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바지에 똥을 쌌다고요?
경고한다. 아직 식사 전이거나 비위가 약한 사람은 일단 S.T.O.P!! 지금부터 아주 리얼하게 ‘똥’과 ‘오줌’ 얘길 좀 해볼 참이니 말이다.
잡부 때 일이다. 용역 아저씨와 일하던 중이었다.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온다고 자릴 비운 아저씨는 한참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1시간이 좀 넘었으려나. 기다리고 기다리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전활 걸었다.
“아니, 아저씨!! 화장실 간 게 언제인데 아직도 안 오세요?”
“그게 말이여~ 화장실이 멀어서 가다가 바지에 그만 설사를 해버렸어……. 대충 추스르고 집으로 걸어가는 중이여~ 인력소 통해서 내가 얘기할 테니까 그거 하던 거 좀 잘 마무리해줘~”
“예?? 바지에 똥을 쌌다고요?? 아네……. 알겠어요.”
이게 무슨 황당한 일인가 싶었다. 다 큰 어른이 그걸 참지 못해 바지에 싼다고?! 그때까지만 해도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생리현상이라지만,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에이~ 네가 그런 극한 상황에 처해보지 않아서 이해 못 하는 거라고? 아니다! 30년 넘게 살았는데 그런 경험 한두 번쯤 없었을라고. 내 인생에도 무수히 많은 역경(?)과 고비가 있었다. 그때마다 난! 정신력 하나로 버텨냈단 말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누구보다도 화장실을 가리는 편이다. 소변이야 아무 데서나 거리낌이 없지만, 대변은 수줍음이 많다. 금방이라도 쏟아져 나올 것 같다가도 집 외의 화장실에 앉으면 도통 나오려 하질 않는다. 그렇게 한참 앉아있는데 누군가 똑똑 노크라도 하는 날엔 나오려던 놈들까지 도로 들어가 버린다. 밖에서 누군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심리적 압박이 괄약근을 긴장하게 하는 거다.
그러니까, 남이 앉았던 변기에 앉기 찝찝하다거나 공중화장실은 더럽다거나 하는 사람들과는 결이 조금 다른 건데, 어쨌든 어지간하면 대변은 집에서 마음 편히 해결하자는 주의다. 실제로 그런 수줍음 때문에 군대 훈련소에 있을 땐 일주일이나 변비에 시달려야 했고, 직장 생활하면서도, 또 노가다 하면서도 대변 참느라 고생한 경험이 많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2017년으로 거슬러 간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설 연휴였고, 눈이 엄청나게 내린 날이었다. 고속도로는 그야말로 마. 비. 그때 난 고속버스를 타고 강릉에 가던 참이었다. 오후 3시에 출발한 버스는 결과적으로 새벽 1시에 도착했다. 넉넉히 4시간이면 갈 거리를 10시간 만에 도착한 거다. 오후 6시쯤 휴게소에 들른 기사님은 휴게소에 들어오고 나가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니, 이번 휴게소를 마지막으로 강릉까지 쭉 가겠다고 했다. 그러니 미리미리 볼일들 보시라는 말과 함께.
배가 아프기 시작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버스가 휴게소를 막 나선 직후부터였다. 나는 장거리 운전으로 지친 승객들의 따가운 시선을 온몸으로 받으며 휴게소에 또 가자는 말을 할 자신도, 그렇게 휴게소에 간다고 한들 대변을 볼 자신도 없었다. 한 명만 밖에서 기다려도 쏙 들어가 버리는 나의 똥들이, 45명이나 기다리는 가운데 나올 턱이 있겠냔 말이다. 참았다. 주룩주룩 흐르는 식은땀을 연신 훔쳐내며, 온몸의 신경을 괄약근에 집중시켜가며 무려 7시간을 참고 또 참았다. 그런 나다! 그러니, 바지에 똥 싼 다 큰 어른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내가 그 아저씨를 비로소 이해한 건 얼마 전이다. 아침부터 배가 슬슬 아팠다. 흔한 일이었다. No problem~! 그렇게 종일 참고 집 가서 똥 싼 적 많았다. 그래서 참아보려 했다. 근데, 아니었다. 경험상, 이번 녀석들은 오후 5시까지 기다려주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기다려주기는커녕 지금 당장 나오겠다고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뒤에서 다시 얘기하겠지만, 현장 화장실은 늘 멀다. 족히 5분 이상은 걸어가야 한다. 걸어가다가 두어 번의 고비를 넘겼다. 두 번째 고비 때는 주저앉아버렸다. 걸어가는 건 둘째 치고 서 있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쓰나미였다. 온몸을 배배 꼬아가며 겨우 화장실에 도착했다. 변기에 앉으려는 순간!
