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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문학공모전 작품 도용 사건이 벌어졌다. 손창현씨는 2018년 백마문학상을 받은 대학생 김민정 작가의 <뿌리>라는 단편소설을 통째로 도용했다. 지자체가 주최하는 문학 공모전을 비롯해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신춘문예까지 응모해 대상, 최우수상 등 5개의 상을 휩쓸었다.

 

그가 도용한 소설로 응모해 수상한 문학상은 ①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② 2020포천 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③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④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⑤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 등이다. 손 씨의 수상작이 표절을 넘어 도작이 확인되자 이와 같은 공모전을 주최한 주최 측은 수상 취소 및 상금 회수, 지급 정지 등의 절차에 들어갔다.

 

이러한 문제는 지난 주말 <중앙일보> 보도를 기점으로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처음 언론 보도에는 손 씨의 실명이 거론되지 않았지만, 지난 1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제일 먼저 그의 실명이 공개적으로 거론되었다. 이후 네티즌들은 손창현씨의 기이한 행적과 이력의 진상을 밝히고자 추적에 나서고 있고, 상당수는 손창현씨가 자신의 SNS에 공개한 이력이 허위인 정황을 밝혀졌다. 또 손 씨가 문학상 공모전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각종 아이디어 공모전에도 타인의 아이디어나, 타인의 저작물을 표절해 수십 군데 응모해, 상당수는 수상작으로 선정된 행적도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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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현이 쏘아올린 작은 엿

 

손창현이 미친 파장을 제대로 맞은 곳은 문학계지만 한편으로는 정부나 다른 국책연구기관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서도 표절된 아이디어나 주제로 대상을 받는 블랙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져 “우리나라 공모전이나 이런 게 엉망이라는 걸 보여주려는 대의를 실천하려 했던 건 아닐까”하는 비꼼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정원 표어 공모에 육사에서 십수 년 전부터 사용해온 슬로건으로 응모해 대상을 받거나, 너무나 쉽게 검증 가능한 허위 이력으로(예를 들면 고려대 법전원 형사법 연구과정 같은) 국책연구기관의 논문 주제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아, 주최 측의 검증 시스템 자체가 허술함을 넘어 사실상 전무한 것 아니냐는 냉소가 나오고 있다.

 

‘엽기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손 씨의 이러한 만행으로 인한 유탄을 맞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사실상 문학계와 문학상 공모전을 주최한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인터넷 언론사 등은 말 그대로 불난 호떡집이 되었고, 가장 큰 피해자인 소설 <뿌리>의 원작자 김민정 씨는 “영혼이 도난당한 것 같다"라는 고통을 호소하였다. 끝내 김민정 작가는 손 씨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이 경우는 문학 공모전 주최 측이 사기업이면 손 씨에게 ‘업무방해죄’를 물을 수 있고, 지자체와 같은 공공기관은 ‘위계에 의한 공무 방해죄’를 물을 수 있다. 자신의 창작물을 도난당한 원작자 김민정 작가는 손 씨에게 저작권법(제140조)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손 씨의 비행이 여러 문제를 야기했다. 손 씨가 도용작을 문학 공모전에 응모하면서, 신분상 제약을 두는 공모전도(예를 들면, 대학생 혹은 시니어로 제한을 두는) 거리낌 없이 응모한 바람에, 손 씨의 이력도 문제가 되었다. 이 때문에 손 씨가 ‘리플리 증후군’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손 씨의 이력이 어디까지 진실인지, 그가 벌인 엽기적인 행각은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켰는지 찬찬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학력과 이력 ‘절반의 진실’

 

일단 손 씨의 비행으로 때아닌 유탄을 맞은 곳은 고려대학교 대학원 북한학과이다. 그가 밝힌 학력 및 이력도 거짓일 가능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손 씨는 자신의 SNS에 고려대 북한학과 박사과정 휴학 중이라고 하였다. 손 씨는 자신이 영주 중앙초등학교와 영광중학교, 대영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고려대 세종캠퍼스 행정학과를 나와, 고려대 서울에 있는 정책대학원 공안행정과(현재 명칭은 ‘사회안전행정과’) 석사를 마치고, 다시 고려대 세종캠퍼스에 있는 북한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라고 했다.

 

대충 그가 밝힌 학력은 이러한데, 이 밖에도 여기저기 많은 대학을 다니다 말고 자퇴했다고 한다(명지대, 경찰대 등등). 정확한 학적의 연결고리가 어떻게 되는지 불명확하지만 어쨌든 가장 최종적으로 밝힌 학력은 고려대 대학원 북한학과 휴학 중이라는 이력이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고려대학교 대학원 북한학과 남성욱 교수에게 직접 확인 결과 손 씨는, “2014년에 입학했지만, 2019년에 재적된 상태”였다. 재적 이유를 물으니 남 교수는 “(손 씨가) 출석을 거의 안 했다. 학교에 통 나오질 않았다"라고 밝혔다.

