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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작전을 온몸으로 받아낸 사람

 

곽노현 전 교육감은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 파일’운동을 처음 제안하고, 주도했다. 그는 국정원 사찰과 작전의 피해자일 뿐만 아니라 1993년 안기부 시절부터 정보기관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연구자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논문도 20년 넘게 계속 발표해왔다.

 

1996년 당시, 노동법 개악과 함께 안기부법 개악을 신한국당 주도로 단행하자 철회를 촉구하면서 국제심포지움을 개최하기도 하였다. 민주주의법학회와 ‘노동법‧안기부법 개악철회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범국민대책위’ 가 주최한 심포지움은 국내에서 열린 정보기관 개혁 관련한 첫 토론이었다. 

 

그런 곽 전 교육감이 13년이 지나 정보기관에 의한 피해 당사자가 된다. 이번에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사찰 문건을 보면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은, 곽 전 교육감 출마 시기부터 재직 당시까지 전방위적 공작을 해왔다. 온라인 댓글 공작은 물론 곽 전 교육감이 2010년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에 응했던 박명기 전 서울대 교수에게 선거가 끝난 뒤, 2억 원을 전달한 것을 두고, 사실상 사문화된 ‘사후매수죄’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때, 보수단체 시위를 조직하고 사찰한 사실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국정원이 작성한 「곽노현 교육감 규탄 및 구속 촉구 심리전 활동 계획(2011년 9월 5일)」문건을 살펴보자. 보수단체인 자유연합과 협조해 9월 8일 서울교육청 앞에서 회원 150여 명이 참석, 곽 전 교육감 구속 촉구를 위한 규탄 집회를 개최하려는 사전 계획이 나온다.

 

실제로 이러한 규탄 집회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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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문건에는 다수의 보수 단체를 동원해 1인 시위를 비롯한 각종 집회를 계획했다. 보수단체가 발행하는 월간 매체 7만 매에 곽 전 교육감을 비판하는 내용이 실리게 하고 이 중 1만 부는 추석을 앞두고 서울역과 용산역, 고속 터미널 등지에서 귀성객을 대상으로 배포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역시,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이들의 ‘온라인 심리전 작전 계획’은 더욱 치밀했다. 「곽노현‧전교조 규탄 전략 심리전 적극 전개(2011년 8월 29일)」라는 문건에서는 사이버 역량을 총가동, 곽전 교육감과 전교조의 부도덕성을 규탄‧확산 시키겠다는 계획이 나온다. 트위터와 지금은 없어진 다음 아고라 등에 집중적으로 비방 댓글을 달거나 글을 게시하고, 곽 전 교육감의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 코너도 직접 개설, 동영상과 만평 등을 제작하여 배포한다는 계획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작전도 실행되었다.

 

(「중앙지검, 곽노현 영장실질심사 준비에 전력(2011년 9월 9일)」, 「서울중앙지법,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사전구속영장 발부(2011년 9월 10일)」). 문건에서는, 국정원이 검찰을 통해 수사 진행 상황 등을 파악하고, 국정원과 검찰이 협조하여 곽 전 교육감을 수사‧기소한 정황도 드러난다.

 

잊어버려선 안 되는 일이다. 그냥 지나치기엔 한 개인의 인생을 완전히 무너트리는 일이다. 

 

해서, 곽노현을 만났다. 

 

 


 

인간미 넘치는 청렴한 사람 혹은 양의 탈을 쓴 이중인격자 

 

헤르메스 아이(이하 ‘헤’) :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 파일’ 시민 행동 운동 3년 1개월 만에 대법원 승소까지 거쳐 국정원으로부터 파일을 받았고 ‘짜릿하다’고 했다. 짜릿하기만 했나?

 

곽노현 전 교육감(이하 ‘곽’) : 아니다. 굉장히 서글프고, 또 한 편으로는 한심했다. 국가정보원이라는 데가 고작 이런 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고작 이런 수준의 정보를, 정보랍시고 편철하는 거잖나. 더군다나 그 내용이 너무나 일방적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만약 개혁과 혁신을 한다’ 그러면 거기에 반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담고 있다.

 

거기에는 객관성이 전혀 없다. 거기다 사실무근인 카더라, 이런 것까지 아무런 검증이나 팩트 체크, 확인 절차도 없이 그냥 단 한 명한테 들은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 양, 단 한 명한테 들은 이야기를 마치 세평인 양, 그렇게 보고하고 있는 거다. 그게 얼마나 한심한 일인지 모르겠고, 아주 비분강개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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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문건이 A4용지로 49쪽 분량이라고 했나?