“이런 씨X!!!!!!!!!!!!!”
휴지가 없었다. 어디에도, 화장실 어디에도 휴지가 없었다.
고민했다. 싸자. 우선 싸고 생각하자. 아니다. 휴지를 가져오자. 고민을 길게 할 수 없었다. 똑딱, 똑딱, 똑딱. 1, 2, 3, 4, 5초. 가자. 사무실로 가자. 갈 수 있다. 아니, 가야 한다. 갔다. 겨우, 겨우, 갔다.
“저기……. 휴지 어딨어요. 빨리!!!”
“저~~~기~~ 가져가요.”
“감사합니다.”
“어이어이!! 그걸 통째로 가져가면 어떻게 하나~! 쓸 만큼 뜯어가요.”
“아니, 제가 급해서 그러는데 쓰고 남은 거 다시 가져다드릴게요.”
“에~이~~ 그럼 안 되지~ 줘봐요. 뜯어줄게.”
“부족할 거 같은데, 빨리!! 조금만 더 주세요.”
그렇게 난 다시 화장실로 미친 듯이 뛰었다. 근데 말이다. 제발!!!! 마지막 남은 한 칸에 나보다 앞서 사람이 들어가는 게 아닌가. 오!!! 하나님, 어째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똑똑. 똑똑. 똑똑. 난 모든 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기적처럼 한 칸이 열렸다.
“아휴, 감사합니다~~~ 푸드득, 푸드득, 푸드득!!!(비둘기 날아가는 소리 아님)”
그날 깨달았다. 바지에 똥을 쌀 수도 있다는걸. 1분, 아니 10초만 늦었어도 그날 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길 뻔했다.
쌓이다 못해 넘쳐흐르는
노가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다. 큰 현장에선 아침마다 원청 주관으로 조회를 한다. 원청 직원이 앞에 나와 어쩌고저쩌고하던 그때, 정리팀 반장이 손을 번쩍 들었다. 참고로, 정리팀은 주요 공정 뒤, 쓰고 남은 자재 등을 정리하고 현장을 깨끗이 청소하는 팀이다.
“건의 사항이 있습니다. 제발 현장 구석에 똥 좀 싸놓지 마세요. 우리가 자재 정리하러 왔지 똥 치우러 온 줄 아십니까? 똥은 제발 화장실에서 싸시라고요!”
말하자면 다 큰 어른들이 노상방변을 한단 얘긴데, 현장 상황을 잘 몰랐던 당시의 나로서는 의아했다. 아니, 멀쩡한 화장실 놔두고 굳이 왜 노상방변을? 현장 경험이 좀 쌓인 지금은 안다. 노가다꾼들이 노상방변하는 이유를 말이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거의 모든 현장 화장실이 멀다. 특히 아파트 현장이 그렇다. 많으면 10개 동에서 20개 동까지도 짓는 대규모 현장에 화장실은 꼴랑 하나뿐인 경우가 많다. 그것도 현장 초입에 있는 원청 사무실 옆.
현장 끝에서 일하는 인부는 적어도 20분 이상 걸어야 화장실 한 번 다녀올 수 있다. 그나마도 지하 주차장 공사할 때 얘기다. 건물이 한층 한층 올라가기 시작하면 화장실 한 번 다녀오는 게 일이 되어버린다. ‘빨리빨리’가 일상인 노가다판에서 남들 다 일하고 있는데 30분씩 잡아먹어 가며 화장실에 다녀오기란, 사실 쉽잖다. 오야지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그래서 인부들은 어떻게든 현장 투입하기 전 볼일을 보려고 한다. 근데 이것도 쉽지 않다. 아침 화장실 풍경, 그야말로 가관이다. 대변 칸은 겨우 5~6칸인데 현장 인부는 보통 200~300명이니. 줄이 끝도 없이 길다.