 

박사과정에 입학하고 등록을 하긴 했었는지 확인했다. 돌아온 대답은 “처음에 한두 학기 정도는 등록을 한 것 같은데 출석을 안 하니 통 얼굴도 보지 못했다"라는 것이다. 대학원에서는 직업이 있는 원생의 경우 통칭 ‘실무’에 있다고 한다. 전업 학생과 달리 실무에 있는 박사과정생의 경우는 출석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사회과학대학원의 특성상 대학원 수업에서 교수가 강의식 수업을 하는 게 아니고 세미나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자신이 맡은 주제의 연구문(발제문)만 제때 잘 작성해 발표하면, 매번 세미나에 참석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제적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런 경우는 보통 자신이 더 이상 학업을 이어갈 의지가 없거나, 환경이 뒷받침해주지 못해 학업을 포기하게 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휴학 연안(보통 군 입대나 출산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대 4학기까지 휴학 가능)을 넘기고도 복학하지 않은 경우, 학업을 포기할 목적으로 아예 최소 수료 학기를 등록하지 않은 경우가 ‘제적’처리된 대부분의 사례다.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학칙 제15조(제적)에도 보면 제적 사유로 1. 휴학 사유가 소멸되었음에도 등록 기간 내에 복학하지 않은 학생 2. 매 학기 소정 기간 내에 등록을 하지 않은 학생 3. 징계 절차에 따라 퇴학 처분을 받은 학생 4. 재학연한이 경과한 학생 5. 그 밖에 학교규칙이 정하는 제적 사유에 해당되는 학생으로 명시되어 있다.

 

손 씨도 1.의 사유에 해당하여 2019년 제적 처리되었을 가능성이 제일 높다. 손 씨는 19일 19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군 복무 도중 모 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했고 도중 휴학했지만, 추가 학비를 내지 못해 제적 처리됐다"라며 "(사실이 아닌 경력을 쓰면서도) 크게 죄의식을 못 느꼈다. 할 말이 없다"라고 사과했다.

 

어쨌든 고려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했던 건 사실로 확인되었고, 그가 고려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공안행정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밝힌 것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입학요강을 살펴보니,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지원 시 학부 학교 졸업 증명서, 성적 증명서(편입의 경우 편입 전 학교 성적 증명서 포함),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증명서, 성적 증명서, 석사학위 논문 목차까지 전부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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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남 교수를 통해 확인된 사실은 손 씨는 1980년 생으로 입학 당시 공군 대위의 신분이었다고 한다. 관동대를 다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행정학과(이후 ‘공공행정학부’를 거쳐 현재는 명칭이 ‘정부 정책학과’이다)로 편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밖에 손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혔던 이력은 ‘국가 균형 발전위원회 2021 균형 발전 청년서포터스’ 와 ‘국민의힘 책임당원협의회 제3기 통일협력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었다. 이를 확인하고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균형발전청년서포터즈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대외협력국 담당자에게 수차례 전화연결을 시도하였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에도 관련 사실을 확인하고자 중앙당 대표번호와 시도당으로 수차례 전화연결을 시도하였으나 연결되지 않아 확인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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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계 필터링의 현주소

 

손창현 문제로, 공모전을 주최한 지자체와 신문사 그리고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한국소설가 협회도 발칵 뒤집어졌다. 공모전 수상작을 선정하면서 표절작인지 여부를 걸러내지 못한 주최 측과 심사위원단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문학 창작물에 대한 표절 검증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과연 이게 표절을 걸러내지 못한 공모전 주최 측의 문제인지, 여러 문학 공모전에서 같은 작품으로 수상한 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손 씨가 수상한 문학상 주최 측 다섯 군데에 모두 문의했다.

 

사계 김장생 문학상을 주최한 (사)한국민인협회 계룡시 지부에는 홈페이지에 나온 대표번호로 수차례 전화를 해봤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소설 미학(계간지) 한국소설창작연구회 또한 홈페이지가 하루 종일 사이트 용량 초과로 트래픽 다운 상태였다. 이 또한 손 씨의 도작 수상 유탄의 여파인 듯했다.

 

그중 가장 먼저 연결이 되어 입장을 들을 수 있었던 곳은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를 주최한 글로벌경제신문이었다. 최근 손 씨가 김민정 작가의 <뿌리>의 제목만 <꿈>으로 바꿔 그대로 응모하여 당선된 공모전이다.

