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01.jpg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문제로 시끄럽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녹아내린 원자로 핵연료의 온도가 치솟아 오르자 2차로 있을 화학반응을 막기 위해 냉각수를 쏟아 부었는데, 이게 문제였다(지하수나 빗물도 문제였다. 원자력 발전소가 저지대였기에 빗물이 원자로 쪽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오염수는 매주 2~4천 톤씩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 냉각수를 어떻게 처리할까 하는 부분이다. 원자로에 들어간 물은 세슘, 코발트, 스트론듐, 안티몬, 삼중수소 등 방사성이 포함되어, 방사능 오염수가 됐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처리에 골머리를 앓았다(지하수를 통한 오염수만 매일 130톤 씩 늘어났으니 말 다했다). 원전 부지 전체에 액체 냉매가 흐르는 파이프 1671개를 박아 넣어 땅속을 얼려버리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별 실효성은 없었다. 이로 인해 오염수 탱크는 계속 늘어나고, 어느 순간 111만 톤이 넘어가는 오염수가 나오게 됐다.

 

일본 정부는,

 

“조만간 탱크 부족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오염수를 정화해서 해양에 방출하겠다.”

 

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를 제외한 62가지 방사성 핵종을 제거했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기준치를 훨씬 상회하는 방사성 물질이 발견됐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원론적으로 돌아가서 질문을 하나 던져보겠다.

 

“오염수를 왜 바다에 버리려는 걸까?”

 

지금처럼 탱크에 저장하면 되는 게 아닐까? 일본 정부는 부지가 없다며 난색을 표하는데, 111만 톤의 오염수는 63빌딩을 가득 채울 양이다. 역으로 말하면, 63빌딩 하나 만큼의 용적이 있는 공간을 만들면 된다. 후쿠시마 원전 근처의 오염수 탱크들은 가설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드는 게, 탱크 사이로 오염수가 새어 나오는 게 확인되고 있다(시간도 부족했고, 애초에 가설이란 개념으로 만들었기에).

 

오염수 처리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강철로 만든 탱크에 오염수를 저장하고, 새로운 처리기법이 나올 때까지 버티는 거다. 지금 우리가 핵폐기물 관리하듯이 말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일본 정부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싶지 않은 거다. 물론, 바다에 버리는 것조차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가장 싸게 먹히는 방법이긴 하지만, 이 비용만 해도 40억 엔이 넘어간다(정화처리를 한 다음에 다시 깨끗한 물로 희석하고 버린다). 이렇게 비용을 들여도 80만 톤 정도 처리하는 게 고작이다.

 

02.jpg

 

방사능 오염수 이야기를 한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바닷속 ‘원자로’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영화 <K-19>를 보면, 냉전시절 구소련에서 심심찮게 원자력 잠수함 사건사고가 있었다는 걸 유추할 수 있다. 다행히 K-19 같은 경우는 항구에 들어올 수 있었지만, 항구에 들어오지 못하고 그대로 바다에 버려진 원자력 잠수함도 있다는 거다. 심지어는 원자력 잠수함을 바다에 버리겠다는 ‘협박’도 한 것이 러시아다.

 

 

알파의 등장

 

영화 <붉은 10월>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타이푼급 잠수함을 쫓아가는 소련의 잠수함이 등장한다. 영화 내에서는 ‘악역’으로 지목됐는데, 다른 잠수함에 비해 엄청나게 빠르다는 게 영화에서(그리고 소설에서도) 강조된다. 이는 빅토르 투폴레프 중령의 코노발로프호로, 냉전시절 서방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바로 그 ‘알파급’이기도 하다.

 

알파급은 처음부터 속도와 기동성에만 집중해 개발된. 전무후무한 잠수함이다. 알파급이 기록한 최고속도는 41노트에(시속 76km 정도) 이르는데, 보통 디젤엔진과 배터리를 쓰는 재래식 잠수함이 20노트를 넘기는 걸 생각하면 두 배는 빠르다. 제법 빠른 원자력 잠수함의 속도가 30노트를 약간 넘는 정도였으니, 이들 원자력 잠수함을 멀찌감치 따돌릴 수 있는 수준이다(최소한 20킬로미터 이상 빠른 거다).

 

세븐알파클래스섭마린.jpg

 

이 빠른 속도에 1980년대 초 북대서양의 NATO 소속의 원자력 잠수함들이 ‘농락’을 당하는 일이 많았다. 소련 잠수함이 대놓고 쫓아와 꼬리를 문다. 졸졸졸 계속 쫓아오며 괴롭혔던 거다. 심해에서 잠수함이 잠수함에게 쫓긴다는 건 굴욕이다. 잠수함과 잠수함 사이의 추적과 요격은 조용히, 들키지 않고 숨어들어가는 건데 이 알파급은 대놓고 했다. 하긴, 너무 시끄러워서 어차피 발견될 거다. 어쨌든 알파급은 대놓고 NATO 잠수함을 쫓아갔다.