 

 : 본문만 그렇다. 두 쪽은 따로 목록이 있고.

 

 : 문건 내용을 보니, ‘좌파’ 뭐 이런 식의 평가였다면 차라리 조금 납득할 거 같은데, ‘양의 탈을 쓴 이중인격자’, ‘공사를 구분하지 않은 도둑놈 심보’ 이런 표현들이 있어서 웃겼다. 대체적으로 공적인 삶을 살아오지 않았나?

 

 : 그렇지만은 않다. 다만, 공, 사 구분 못하고 살진 않았다. 기본적으로는 공적인 거에 치중했고 공, 사를 구분하려고 무던히 애썼다. 그런데 뭐 ‘공, 사 구분 못하는 도둑놈 심보를 가진 놈’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니까 정말 어이 상실이다. 또 다른 문건에는 ‘아주 인간미가 넘치고 공사 생활에서 청렴한 사람’이라고 되어 있다.

 

 : 같은 기관에서 나오는 문건에서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건 또 뭔가. 중간에서 취합하는 노력 같은 게 없는 건가? 일 대충 하네.

 

 : 청렴하고 인간미 넘치는 평가는 2004년도 인물 검증에 쓰여 있는 것이고, 공, 사 구분 못하는 도둑놈 심보라 평한 문건은 2011년 사후매수 사건이 터져 나오고 한 사나흘 있다 갈겨쓴 문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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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아무거나' 쓴다   

 

 : 공개하지 않으신 내용 중에 더 기가 막히거나, 특이하거나, 얘들 참 골 때린다 싶은 내용들 있었나?

 

 : 검찰이 “이 언론계에 의하면” 이렇게 하고서 죽 나온다. 그런데 그때 언론계라고 한다면 또 한 군데다. 그래서 “언론계 관계자에 의하면”, “‘동’ 같은 관계자에 의하면” 하고서 두 장짜리가 나오는 데 명진 스님 이야기다. 놀랍게도.

 

2010년도 6월 선거, 나는 첫 선거고 김상곤 교육감은 두 번째 선거인데, 명진 스님이 나하고 김상곤 교육감한테 선거비용으로 각각 1억 원씩 줬다는 거다. 그다음에 내 사건(사후매수 건)이 나고 나서 내가 2억 원을 내 상대 박명기 교수한테 줬는데 그 2억 원 중에 1억 원을 명진 스님이 대 줬다는 거다. 그렇게 “언론계에 의하면 해서” 그렇게 첩보 보고가 돼 있다. 

 

그게 내 사건이 나고 2~3일 뒤의 보고 문건이다. 그러니까 당연히 그런 첩보를 받은 국정원 요원이 검찰하고 공유했을 거 아닌가. 그러니까 검찰에서 눈을 까뒤집고 뒤지지 않았겠나? (명진 스님은) 아무 일 없지 않나? 그러니까 정말 허무맹랑한 사실무근이다.

 

 : 계좌 추적, 금융 정보 등을 들여다보면 쉽게 확인되는 내용인데. 그 정도로 판별력이 없나?

 

 : 그러니까 아무거나 쓰는 것이다. 한 사람한테 들은 이야기를 마치 객관적인 정보인 양 포장한다든가, 한 사람한테 들은 평가를 세평, 객관적인 평가인 양 포장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수준도 너무 낮다는 생각이 들고. 물론, 이것은 국가 안전보장하고 관계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 재판이나, 내 수사 내용이 국가 안전보장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 내용을 보더라도 너무 터무니없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라서 ‘아우 참 저질이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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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너무 무능해서 문제인 국정원과 가능해야 할 요구  

 

 : 법학을 공부했고 또 법학교수였고, 1993년 안기부 시절부터 국가정보원에 대한 논문을 썼다. 우리나라 국가의 기관이라는 데가 저 정도 수준이라는 것을 보면서, 연구자 입장에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 감시와 통제가 없는 권력은 절대적으로 무능해진다. 부패할 뿐만 아니라 무능해지는 거다. 분발할 이유가 없지 않나? 분발은 오직 정치사찰에서만 분발하는 거지. 오만 ‘카더라’ 모아 와서 정적을 탄압할 수 있는 구실, 정보 이런 것을 모아 가져다주는 것, 그리고 나머지는 너무 무능해서 문제인 것이다. 사실 국가 정보기관이라는 데는 굉장히 유능해야 하는 기관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

 

정보기관이란 어느 나라에서나 굉장히 애국심 강한 엘리트 중의 엘리트가 가서 근무하는 곳이고 되게 선망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은 스파이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안전 보장이라는 우리 사회적 삶, 국가적 삶의 토대라는 아주 공통의 가치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공기 중의 산소 같은 거다.