 

글로벌경제신문 편집국 관계자에 확인해 본 결과 이미 이 신문사에서는 손 씨의 표절작 수상 건이 기사화되기 전에 이와 같은 사실을 감지했다. 신문사에서 2021글로리시니어 소설 부분 당선작을 발표하자 어느 문인단체에서 들어온 제보로 전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내부적으로 사실 확인을 한 뒤 손 씨에게도 확인 절차를 거쳐 당선 취소 발표 및 상금 지급 중지, 홈페이지에 게재된 당선작 게시물을 삭제한 상태다. 그리고 글로벌경제신문 측에서도 “손 씨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하였다. 글로벌경제신문 측에서는 원작자인 김민정 작가에게도 이러한 저간의 사정을 전달했다.

 

이와 관련하여 편집국 관계자는 “어차피 저희가 (심사과정에서) 필터링을 잘못한 원론적인 책임은 있지만, 어쨌건 손창현씨의 행위 때문에 저희 매체도 명예가 훼손이 된 부분이 좀 있다고 본다. 저희 측에서도 법적인 제재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봐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저희가 애초에 필터링을 잘 하지 못한 잘못이 있어서 그게 통할지는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아마추어 문학작품 표절 검증 시스템은 ‘구글링’이 유일

 

그는 왜 이렇게 표절작을 걸러내지 못했는지 묻자 “애석하게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하는 수많은 공모전이 있고, 수십만 작품들이 있지만, 그런 것들을 제대로 필터링할 수 있는 기능은 (현재로선) 구글링 외에는 없다"라고 토로했다.

 

학계에서는 논문 표절검사 프로그램인 카피킬러나, 교수들이 학생들 레포트의 표절을 검열할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과 프로그램이 있지만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하는 문학계 현실에서는 그런 시스템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다. 카피킬러를 사용한다 한들 기존의 문학작품이나, 문예공모전 수상작들이 이미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되어 있어야 가능한데, 그동안 이러한 작업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초유의 사태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또 손 씨가 이상문학상이나, 문학동네 문학상, 세계일보 문학상과 같이 이미 너무 알려진 큰 문학 공모전 당선작이 아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문예공모전의 당선작을 도용하였고, 거기다 지방자치단체나 소규모 언론사에서 주최하는 문학 공모전에 응모한 것도 쉽게 걸러지지 못했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무엇보다 이번 표절 사건의 여파로 여러 문학 공모전의 존립이 흔들리고 있다. 안 그래도 어려운 작가 지망생들이나 예비 문학인들에게 기회의 문이 좁아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글로벌경제신문 편집국 관계자는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사업을 계속할지 어떨지는 (신춘문예) 사업국에서 최종 판단을 하겠지만 만약에 다음 회가 진행이 된다고 하면 추후에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내부적인 조치들을 좀 해놓은 상태이다. 앞으로 조금 더 꼼꼼한 필터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 포천 38 문학상’을 주최한 경기도 포천시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지역 홍보도 하고 문학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지자체에서 주최하는 작은 문학 공모전 치고는 상금이 최대 1500만 원 거액이었던 포천시는 손 씨의 도용으로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 되어버렸다. 이 사업을 진행한 공무원이 공에 제대로 먹칠 한 셈이 됐다.

 

지난해 5월 응모시간을 거쳐 7월에 당선작 수상과 상금 지급을 마친 포천시에서는 현재 손 씨에게 수여한 대학 부분 최우수상 수상 취소 및 상급 회수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손 씨가 전화기를 꺼놓고 연락 두절된 상황이라 절차가 원활히 진행되고 있진 않지만 문자와 음성 메시지를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을 전달한 상태다.

 

포천 시청은 지난해 한탄강 진실공원 등재 기념으로 이와 같은 문예공모전을 주최한 터였다. 포천 시청 정진철 문화예술팀장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손 씨는 지난해 수상작으로 선정되고 시상식에 불참해, 시에서 상패를 별도 우편으로 보내주고 상금 100만 원을 입금해 줬다고 한다. 당시 손 씨의 상패 발송 주소는 경북 영주였다고 한다.

 

그런데 사건이 불거지자 여러 언론사로부터 취재 전화가 빗발치고 있고, 사전에 검증 못한 책임 추궁에 적잖이 시달린 듯한 정 팀장은 “어쨌든 심사위원단을 모셔서 심사를 했기 때문에 심사 결과를 신뢰했던 측면도 있다. 이건에 대해서 검증을 못한 책임이 있지만, 그 부분만 너무 부각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학계에서도 검증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애로를 호소했다.