해서, 어느 현장이건 인부들의 가장 큰 요구는 현장 곳곳에 간이화장실 좀 만들어달라는 거다. 그때마다 원청은 현장 여건상 어쩔 수 없다는 얘기만 반복한다. 간혹 한두 군데 간이화장실 설치하는 현장도 있긴 하다. 관리가 안 되어서 문제지만. 화장지 없는 건 기본이요, 똥이 쌓이다 못해 넘쳐흐르는 곳도 있다. 우웩!!! 여름엔 정말 근처도 가기 싫다.
그러니, 구석에 싸는 거다. 10분 이상 걸을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한 경우도 있을 테고, 그렇게 왔다 갔다 하자니, 오야지 눈치도 보이고 좀 귀찮기도 할 테고.
오줌은 더 쉽다. 구석에 싸는 것도 아니다. 옆에서 빤히 일하는데 대놓고 싼다. 공정이 길어져 같은 작업장에서 며칠씩 일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지린내가 진동한다.
가끔 친구들이 아파트 이사할 때 이런저런 브랜드를 따진다. 그때마다 내가 해주는 얘기가 있다.
“비싼 브랜드 아파트면 내장재가 좀 다를 순 있겠지. 타일이라든가 벽지라든가, 장판 같은 거. 근데 골조 공사는 똑같아. 다~ 오줌, 똥으로 만든 아파트야. 비싼 브랜드 아파트에서 일하는 노가다꾼은 오줌 안 쌀 거 같냐? 푸하하하하!!! 그러니까 너무 브랜드 따지지 마라!”
화장지 사재기를 보며
2020년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쳤다. 그해 봄이었던 거로 기억한다. 코로나 대처가 미숙했던 유럽과 미국에 사재기 현장이 일었다. 마트가 텅텅 빈 모습, 카트에 식료품을 잔뜩 싣는 외국인 모습이 뉴스에 자주 나왔다.
그 당시 내가 예사롭지 않게 봤던 풍경은 화장지 사재기였다. 어쨌든 먹어야 사니까, 식료품 사재기하는 마음까지는 이해했다. 근데 화장지를 왜? 있다고 나쁠 것까지야 없겠다만, 그게 사재기할 만큼의 중요한 물품인가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뉴스에서 그 궁금증을 풀었다. 뉴스에 나온 누군가 말하길, 화장지의 첫 번째 역할은 똥을 닦는 거고, 따라서 화장지는 인간의 존엄성 내지는 자존감과 직결되는 물품이란다. 그러니까 화장지 사재기는, 굶어 죽을지언정 존엄성을 지키겠다고 하는 인간의 몸부림이었던 거다.
일리 있는 분석이었다. 상상해보라. 똥을 쌌는데 휴지가 없다고, 혹은 휴지가 뻔히 없다는 걸 알면서도 똥 싸야 하는 상황을 말이다. 그 기분을, 그 심정을 상상해보자는 거다. 과장 좀 보태 나는 좀 비참한 기분이 들 것 같다.
바지에 똥 싼 용역 아저씨가 집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도, 금방이라도 비집고 나올 것 같은 똥을 참아가며 다시 사무실로 가 화장지를 가져온 나도, 모두 같은 마음 아니었을까.
우린 그런 환경에서 일한다. 최소한의 존엄성도 보장받지 못하는 작업 환경에서 말이다. 원청과 하청에서도 모르지 않는다. 현장 인부들이 구석에서 똥 싸고, 아무 데서나 오줌 싸면서 일한다는걸. 매일 아침 화장실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는 것도 다 안다. 알면서도 그냥 쌩까는 거다. 건물 올라가는 데 크게 지장 없으니까.
하긴, 그게 어디 노가다판만의 문제일까. 우리 사회 곳곳에 여전히 최소한의 존엄성도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기억할지 모르겠다.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신했다던 어느 소녀의 이야기를.
수백수천억 원이 왔다 갔다 하는 아파트 현장에서 간이화장실 서너 개 설치할 비용과 그걸 관리해 줄 한두 명의 인건비가 없진 않을 거다. 공동체 일원에 대한 약간의 관심과 배려면 될 일이니 말이다.
코로나가 극성이다. 날은 또 왜 이렇게 추운지 모르겠다. 나 하나 먹고살기에도 바쁜 시기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한 번 돌아봤으면 좋겠다. 골목 구석에 쭈그려 앉아 똥을 싸는,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의 누군가가 있진 않은지. 이상 똥 얘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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