 

있을 땐 모르지만, 숨 쉴 땐 모르지만, 없어지면 그냥 바로 생명과 직결되는. 국가 안보라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헌신한다는 자부심이 있고 그 헌신을 남몰래 하려니까 굉장한 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지역학 연구의 본산도 되고. 나라가 힘이 커질수록 당연히 그래야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4대 열강에 둘러싸여 있지 않나. 4대 열강과 북한에 대한 정보에 대해서는 세계 탑이어야 한다. 국내 정보보다 해외 정보에 많은 투자가 되어야 한다.

 

국내 정보 활동은 간첩 잡고, 내란‧쿠데타 방지하고, 테러범죄 막고, 국제범죄조직이 여기 와서 활개 치는 걸 막고, 이런 걸로 딱 정해져 있다. 국정원이 국내에서 정보 수집할 수 있는 영역은 완전히 법에 명시돼 있다. 그 영역을 넘어가면 다 불법이 되는 거다. 여기에는 정치사찰이나 국민감시가 들어갈 길이 없는 거다.

 

시민사회는 독립성이 있어야 된다. 자율성이 있어야 되지 않나? 그런데 시민사회의 주요 선수들을 사찰했고 경제계의 주요 선수들 역시 전부 사찰 대상이었고, 문화, 예술계, 언론계, 사법계 전부 안 한데가 없는 거다. 그러니까 이런데 돈을 엄청나게 많이 쓰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치도곤을 맞고 그래온 역사인데, 아주 나쁜 거다. 아무튼 무능해지는 것이다. 정말 유능해야 할 곳은 무능해지고, 하지 말아야 하는 건 집착을 하고 있다. 이중으로 나쁜 거다.

 

 : 노조와 같은 단체에 대한 감시도 지적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전교조는 법외노조 처분을 했고, 통합진보당은 해산 당했다. 여기서 국정원의 사찰과 연관이 깊다고 생각하나?

 

 : 민주노총하고 전교조는 우리나라 정보기관의 가장 큰 고객이었을 거다. 정치사찰이든, 국민감시든. 특히 이명박, 박근혜 시절에는 여기를 이른바 ‘종북좌파’라는 딱지를 붙여버렸다. 뭐 어지간한 사람한테 다 붙였다. 나 같은 사람한테도 종북좌파라고 국정원의 문건에 있을 정도로. 너무 이상한 거다. 무분별한 거다. 정보가 그렇게 없어서 어떻게 하나? 나 같은 사람을 종북이라고 하면. 하하하하. 그것은 페이크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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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이라도 한번 다녀오고, 하다못해 접촉 정도는 해야 하는데..

 

 : 그래서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이번 국정원 사찰 문건 제공을 결정한 대법원 판결의 의미는, 자꾸 사람들이 축소 생각하더라. 국정원에 대해서만 내놔라내파일이 된다? 개인만 된다? 성립한다? 산자에 대해서만 된다? 전부 아니다. 이게 다 아니다.

 

첫째 국정원뿐만 아니라 옛날에 보안사, 기무사라고 불렀다. 지금은 안보지원사령부다. 여기에서도 직무의 정보 수집을 했잖나? 민간인 사찰을 했잖나? 개그우먼 김미화 씨가 ‘이거 다 내놔라’ 하면 내놔야 된다.

 

두 번째로 경찰은 제일 방대한 정보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범죄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인데, 이게 부패 정보를 수집한다는 명목 아래 모든 공직자를 다 수집할 수가 있다. 여기에 뚜렷한 원칙과 기준이 없으면 국정원 하고 별 차이가 안 나게 돼 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가 분명하게 일정한 단계에서부터 혐의가 조금이라도 있고, 단서가 있을 때부터 뭘 한다든가, 정보 수집을 시작한다든가, 범죄 단서나 범죄 혐의가 있을 때부터 시작을 해야지, 무분별하게 시작하면 안 된다.

 

또 시작했다가 어느 단계에 보니까 없네, 안 드러나네 하면 그 파일을 폐기해야 할 수도 있고, 폐기 안 하더라도 10년 지나면 폐기해야 된다든가, 이런 여러 원칙이 필요하다. 이 원칙과 기준을 경찰에 대해서도 설정하는 거다. 그래서 국정원뿐만 아니라 군 정보기관, 경찰 정보조직에도 적용된다.