 

표적이 된 잠수함은 추격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다 했지만, 소련의 잠수함은 아무리 따돌려도 몇 분만 지나면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따라왔다. 이렇게 쫓고 쫓기는 추적은 22시간 동안 계속 됐다. 결국 이 NATO 소속의 잠수함은 영해 쪽으로 도망을 갔고, 알파급은 쫓아가던 NATO급이 영해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급선회해서 공해로 사라졌다. 

 

정말 귀신에 홀린 거 같은 이야기다. 이 사건 직후 서구권은 발칵 뒤집혔다. 물속에서 더 이상 우위를 차지할 수 없을 거 같다는 불안감이 퍼져나간 거다. 아무리 도망을 가더라도 결국은 쫓아오는 이 괴물 같은 잠수함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 잠수함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알파급은 소련 해군의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원래 소련은 대륙국가라 해군의 비중이 육군보다 월등히 작았다. 문제는 소련이 상대해야 할 NATO와 일본은 딱 봐도 해군국이란 거다. 한때 전세계 바다를 지배했던 영국, 소련의 태평양 진출을 ‘지정학적’으로 막아버린 일본 역시 전통적인 해군 강국이다. 그리고 인류 역사상 최대의 해군력을 자랑하는 미국(냉전 시절 항공모함 숫자만 15척이었고, 레이건 시절 600척 함대론을 설파하며 소련을 압박했다)이 버티고 있었다.

 

(일본은 소련의 태평양 진입을 막아서는 첨병이었다. 지정학적으로만 봐도 활처럼 구부러져 태평양 진출로를 막아서고 있다. 1980년대 일본 나카소네 수상이 ‘불침항모론’을 설파했던 게 그 이유다. 100여 대가 넘어가는 P-3C 대잠초계기와 200여 기가 넘어가는 F-15는 소련의 태평양 진입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 상대가 ‘중국’으로 바뀌었지만, 역시나 태평양으로 접근하는 입구를 틀어막는 역할을 일본은 자임하고 있다)

 

바다에서는 소련이 상대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해군도 먼 바다로 나가 정면대결을 하기 보다는, NATO의 항공모함이나 핵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이 소련 쪽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다.

 

잠수함 발사 탄도탄의 사거리가 1만km가 넘어가는 요즘 같은 시절에는 전략핵잠수함이 안전한 자국 영해에서 ‘전략초계’를 하지만, 냉전 초창기에는 미사일 사거리가 턱없이 부족했다. 이러다 보니 북극해 근처에 소련과 NATO 잠수함들이 우글거렸던 거다.

 

k-19.jpg

영화 <K-19>

 

영화 <K-19>에 북극에서 부상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게 다 미사일 사거리가 짧아서 그런 거였다. 갓 개발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5000km가 안 되던 시절이었기에 사거리가 짧은 만큼 적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했다.

 

이러다 보니 미 해군의 잠수함 세력이나 함대세력(특히나 항공모함을 위시로 한 항모전단들이)이 소련 영해에 가까이 달라붙었다. 소련도 맞대응을 해야 하긴 하는데, 폭격기 1~2대 띄워선 상대하기가 애매했다. 이때 나온 개념이,

 

“수중전투요격함”

 

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개념이었다.

 

이 개념이 나온 건 1957년. 냉전의 한 가운데로, 그야말로 눈썹 하나 까딱 잘못하면 핵미사일을 발사할 일촉즉발의 시기였다. 미국과 소련은 핵무기를 탑재한 핵폭격기를 상공에 띄워 놓고 전략초계를 시키던 시절이었다. 그러니까 계속 하늘을 돌다가 본국에서 연락이 오거나 혹은 연락이 끊기면? 바로 지정된 곳으로 날아가 핵무기를 투하하는 거다. 이걸 막아내기 위해 상대국에서는 ‘요격기’를 따로 준비해 놨다. (기동성 보다는 빠른 상승능력을 위주로 한 요격기들이 잔뜩 개발되고 배치되던 시기다. 아울러 적기를 격추하기 위한 공대공 핵로켓이 배치되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소련이 ‘전투요격함’, 그것도 물속에서 함대나 잠수함을 요격하겠다는 개념을 들고 나왔다. 즉, 폭격기가 뜨면 요격기 발진시키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실제로 사용하는 방식도 비행기와 비슷하다. NATO 해군이 가까이 접근하면 대응이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 공격한다. 속도가 정말 중요해진 것이다.

 

이렇게 인류 역사상 가장 특이한 개념의 잠수함이 등장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