으로 한 건 아무것도 없이 말이다.


우리네 삶과는 별 상관도 없는, 남들의 돈 놓고 돈 먹는 이야기. 가장 씁쓸하면서도 흥미진진한 마지막 관전 뽀인뜨 되겠다.





춘심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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