 

세 번째는 개인뿐 아니라 단체에도 적용된다. 기관과 단체. 공공기관도 다 있다. 공공기관 또는 예를 들어서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녹색운동연합, 여연(여성운동 단체 연합) 이런 주요한 단체들은 다 사찰했다고 보면 될 것이고, 노동조합들 다 사찰했을 거 아닌가.

 

특히 연맹 수준의 산별노조 이런 것은 죄다 사찰했을 것이고. 금속노조라든가 또 현대차, 현대중공업 이런 데 다 사찰했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까 주요한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다 사찰한 게 틀림없다. 그러니까 이 단체들이 ‘내놔라, 내 파일’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 단체, 우리 기관에 대한 거 내놔라!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 말씀하신 것처럼 참여연대나 이런 오래된 단체들 중 교육감님이 2017년부터 이 운동하신다고 하셨을 때같이 참여하겠다고 한 단체들 없었나?

 

 : 전교조들 있었고, 주로 전직 위원장들이 다 했다. 전 현직 위원장들. 전 현직 공동대표들이 하고 했는데, 그걸 넘어서 단체 자체가 할 필요가 있다. 국정원은 단체뿐만 아니라 단체의 대표자, 주요 임원들, 활동 영역이 강한 사람들을 사찰했을 것이다. 단체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정보를 보고했을 거라 본다.

 

이제는 돌아가신 분들도 한다. 이미 고 문익환 목사님, 고 장준환 열사님, 고 전태일 열사 어머님이신 고 이소선 어머님 또 고 노회찬 의원님 네 분을 상징적으로, 대표적으로, 유족의 동의를 받아서, 유족이 직접 (내놔라 내 파일) 작성을 했다. 그래서 이미 국정원에 제출했다.

 

 : 사찰 문건 달라 해서, 국정원에서 주긴 주는 데 거의 대부분을 흑칠해서 지워서 나오면 어떻게 하나?

 

 : 그건 할 수 없다. 국가 안전보장에 관한 정보다 하면 지워서 나와도 할 말 없다. 다만, 국정원이 새까맣게 지워서 주면 우리가 소송을 하면 된다. 법원이 ‘이 새까맣게 지운 게 뭐냐, 원본을 가지고 와라’ 이런 다음에 과연 국가 안전보장 목적에 맞는 것만 정확하게 지웠는지를 판사가 직접 판단하겠다는 게 이번 대법 판결의 취지다. 그렇기 때문에 국정원 마음대로 못한다. 그런데 이번에 사실 제가 (제 사찰 문건) 30건을 받았는데 이것은 국정원이 이렇게 설명했다. 직접 설명한 것이기 때문에 틀림이 없는 건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건 제목 DB를 돌렸다’는 거다. 문건 제목 DB에 ‘곽노현’을 치고 나오는 문건을 줬다는 거다.

 

 : 그럼 제목 말고 본문에 들어간, 여기저기 있는 것들까지 합치면 얼마나 많단 소린가... 그런데 이렇게 저렇게 다 얽혀있으니, 여러 사람이 받은 문건 중에서 각자 관련자들이 받은 내용을 맞춰 보면 뭔가 빈 공간이 메워질 수도 있을 거 같은데?

 

 :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렇게 되려면 너무 많은 것을 해야 한다. 우리는 전모를 알 권리가 있다. 지금 불법 정치사찰, 불법 국민사찰이라는 어마 무지한 불법의 성채가 쌓여 있다. 이것이야말로 과거청산이다. 국민사찰, 정치사찰은 적폐 중의 적폐였다. 3년 전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중단된 거다.

 

60년 이상 쌓인 적폐다. 중정(중앙정보부), 안기부(안전기획부), 국정원까지. 국가는 이걸 기억할 의무가 있다. 그러려면 백서를 만들어야 된다. 정보기관이, 국정원 하고 기무사와 경찰 정보조직이 어떤 식의 불법을 저질렀는지, 그 규모는 어떤지, 거기에 투입된 인력과 예산은 어떤지, 매년 대상 인물은 어떻게 바뀌었으며 그 숫자는 얼마였는지, 총 만들어진 파일은 몇 개였는지. 불법인 파일들을 폐기할지 아니면 공공 기록물 관리법에 따라서 30년 또는 50년 보관했다가 공개할지 이런 것들을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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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시아경제>

 

더 요구해야 마땅하다  

 

 : 1963년 중앙정보부가 설립된 이래로 2020년까지 국정원이 공공물 이관한 게 72건 밖에 없다. 60년 넘는 역사에서 72건이 전부다. 말이 안 된다. 지금 우리 정부가 국정원 개혁에선 굉장히 속도 있게 전향적으로 움직이긴 하는데.