 

“저희도 문학 발전을 위해서 큰 뜻으로 한 것이다. 포천시의 문화 발전도 있지만, 대한민국 문학 발전을 위해 처음 시행한 행사인데 이렇게 돼서 불미스럽고 이러한 사례로 인해서 대한민국의 문학계가 위축될까 봐 걱정이 된다. 이 한 사람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면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나 단체에서도 이런 행사를 기획하거나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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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문제에 나이브했던 문학계

 

한국소설가협회도 때아닌 불통이 튀었다.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이사, 대학교수 등이 ‘2020 포천 38 문학상’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국소설가협회 상임 이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신경숙의 표절 건이 터진 이후에도 왜 문학계에서는 표절 문제에 관한 대비를 하지 않았을까.

 

인터뷰는 “선배 문학인으로서 후배 문학인이자 이번 표절 건의 가장 큰 피해자인 원작자 김민정 작가에게 미안하다"라는 말로 시작되었다.

 

헤르메스아이(이하 ‘헤’) : 이번 사건이 터져서 소설가 협회도 좀 많이 시끄러운 거 같다. 포천 문학상에는 소설가 협회 회원 몇 분이 또 심사위원으로 참여해서, 왜 필터링을 못했냐는 책임 추궁이 있는데, 여기에 대한 의견은 없나?

 

상임 이사(이하 ‘이사’) : 포천시에서 심사의뢰가 와서 심사를 해드렸다. 심사를 나갔으면 필터링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문학단체들의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걸로 안다.

 

 : 향후 대책이라 함은 소설 부분에서도 표절 여부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말하는가?

 

이사 : 그렇다. 어떤 IT 산업의 기술 개발업자들이 아이디어를 줄 수 있다는 연락이 오기도 한다. 학위논문을 프로그램에 집어넣으면 표절 여부가 걸러지듯이, 모든 문학상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넣어 돌리는 걸 하게 될 것 같다. 국내 크고 작은 문학상이 300개가 넘는다. 문학상 수상작들을 일단 데이터베이스화 한 프로그램을 만든 뒤, 어느 문학상의 후보로 올라온 작품들과 비교하는 시스템을 이번에는 만들어야 되지 않나 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 이번 사건으로 신인문학 발굴 작업이 위축되지 않겠는가

 

이사 : 그렇다. 이게 지자체에서 나름대로 문학에 대한 배려 같은 거다. 문학을 통해서 지자체를 홍보하는 목적도 있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 문학에 대해 후원한다거나, 배려하는 정책이 거의 전무하다. 그나마 지자체에서 이렇게 하고 있는 건데. 지자체는 좋은 일을 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니 좀 그렇다.

 

우리도 사실 경악하는 게 뭐냐면 글 쓰는 사람이 저런 인성을 가질 수 없는 거다. 손창현씨 같은 인성은 우리글 쓰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도대체 이해가 안 되고, 인정도 안 된다. 솔직히 약간은 조금 이상한 무슨 정신병자인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 문학상 공모전이 300여 개지만, 일반인들이 아는 건 몇 개 안된다. 이상 문학상 같은 것이나 대중들이 좀 알까. 그런데 이미 IT 시대가 됐고, 신경숙 작가가 표절로 한번 크게 논란도 됐었고. 학계나 이런 데서는 논문 표절을 걸러내는 프로그램을 구축했는데, 문학계에서는 왜 그런 쪽으로 아직까지도 생각을 못 했던 건가?

 

이사 : 사실 작가들은 글 쓰는 사람들에 대한 양식을 좀 믿는 편이다. 또 시 같은 경우는 문학상을 타면 개인 블로그나 이런 데다가 올린다. 그럼 구글링이 가능하다. 시는 도용해도 금방 표시가 난다. 그런데 소설 같은 경우 그렇지 않다. 소설 같은 경우는 글이 길기 때문에 글 중에서 문장이나, 아이디어 몇 개를 가져와서 짜깁기해서 써버리면 아주 정확하게 면밀히 살펴보지 않으면 모른다. 이런 이유 등으로 소설가들은 문학상을 타거나 해도 자신의 블로그와 같은 공간에 올리기를 저어한다. 그러다 보니 구글링도 잘 안 걸리게 된다. 한편으로는 열심히 표절을 걸러내고 하려고 해도, 열 경찰이 도둑 한 놈 못 잡는다고, 완벽하게 걸러낼 수는 없다. 송창현 씨처럼 하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여튼 충격이다.

 

호사다마라고 이런 일을 통해서 문학계에서 표절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좋은 것이다. 다만, 제일 미안한 것은 처음 소설을 쓴 김민정 작가다. 우리 같은 선배 작가들이 검증을 잘 해서 지켜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크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