 

 : 국민들 관심에서는 좀 체감도가 떨어지는 거 같다.

 

 : 우리 정부가 출범하고 적폐 청산할 때 국정원이 제일 혼났다. 국정원장 세 명이 줄줄이 구속되고, 더 이상 박살 날 수 없을 만큼, 특활비 문제, 댓글, 선거개입 문제, 이런 것으로 박살났는데, 그래서 국정원이 조직적 저항을 할 힘이 없는 거다. 검찰하고 아주 다른 지점이다. 이것이.

 

왜냐하면 국정원은 초기 2년 동안 가장 집중적인 타격 대상이 됐고, 적폐 청산의 대상이 됐고, 그 청산 주체는 다름 아닌 검찰이었다. 그러니까 첫 2년 동안 검찰은 청산 대상이 아니라 청산 주체로 지위가 확보됐고. 국정원은 이제 완전히 청산 대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저항할 힘이 없는 국정원이 지금 이 상황까지 온 거다. 그리고 국정원법도 바뀌고.

 

 : 그동안 국정원의 개혁 과정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는 편인가?

 

 : 사실 국정원 같은 비밀정보기관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도 안심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비밀정보기관은 속성이 국가 안보라는 너무나 중대한 가치를 위해 엿보고, 엿들을 라이센스를 준 것이다. 그러니까 이 라이센스는 인권침해 라이센스다. 개인 생활의 자유와 비밀을 침해하는 자격을 준 거다. 오직 국가 안보라는 아주 압도적인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 국민들이 합의를 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인권침해 속성을 가지고 있다. 정말 극도의 경계를 가지고 통제가 필요하다. 인권적, 법치적, 민주적 통제라는 단어가 너무너무 중요한 부분이다.

 

이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국정원에 대해서 3대 조치를 단행했다. 첫 번째 국내 사찰 부서 해체, 7‧8 두 개국 해체다. 그 인원이 얼마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소속 기관 요원들의 기관 출입을 금지했다. 그다음에 쌓여 있는 사찰 기록을 봉인해버렸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불법임을 인식하고 이 조치를 한 거 아닌가. 그리고 이것을 3년 만에 대법원이 맞다, 불법이다, 이렇게 법적으로 확인해 준 것이다. 그러니까 국정원 쪽에서 이 법원의 판결에 충실하게 또 정보공개법의 취지에 충실하게 T/F를 만들어서 공개를 하겠다는 거 아닌가.

 

아쉬운 게 이거다. 그래서 이 부분은 높이 평가하고, 아쉬운 것은 아까 말한 것처럼 ‘야, 너 사찰 받은 거 같아? 그럼 한번 신청해봐!’ 그러면 ‘우리가 심사해서 줄 건 줄게!’ 지금 이러고 있는 거다. 중요한 것은 전모를 드러내는 거다. 지금 이 정부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불법 관행을 금지시켰을 뿐이다.

 

그리고 그 제도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 국정원법 전면 개정안을 드디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국정원뿐만 아니라 대통령께서 국정원, 안보지원 사령부, 경찰 정보조직들의 직무 등 불법정보 수집 관행의 전모를 드러내고 국민들에게 ‘이제 다시는 안 하겠다’ 이렇게 선언한 거다. 과거청산과 제도 개혁의 마무리는 법 개정으로 되는 것이고.

 

국정원은 갑이 되선 안 된다 

 

 : 박지원 원장이 이끄는 국정원은 더 괜찮아질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나?

 

 : 영구 경계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면 안 된다. 국정원은 대공수사권을 3년 있다가 이관하게 되어 있다. 경찰도 이관을 받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해서 여전히 3년간 가지고 있다. 섣부른 정보 수집은 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3년간 대공 수사권이 유지되는 동안 오남용을 경계해야 한다. 그동안 너무 많이 해왔다. 영화 <자백>에서 엔딩 크레디트에 백건도 넘는 재심 사건들 보라. 특히 유우성 씨 사건을 보면, 중국 공안 당국의 증명서까지 위조해 내는 정도의 공작이 최근까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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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국정원은 국회가 통제해야 된다. 그게 민주적 통제고 그게 입법통제다. 국회 정보위원회가 정말 두 눈 부릅뜨고 권한을 행사해야 된다. 마침 전면 개정안에는 과거의 법에 비하면 진일보된 통제 권한을 국회에 주고 있다. 이번 개정법안에는 약간의 오남용이 가능한 파트가 있다. 경제질서 교란. 이게 너무 막연하다.

 

 : 그런데 이제는 워낙에 정보, 경제와 국익이 상당히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

 

 : 물론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면 범위가 넓어질 우려가 있어서 그런 것들을 아주 합목적적으로 좁혀놔야 한다.

 

 : 그 부분은 향후 경험의 축적 그리고 해석을 통해서 조율을 해나가야 되지 않을까?

 

 : 정보기관에 그 부분을 맡기는 이상 그것은 넓혀질 수밖에 없다. 오직 조직의 목적을 위해서, 확장해석된다. 엄격해석, 축소해석을 하기가 어렵다. 국회 정보위원회가 이 부분을 정말 잘 보고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 법원에 의한 통제, 사법통제다. ‘내놔라, 내 파일’ 같은 걸로. 그리고 이제 사법통제는 이런 큰 사건 같은 게 있을 때, 압수수색영장, 인신구속영장, 감청영장 이런 걸 통해서 행사되는 것이고, 그다음에는 기소된 사안에 대해서는 판결을 통해서 행사된다. 그런데 이것은 사후에 굉장히 크게 스캔들이 났을 때 작동되는 것이다.

 

그전에는 정보주체들, 시민들의 ‘내놔라 내 파일’로 시민통제의 기제가 만들어진 거다. 시민들이 요새 국정원 잘하나? 법대로 제대로 하나? 이때 시민들이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법원이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파일을 국정원에 요구해서, 그걸 국가 안전보장 목적인지, 적법한 직무범위 내인지 판단을 해주게 된다. 그래서 사법통제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다. 결국은 국회 통제가 더 강해져야 하고, 국회가 ‘갑’이라야 된다.

 

 : 민주적 정당성이 국회가 더 강하니.

 

 : 그러니까. 국회가 당연히 갑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국정원이 갑이었다. 그걸 국정원법이 보장해 줬다. 예산, 직제, 업무 이런 데서 국가 안전보장이다 하면 다 으뜸 패였다.

 

법관들도 내놔라, 해야 한다

 

 : 최근 법관들도 검찰에 사찰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딱히 반발하지 않았다.

 

 : 아주 좋게 말하면 법관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굉장히 의식하는 것이긴 한데.

 

 : 정치적 중립성이 말 그대로 중립성이고 자기 억압과 통제는 아니잖나?

 

 : 그러니까 그게 재판에 걸려 있다는 이유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건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 검찰이 얼마나 무서웠으면 저 법관들이, 판사들조차도 저거 문제 제기하고, 자기들의 인권이 침해당했음에도 그것도 말을 못 하고 몸 사리는 거 보면 정말 검찰은 아무도 이길 자가 없는 모양이다.

 

 : 법관들도 ‘내놔라, 내 파일’운동을 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 시절에 국정원이 대법원장을 사찰한 파일은 한번 수면 위에 떴다. 정말 드러났다. 당시 춘천 지방법원장을 사찰한 파일도 드러났다. 일단 고위법관들 다 했단 이야기다. 중요 사건 관련 재판부 다 했으리라고 추정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지간한 법관들은 자기에 대해서 국정원이 어떤 사찰 파일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 신청할만하다. 이번 검찰 사태에 관해서도 역시 법관들이 대검에 ‘내놔라 내 파일’을 해야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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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검찰 팀워크 그리고 되긴 되더라 

 

 : 검사들도 국정원에 파견을 나간다. 검찰의 국정원에 관한 이해도는 높다고 봐야 하지 않나?

 

 : 실제로 내 파일을 보면, 내 사건 직후 국정원과 검찰이 한 몸처럼 움직인다. 사법처리계획 이런 것을 완전히 실시간 공유한다. 예를 들어서 내가 2011년 9월 5일과 6일 날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럼 9월 7일 자 문건으로 ‘며칠에 기소할 방침’, ‘두 사람만 기소할 방침’이 기록되어 있는 식이다.

 

당시는 이용훈 대법원장이었다. 만약 ‘이용훈 대법원장이 박아놓은 좌파 변호사 출신 판사가 영장을 기각하는 일이 있으면 어떤 방침으로 이걸 돌파하겠다’ 이런 이야기들이 다 쓰여 있다. 나의 케이스에서 알 수 있듯, 중요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로 움직였을 것이다.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이라든가, 사법 농단의 대상이 됐던 사건들. 원세훈 국정원의 댓글 사건, 또 강제징용 사건, 이런 데에서는 청와대, 법원행정처, 국정원, 검찰의 사각 동맹이라고 그럴까? 이게 다 작동했으리라 본다. 당시에는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 교육감 시절에 도청당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도청 피하려고 하지 않고 다 알면서 생활했다고 했는데. 사람이 사생활, 이런 부분들이 누군가에게 알려지고 하는 것에 제약을 받거나 위축되지 않았나?

 

 : 내 앞에 감시 카메라가 있어도 익숙해지면 하던 짓 다하게 되어 있다. 물론 너무 기분이 나쁘다. 사적인 이야기들이 있지 않나. 집안 식구한테 이야기하는 사적인 이야기도 있고 또 친한 친구 간의 이야기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걸 다 예외 없이 들으니까 기분이 너무 나쁘다. 그렇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내가 하는 일에 무슨 불법이나 편법이나 부당한 거, 비리, 이런 게 없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존재의 조건이구나! 지금’ 이렇게 생각했다.

 

 : 너무 긍정적인 거 아닌가. 그래도 이번 국정원에서 문건 받아낸 것은 큰 승리라고 본다. 어쨌든 그래도 하나의 ‘가능하구나! 우리도 할 수 있는 거구나!’ 이런 측면에서 긍정적이게 보인다.

 

 : 내가 1997년 2월에 우리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비밀정보기관에 대한 법적 통제’라는 제목으로 국제 심포지움을 열었다. 미국 전문가 두 분하고 독일 전문가 두 분을 정말 미친 듯이 노력해 섭외하는 데 성공했다. 진짜 전문가를. 그래서 국제 심포지움을 여는데, 그때 왜 그랬냐면 안기부법 개악안이 1996년 12월 26일에 국회에서 통과해서다.

 

 : 기억난다. 노동법 날치기 때.

 

 : 맞다. 그때 그렇게 두 법안이 날치기 된다. 당시에 노동법 날치기는 권영길 위원장이 이끄는 민주노총이 잘 싸워서 뒤집기에 성공한다. 그런데 안기부법은 그 후로 한 번도 못 고쳐서 지금까지 온 거다.

 

 : DJ 정부 들어서서 국정원으로 바뀌면서도 못 고친 건가?

 

 : 못 바꿨다. 내용은 전혀 못 바꾼다. 그렇게 하고 벌칙 조항 한두 개 더 만드는 선에서 끝났고 구조는 그대로였다. 실질적인 제도 개혁이 없었다. 97년에 이 사실을 국제심포지움을 통해서 알게 된 거다. 그 심포지움을 기획한 이유는 노동법과 달리 안기부법은 재개정할 길이 없어서였다. 당시 정치 상황이 그랬다.

 

2016년 겨울, 촛불시민혁명이 정권을 바꿔내고 새 정부가 들어서고, 국정원 청산 깃발을 높이 들고, 그런 정치사찰 금지령을 내리고 실천하고. 이런 걸 보고 드디어 때가 왔다고 판단을 하고, 했다. 역시 3년은 걸렸지만 되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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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더 쉬워진 감시, 보이면 다 수집되어야 하나

 

 : 다른 인터뷰에서 ‘책임질 사람,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원세훈 외에도 또 책임질 사람이 있다고 보는가?

 

 : 이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끝날 때까지 국정원장이 몇몇 더 있다. 원세훈, 남재준, 이병호. 특활비 때문에 웬만큼은 처벌을 받고 있지만, 이들의 가장 근본적인 죄는 정치사찰과 국민사찰이다. 그 부분은 이미 다 입증된 사실이다. 대법원장까지 사찰했다는데 말 다 했지.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책임을 물릴 것이냐. 이런 문제들이 있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된다. 책임 있게 토론을 해서 해법을 내놔야 된다. 이런 건 사실, 대통령의 지시로 진행이 되는 게 제일 맞다고 생각한다. 전모를 밝히고 나면 당연히 과거 책임 문제가 따른다. 민사적으로 행정소송 같은 국가배상 소송으로, 또는 형사처벌로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가급적이면 최소화해야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본을 세우기 위한 일들이 필요하다.

 

 : 그 모든 과정이 시민이 알아야 하고, 공감을 해야 가능하지 않나. 요즘은 과거처럼 정보기관이 개인 정보 수집하기가 쉬워졌다. 기술과 SNS의 발달로. 시민들도 쉬워졌다. 그러면 서로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 공감대가 필요하지 않을까?

 

 : 진짜 좋은 지적을 했다. 내가 공개 받은 것만 하더라도 2012년까지다. 왜냐하면 서울교육감 시절에 주목을 받았으니까. 2012년 말과 지금 사회는 분명 다른 세상이다. SNS가 완전히 보편화돼서 사실 정보기관으로서는 특히 국내 정보를 수집하는 데 있어서는 너무 용의해졌다. 그 내용을 보지 않더라도 어떤 정보주체가, 어떤 대상자가, 누구하고 가장 긴밀하게 소통을 하고 있는지 카톡의 횟수, 오고 간 횟수, 텔레그램에 오고 간 횟수, 페이스북에 좋아요 누른 횟수 이런 거 기본으로 분석이 된다. 너무 쉽다. 이런 분석을 실제로 한다. 이런 분석이 인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논쟁도 많다. 이런 부분의 법리가 확립되기 전까지 정보기관들은 그냥 한다.

 

그래서 국회 정보위원회 같은 상시 통제 기구가 너무 중요하다. 2021년의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 역량은 과거와 비할 수 없다. SNS 접근성만 확보하면 별의별 내용을 다 수집할 수 있다.

 

 : 시민들도 타인의 정보를 수집하기가 쉬워졌다.

 

 : 그렇다. 녹음도 쉬워지고, 도청도 쉬워지고. 일반인들도 그럴 진 데 정보기관에서 얼마나 용이해진 건가. 개인 정보보호에 대한 감수성과 프라이버시 감수성이 더 커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완연한 감시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여기저기 다 감시 카메라 깔려 있고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디지털 족적이 남는다. 디지털 블루 프린트를 하루에 얼마나 만드는지 모른다.

 

 : 국내 기술을 유출시키고 국익에 큰 타격을 주는 산업스파이 등의 존재로, 국정원 의의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을 아예 없앨 수 없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 그게 실제로 우리가 경제주권이나, 국내 개발 기술이나 이런 것들을 지키기 위해 일종의 디지털 방첩, 경제 방첩 개념으로 조금 필요가 생긴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필요라는 이름으로 무분별하게 확장될 속성이 있다는 걸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목적에 부합하는 최소한만 수집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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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목적

 

 : <내놔라 내 파일> 운동의 최종 목적은 무엇인가?

 

 : 과거청산의 대상은 악법과 그것이 만든 잘못된 질서다. 국가폭력이나 국가범죄가 일부 용인되고 처벌받지 않았던 그 시대에 대한 경종이다. 불법 사찰이 용인되고 처벌받지 않는 시간이 반세기 넘게 흘렀다. 켜켜이 쌓여 있는 잘못과, 증거와, 관련된 사람들이 있다.

 

과거청산의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의 악법 질서를 극복하고 제도 개혁으로 성큼성큼 나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다들 아는 이야기다. 알 권리가 있고, 정의를 실현할 권리가 있고, 기억할 의무도 있지만, 그걸 넘어서 제도 개혁할 의무가 있는 거다. 그러면 지금 제도 개혁을 어느 정도 일단락 짓게 생겼다. 국정원법 개정안으로.

 

지난 30년 역사에서 가장 본격적인, 또 국정원의 ‘갑’적 지위를 ‘을’로 어느 정도 낮추는 그런 내용이 되어 있다. 앞으로 이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혁을 연구하고 요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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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이렇게 끝이다. 만나봐야 할 사람은 더 많지만 대표적인 인물 3명(박재동, 명진, 곽노현)의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원 개혁은 첫 발을 뗀 셈이다. 참으로 힘겨운 한 걸음이었다. 허나, 이 한 걸음을 되돌리는 일은 너무 쉽다. 

 

마땅히 우리의 파일을 요구할 권리가 있음을 잊지 말자.

 

안 주면 다시 요구할 수 있음도 잊지 말자. 

 

어렵게 찾은 권리를 쓰지 않고 놔둔다면, 모든 작전 설계를 온 몸으로 받아낸 곽노현의 일이, 결국 우리의 일이 될 것이다. 

 

곽노현의 변치않는 애씀이, 고맙다. 

 

<끝>

 

사진 및 영상: 좌린

인터뷰어: 헤르메스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